[매싸이] 태국 최북단의 국경도시, 재미있네요.
매싸이를 이전에 언제 가봤더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는 거의 8년 전 즈음인 것 같아요. 요왕은 저와 달리 근래에도 방문해서 생경한 느낌이 전혀 안 든다고 하지만요.
어쨌든 이 태국 최북부의 도시는 방콕에서 야간 버스를 타면 거의 14시간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방콕에서 여기까지 논스톱으로 쭈욱~ 타고 올라오시는 분은 거의 없겠죠? 아마 그런 여정으로 매싸이에 오게 된다면 냉동 에어컨 버스에서 내렸을 때 혈액순환이 안되서 다리가 제대로 펴지지도 않아서 걷기가 힘 드실 수도... 사정이 이러하긴 하지만, 어쨌든 매싸이-방콕 구간의 버스는 빈번하게 있긴 합니다. 치앙마이에서는 에어컨 1등 버스로 약 4시간 반 정도(에어컨 1등 버스. 212밧) 걸리구요, 치앙라이에서는 1시간 30분 안 쪽으로(선풍기 버스. 39밧) 갈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감이 오시나요?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한 덕분에 치앙마이에 있는 장기 거주 여행자들 중에는 이곳으로 비자 클리어를 하려는 수요가 꽤 되고요, 그래서 그들을 위한 교통편도 있던데 왕복에 600밧 정도 하더군요.
저희는 비자랑은 상관이 없었고, 여기서 남서쪽에 위치한 도이 뚱Doi Tung(뚱 산)에 가보려고 왔습니다. 도이 뚱은 커피 전문점 브랜드이기도 해서 귀에 익으실 듯해요. 매싸이에서 이 도이 뚱은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매싸이 기준 남부 행 그러니까 치앙라이 행 버스에 올라타 ‘도이 뚱’이라고 버스 차장한테 말하면 도이 뚱 가는 썽태우를 탈 수 있는 마을인 ‘훼이 크라이Huay Khrai’에 내려줍니다. 매싸이 터미널을 출발해서 30분 정도 소요 되고 차비는 20밧이에요. 훼이 크라이의 도이 뚱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오토바이 택시나 썽태우를 타고 가면 됩니다.
도이 뚱에는 현 태국 국왕의 어머니의 정원과 집 등이 있는데요, 이 변방의 시골 산골짜기에 이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시설물과 작물, 그리고 시설 유지 인력이 있다는데 상당히 놀랐어요. 이게 다 왕실의 든든한 재정적 후원 덕분인 듯... 으흠... 도이 뚱에 대한 후기는 따로 올리겠습니다.
치앙마이에서 매싸이로 바로 가려면 치앙마이 아케이드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되는데, 주말에는 어느 곳이나 그러하듯 창구에서 바로 출발하는 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평일에도 한 두 대 뒤에 출발하는 것을 탈수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터미널에서 2~3시간정도 대기해야 할 수도 있으니 혹시 금전적으로 여유 있으시면 미리 여행사 통해 구매하셔도 좋아요. 물론 수수료는 100밧 이상 추가로 줘야하지요. 시간이 되면 터미널에 며칠 전에 가서 직접 예매 하셔도 되구요... 치앙마이에서 매싸이 가는 버스는 버스 종류에 따라 1등 버스는 250밧 선, VIP 버스는 300몇십밧 합니다. 물론 선풍기 버스도 있습니다만 하루 몇 대 없습니다. 치앙라이로 먼저 간 다음 갈아타는 방법도 있구요...
아무튼 매싸이 행 에어컨 버스에 올라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면 매싸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시내까지는 걸어서는 못가구요, 썽태우(15밧)를 타야 되요. 썽태우 타고 시내 쪽으로 잠깐 달리다보니 왼쪽에 테스코 로터스도 있네요.
여느 국경도시나 다 그러하듯 이곳도 여러 인종, 여러 문화, 여러 가지 문자, 오만 잡다구리한 싸구려 중국 제품들도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계 상인이나 중국계 거주민들이 꽤나 많네요. 그리고 주말에는 태국 현지인들도 관광을 하러 옵니다. 단체 기념사진도 찍구요.
뭐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도시 분위기가 이러하다는 거에요. ^^
숙소는 약간 후미진 골목에 있는 중저가 게스트하우스가 250밧 정도 하구요, 매싸이 시내를 동서로 양분하고 있는 남북으로 쭈욱 뻗어 있는 파혼요틴 도로에 위치한 탑노스 호텔은 선풍기방 400밧, 에어컨방 600밧 정도 하더라구요. 이 호텔은 국경에서 가까운 숙소에요. 그러니 당연히 출입국 사무소에서 가깝습니다. 탑노스 맞은편에는 세븐일레븐과 1,000밧대의 비싼 호텔들이 있구요. 시설에 비해서 맘에 안드는 가격이지만, 치앙마이에서와는 달리 그다지 맘에 드는 숙소가 없네요. 혹시 매싸이에서 괜찮은 숙소에 머물러 보신 분 계신지요?
건기 시즌에는 이 정도 위도의 태국 북부마을에서는 에어컨 방 들어갈 일이 없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긴팔 옷을 입고 다녀야 될 날씨여요. 탑노스 호텔은 그저 그런 중급 호텔(?)인데 외관만 살짝 돈 들여 치장을 하여 내부 시설보다 외관이 훨씬 번 듯 해보이고 선풍기 방이라도 층에 따라 시설차이가 좀 나요. 일단 방을 보고 결정하세요.
도이뚱에 있는 매파루앙 정원
치앙라이와 매싸이를 잇는 선풍기 완행버스
매싸이의 오래된 숙소 탑노스 호텔
시내에서 볼 거 라곤... 중국제 상품들로 가득한 중화가(일명 차이나타운이라 불리는데 중국인 정취의 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중국 제품을 파는 시장일뿐이네요)와, 헉헉대고 계단을 올라 언덕에 위치해있는 사원(왓 도이 와오) 전망대에서 둘러보는 매싸이와 미얀마 따찌렉의 전경 정도에요.
그런데 시장 물품들이 일반적으로 태국에서 보는 것과는 좀 달라요. 곶감도 있고 이름을 알수 없는 구근식물이랑 딸기도 굉장히 많이 나와 있구요. 표고 버섯과 그 외 말린 제품들도 많이 있네요. 좀 품질은 중저급이긴 하지만 다양한 물품들과 짝퉁 제품 들이 골목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군밤 가게도 아주 줄을 서서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군밤은 가게마다 시세가 약간 다른데 어쨌든 알이 굵직한 게 1kg에 80~100밧 선입니다. 맛이 좋아요. 딸기는 번듯해 보이는 상자에 들어있는 게 1kg에 70밧 정도 하네요. 딸기는 외양은 괜찮아 보이던데 왠지 신맛이 대세일거 같아서 패스~ 그리고 전혀 그 진가를 알 수가 없는 알록달록 유색 보석들도 많이 팔고 있는데요, 이 모든 가게와 상인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짧은 거리를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 쏠쏠합니다.
저녁이면 파혼요틴 거리에 나오는 먹거리들 역시 그 다국적 면모를 과시합니다. 이슬람 사람이 파는 로띠(종류에 따라 6~20밧)와 사모사(1개 2밧), 중국 아주머니가 파는 군만두 (10개 30밧), 간장종지 같은 것에 들어있는 하얗고 노란색의 태국식 푸딩(3개 10밧), 팥죽색의 둥근 밀전병을 숯불에 구워 설탕 뿌려주는 주전부리 (1개 5밧), 두유와 남킹(생강차) 그리고 미니 도넛(각각 5밧) 등등... 이 같은 작은 먹거리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게 굳이 찾자면 찾아지는 매싸이의 매력?입니다. 열대지방인 태국에서 저녁에 잠바 입고 군고구마 먹는 건 참 이색적인 느낌입니다.
파혼요틴 도로를 타고 진행방향 왼쪽에 붙어서 남쪽으로 쭈욱 걸어 내려가다가 병원이 나오는데도 바로 거기서 좌회전해서 골목으로(골목 이름이 ‘므앙 댕Muengdang’) 쏙 들어가면 100m 왼쪽에 만두와 중국식 자장면을 파는 식당이 있어요. 만두에 아주 그냥 부추가 잔뜩 들어있어요. 부추의 신선한 향과 돼지고기의 육즙, 그리고 보들보들한 만두피의 조화~ 음... 맛있네요. 면은 35밧 만두는 10개 30밧 정도입니다. 자장면은 돼지고기 넣고 볶은장을 국수에 얹어 주는데 대만 어묵탕도 함께 줍니다. 당연히 한국식 자장면을 생각하고 드시면 안됩니다 ^^ 저녁 시간에는 영업을 안 하는 군요.
매싸이에서의 일정은 좁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 내에 해보는 일종의 다문화 체험기라고 해야 하나요... 물론 태국은 어느 도시에나 중국계, 이슬람계, 인도계 등등이 섞여서 살고 있는데, 여기는 길지 않은 거리에 그 모든 것들이 오종종하게 붙어 있어서 더 잘 섞여 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저 같은 이방인의 눈에는 이질감 배여 나오지 않고 잘사는구나 싶은 느낌인데 보이지 않는 실상은 또 다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이 근방 산속에서 온 고산족들도 몇몇 보이는데 전통 복장을 하고는 구걸을 하고 있어서 마음이 좀 그렇군요.
매싸이 시내의 중국 사원
군만두 노점 / 두유와 생강차, 그리고 도넛
앞에 있는 것은 옥수수전병 뒤에 굽고 있는 것은 검은쌀 전병
앙증맞은 도기에 들어있는 쌀푸딩
군밤이 태국의 다른 곳보다 월등히 싸다!
태국 음식도 맛깔나다~
대만 식당에서 먹은 물만두
자장면
거리마다 중국산 제품들이 넘쳐난다
차이나타운. 그냥 한 쪽 골목의 상가다
매싸이가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있는 가, 없는 가는 사실 좀 의견이 갈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치앙마이까지 왔다하더라도 편도 4시간 반 정도 걸리는 이 분주한 국경도시에 방문할만한가 하는 건... 글쎄요 각 여행자 성향에 따라서 다를테구요, 단, 태국 최북단의 포인트에 가봤다는 기념을 한다는 면에서는 그 의미가 있지요. 태국인들도 꽤나 바삐 돌아다니면서 기념사진 찍고 그러니까요. 여행 루트가 치앙라이까지 뻗어 있는 여행자라면 이 매싸이까지 한번 와보시면 후회는 안하실 것 같아요. 도이 뚱을 같이 연계해서 보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여행지로서의 가치도 제법 있구요. 어차피 이동 시간도 치앙라이에서 선풍기 완행 버스로도 1시간 반, 에어컨 버스로는 1시간 남짓 밖에 안 걸리니까요.
참, 일정을 잡으실 때 주말은 차표 구하기나 숙소 구하기가 주중보다 힘들 수 있습니다. 왜냐면 예전과 달리 이제는 태국인들도 주말 레져와 유람 활동을 많이 하니까요. 우리나라 상황만큼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무드가 태국에도 있어요. 그러니 이러한 소도시 갈 때는 되도록 주말이 아닌 게 좋아요. 치앙마이 같은 대도시는 숙박의 폭이 넓지만 소도시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주말의 태국인들 유람 풍경을 보고 북적북적한 그들 사이에 섞이는 게 현지 문화 속에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가는 경험이라고 생각 된다면... 뭐 이 역시 각자의 취향입니다.
결과적으로 매싸이에 대한 저의 느낌은 한번 쯤은 방문 할 만하다 였습니다. 하긴 세상의 모든 여행지가 한번쯤은!! 와 볼만 한긴 하죠. 물론 푸껫이나 치앙마이처럼 매년 또는 자주 방문 할 만한 곳은 아니고요, 한 번 쯤은 와서 복작한 국경의 정취를 오롯이 느끼며 군밤과 자장면과 로띠를 같이 먹어보는 재미... 쏠쏠합니다.
국경의 출입국 사무소와 이정표.
예전 타이족의 원거주지까지의 거리가 나와 있다.
치앙뚱(미얀마의 쩽뚱) 165km, 씹썽빤나(중국의 징홍) 38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