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 기대보다 훨씬 아름답고 알찼던 스노클링 투어
피피에서 스노클링 투어해본지가 어언~ 언제적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요 근래 스노클링은 쑤린 군도에서 하거나 꼬 리뻬에서 했었거든요. 하여튼 예전에 제가 했을 때는 긴 꼬리 배를 타고 하는 하루짜리 투어였는데, 그 때의 경로나 전경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급격한 노화 현상 덕분에 뇌세포가 마구 죽는듯....-_-;;
2010년 3월 기준으로 피피에는 보트의 종류에 따라(롱테일 보트/빅 보트/스피트 보트) 그리고 일정에 따라(반일짜리/하루짜리/또는 선셋) 그리고 주관하는 회사에 따라 요금이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저는 롱테일 보트 타고 하기에는 이제 좀 힘도 들고 해서 빅 보트 하루짜리를 신청해서 했어요. 롱테일 보트로 하면 작은 만 깊숙하게까지 쏙~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빅 보트는 배를 타고 다닐 때 좀 더 편안하다는 게 장점이랄 수 있으니까 이건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빅 보트로 하면 배를 타고 이동하는 행로가 롱테일보다는 좀 더 길어요. 대부분의 단체 롱테일 스노클링 투어는 피피 돈 섬의 위쪽 모기섬은 안 가더라구요.
제가 한건 블루 스카이라는 회사에서 주관하는 투어인데요, 오전 10시 반에 출발해서 오후 6시 반쯤에 선셋을 보면서 피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어요. 원래는 600밧짜리 다른 투어를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여행사 아줌마가 루트는 같고 조금 더 싸다면서 다른 것을 추천해줍니다. 스노클링, 섬 전경 둘러보기, 카약 저어보기, 선셋 보기 그리고 스노클링 장비와 점심 샌드위치 포함이 조건이였어요. 이 투어를 500밧에 했어요. 같은 종류의 투어지만 여행사에 따라 50밧 정도 차이가 있더라구요. 그러니 시간 넉넉하고 걷는 거 좋아하시면 여기저기 둘러보시구요, 아니면 그냥 가까운 여행사에서 하셔도 무방할 정도의 금액차이에요. 선전지에는 하얀색 배던데 실제로 탄 배는 갈색의 고전적인 느낌의 목조선이었어요.
올 겨울 시즌에 혹시 스피드 보트로 투어해보신분들은 어땠나요? 속도감 나서 좋을 거 같던데 요금은 1,100~1,400밧 정도로 좀 세긴 하더라구요.
우리가 한 투어의 일정은 대충 다음과 같았습니다.
전날 표를 산 여행사 앞에서 지정한 시간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태국인 선원이 여행자들을 몰고 나타나서 우리도 같이 데리고 갑니다. 피리 부는 아저씨 따라가는 생쥐들 마냥 졸졸~ 따라가게 되어요.
10시반에 똔싸이 선착장에서 빵빵~~기적을 울리며 출항해서 섬을 한 바퀴 빙~돌면서 로달람 쪽으로 가요. 지도를 펴놓고 봤을때 로달람만 왼쪽(북서쪽)에 작은 해변이 있는데 여기가 원숭이 해변(몽키 비치)이거든요. 이곳에 배를 세워 놓으면 여행자들은 스노클링으로 헤엄을 쳐서 해안으로 가서 원숭이 가족들이랑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긴 꼬리 배는 해안에 직접 갖다댈 수 있어요.
여기는 스노클링으로 볼만한 게 그다지 없더라구요. 하지만 해변이 이쁘고 이름처럼 원숭이 가족 보는게 큰 재미랄까요.
원숭이 해변
큰 배로 가는 투어는 스노클링을 해서 직접 해변까지 갔다와야 한다
원숭이랑 놀더라도 너무 희롱하지는 마세요~
로달람만 근처의 또 다른 작은 해변
그 다음 행로는 피피 돈 섬의 북쪽에 모기 섬(꼬 융)이랑 대나무 섬(꼬 파이)이였어요. 일단 모기 섬으로 가서 스노클링을 한 30분 하는데요. 어라~ 바다 속이 시기마다 참 변화무쌍하니까 딱 단정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이 때 본 피피의 바다 속은 기대 이상으로 이쁘고 물이 맑더라구요. 요왕도 생각했던 것보다 바다가 훨씬 이쁘다고 하더군요. 피피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그 동안 바다 속이 많이 상했을거라고 지레 짐작했는데, 제 짐작과는 꽤나~ 거리가 먼 이쁜 전경이었습니다. 짐작한 것 이상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내 기대가 너무 낮았나...?) 하여튼 좀 더 했으면 좋으련만 30분 만에 아쉽게 다시 배에 올라 다음 목적지인 대나무 섬으로 갑니다. 그리고 이때 샌드위치를 줘요. 점심으로 조금 빈약하니까 각자 쿠키 같은 먹거리 가져가시면 좋아요.
복어
성게
말미잘과 아네모네 피시
해초인가 산호인가?
모기섬 스노클링 포인트
대나무 섬 바닷 속은 별 볼일 없이 그저 그랬는데요, 해변의 모래사장이 하얗고 키 큰 나무가 성성하게 자라 있어서 그늘에서 편하게 쉬고 바다에서 수영하기 좋더라구요. 조그만 구멍가게도 있는데 아이스티 한 캔에 무려 50밧을 받더라는...-_-;; 그동안 여행한 기억을 헤집어 보니 제일 비싸게 사먹은 아이스티였어요. 기억에 길이길이 남을 듯... 대나무섬에서 해수욕을 즐기다가 정박되어 있는 배로 다시 헤엄쳐 가면 배는 뱃머리를 샤크 포인트로 돌리게 됩니다.
많은 일일투어객들이 몰리는 대나무섬
샤크 포인트라면서 롱비치 앞에 바위가 약간 삐죽삐죽하게 솟아있는 곳에 데려다 줬는데요. 포인트의 이름과 달리 상어는 보이지 않았어요. 하긴 여기 뿐만 아니라 다른 섬에서도 샤크 포인트라고 해서 상어를 본적이 거의 없긴 했네요. 근데 정말로 샤크가 나타나 버리면 오히려 기겁해서 심장이 정지할듯...
이 포인트는 이날 조류가 너무 거세서 구명조끼를 껴입었는데도 적잖게 겁이 났습니다. 바다 속을 봤더니만 작은 물고기들이 거센 물살에 저절로 자동 후진을 하면서 후룩후룩 밀려나가더라구요. 그거 보니까 조금 웃겼음.
저도 오리발을 열심히 움직였는데 어랏~ 앞으로 몸이 제대로 나가질 않아서 약간 겁이 나더라구요. 게다가 높이가 있는 파도가 제쪽으로 우우~ 하고 오니까 꼭 캐러비안 베이 파도풀에 와있는거 같은 느낌이 났답니다. ^^ 하지만 이 포인트에서 이런 상황이 늘 있는 건 아닐거에요.
샤크 포인트
보트는 다시 여행자들을 거센 바다에서 건져 올려서 피피 레로 향하게 됩니다. 이때 서서히 섬을 일주하면서 그 유명한~바이킹 동굴도 보게 되구요(내리진 않고 입구만), 피피 레의 동쪽 해변인 ‘삐레 만(아오 삐레)’에서 다시 스노클링을 해요. 이쯤 되면 시계는 거의 4시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이곳의 바닷 속 전경은 선장의 말에 의하면 모기섬보다 더 아름답다고 하던데 제가 보기에는 다 비슷하게 좋은 거 같아요.
이제 이 투어의 마지막 포인트인 ‘마야 만(아오 마야)’으로 가게되요. 긴꼬리 배나 스피드 보트는 마야 해변의 모래사장에 곧바로 가게 되구요, 우리 같이 큰 배는 멀찍이 떨어져 있어요. 그러니 해변에 발을 디디려면 부지런히 스노클링을 해서 가든지 아니면 배에 있는 카약을 저어서 가든지 해야되요.
참~ 이 투어는 승선한 인원에 비해서 카약의 수가 형편없이 모자랐답니다. 그래서 눈치 보면서 재빨리 줄서야 그나마 탈 수 있어요. 카약을 2번 정도 띄우거든요. 대나무 섬이랑 마야 만 이렇게 두 군데 였어요. 이러다보니 카약은 만져보지도 못한 사람들도 많았구요. 저도 잠깐 타봤는데 뒤에서 기다릴 사람들 생각해서 빨리 돌려주게 되더라구요.
근데 우리 배의 진상 커플 2쌍~ 투어 하는 동안 왔다 갔다 부잡스럽게 하고 선원들한테 꼬치꼬치 질문하더니 이 몇 대 없는 카약도 첫 번째 포인트에서 자기들이 막 전세내서 타고 다니더라구요. 그래서 마야 만에서는 선장이 주의를 줬어요. 마야 만의 해변에 도착하거든 섬에서 오래 지체하지 말고 카약 타고 빨리 되돌아오라구요. 기다리는 사람들 많다구요. 알겠다고 고개를 주억주억 거리면서 카약 한 대에 4명이나 붙어서 나가더니...
결국은 이 4명 때문에 결국 배의 출발 시간이 30분 정도나 지체되었어요. 빨리 오라고 배가 기적을 울리기 시작하니까 그제서야 해변에서 어기적거리면서 카약을 저어 배로 오더니만 그것마저도 오는 중간에 뒤집혀져 버린거에요. 4명이 물에 다 빠지고 소리 치고 카약은 물 먹어서 점점 가라 앉을려고 하고... 그래서 선원들이 구조하러 갔다니까요. 그래도 배에 오를 때 여자들은 쏘리 쏘리~ 하던데 남자들은 입만 꾹~ 다물고... 밉상!! 정말~ 하여튼 이런 것도 다 추억의 한때가 되는거겠지요.
마야만으로 가는 길, 피피레 섬 남쪽 풍경
마야만 입구
마야만 안에서의 카약킹
열심히 놀다보면 해는 어느덧 뉘엇뉘엇 서쪽 하늘로...
배 위에서 보는 석양 아름다웠구요. 왠지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석양은 말로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묘한 감흥이 있었습니다. 하여튼 그 커플들 때문에 지체가 되느라 배가 항구로 돌아올때는 아주 깜깜해졌어요. 선착장에 발을 디디니 저녁 7시가 되어있네요.
피피의 이곳저곳을 빠짐없이 다 둘러보고, 스노클링 포인트에서 보는 바다 속 전경도 기대보다는 좋았습니다. 투어 시간도 비교적 길어서 하루가 정말 알찼답니다. 속된말로 본전 생각 안 났다고 해야되나요. 그런데 투어시간이 길다는 건 사람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피곤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피피섬의 모양이 정말 이쁘잖아요. 절벽을 정으로 톡톡 깍아지른듯한 멋진 암벽을 배를 타고 빙~ 둘러가면서 보는 것도 정말 마음과 기억에 남는 그림이었답니다. 이 투어가 다른 스노클링 투어에 비해 특별히 좋다는 건 아니구요. 큰 배로 가는 다른 회사 투어는 안 해봤으니 더 좋은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요금 대비해서 꽤나 알찬 하루였던건 사실이에요. 피피에서 하는 투어는 다 프로그램이나 행로가 그다지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았어요. 그러니 투어를 예약하기 전에 루트와 시간 그리고 성격을 적당하게 체크해보시고 하면 누구나 다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우리는 낚시를 하고 싶었는데 여기는 이상하게도 1인당 요금이 아니라 배 한 대를 전세 내는 시스템이더라구요. 둘이서 그 요금을 다 감당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돼서 못했는데 아쉽네요. 꼬 따오에서도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낚시 그룹 투어를 하는데 왜 사람이 훨씬 많은 피피에서는 안할까 몰라요??
여러분의 피피 스노클링 투어는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