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보자~ 꼬 싸멧 해안 산책길 (핫 싸이깨우에서 아오 티안까지)
꼬 싸멧은 방콕에서 육로로 3시간 반 정도 이동한 다음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느라 얼마간 지체한 후에, 통통배를 타고 30분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섬입니다. 이렇게 방콕에서 비교적 가깝다 보니 그야말로 여행자들로 인산인해인데요, 태국 남부의 다른 섬들과는 달리 외국인 여행자뿐만 아니라 방콕에서 가까운 바다이다 보니 태국 현지인들의 휴양지로도 인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방콕, 팟타야. 꼬 창에서 오는 외국인 여행자들도 많구요. 3월이면 성수기의 기운이 대강 한풀 꺾이는 때인데도 불구하고, 여기는 그런 모양새가 아닙니다. 이유 중 하나가 태국 학교의 방학이 3~5월(제일 더운 혹서기)이라는데요, 그러다보니 방콕에서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많이 놀러오고 게다가 주말에는 더 붐빕니다. 저희는 다행히 주중에 머물러서 그나마 좀 나았던 듯 해요.
이렇다 보니 육지에서 멀지 않은 섬인데도 불구하고 물가는 꽤나 센 편이에요. 예산 짜실 때 꼬 싸멧이 재정적으로 만만치 않은 섬이란 걸 감안하셔야 될 거 같아요. 저희는 팟타야에서 꼬 싸멧으로 갔는데요, 그 구간 이동에 주의해야 될 사항을 교통정보 게시판에 살짝 끄적거렸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시다시피 이 섬의 모양이 뭐랄까, 머리가 아주 통통하게 살찐 못 마냥 길쭉하게 생겨서 아주 작은 면적의 섬인데도 불구하고 해변의 수도 많고 면적 대비 해변의 총 길이도 꽤 되는 편이에요.
저희는 이번에 핫 싸이깨우 국립공원 사무소(여기서 입장료를 거두게 되요)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묵었는데요, 핫 싸이깨우에서 아오 힌콕 -아오 파이를 거쳐, 아오 탑팀-아오 초-아오 누안-아오 웡드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오 티안까지 해안길을 따라 걸어갔다 왔어요.
거리로 치면 대강 3km 정도가 살짝 넘을 것 같아요. 이 정도 거리면 평지에서라면 한 시간 안에 주파 할 수 있는 만만한 거리지만 모래사장을 걸어야하고 또 중간에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하면 적어도 1시간 반 이상은 걸리더라구요.
국립공원 사무소를 통과해 작은 점포들이 모여 있는 짧은 골목을 지나면 핫 싸이깨우가 나오는데요, 여기는 뽀드득 소리가 나는 하얗고 고운 모래로 쌓여 있는 싸멧의 대표선수격의 해변이에요. 물빛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여기는 해변에 사람들도 많고 해산물 식당도 저녁이면 호황을 이루고 태국인 가족 여행자들도 많이 보이네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핫 싸이깨우'
계속 남쪽으로 가다보면 약간 기괴한 인어와 왕자 상이 나오는데요(태국 전설 속에 등장), 인어상이 너무 안 이뻐요 ^^;;
인어상이 보면 좀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어야 되는데, 얼굴이 좀 남상이라는......-_-;; 하여튼 여기 넘어서부터는 아오 힌콕입니다. 아오 힌콕은 오래 전부터 배낭여행자들이 주로 묵는 해변인데 핫 싸이깨우와는 달리 해변을 따라 시설이 거의 없어 좀 더 깨끗하고 사람들로 덜 붐빕니다.
아오 힌콕을 지나 좀 더 내려가서 바위로 된 부분을 살짝 넘어가면 아오 파이라는 작은 해변이 나오는데, 이쪽에도 많은 식당들이 있네요. 핫 싸이깨우부터 아오 파이까지 3개의 해변은 거의 한 구역으로 쳐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해요.
핫 싸이깨우와 아오 힌콕 사이에 있는 인어상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아오 힌콕'
아오 파이
남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곶으로 막혀 있어 - 어~ 이렇게 해안으로 계속 갈수가 있을까? - 싶기도 한데요,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충분히 걸음을 이어갈 수 있는 오솔길이 나 있고 가끔 리조트로 막혀있는 곳이라도 남쪽 방향으로 잘 살펴보면 - next beach this way - 라는 작은 푯말을 보게 됩니다. 그러니 울퉁불퉁 먼지 날리는 도로로 나가지 말고 계속 해안길을 따라서 걸어가셔도 되요. 저는 일명 쓰레빠로 불리는 슬리퍼 신고도 그냥 저냥 가긴 했는데, 중간에 바위도 넘고 약간 산길도 나오니 아무래도 신은 편한 것을 신는 게 안전 하실거에요.
아오 탑팀(석류)은 아오 풋싸(대추)라고도 불린다는데, 여기까지 오면 해변의 사람들은 많이~ 줄어들어 있더라구요. 탑팀 방갈로와 풋사 방갈로 두 개의 숙소가 있습니다.
아오 탑팀(아오 풋싸)
오솔길을 따라 넘어가면 약간 바위가 있는 부분이 나오고 거길 내려가면 정말 정말 작은 해변 아오 누안이 나오는데요. 여기는 인적도 드물더라구요. 숙소도 아주 간단한 형태의 방갈로 스타일인데 한 군데 밖에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가요... 왠 방갈로에서 서양 아저씨가 올 누드로 어기적거리면서 나옵니다. 어이쿠~~ 경치 보면서 기분 좋게 오다가, 화들짝 놀래가지고 괜히 제가 당황스럽더라구요. 쩝~~
한적하고 아담한 아오 누안. 남쪽 언덕에서 바라본 모습
아오 누안을 지나면, 아오 티안까지 가는 중 가장 험한 구간이 나옵니다. 바위를 올라서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이쁜 해변 아오 초가 나옵니다. 아오 초는 왠지 외로워(?) 보이는 선착장이 바다로 길게 나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수 있는 해변입니다. 이 선착장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 찍기에 좋아요. 근데 여기를 들고 나는 배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여튼 아주 예전에는 이 선착장(?)이 나무로 얼기설기 만들어져 꽤 운치 있게 보였다는데, 지금은 조금 견고하게 만들어 놨더라구요.
아오 누안에서 아오 초로 이어지는 숲길
'꽃송이 해변'이란 뜻의 '아오 초'
아오 초를 지나면 리조트가 가로 막고 있는데 리조트 앞 길을 따라 왼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다음 해변으로 가는 샛길이 나옵니다. 곧 아오 웡드안이 나오네요. 반페와 이곳을 잇는 배가 정기적으로 운항하기도 하고 해양 스포츠도 꽤 활발하며, 또 팟타야에서 들어오는 꼬 싸멧 일일투어 중 이 해변으로 들어오기도 해서 분위기가 좀 활기차기도 하고 반면에 어수선하기도 해요. 해변 모양이 아주 밥그릇 모양으로, 육지쪽으로 동그랗게 움푹 들어와 있는 해변입니다. 그리고 투어객 들이 내리다 보니까 좀 시끄러워요. 왱왱~ 하는 뱃소리도 많이 들리는 편이구요.
다음 해변을 알려주는 표지판(아오 초->아오 웡드안)
웡드안 해변 풍경
웡드안 빌라의 예쁜 숙소
웡드안 해변 쪽 끝에서 포장 안 된 언덕길을 넘으면 아오 티안(촛불 해변)이 나옵니다. 바로 옆 해변의 북적임과는 대조적으로 다시 인적이 한산한 모양새를 보입니다. 해변이 좁고 중간중간 바위가 있는 해변입니다.
아오 티안
예전 십년 전쯤에 꼬 싸멧에 왔을때 산길을 따라 더 남쪽에 있는 아오 와이까지 갔던 적이 있는데 거의 정글을 헤치고 길을 개척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흐릿하게 나네요. 사실 기억도 거의 희미할 뿐이에요.
이제는 몸도 마음도 안 따라 줍니다. 아이고~ 삭신이야!
암튼 꼬 싸멧은 해변이 계속 연결이 되다보니(해안 사이사이에 바위 둔덕이 존재하긴 하지만요) 금방 다음 해변이 나오게 되더라구요. 이런 덕에 이 해변길이 지루하거나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이날은 오전에 비가 세차게 오고, 구름이 옅게 깔려 있어서 걷는 도중에 시원하기까지 했는데 해가 쨍쨍할때는 상당히 덥고 힘들겠죠.
우리뿐만 아니라 몇몇 서양인 여행자들도 이 길을 계속 넘나들고 있습니다. 근데 중간에 가끔은 인적이 없는 구간도 있으니까, 여성분 혼자서는 하지 마시길 바래요. 꼬 싸멧은 여성끼리만 온 여행자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후기가 좀 있는 섬이더라구요. 하긴 이건 세상 어디를 가든 늘 조심해야 되는 사항이긴 하지만요. 뭐니뭐니 해도 안전이 최고입니다.
제가 이렇게 노파심에 강조하다보니까, 쫌 어스름한 분위기가 연상되실지 모르겠는데 그렇지는 않답니다. 그냥 노파심에요...
이 길을 걷는 동안 해변 마다 식당이 있어서 간단히 식사나 음료수를 먹을수도 있구요, 특히 웡드안에는 편의점도 있고 국수집도 있습니다. 돌아올때 다리가 저리다면, 썽태우가 다니는 섬 안쪽 길로 나가서 썽태우를 기다려서 타고 와도 되는데... 저희는 핫 싸이깨우로 돌아올때도, 해변을 따라 다시 거슬러올라왔습니다.
각각의 해변이 가진 특징(그래봤자 뭐 해변이 기본적으로 방갈로 있고 모래 있고 파도치고 그런거지만...)을 조금씩 음미하면서 해안 트레킹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길은 그다지 험할 건 없었어요. 전 치마 입고 슬리퍼 신고 걸어 다녔으니까요. 이 해안길을 걷는 동안 햇빛에 얼굴이 빨갛게 타오르지 않으려면 챙이 넓은 모자를 필히 챙겨야 될 듯, 또한 자외선 차단제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