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따루따오 - 꼬 리뻬의 덩치 큰 형제섬
사실 이 따루따오를 꼬 리뻬와 형제처럼 묶는 건 어떻게 보면 좀 무리가 있긴 합니다. 명실상부(?)한 국립공원인데다가, 관리도 꽤나 체계적으로 되고 있구요, 거리상으로도 스피드 보트 기준으로 약 리뻬 섬과는 한 시간 정도나 떨어져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냥 그렇게 적어봤어요. ^^ 왜냐면... 빡빠라 항구를 떠나 꼬 리뻬로 향하는 대부분의 배들(스피트보트든 속도가 느린 익스프레스보트든...)은 따루따오를 들렀다가 리뻬로 향하고, 육지로 나올 때도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꼬 리뻬를 들고 날 때 이 따루따오 섬을 의식 안할 수가 없습니다.
운하 입구의 선착장
이 섬에는 들고 나는 여행자들의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태국의 연휴나 방학기간 동안에는 숙소를 구하기가 조금 어려운 분위기라고도 합니다만요... 하여튼 리뻬섬으로 가는 길목에 떡하니 있는 이 넓은 면적의 섬은, 예전(1900년대 초)에는 정치범들의 수용소로도 쓰였었고 몇 년 전에는 미국의 인기 TV 리얼리티 시리즈인 <서바이벌>의 로케이션도 여기서 했었다고 하네요. 요즘도 서바이벌 시리즈 하나요?
여기 지리적 위치를 보면 정치범 수용소로 쓰기에 딱 적당했겠구나 싶기도 해요. 태국의 서쪽 바다(안다만 해) 제일 말단에 위치해 있어서 방콕에서 아주아주 멀거든요. 수도에서 가장 먼 곳에 그것도 섬에 격리해 놓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는 사례인거 같아요.
가는 방법은 방콕 기준으로 꼬 리뻬 가는 거랑 동일합니다. 리뻬 가기 전에 폴짝 뛰어내리면 되구요.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입장료가 200(외국인 성인)밧인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무슨 조화인지 100밧만 받더라구요. 학생요금으로 그냥 적용해준건지, 아니면 무슨 기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같은 해양 국립공원인 쑤린이나 씨밀란과는 달리 이곳은 숙소가 꽤나 다양합니다. 텐트(약 250밧), 4명이 한꺼번에 묵을 수 있는 롱하우스(약 500밧), 트윈룸 개념의 널찍한 목조 방갈로(600밧), 그리고 다음 성수기 때 본격 개장을 앞둔 에어컨 방갈로(예상요금 1,000밧 정도)까지예요.
비록 A4 용지에 소박하게 손으로 그려 넣은 것이지만 공원 사무소에서 무료로 지도도 한 장 주구요, 부속 식당의 음식 맛이나 종류의 다양함도 아주 괜찮은 편이랍니다. 단품식사류인 볶음밥, 볶음요리 덮밥, 볶음 국수 등은 약 60밧 정도구요, 그 외 음료수는 육지의 세븐일레븐에 비해서 한 20% 정도 비싼 수준입니다.
큰 섬인만큼 해변도 꽤 많이 있긴한데, 해변간의 이동이 참 애매합니다. 다른 섬들처럼 사설 뚝뚝이가 다닌다거나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커다란 트럭 썽테우를 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데, 여기 한 명이 타나 열 댓 명이 타나 요금은 동일하구요, 자전거도 대여해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서양인들도 몇몇 보입니다.
이 섬에 처음 도착해서, 우리는 오랜만에 야외 활동의 분위기를 느껴 보겠느라고 가열찬 의욕을 가지고 텐트를 빌렸는데요. 아이고!! 바닥에는 모래가 버석버석 밟히지 화장실 한번 갈려면 한 80미터 남짓을 걸어 나가야 되지 그것도 낮에는 그런다 치고 밤에는(?)....... 해서 텐트에서 한 세 시간 정도 모래알이랑 같이 밍기적거리면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목조 방갈로(600밧)으로 후다닥~ 옮겼습니다. 체크아웃 할때는 방갈로 값만 내고 옮기는데 추가 비용 없었습니다. 방갈로는 전기가 제한적으로 공급되어서 그렇지 아주 깨끗하고 수압도 무지 세더라구요.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볼수 있는 2~3인용 텐트
롱하우스의 방
다음 성수기에 오픈할 해변의 에어컨 방갈로
식당의 음식도 먹을 만하다
배나 차를 빌려 다른 해변으로 놀러가는 것 외에 섬에서 특별히 할 것이라곤 카약을 빌려서 탐 쩌라케(악어 동굴) 가보는 거랑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카약은 맨 처음 한 시간 빌리는데 200밧, 그 후 1시간에 100밧씩 추가 되는데요, 사실 대부분 근육 없는 가느다란 팔을 가진 도시인들에게 이 한 시간도 충분하더라구요. 나중에는 노 젓기가 얼마나 싫은지.....-_-;;
다소 무시무시한 이름의 악어동굴에는 물론 지금은 악어가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원래 동굴 안으로 카약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동굴 안을 개방하지 않아 그냥 카약타고 악어 동굴 방향의 수로 안쪽으로 들어가 사진만 몇 장 찍었습니다. 맹그로브 숲이 잔뜩 있더군요.
공원 관리 사무소 기준으로 걸어서 한 20분 정도 땀을 뻘뻘 흘리고 전망대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탁~ 트인 전경이 쫙~ 펼쳐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땐 바람이 하나도 안 불어 무척 덥더라고요. 그냥 깨꾸닥하고 누워 쉬다가 내려왔습니다.
전망대 가는 길의 석회암 지형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판떼말라까 해변과 국립공원 관리단지
카약을 타고 좁고 깊은 만 안쪽을 구경할 수 있다
긴꼬리 배를 빌려 섬 이곳 저곳을 가볼 수도 있다
다른 해변으로 가는 트럭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우리가 갔던 시기에는 월요일이어서 태국인 여행자들도 거의 없었답니다. 스노클링 투어도 개인이 개별적으로 배를 빌려서 해야하는 정도입니다. 체계적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은 없었어요. 이러한 경우 고비용이 들긴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행로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사람들로 전혀 붐비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겠네요.
우리는 리뻬에서 이미 따루따오에서 육지로 나가는 배와 핫야이 공항으로 가는 조인트 티켓을 날짜를 못 박아 미리 예매해버려서 이 섬에서 1박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긴꼬리 배를 빌려 선착장(섬의 북서쪽) 반대편(섬의 북동쪽) 으로 가서 스노클링을 해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다른 서양인 언니가 자기 친구한테 이야기 하는걸 살짝 엿들었는데 그 르씨 해변 부근에서 그 거북이를 봤는데 정말 ‘원더풀’ 하다고 하더군요. 참! 이 아오 르씨에서 바로 서바이벌 로케이션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원래 서양 사람들이 원더풀~ 나이스~ 이런 표현을 잘 써서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착장에 접해있는 아오 판떼 말라까(판떼 말라까 해변)는 섬에서 가장 큰 해변입니다. 관리사무도 본사무소가 있고 숙소도 가장 많습니다. 해변의 상태는 그럭저럭 뭐 봐줄만한 편입니다. 막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수정 같은 물이 아닌데 그도 그럴 것이 배가 계속 드나들기도 하고 옆에는 섬 안쪽으로 이어지는 하구도 있고해서요. 그런데 지금까지 태국에서 다녀 본 해변 중에서 해변의 폭(해변의 길이가 아니라...)이 가장 넓은 게 인상적이더군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스름한 해변에 인적은 거의 없고 이 와중에 젊은 서양인 두쌍이 옷을 입은 채 바다로 풍덩~ 하더라구요. 역시 젊은게 좋은게지요. 헐헐...
판떼말라까의 노을
우리가 머무른 꼬 따루따오에서의 짧은 여정 중, 꽤나 인상적인 느낌은 바로 그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우리가 머물고 있는 판떼말라까 해변에서 남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아오 몰래(몰래 해변)까지 왕복해서 갔다 오는 길이었는데요, 4km면 성인 도보 기준 편도 약 한 시간 남짓이 걸려요. 몰래 해변까지 가는 한 시간 동안 잘 정돈 된 상쾌한 가로수 길과 원숭이가 끽끽되는 길, 그리고 한 고비 헉헉대게 하는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길은 깨끗하게 다 포장되어 있어서 위험하거나 한건 전혀 없어요. 그리고 군데군데 위치 표시가 있으니까 딱히 헷갈리거나 하지도 않구요. 공기가 맑은 건 말할 것도 없구요. 그야말로 폐가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우린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 그나마 좀 선선했지, 낮 시간에는 기온 때문에 왕복 두 시간이 상당히 힘들것 같겠더라고요.
섬 남쪽 해변 가는 길
야생동물이 멱을 감았을 듯한 웅덩이
드디어 도착한 몰래 해변은, 우리가 묵고 있는 원목 방갈로보다 훨씬 디자인이 좋은 방갈로가 나란히 늘어서 있고 규모는 작지만 식당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닷빛이랑 모래사장은 약간 침침하달수도 있는 색이었지만, 안쪽으로 약간 호를 그리며 들어온 해변은 아주 묘한 원시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어요. 전반적인 상태는 배가 드나는는 말라카 해변보다는 좀 더 좋답니다.
이때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해변에 머무르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백인들과 착해보이는(?) 여행자들 이었답니다. 태국의 여느 해변에서 종종 보게 되는 문신 자국 요란한 백인들도 전혀 없구요.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관리되는 숙소와 식당이외에는 업소랄게 없으니 소음도 쓰레기도 없습니다. 그리고 해변에는 이미 여러 날 텐트생활을 했는지 옹색한 가재도구를 벌여놓고 있는 텐트족들도 있구요. 어떤 텐트에는 숲에서 직접 야자를 따다 먹었는지 빈 야자 껍데기가 텐트 주변에 수북하게 있는 곳도 있구요...
이 해변의 느낌이 어떤곳이냐면..... 마치 인도의 오로빌 같은, 뜻한바 있어 속세를 등지고 이곳에 자리 잡은 공동체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집이랑 식사는 번듯하니 편안한 곳에서 할 수 있어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멀린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설은 갖추어진 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아마도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태국을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그동안 보았던 가장 독특한 분위기의 여행자 마을 중 하나였습니다.
야자 숲과 방갈로
이곳을 둘러보고 다시 한 시간 동안 부지런히 걸어가서 숙소로 돌아간 후 짐을 챙긴 다음, 전날 우리를 떨궈 준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나가 있으면 스피트보트는 달려와 사람들을 내려놓고 우리는 집어올린 후 빡빠라 항구로 고고~ 합니다. 육지와는 그닥 멀지 않아 스피트보트 기준으로 약 30분도 안되어서 육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방콕에서 머나먼 길을 거쳐 빡빠라 항구까지 온다 해도 대부분의 여행자는 꼬 리뻬만 둘러보고, 이 덩치 크고 약간은 무뎌 보이는 섬은 그저 패스해버릴거에요. 특별한 매력이나 액티비티는 없지만, 순수함, 인적 없음, 고즈넉함을 선사해줄 수 있는 해변의 희소가치를 생각해보면 그냥 패스하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좀 아까운 구석이 있습니다. 이 섬은 마치, 영민하고 처세술 좋은 동생(꼬 리뻬) 옆에 있는, 말 없고 우직한 형님(꼬 따루따오) 같은 느낌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판떼 말라까 해변 북쪽 운하 입구
운하 입구의 선착장
이 섬에는 들고 나는 여행자들의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태국의 연휴나 방학기간 동안에는 숙소를 구하기가 조금 어려운 분위기라고도 합니다만요... 하여튼 리뻬섬으로 가는 길목에 떡하니 있는 이 넓은 면적의 섬은, 예전(1900년대 초)에는 정치범들의 수용소로도 쓰였었고 몇 년 전에는 미국의 인기 TV 리얼리티 시리즈인 <서바이벌>의 로케이션도 여기서 했었다고 하네요. 요즘도 서바이벌 시리즈 하나요?
여기 지리적 위치를 보면 정치범 수용소로 쓰기에 딱 적당했겠구나 싶기도 해요. 태국의 서쪽 바다(안다만 해) 제일 말단에 위치해 있어서 방콕에서 아주아주 멀거든요. 수도에서 가장 먼 곳에 그것도 섬에 격리해 놓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는 사례인거 같아요.
가는 방법은 방콕 기준으로 꼬 리뻬 가는 거랑 동일합니다. 리뻬 가기 전에 폴짝 뛰어내리면 되구요.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입장료가 200(외국인 성인)밧인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무슨 조화인지 100밧만 받더라구요. 학생요금으로 그냥 적용해준건지, 아니면 무슨 기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같은 해양 국립공원인 쑤린이나 씨밀란과는 달리 이곳은 숙소가 꽤나 다양합니다. 텐트(약 250밧), 4명이 한꺼번에 묵을 수 있는 롱하우스(약 500밧), 트윈룸 개념의 널찍한 목조 방갈로(600밧), 그리고 다음 성수기 때 본격 개장을 앞둔 에어컨 방갈로(예상요금 1,000밧 정도)까지예요.
비록 A4 용지에 소박하게 손으로 그려 넣은 것이지만 공원 사무소에서 무료로 지도도 한 장 주구요, 부속 식당의 음식 맛이나 종류의 다양함도 아주 괜찮은 편이랍니다. 단품식사류인 볶음밥, 볶음요리 덮밥, 볶음 국수 등은 약 60밧 정도구요, 그 외 음료수는 육지의 세븐일레븐에 비해서 한 20% 정도 비싼 수준입니다.
큰 섬인만큼 해변도 꽤 많이 있긴한데, 해변간의 이동이 참 애매합니다. 다른 섬들처럼 사설 뚝뚝이가 다닌다거나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커다란 트럭 썽테우를 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데, 여기 한 명이 타나 열 댓 명이 타나 요금은 동일하구요, 자전거도 대여해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서양인들도 몇몇 보입니다.
이 섬에 처음 도착해서, 우리는 오랜만에 야외 활동의 분위기를 느껴 보겠느라고 가열찬 의욕을 가지고 텐트를 빌렸는데요. 아이고!! 바닥에는 모래가 버석버석 밟히지 화장실 한번 갈려면 한 80미터 남짓을 걸어 나가야 되지 그것도 낮에는 그런다 치고 밤에는(?)....... 해서 텐트에서 한 세 시간 정도 모래알이랑 같이 밍기적거리면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목조 방갈로(600밧)으로 후다닥~ 옮겼습니다. 체크아웃 할때는 방갈로 값만 내고 옮기는데 추가 비용 없었습니다. 방갈로는 전기가 제한적으로 공급되어서 그렇지 아주 깨끗하고 수압도 무지 세더라구요.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볼수 있는 2~3인용 텐트
롱하우스의 방
욕실도 깨끗하다
다음 성수기에 오픈할 해변의 에어컨 방갈로
식당의 음식도 먹을 만하다
양도 많고 맛도 좋았던 소고기 볶음밥
하지만 아침 세트 메뉴는 맛없다
식당의 저녁 풍경
배나 차를 빌려 다른 해변으로 놀러가는 것 외에 섬에서 특별히 할 것이라곤 카약을 빌려서 탐 쩌라케(악어 동굴) 가보는 거랑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카약은 맨 처음 한 시간 빌리는데 200밧, 그 후 1시간에 100밧씩 추가 되는데요, 사실 대부분 근육 없는 가느다란 팔을 가진 도시인들에게 이 한 시간도 충분하더라구요. 나중에는 노 젓기가 얼마나 싫은지.....-_-;;
다소 무시무시한 이름의 악어동굴에는 물론 지금은 악어가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원래 동굴 안으로 카약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동굴 안을 개방하지 않아 그냥 카약타고 악어 동굴 방향의 수로 안쪽으로 들어가 사진만 몇 장 찍었습니다. 맹그로브 숲이 잔뜩 있더군요.
공원 관리 사무소 기준으로 걸어서 한 20분 정도 땀을 뻘뻘 흘리고 전망대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탁~ 트인 전경이 쫙~ 펼쳐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땐 바람이 하나도 안 불어 무척 덥더라고요. 그냥 깨꾸닥하고 누워 쉬다가 내려왔습니다.
전망대 가는 길의 석회암 지형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판떼말라까 해변과 국립공원 관리단지
카약을 타고 좁고 깊은 만 안쪽을 구경할 수 있다
긴꼬리 배를 빌려 섬 이곳 저곳을 가볼 수도 있다
다른 해변으로 가는 트럭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우리가 갔던 시기에는 월요일이어서 태국인 여행자들도 거의 없었답니다. 스노클링 투어도 개인이 개별적으로 배를 빌려서 해야하는 정도입니다. 체계적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은 없었어요. 이러한 경우 고비용이 들긴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행로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사람들로 전혀 붐비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겠네요.
우리는 리뻬에서 이미 따루따오에서 육지로 나가는 배와 핫야이 공항으로 가는 조인트 티켓을 날짜를 못 박아 미리 예매해버려서 이 섬에서 1박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긴꼬리 배를 빌려 선착장(섬의 북서쪽) 반대편(섬의 북동쪽) 으로 가서 스노클링을 해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다른 서양인 언니가 자기 친구한테 이야기 하는걸 살짝 엿들었는데 그 르씨 해변 부근에서 그 거북이를 봤는데 정말 ‘원더풀’ 하다고 하더군요. 참! 이 아오 르씨에서 바로 서바이벌 로케이션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원래 서양 사람들이 원더풀~ 나이스~ 이런 표현을 잘 써서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착장에 접해있는 아오 판떼 말라까(판떼 말라까 해변)는 섬에서 가장 큰 해변입니다. 관리사무도 본사무소가 있고 숙소도 가장 많습니다. 해변의 상태는 그럭저럭 뭐 봐줄만한 편입니다. 막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수정 같은 물이 아닌데 그도 그럴 것이 배가 계속 드나들기도 하고 옆에는 섬 안쪽으로 이어지는 하구도 있고해서요. 그런데 지금까지 태국에서 다녀 본 해변 중에서 해변의 폭(해변의 길이가 아니라...)이 가장 넓은 게 인상적이더군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스름한 해변에 인적은 거의 없고 이 와중에 젊은 서양인 두쌍이 옷을 입은 채 바다로 풍덩~ 하더라구요. 역시 젊은게 좋은게지요. 헐헐...
판떼말라까의 노을
바다를 향해 걸어나가는 젊은 커플들
우리가 머무른 꼬 따루따오에서의 짧은 여정 중, 꽤나 인상적인 느낌은 바로 그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우리가 머물고 있는 판떼말라까 해변에서 남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아오 몰래(몰래 해변)까지 왕복해서 갔다 오는 길이었는데요, 4km면 성인 도보 기준 편도 약 한 시간 남짓이 걸려요. 몰래 해변까지 가는 한 시간 동안 잘 정돈 된 상쾌한 가로수 길과 원숭이가 끽끽되는 길, 그리고 한 고비 헉헉대게 하는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길은 깨끗하게 다 포장되어 있어서 위험하거나 한건 전혀 없어요. 그리고 군데군데 위치 표시가 있으니까 딱히 헷갈리거나 하지도 않구요. 공기가 맑은 건 말할 것도 없구요. 그야말로 폐가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우린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 그나마 좀 선선했지, 낮 시간에는 기온 때문에 왕복 두 시간이 상당히 힘들것 같겠더라고요.
섬 남쪽 해변 가는 길
야생동물이 멱을 감았을 듯한 웅덩이
섬 내륙은 원시림이 펼쳐져 있다
드디어 도착한 몰래 해변은, 우리가 묵고 있는 원목 방갈로보다 훨씬 디자인이 좋은 방갈로가 나란히 늘어서 있고 규모는 작지만 식당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닷빛이랑 모래사장은 약간 침침하달수도 있는 색이었지만, 안쪽으로 약간 호를 그리며 들어온 해변은 아주 묘한 원시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어요. 전반적인 상태는 배가 드나는는 말라카 해변보다는 좀 더 좋답니다.
이때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해변에 머무르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백인들과 착해보이는(?) 여행자들 이었답니다. 태국의 여느 해변에서 종종 보게 되는 문신 자국 요란한 백인들도 전혀 없구요.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관리되는 숙소와 식당이외에는 업소랄게 없으니 소음도 쓰레기도 없습니다. 그리고 해변에는 이미 여러 날 텐트생활을 했는지 옹색한 가재도구를 벌여놓고 있는 텐트족들도 있구요. 어떤 텐트에는 숲에서 직접 야자를 따다 먹었는지 빈 야자 껍데기가 텐트 주변에 수북하게 있는 곳도 있구요...
이 해변의 느낌이 어떤곳이냐면..... 마치 인도의 오로빌 같은, 뜻한바 있어 속세를 등지고 이곳에 자리 잡은 공동체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집이랑 식사는 번듯하니 편안한 곳에서 할 수 있어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멀린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설은 갖추어진 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아마도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태국을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그동안 보았던 가장 독특한 분위기의 여행자 마을 중 하나였습니다.
몰래 해변 입구
해뜨기 전이라 아직 어둡다
야자 숲과 방갈로
이곳을 둘러보고 다시 한 시간 동안 부지런히 걸어가서 숙소로 돌아간 후 짐을 챙긴 다음, 전날 우리를 떨궈 준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나가 있으면 스피트보트는 달려와 사람들을 내려놓고 우리는 집어올린 후 빡빠라 항구로 고고~ 합니다. 육지와는 그닥 멀지 않아 스피트보트 기준으로 약 30분도 안되어서 육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방콕에서 머나먼 길을 거쳐 빡빠라 항구까지 온다 해도 대부분의 여행자는 꼬 리뻬만 둘러보고, 이 덩치 크고 약간은 무뎌 보이는 섬은 그저 패스해버릴거에요. 특별한 매력이나 액티비티는 없지만, 순수함, 인적 없음, 고즈넉함을 선사해줄 수 있는 해변의 희소가치를 생각해보면 그냥 패스하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좀 아까운 구석이 있습니다. 이 섬은 마치, 영민하고 처세술 좋은 동생(꼬 리뻬) 옆에 있는, 말 없고 우직한 형님(꼬 따루따오) 같은 느낌이랄까, 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