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까마이 관련 택시 바가지 사례
이전에 태국여행 경험이 있고, 각종 사기사례를 읽고 대비를 해 갔던 터라 바가지를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첫 택시에서 바가지를 당해 어이없어서 남깁니다.
2008년 7월 28일 새벽, 쑤완나품 공항에서 에까마이(동부터미널)로 택시를 타려 했습니다. 공항에서 에까마이 정도의 거리에 새벽시간임(3시경)을 고려해 그 공항택시비인지 뭔지 50B에 톨게이트 비용까지 약 250B 정도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순번대로 대기하고 있던 택시기사 한 명이 자기 택시를 타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친절하게 짐도 직접 트렁크에 넣고 웃는 얼굴로 어디에서 왔냐 뭐 그런 걸 물으며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출발 직후 갑자기 멈춰 조금 후진하더니 뭘 두고 왔는지 밖으로 나가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데 뭐 들고 온 것이나 두고 온 것 없이 그냥 별일 없이 다녀온 듯 했습니다. 그래도 ‘뭐 이정도 시간이야 금액차이 거의 없으니 별 상관없겠지’라고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항을 빠져나간 택시는 Bangna-Trat High Way를 탔습니다. 택시 타기 직전에 공항내 교통센터에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탔을 때 이 도로를 잠시 이용했던 데다가 에까마이에 도착한 후 저의 목적지가 뜨랏 방면이었기에 별 생각 없이 미터기를 끄는지만 주시할 뿐 이놈이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공항에서 에까마이나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BTS 정거장 On Nut, Phra Khanong 역으로 가기위해서는 On Nut Road.를 이용해야 합니다. 반드시 택시기사에게 On Nut로드를 이용해 달라고 하세요. 방나-뜨랏 고속도로 타면 엄청 돌아서 미터요금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특히 새벽시간에는 길 안 막히니 어디를 가나 고속도로 보다는 일반 도로를 이용해달라고 하세요.
에까마이로 가는 도중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꼬창으로 갈 것이라고 하니 꼬창이 어딘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아니 뭐 택시기사가 꼬창도 모르냐?’라고 생각하고 혹시 발음이 이상하가 싶어서 ‘뜨랏, 꼬 사무이, 꼬 피피, 꼬 창, 창, 창, 창, 창 아일랜드’ 등 수없이 말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택시 모는 폼이 최소 5년 이상 몰아본 듯 하고 영어도 어느 정도 하는 걸 봐선 관광객도 꽤 많이 상대한 듯한데 꼬창도 모르다니...
어째건 이미 미터요금 350B이 넘어간 상황에서 에까마이 근처에 다다랐습니다.(속으로 무슨 에까마이가 카오산 너머에 있나? 뭐가 이렇게 많이 나오냐!! 장난하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묻습니다. 왼쪽을 가르키며 ‘저기?’ 오른쪽을 가르키며 ‘저기?’. 아니 무슨 택시기사가 승객한테 에까마이 건물이 어떤 건지를 묻냐? 싶어 너무 어이없었죠. 마침 왼쪽 건물이 사진에서 본 에까마이와 비슷해 그 쪽을 가르켰습니다. 그러나 그건 비슷하게 생긴 건물일 뿐 식당 주차장이었습니다. 결국 택시를 뒤로 빼 그 건물 사거리 대각선 방향에 있는 에까마이로 향했습니다. 그사이에 미터기 두 단계 올라갔습니다.
에까마이 앞에 도착했습니다. 에까마이 내부로 들어가는 길 바로 옆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미터기를 끄고 계산할 생각을 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꼬창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 보여줬습니다. 그러니 지도를 보면서 음음 하더니 고개를 갸웃 거리며 지도를 유심히 봅니다.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이. (너 오늘 태국지도 첨보냐?) 그 사이에 미터기 요금 한 단계 또 올라갑니다. 꼬창을 잘 모르겠다고 앞에 미리 작업 해둔 것이 빛을 보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서둘러 지도를 던지듯 돌려주고 내리더니 뒷좌석 문까지 열어주며 빨리 내려줄 것을 요청합니다.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지만 그래도 여행 첫 날이라 그냥 넘어갔습니다. 미터요금은 총 397B 정도가 나왔습니다. 거기에 공항택시 50B더해 450B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500B짜리를 꺼내 주었더니 잔돈이 없답니다. 무슨 택시기사가 50B 잔돈이 없냐? 장난하냐? 혈압이 500까지 올라갑니다. 결국 잔돈을 찾아 450B을 계산하고 에까마이 대합실에 앉아 램응옵행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는 2시간 동안 한 가지 정보를 알았습니다. 에까마이가 비록 다른 버스터미널 보다 작아도 택시가 터미널건물 바로 앞까지 다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럼 아까 걔는 미터기를 더 올리기 위해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왜 입구에서 내려주었나?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곧 해답이 풀렸습니다. 터미널로 들어온 택시는 수 명의 Security 직원의 지도아래 교통정리 됩니다. 그런데 이 시큐리티 직원은 내리는 승객을 보고 외국인이다 싶으면 택시 가까이 다가가 미터기를 확인하고 승객에게 어디에서 왔냐는 등을 간단히 물어봅니다.(사람 적은 새벽시간에는 꽤나 열심히 일합니다) 즉, 바가지를 씌워서 데려왔나? 혹은 미터를 키지 않고 흥정을 통해 데려왔나?를 감시하고 있는 겁니다. 아까 그 인간이 터미널로 들어오지 않은 이유가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내려서 우리를 보내버리고 떠나려 했던 이유도 알겠습니다. 입구에서 어물쩡대는 우리를 보고 시큐리티 직원이 다가왔던 것입니다. 에까마이 도착해 입구 주변에서 내려주려고 하면 무조건 터미널 건물 앞까지 들어가 달라고 하세요.
예전보다 택시 바가지가 확실히 줄어든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미터 플리즈’하면 어지간해선 미터 켜고 운행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났던 Mr. CAI씨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내릴 때에는 Safety라며 조그마한 부적을 선물로 주고 악수를 나누는 그런 마음씨 좋은 택시기사 분들이 많은 것도 맞습니다. 대개 택시 운전 하시는 분들이 유쾌한 성격에 이야기하기 좋아해 좋은 이야기상대가 됩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들이 있기에 조심해야하는 것도 택시입니다. 그리고 시내에서 조금 돌아가는 거야 ‘막히는 길 피해가는 거겠지’라는 열린 마음도 즐거운 여행을 위해 필요 하겠죠^^;; 가끔 가는 여행자로써는 그게 돌아가는 건지 피해가는 건지 알 길이 없으니까요ㅎ
(제가 사용하는 돌아가는 거 막는 팁 : 목적지로 가는 길 주변에 특정 건물 혹은 관광지 등이 보일 때 일행이 있다면 일행에게, 아니면 택시기사에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말은 못 알아들어도 특정 건물 이름, 관광지 이름은 알아듣습니다. 그럼 ‘얘가 이곳 지리 좀 알고 있구나’ 싶어 방향을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