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남부 쑤린 섬 - 환호 혹은 실망
얼마 전 11월 달에 쑤린 섬을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서 머무른 기간은 3박 4일 이었답니다. 이곳에 이르는 방법이나 여타 시설물들에 대한 설명은 이 게시판에서 쑤린으로 검색하시면 나오는 몇몇 개의 게시물에서 더없이 상세하게 안내되니 그 부분에 대해서 덧붙일 건 없습니다.
그중 요술왕자님과 필리핀님의 정보가 꽤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개인적인 관점이구요.
그런데도 제가 이렇게 사족을 덧붙여 주절거리는 건...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야말로 스노클링으로 보는 쑤린의 바닷 속은 아름답습니다. 그 부분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판타스틱 합니다. 니모 정도는 그냥 막 보이구, 거북이도 한번 봤는데 멋있더군요.
그런데 스노클링에 그다지 지대한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이 섬이 포커스에서 약간 빗나갈 수도 있겠어요.
이곳은 태국인들의 열광을 받는 곳! 푸껫, 피피, 사무이, 따오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로컬 여행자들이 여기 다 옵니다. 그래서 주말을 기준으로 방문하면, 고즈넉함 과 이 섬 자체가 주는 매력이 확~ 반감될 수 있다는 것.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을 갈 때는 빨간 날짜는 피해야 합니다. 피크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낮까지 더라구요. 섬 자체가 붐비는 것도 붐비는 거지만, 스노클링 포인트에 가면 정말 머리 부딪히고 핀에 채입니다.
그리고 텐트에서 자는 것이 생각처럼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란 것도 고려하심이 좋을 듯 해요. 제가 머무른 동안은 밤에 더워서 잠들기가 살짝 곤란할 정도였습니다. 첫날 자고 일어나니 , 정말 삭신이 쑤신다는 게 뭔지 온몸으로 실감할 정도였죠. 이건 나날이 좀 더 적응이 되어가니 중요한건 아니구요. 물론 음주로 정신을 잃는다면, 더위나 모기는 다 딴나라 이야기죠.
그리고 이곳은 10군데의 스노클링 포인트를 4개의 투어로 나누어 로테이션 시키기 때문에
연속해서 4번해야 진수를 다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바빠요. 이번에 간 일행 중 연속 4번 다 한 사람은 여자 중에 저 혼자였습니다. 이유는 몸이 안 피곤하면 밤에 잠이 안 올까 봐 두려워서요.
그리고 이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아오 청캇 쪽에 묵었는데... 훨씬 더 호평을 받고 있는 아오 마이 응암(마이 응암 해변)은 개장 전이었어요... 암튼 여자 화장실에서 독사 나왔습니다. 전 실제론 못 봤는데, 그 말을 전해 주는 사람 왈,
- 글쎄, 세면대 밑에서 독사 가 또아리를 틀고 세모난 대가리로 혀를 날름 거리는게 아니겠어!! 이렇게 말이야 -
하면서 실감나게 몸을 비비 꼬고 혀를 날름거리는 바람에 그 후 화장실 가는 게 약간 어드벤쳐틱 해졌습니다. 결국 그 독사 스텝들에게 두들겨 맞고 잘려서 최후를 맞이했답니다.
아... 마이 응암 쪽은 한창 보수 공사 중이어서 이번에 개장하면 더 반짝 거리는 무드가 될테지만... 여하튼 그냥 이런 일도 있다는 거....
그리고 여러 정보에서 이미 나왔듯이, 이곳은 다른 엔터테인먼트가 거의 없기에 기후가 나쁘면 모든 것이 다 나빠져요. 올 초에 여기 갔다 오신 여자 여행자 분들... 환상과 파라다이스에 대한 기대 안고 가셨는데, 그 시기에 마침 폭풍 비스무리 한 게 부니, 스노클링은 공포가 되고 텐트 안에서 섬에서 엑소더스 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네요.
다녀오셔서 말도 없고 음식도 잘 못 먹고 너무 안쓰러웠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가지는 많은 장점이 이런 특성을 가리긴 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내가 어떠한 성격의 여행자 인가 하는 걸 미리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만난 분들은 거의 열광하는 편에 가깝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