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문이 끝나고 난 후의 꼬팡안. 이렇게 멋질수가~ 종종 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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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문이 끝나고 난 후의 꼬팡안. 이렇게 멋질수가~ 종종 오겠어!

고구마 4 964

팡안을 처음 만나게 된건 대략 20년 전... 정확히 몇 월이었는지는 기억이 좀 가물가물합니다만, 그 시기가 광란의  풀문 파티 기간이었던 건 아주 선명합니다. 

그 시절에는 정말이지 배낭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태국 섬들의 숙소와 편의시설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게 모든 면에서 꽤나 열악했습니다. 

영화 ‘더 비치’를 보면 보헤미안 여행자들이 무인도에서 나무로 대충 지어 올려 옹기종기 살고 있는 헛간 같은 것들이 나오는데요... 대략 그 정도 수준의 숙소들이 섬에는 꽤 있었어요. 

그런 숙소사정에 더해서 풀문파티 기간이다 보니 제 눈에 비친 꼬팡안 핫린의 분위기란 정말이지 ‘광란’ 그 자체였습니다.

파티는 자정을 지나 새벽으로 향해가는 시간... 완전 나체로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서양남이 출현하지를 않나(혼자 왔는지 아니면 그 꼬라지를 보고 친구들도 부끄러워서 도망갔는지 옷 챙겨주는 사람도 없어요... )

 

이런 웃기는 안구테러 해프닝과는 결이 다르게 바로 눈앞에서 태국남녀 한 쌍이 젊은 서양남자를 등쳐먹는 범죄의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어요.

즉석 커플인 걸로 보이는 태국여성+술에 취한(지금 생각해보면 술에 취했는지 몰래 넣은 약에 취했는지 모를....) 서양청년이 부비적 히히덕 거리면서 핫린의 모래사장에 털썩 앉았는데, 곧이어 그의 힙쌕에서 태국여자가 지갑을 쓱싹 빼더니만 그걸 뒤편에 앉은 덩치 큰 태국남에게 토스하고는 의뭉스럽게 그 청년의 곁을 지키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 당시 이 상황을 살짝 떨어진 곳에서 생생히 목격한 우리는 여행자 동류의식을 발동해서 그에게 다가가 사실을 말을 해줘야하나, 아니면 그냥 패스해야하나 갈등하며 한참을 해변가에서 망설였는데... 여자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요왕이 그 젊은 청년에게 가서 “네 지갑을 너랑 같이 있던 여자가 빼 갔어”라고 알려 줬어요.

“응??” 자기의 힙쌕에서 지갑이 없어진걸 알아채고는, 절대 지갑이 나오지 않을 곳까지 다 뒤집어 까서 탈탈 털어보더니 곧이어 되돌아온 여자에게 채근했지만 이미 태국남자의 손에 들어간 지갑이 나올 리가 있겠어요. 여자는 과장된 몸짓을 하며 ‘왜 그걸 나한테 그러냐?’는 식으로 오히려 그를 힐난 할 뿐이죠.

곧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서양남자는 이미 많이 취한 상태에서 힙쌕이며 주머니며 바지 안쪽까지 다 까 뒤집어보고 본 곳 또 보고 또 보기를 반복하더라고요.

너무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하여튼 첫 만남이 이 모양이여서 그랬나, 이 광란의 파티 아일랜드는 그 후로도 한번인가 밖에 더 가보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싸무이까지 온 김에 팡안이랑 따오까지 다 들러보자 해서 왔는데, 이게 거의 십년만의 방문이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풀문기간은 피했네요.

 

싸무이의 빅부다 해변에서 출발하는 ‘핫린 퀸’을 타고 도착한 핫린 해변에서 우리의 첫 숙소는 십년 전 묵었던 ‘딜라이트’입니다. 그 당시는 새 숙소였는데 이제는 세월감이 좀 느껴지긴 하네요. 그동안 방도 증축을 해서 좀 더 늘리고 뭐 이래저래 손을 좀 보긴 했는데... 이 숙소의 단점은 너무 좁은 화장실과 방에 따라서 볕이 잘 들지 않는다는 점... 그래도 냉장고도 있고요, 위치는 좋으니 그럭저럭 지낼 만 했습니다. 사실 대놓고 불평을 하기가 그런게, 섬에서 에어컨 나오는 트윈룸을 대략 600바트에 얻었으니 말이에요. 여기에 더해 수영장도 있고, 해변도 가깝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딜라이트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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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에서 2박을하고 어디를 갈까 찾아보다가 핫린 중간의 언덕길 안 쪽에 위치한 ‘씨브리즈 리조트’가 단돈 800밧, 우리돈으로 대략 3만원에 나왔길래 여기는 어떤 곳일까 체크해 봤더니만... 오오~ 객실도 나름 널찍하고 전망도 좋은데다가 아침식사도 포함입니다. 게다가 여기는 수영장도 훨씬 크고 이쁘잖아~

800바트이니 당장 예약을 하고 짐을 꾸려서 씨브리즈로 이사를 했는데, 사실 이 숙소는 언덕배기에 있어서 들고날 때 다리에 힘을 주고 좀 걷기는 해야합니다. 근데 우리는 섬에서 일일투어를 하는 일정도 아닌데 이 정도 액티비티는 해줘야지~

우리가 묵은 그 시즌... 강수량이 최저를 찍는 화창한 3월이었는데, 증축공사를 하느라고 간간이 공사소음과 먼지가 발생하긴 했어요. 어쩌면 이런 특수상황 때문에 평소보다 가격을 이렇게 낮게 내놓은걸까... 이정도 급의 숙소는 필히 이보다는 더 받아야 마땅한데...

하여튼 팡안이 급 좋아진데는 이 숙소의 영향이 컸어요. 아주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곳....

응대하는 직원들도 친절하고  수영장의 수질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어요. 수영장이 커도 물이 더러우면 들어가기 싫잖아요. 근데 여기는 새벽나절에 기계를 넣어 수영장을 청소하고 있었어요. 

숙소가 해변에 닿은 곳이 아닌 바위 언덕배기에 있는 곳이라 해변까지 가려면 좀 둘러가야하지만 그정도야 뭐...

 

무엇보다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것은 숙소 옥상에서 보이는 전경이었습니다.

뭔가 루프탑바를 운영하려고 들썩거리다가 접은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옥상에 마련된 기다란 나무 의자에 앉으면 온통 360도 아이맥스로 들어오는 푸른 하늘빛과 파란 바다가 정말 청량함 그 자체였어요.

바로 양 쪽으로는 핫린 나이(일명 선셋비치) 해변과 릴라 해변이 좌라락 펼쳐져있고... 저녁이 되면 저 멀리 통살라의 불빛들도 볼 수 있는 이 멋진 곳... 물론 세상에는 환상적인 뷰와 극진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수많은 좋은 리조트들이 있지만, 이른바 가성비라는 걸 따져서 1박 3만원 숙소에서 이 정도 퀄리티 찾기는 정말 쉽지 않아요.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맛있는 아침식사를 바다를 바라보며 먹으면서, 깨끗한 수질의 수영장에서 수영과 선탠을 번갈아하며 신선놀음 모드였다가, 옥상에 올라와서 이런 풍경도 파란 풍경도 눈 안에 가득 담고... 

객실도 욕실도 베란다도 모두 넓고 깨끗합니다.

태국을 여행하는 기간이 많아질수록 그에 비례해 좀 불쾌한 일도 따라서 증가하기 마련이긴 하지만, 이렇게 뜻밖의 장소를 만나게 되면 “이런맛에 태국여행 하는거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씨브리즈 리조트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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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딸린 베란다도 널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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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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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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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내려다 본 릴라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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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가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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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면적으로 보자면 다섯 번째의 섬 팡안. 특이하게도 훨씬 규모가 큰 푸껫, 싸무이, 꼬창에 비해서 더 많은 해변이 있습니다. 숨겨진 해변에서 짱 박혀 지내는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섬이라 그런가 몇 십 미터 정도의 작은 해변에도 숙소가 한 두 개씩은 다 있어요.

그래도 팡안에서 꼭 한군데만 머무를 수 있다면 그래도 핫린에 머무르는 게 제일 좋지 않겠나 싶긴한데요, 사무이에서 차웽이 원탑인거처럼 말입니다. 

 

핫린의 해변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은 다른 곳에서 보는 이들보다 훨씬 자유로워 보입니다. 서양여행자들이 문신을 많이 하는 건 이미 알고 있고, 또 문신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싶지는 않지만... 이 섬에서는 현란한 문양의 문신을 허벅지와 등에 커다랗게 한 여성여행자들을 다른 여행지에서보다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젊은 이스라엘인이 많은 비중도 많구요...

 

딜라이트 리조트에서 해변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 양쪽에는 마치 게토를 연상시키 듯한 좁은 골방에 얼룩이 진 매트리스를 깐 이층침대가 촘촘히 들어찬 곳도 보이는데 이런 비참한 잠자리도 풀문기간에는 여행자들로 꽉 차겠지요... 그 꼬라지를 보니 절대 풀문때는 오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이 더 굳어집니다. 흐미~

 

핫린의 해변은 같은 시기인데도 날마다 바다의 표정이 달라져서, 그 놈의 바다 참 변덕스럽네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첫날은 정말 고운 모래사장에 맑은 물빛이어서, 내 옛 기억 속의 핫린 바다와 다른 것 같아서 약간 혼돈이 올 지경... 이렇게나 예뻤었나? 그랬었는데 다음날 바람이 좀 부니 바다가 뒤집혀져서 물빛이 상당히 애매모호해졌어요. 하여튼 확실한건 잔잔한 바람일 때는 물빛이 정말 맑고 고운 곳이란 느낌이 진하게 들었어요. 

저는 이 팡안섬의 핫린해변에서 풀문파티가 끝난 후의 그 한적함과 차분함?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습니다. 뭔가 난리법석 이벤트를 치르고 난 뒤의 힘 빠진 고즈넉함이 배어 있달까...

 

솔직히 말해서 언덕 위 씨브리즈에 묵으면서 망중한을 즐기지 못했다면, 이 섬에 대해 이렇게 좋은 감흥을 느끼며 떠나오지는 못했겠다 싶기도 하네요.

 

이런 저의 상태와는 달리 꼬 팡안의 파티 스케쥴과 전반적인 들고나는 정보가 필요한 여행자들은 팡안 인포 사이트 www.phangan.info 를 꼭 참고로 해보시길 바래요. 꼬팡안 무가정보지를 발행하는 곳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인데 나름 정보가 괜츈합니다. 

 

 

 

 

핫린 해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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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필리핀 2019.05.10 12:17  
오홍! 씨브리즈 멋지네요~^-^

풀문 때도 핫린말고 다른 해변은 조용해요
오히려 해변은 다른 곳이 더 이쁘더라구요~ㅎ
여사모 2019.05.11 12:42  
오..조식도 빵빵하게 드시고
좋습니다
해변에 놓여있는 빨간 빽과 거의 비워진 위스키병!
어제밤에 달리신분들인가봐요 ㅋ ㅋ
알뜰공주 2019.06.10 14:17  
씨브리즈리조트가 고급스럽고 멋지네요.
위치도 바닷가에 있구요~~^^;;
와~~조식도 좋아요.~~
소닉붐 2019.08.21 10:09  
코 팡안 풀문파티만 유명한줄 알았는데
바다도 이쁜곳이군요. 한번 가보고싶은데
주로 나홀로 여행이라 안가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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