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불상이 있는 사원 "왓 프라싱"
“프라싱(Phra Sing)”이라고 칭하는 불상 때문에 북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 중의 하나로 꼽히는 곳 입니다.
치앙마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 사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660여 년 전인 1345년에 창건되었습니다. 당시 란나타이 왕국의 7대왕인 파유(Pha Yu) 왕이 선왕인 캄푸(Kham Fu) 왕의 유골을 봉안하기 위해 제디탑을 지으면서 만들어진 사원인데요. 처음사원의 명칭은 ‘왓리창(Wat Li Chiang)’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원은 1400년경에 드디어 ‘프라싱’이라는 불상을 안치하게 되는데, 이후 사원의 이름이 ‘왓프라싱’으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프라싱불상이란 무엇일까요?
프라싱 불상은 방콕 ‘왓프라깨우’에 있는 에메랄드 불상과 함께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불상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불상들이 흔히 그렇듯 프라싱 불상도 많은 복제상이 있는데 그 중 방콕의 국립박물관에 있는 것과, 남부 나컨시탐마랏의 도청사에 있는 것, 그리고 이곳 왓프라싱에 있는 것이 가장 유명하답니다.
프라싱불상은 다른 곳에서 발견되는 불상과는 외관상 많은 차이가 있으며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자상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도 사자와 같은 당당한 자태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하네요
.
일설에 따르면 프라싱불상의 원형은 지금으로부터 약1900년 전인 서기 157년 스리랑카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수코타이 왕국의 람캄행 대왕(재위 1275-1317)이 태국 남부의 왕국 나컨시탐마랏을 방문하여 그곳의 통치자에게 특별한 불상을 구해 달라는 청을 했고, 이에 따라 나컨시탐마랏의 왕이 직접 스리랑카를 방문하여 이 불상을 구해 람캄행 대왕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1378년에 수코타이왕국이 아유타야에 속국이 되고 프라싱 불상은 아유타야 왕국의 프라시산펫 사원에서 봉안되었다가 나중에 모종의 이유로 캄펭펫으로 이전됩니다. 그런데 이즈음 란나 왕국에서 반란에 실패하여 캄펭펫으로 피신해 있던 란나왕국의 왕자가 이 불상을 빼돌려 란나왕국의 샌무엉마 왕(재위 1385-1411)에게 바치고 사면을 받게 된답니다. 그 때 이 불상을 봉안하게 된 곳이 바로 ‘왓프라싱’ 사원인 것이죠.
참 재미있는 역사를 가진 불상이며, 그 복잡하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불상을 보존한 절이니.. 그 유명세가 보통이 아니겠지요.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대웅전의 위용.
대웅전 본당안의 부처님상.
프라싱불상이 봉안되어 있는 불당. 건물명은 ‘위한라이캄’이라고 하며 란나건축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위한 라이캄 안에서 예불을 드리는 현지인들...
그리고 그 옆에서 단체로 식사중인 스님들...
이날 러이끄라통 축제를 맞아 불당 들어가는 입구에서 끄라통을 파는 모습...
포살당 봇(Bot. 우보솟이라고도 한다)
포살당인 봇(Bot)의 내부. 1806년에 건축하였으며, 불상봉안을 위한 실내용 탑인 꾸(Ku)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고승들의 밀랍 인형들...
장경각 호뜨라이의 건물..
한때 프라싱 불상을 보관했었던 탑..
이 프라싱 불상이 태국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태도 한가지 이유이겠지만, 태국 민족의 정체성과도 관련하여 살펴볼 점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수코타이 왕국은 북부에서 남하한 타이족이 지배 세력인 크메르족을 몰아내고 현 태국 땅에 세운 최초의 민족국가 입니다. 이 불상을 처음으로 손에 넣은 수코타이의 람캄행 대왕은 타이 문자를 고안하는 등 타이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지요.
수코타이의 국가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크메르의 힌두교전통과 대승불교를 배제하고 상좌부 불교를 채택한 것 입니다. 람캄행 대왕은 상좌부불교의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상좌부불교의 본산인 스리랑카에 유학하고 돌아 온 나컨시타마랏의 많은 승려들을 초청하여 수코타이의 사원에 주석하게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죠. 지금도 수코타이 유적지 도처에서 발견하게 되는 스리랑카풍 종모양의 제디탑을 보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 입니다.
람캄행 대왕의 요청으로 스리랑카에서 가지고 왔다는 프라싱 불상 역시 불교의 순수원형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었던 스리랑카 상좌부 불교의 도입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의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람캄행 대왕과 함께 프라싱 불상은 오늘날 타이민족에게 널리 사랑 받는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지난 여름 시즌에 썬데이 마켓 구경 갔다가, 저녁에 여기 와서 휘황찬란하게 야광을 받아 빛나는 이 절의 대웅전과 경내를 구경했었고, 일요일 저녁 법회를 맞아 예불을 드리어 온 현지인들을 보고 그 분위기를 느꼈었는데...
러이끄라통 축제를 앞둔 이날도 많은 신도들이 법회 시간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불공을 드리고, 또 태국의 사원을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는 서양인 관광객들의 모습, 그리고 러이끄라통 축제의 일환으로 멈출줄 모르고 터지는 화약풍선과 날아가는 그 풍선이 터지는 소리...
일요일 저녁때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왓 프라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꼭 둘러 보아야 할 사원중 하나로 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