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컨씨탐마랏] 옛 왕국의 수도였던 남부의 오래된 도시
혹시나 이 생경스런 지명이 익숙하게 들리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저는 정말이지 이번에 처음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사실 그동안 크게 관심이 가는 지역은 아니었어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아무런 관심이 가질 않는 곳이였습니다.
그런데 방콕프렌즈의 저자이기도 하신 안진헌님이 태국의 숨겨진 비경 즉 시크릿 마이너 여행지 중에 하나로 꼽은 곳이 이 나컨씨 탐마랏이였습니다. ‘랑카수카’라는 고대왕국의 수도였다는데...
제가 좋아하는 매쌀롱과 꼬따루따오가 이 리스트에 올려져있어서, 전혀 눈길이 가지 않았던 다른 여행지에도 관심이 갔는데 그게 바로 이 도시였어요. 요왕도 오래전부터 한번 와보고 싶어하던 곳인데, 늘 제가 어깃장을 놔서 못왔거든요. 너무 멀고 아득해보여서 말이지요. 게다가 정보도 없고...
일단 위치는요... 태국 전도를 펴놓고 보시면, 이 도시의 위로는 쑤랏타니 아래로는 핫야이 그리고 서쪽으로는 끄라비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강 위치가 파악이 되실테지요. 바닷가 도시는 아니지만 태국 만에 바짝 붙어있는 도시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일단 저희는 이 도시위 북쪽에 위치한 쑤랏타니에서 완행 에어컨 버스를 타고 온 덕분에, 2시간 40분 정도(1인당 요금 90밧)만에 가뿐하게 도착하게 됩니다. 방콕에서 출발한다면 한 열서너시간 정도 걸리려나요. 더 걸리려나...?
뭔가 역사적인 히스토리가 있거나 옛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들은... 도심 안에 그 그 히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는 볼거리와 오래된 유적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 역시 그렇더라구요.
남북으로 길다랗게 뻗어있는 이 도시는 중심 볼거리들이 도시 남쪽에 몰려있는바, 기차역 앞 큰 도로에서 방향만 남쪽으로 잘 잡아서 썽태우를 잡아타면 왓 프라 마하탓까지 (제일 큰 볼거리) 쉽게 다다를수 있어요. 썽태우는 단돈 10밧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갔던 기간에는 무슨 행사를 하는 날이였는지(요왕이 ‘완 마카부차’였다고 하네요) 왓 프라 마하탓 주변의 도로를 온통 봉쇄하고 차량 진입을 막아버려서 교통체증이 엄청 났습니다. 그리고 엄청 빙 둘러갔어야 했구요.
중요한 불교행사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주민들이 기다란 천을 서로 부여잡고 일렬로 길게 줄을 서서는 불탑에 둘둘 감는 건 나름 장관이고 흔히 보기 힘든 장면이긴 했어요. 이 사원을 다보고 나오는데 큰 도로변에도 역시 일반시민들이 구름처럼 줄을 서서는 차례를 기다려 행진을 하더라구요. 으으~
근데 아무래도 구경하는 저희로서는 이게 도대체 웬 난리 법석이냐!! 싶게 너무 복잡하더라구요. 첨에는 장관이였는데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이니까 인파 속에서 좀 힘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그날만의 특별한 행사이고 아마 대개의 경우에는 이렇게 난리법석이 아닌, 차분한 도시일텐데 말이에요.
일단 왓 프라 마하탓(신성한 큰 탑이 있는 사원)까지 썽태우를 타고 가셔서 사원을 구경하고 나서, 거기서부터 기차역이 있는 북쪽방면으로 살살 거슬러오면 락므앙을 비롯한 그 외 볼거리들이 차츰차츰 보이고 허물어진 성곽들도 나타나고 합니다. 고대 왕국의 수도여서 성곽이 있나봅니다.
걷는 것 좋아하시고 선선한 날이라면 이 유적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것도 해 볼만 합니다. 꽤 예쁜 목조건물도 있고 그렇거든요. 사진찍기 좋아요.
사실 진심을 고백하자면... 역사적인 의미가 굉장히 깊은 곳이겠지만... 그게 저같이 태국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이나 관심이 풍부하지 못한 캐릭터에게는 크게 작용감이 들지는 않더라구요. 아마 사람들에 너무 치여서 힘들어져 버려서 그랬는지도요...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면 좀 성지순례하는 느낌이 들면서 나름 의미가 남달랐을지도 모르겠네요.
도시 내에서 생활하기에는 편리합니다.
빅씨 쇼핑센타가 기차역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해있어서 생필품을 사거나 간단하게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와서 먹기에도 괜찮거든요.
기차역 주변으로 밤에는 야시장이 서기도 하는데, 다른 도시에 비해 그다지 특별한건 없어보였어요. 일반적인 느낌이지요.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오토바이 택시는 대개 20밧 정도를 받습니다. 그리고 쌈러도 종종 보이는군요. 가격은 오토바이 택시보다는 조금 더 비싼편이었는데 도무지 쌈러아저씨에게는 흥정이란 걸 할 수가 없어요. 너무나도 죄스런 마음에요... -_-;;
같은 거리여도 오토바이보다는 조금 더 받습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숙소가 제일 문제일텐데요, 제가 지금까지 다녀본 중저가 게스트하우스중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알콩달콩하게 꾸며놓은 곳을 바로 여기에서 만났습니다. 아마 다른 곳에도 이런 풍의 숙소가 분명히 있을텐데 제가 못 가봤으니... 제 경험중에서는 여기가 제일 아기자기할 수 밖에요...
이름은 티니 하우스Teeny House인데, 두 명의 젊은 태국여성이 운영하는 곳이었어요.
위치도 기차역에서 멀지않고 빅씨랑도 가깝고 와이파이도 잘 운영되고 무척이나 깨끗하게 운영되는 곳이어서 혹시나 나컨씨 탐마랏에 가실 백패커 여행자들에게는 강추입니다.
2월 더블룸 에어컨 기준으로 490밧인데, 와이파이는 안정적으로 되는 편이고 화장실도 깔끔합니다.
위치와 방 사진 등은 게스트하우스 게시판에 ... ^^
이곳에서 다른 도시로 빠져 나갈 때는 롯뚜(근거리 이동 승합차)를 이용하면 편한데요, 각 지역별로 롯뚜 사무실이 따로 있습니다. 이건 숙소 주인한테 물어보거나 아니면 숙소에서 얻을 수 있는 지도에 표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듯해요.
아니면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기사아저씨에게 이를테면 ‘롯뚜 끄라비’ 같은 식으로 말해도 데려다 줄 거에요. 근교도시로 가는 롯뚜가 끄라비뿐만 아니라 핫야이나 쑤랏타니 등등 다 있으니 그걸 이용하셔도 좋을듯해요.
이 도시에서 비슷한 위도 상으로 서쪽에 위치한 끄라비까지는 롯뚜로 세 시간이 좀 안되게 걸리고 1인당 200밧입니다. 그 외 장거리 이동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저 개인적으로... 다음에 다시 나컨씨에 올테야?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한번으로 족한 느낌이에요. 라고 대답할거 같아요.
뭐랄까... 핫야이 같은 태국남부의 큰 도시에서 느껴지는 좀 우중충하고 무거운 느낌이 나컨씨에서도 좀 짙게 느껴져서 저로서는 좀 밝지 못하게 지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분명히 친절하고 좋았는데 말이에요. 외국인들이 없는 전형적인 도시의 순수한 느낌의 태국인들이였는데...
저희가 기차역 주변의 호텔에서도 1박을 했었는데, 그곳이 전형적인 중국식 낡은 호텔이여서 첫 느낌이 너무 우중충했는지도 모르고요. 뭔가 더 숨겨진 볼거리가 많은 곳일텐데 저희가 잘 찾지 못했을 수도 있을테고요. 전적으로 제 소양부족인거 같아요. (왠지 막 변명하는 느낌이네요.)
아니면 여독이 너무 쌓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제가 사랑하는 끄라비를 목전에 두고 괜시리 마음이 안달이 나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아~ 뭔가 복잡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