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에는 짜뚜짝보다는 강변의 아시아틱 야시장
제 취향이라고 한정을 딱지어서 말할 수밖에 없는 게, 저는 사실 쇼핑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누군가가 신기한 물품이나 유명브랜드를 사서 선보이면 기계적으로 와아~ 하는 호응을 하긴하지만 사실은 욕구나 관심도가 급격히 꺼져버려요. 이건 요왕도 마찬가지...
캠핑이나 아웃도어활동도 “꼼꼼한 준비는 너무너무 성가셔~ 가서 지내는 동안 좀 고생하더라도 맨몸으로 오고가자” 가 생활화된 사람들... 이른바 게으름뱅이들이지요.
그리하여 방콕 북쪽, 넓디넓은 구역에 바늘하나 꽂을 자리 없이 빽빽한 가게들, 그 가게들에 가득 들어 차 있는 제품들, 그리고 쇼핑객들로 덩어리진 고밀도집합체인 짜뚜짝 주말시장은 기꺼운 맘으로 가까이하기엔 ‘제게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곳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거기 한번 들어가서 떠밀려 다니다보면 몸도 마음도 아주 그냥 소금에 푹 절여진 배추처럼 변해서 나오곤합니다. 이른바 기 빨리는 곳이라는...
이런 저와는 달리 쇼핑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제품구매력도 높은 여행자라면 짜뚜짝이 훨씬 좋을 수 있지요.
하여튼 오픈한지 이미 몇 년 된 아시아틱은 BTS싸판딱씬역에서 내려 1,2번 출구로 나와 짜오프라야 수상버스 싸톤 선착장에서 강을 바라보고 맨 왼쪽 타는곳에서 아시아틱이 운영하는 무료 셔틀을 타고 가면 쉽게 갈수 있습니다. 강변에 있는 시장이니까 택시로 곧바로 가도 되죠.
‘에씨야틱 타논 짜런끄룽’이라고 하면 다 알것같긴한데, 정확한 주소는 짜런끄룽 쏘이 74 정도? 근데 워낙 방콕의 택시기사들이 물정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좀 불성실해서 말이죠. 엉뚱한데 떨어트려놓고 커미션 받아챙기려했다는 보고도 있으니 젤 속편한건 배타고 가는 것 이긴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 정말 뼈아픈 이야기지만 아시아틱행 무료셔틀보트를 오르고 내리느라 정신을 파는 사이 그 틈을 노린 소매치기가 극성이니 아주 조심하셔야되요. 그 피해자가 바로 제 옆에 있습니다.
아이폰과 갤3를 동시에 잃어버리고 심장박동정지 되는 줄 알았다고하니 가방은 꼭 앞으로 매시고 특히 홀로 여행하시는 분들이 표적이 잘되니 조심하세요.
파아팃 선착장에서 투어리스트보트를 타면 이곳에도 간다는 뉴스도 들리던 바, 카오산 배낭족들에게는 희소식일텐데 직접 타보진 못했습니다. 타보신분 계신가요?
이곳은 옛날 부둣가 창고였던 곳을 개조해서 관광객용 야시장으로 만들었다던데 총 10개의 동이 있습니다. 동에 따라서 파는 제품 컨셉이 조금 다르긴한데 제일 많은건 의류들인걸로 느껴지더라구요.
1~4동은 짜런끄룽도로변에 5, 6동은 중간에 7~10동은 짜오프라야강변에 위치했는데, 식당은 강변에 위치한 건물 동에 입점한곳의 가격이 제일 쎄고요 도로변의 건물동에는 KFC나 던킨, 스웬슨, MK쑤끼, 얌쌥 등등의 프랜차이즈점들이 입점해 있더라고요. 중간에 있는 6번동은 일종의 푸드센터였는데 관광지 안 인걸 생각하면 가격은 그런대로 납득할만한 가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절대 저렴한편은 아니었어요. 저희는 여기서 눈여겨봤던 식당이 손님들로 만석이 되어버려서, 짜런끄룽 거리로 나가 노점식당가에서 식사를 했는데 아시아틱 내부에서 드셔보신분들 계신가요?
6번동에 있는 칙 그릴 이라는 식당이 눈길을 살짝 끌던데 뭐 별달라서 그런 건 아니고, 탁자랑 테이블 세팅이 크림아이보리+블루조합이여서 약간 산토리니느낌 나더라구요. 왠지 이 색깔만 섞이면 포카리스웨트 생각이 난다는... 주종으로 하는 음식은 태국식 해산물인듯합니다.
그 외에 베트남식당도 있고 라면집도 있고 찻집도 있고 그렇네요.
아시아틱에서 빠져나와서 도로를 건너 짜런끄룽 거리를 걷다보면 바로 세븐일레븐도 나오고 국수집도 나오고 태국의 노점들이 그러하듯 위생은 좀 시원치 않아 보이지만 식당도 나오고 뭐 그렇습니다. 긴축예산 여행자라면 여기서 피곤한 다리를 쉬어가며 허기를 면해보는 것도 좋아요.
옷도 팔고 장신구도 팔고 그릇점도 몇 개 있고 인테리어점도 있고, 제품구성만으로 본다면 지금은 영영 사라져버린 쑤언룸 야시장의 축약판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훨씬 고급스러워요. 강변 쪽 건물 동에 입점해있는 여러식당 중 하나가 반카니타 일정도인 수준이니까요... 그리고 약간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악기전문점도 있더라구요. 우쿨렐레라고 하는 자그마한 미니어처 기타같은 것도 팔덴데, 세일가 1,000밧 적어놨던데 이건 싼건가요?
그리고 싸얌근처의 아시아호텔에서 오랫동안 공연을 해오던 칼립소 쑈가 (트렌스젠더들의 캬바레쑈) 이곳 아시아틱으로 옮겼군요. 이곳으로 옮긴 게 더 장사가 잘되는 방법이어서 그랬나? 어차피 관광객 전용 쑈니까...
여행사를 통해 바우처를 구매하니 900밧 정도 하던데 일단 인쇄한 바우처를 매표소에서 표로 교환하면 음료수를 한잔 먹을 수 있는 정식표로 바꿔줍니다. 하루에 2회 공연인데 심심하신 분들은 보면 좋을지도요.
근데 보신분들의 평을 들어보니 기대했던만큼 쑈의 수준이 버라이어티하지는 않았던듯해요. 가까이서 생생히 볼 수 있는 극장의 환경은 정말로 흥미로웠다고 합니다만, 아마도 그분들이 바로 하루 전에 너무 장대한 규모의 싸얌니라밋을 경험해서 감흥이 좀 덜했을지도 모르지요.
사실 쇼핑에 관한한 뭔가 상당히 결여된 품성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뭔가를 구매해보진 않았지만, 강변의 정취 그리고 짜뚜짝에 비해 덜 북적이는 사람들로 그나마 편했던 곳이에요.
참~ 강변 벤치에 오래 계실 거라면 꼭 모기기피제 챙겨가세요. 모기가 아주 사람 머리위에서 둥지 틀 듯이 붕붕 대더라고요. 물기도 엄청 물고요.
이곳에서 숙소로 돌아올 때는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미터로는 안 가려고 해서 이곳에서 수쿰윗 쏘이 20까지 택시비를 150밧으로 흥정했는데 목적지 다 와서 얼마나 밀리던지 흥정한 요금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게 다 셧다운 덕분이였지요. 지금은 교통통제를 풀었다는데 정확한 상황은 다시금 소식이 들어오겠죠.
그리고 이 시장이 아시아티크 인지 아시아틱인지 궁금했는데, 아시아틱 이라는군요.
로맨틱, 에로틱, 유아틱? 할 때 그 틱요. 불어에서 온 말이라는데 아시아스럽단 뜻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