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체류지로서의 치앙마이에서 느끼는 것들
태국에서의 장기체류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 계신가요?
장기체류라는 의미가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그 기간의 정의가 다를 여지가 상당해서 선긋기가 좀 아리송한데요, 어떤 분에게는 한 달이 될수도... 어떤 분들에겐 여섯달 이상이 될 수도 있겠고...
보통은 3개월 이상으로 치면 무난할라나요. 일단 연 단위로 넘어가면 여행자형 장기체류가 아닌 거의 교민 모드라고 봐야될지도...? 하긴 중요한건 아니지만요.
사실 지금 시기에 장기체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좀 타이밍상 애매모호한 게 있는데...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는데 근래에 들어서 태국의 비자런 정책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예전에는 거의 문제 삼지 않았던 국경 비자런이 요즘 들어서는 좀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던데, 아무쪼록 교민분들의 피해나 우려가 최소화 되는 방향으로 잘 수습이 되면 좋겠네요. 정부쪽 관계자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인 우리들은 도무지 어떤 식으로 가늠이 날지 알수가 없긴한데요...
옛 도성과 해자로 둘러싸인 치앙마이 구시가
하여튼 태국에서의 장기체류를 구상해 볼 때 여러 도시들 중에 치앙마이가 꽤 상위에 오르게 됩니다. 실제로 태국교민들의 대다수는 방콕에 집중되어있지만 장기 여행자로서는 치앙마이의 특성이 장점으로 어필해서 그럴듯해요. 도시 규모가 적당하고 편의시설이 많고 기후나 뭐 그런 것들이요. 물가나 사람들의 성향도 큰 특성이 될 수 있겠네요.
언젠가부터인지 정확히 말하긴 어려워도 태국전역에서 일본인들이 예전만치 많이 보이지가 않는다고 체감 되는데요, 그래도 치앙마이에서는 일본인들의 밀도가 외국인 비율중 상당한 한몫을 한다고 보여요.
저는 체류는 아니고 그냥 이번에 치앙마이에 좀 머무르면서 느낀게 있어서 끄적거려봅니다. 제 짧은 시각보다는 현명한 다른 시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도 상당히 궁금하고요.
저희는 성향상 태국에서 좀 오래 지내게 된다면 남부 바닷가보다는 북부 치앙마이 쪽이 훨씬 좋다고 늘 생각했었어요.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빈번하게 들고나는 해변보다는 육지가 좀 안정적인 면이 있고 기온도 겨울 시즌에는 좀 낮아지구요. 이상하게 물 가까이 있으면 좀 빨리 지치는 듯한 느낌도 들고... 이거 사상체질이랑 관계가 있을까요?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해변 휴양지는 물가가 좀 높은 경향이 있는듯해요.
사실 방콕은 제일 선순위로 체류지에서 제외되는데, 여행이라면 몰라도 여행자로서 체류하기에는 방콕이 너무 거대하고 복잡하게 느껴져서요.
사업이나 교육 등등 요러가지 다른 요소 등을 고려한다면 물론 수도인 방콕이 좋은 점도 많겠지만 우리 같은 입장이라면... 방콕에 머물 바에야 서울에 사는 게 낫겠다 싶은 거에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성향일 뿐이고요.
사실 태국 동북부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이싼도 물가는 저렴하고 로컬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외국인이 타국에서 지내기에는 어느 정도는 외국인 커뮤니티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지 완벽한 현지인 지방에 둥지를 트는 건 쉽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외국인 여행자가 정말 없는 태국 도시에 잠깐 머물러 본 적이 있는데, 며칠 안 지내 봤음에도 그런 곳에서의 외국인이 느끼는 고독감이 말도 못해요.
그리하여 늘 치앙마이가 순위권이었는데...
그런데 요 몇 년 새 치앙마이의 판세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도시 자체가 점점 더 커지고 차량이 꽤 많아진 게 치앙마이가 가진 사원의 도시라는 고즈넉한 매력과 상반되는 면도 부각되고 있는 것 같고, 여기에 더해 중국인 여행자의 급증이 생각지 못한 변수가 되었더라구요.
사람이 너무 몰리면 물가도 올라가고 도시도 좀 불친절 해질 수 있지요.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중국인 여행자가 많아지면서 도시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지역경제에는 분명히 도움을 주겠지만 그건 그거고 치앙마이 현지에서의 중국인여행자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져서 약간 상인들이 날카로워졌달까... 그런 것도 느껴지더라구요.
2월의 치앙마이 시내 전경. 도이쑤텝산이 안 보일정도로 공기가 뿌옇다.
여행자 구역에서는 한자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전에는 잘 몰랐는데 몇 년 전인가부터 1월말 즈음부터 두어달 동안은 태국 북부에서는 가뭄 + 화전이 융합되면서 대기오염이 굉장히 심합니다.
물론 외부활동을 자제한다면 공기오염에서 좀 자유로울 수는 있는데 거기까지 가서 방안에서만 있기도 아이러니구요.
화전 같은 경우에는 나중에 정부가 강력히 규제한다면 개선될 여지가 분명히 있긴한데...
하여튼 가장 외부활동이 빈번해야할 건기 시즌에 공기오염도가 상당히 올라가면서 쿨럭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저 역시도 고생을 좀 했어요. 기관지 계통이 약한 분들은 고생할 여지가 좀 많네요. 이 시기에 저희가 묵었던 숙소의 종업원들도 쿨럭거리는 사람들이 꽤 보이더군요.
치앙마이뿐만 아니라 매홍쏜, 빠이, 치앙라이 등을 포함한 그 언저리 지방을 크게 아울러서, 이 기간 동안 공기가 상당히 탁해서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오히려 더 낫겠다 싶은 맘이 들정도였는데...
오랜기간을 사시는 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모르겠네요.
단점을 굳이 생각해보니 이렇긴 한데, 사실 장점도 많습니다. 치앙마이에는 지금 새로운 숙소건물도 굉장히 많이 건설되고 있는데 그래서 적당한 가격으로 새 숙소를 얻을 수가 있어서 주거비 부담이 덜한 게 장점이 될 수 있을 듯 해요. 특히나 싼띠탐 쪽에는 한 칸짜리 주방 없는 원룸형 아파트가 정말 우후죽순처럼 새로 올라오는 중이더군요.
연륜과 경제력이 있고 장기적으로 지내시는 분들은 치앙마이의 항동 지역에 주택을 렌트해서 사시기도 하고, 요즘 치앙마이에 건설바람이 부는지 뭐 고급 콘도 선전도 꽤 보이더라구요. 교외 쪽은 시내보다는 더 주거환경이 훨씬 좋겠지요. 저희는 교외 쪽은 잘 안 가 봤는데 그 곳에 사시는 분들 계신가요?
님만해민의 서비스 아파트먼트
치앙마이에서는 YMCA나 AUA 그 외 사설학원에서 태국어나 영어 강습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일거 같아요. 요리와 마사지 학원도 많고요...
장기체류를 하게 된다면 어딘가에 적을 두고 뭔가 배우는 게 필요할 것 같네요.
골프 같은 액티비티를 배우는 것도 그 문턱이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낮다고 하더라구요. 이건 실제로 해보질 않아서 모르겠는데...
도시규모가 적당해서 주거지를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서 도보로 커버 할 수 있는 지역이 꽤 되는 것도 장점이 될테고요. 깟 쑤언 깨우쪽 그리고 님만해민에 새로 오픈한 마야 쇼핑몰, 공항 근처의 센트럴 에어포트 플라자, 그리고 치앙마이 아케이드에서 멀지않은 센트럴 페스티벌 등등 도시 곳곳에 쇼핑몰이 많아서 썽태우 타는 법을 익힌다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목적지까지 가서 다양한 컨셉으로 쇼핑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장기체류를 할 경우 주방이 있는 주택을 렌트해 살 경우 식생활이 큰 영향을 미칠텐데요, 므엉마이 시장이라는 대규모 청과 시장이 있어서 사시사철 야채들은 싼 값에 푸짐하게 먹을수 있고, 식당에서 사먹지 않고 그냥 밥과 반찬을 사와 집에서 먹는다면 이것저것 저렴한 찬을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시장도 도시 곳곳에 있습니다. 치앙마이가 가격대는 높지 않은 데 다양성은 확실히 넓어요.
그리고 여행자를 많이 겪은 상인들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치앙마이 사람들은 성향이나 그런 게 좀 점잖은 편이라고 개인적으로 느껴집니다. 사원의 도시여서 그런걸까요...?
훼이깨우 거리 초입의 깟 쑤언 깨우
린캄 사거리에 있는 마야
아케이드 버스터미널 근처 슈퍼하이웨이에 새로 들어 선 센트럴 페스티벌
커다란 재래시장인 므앙마이 시장
전반적으로 보자면 장점이 많은 곳이긴 한데 도시도 규모가 점점커지고 여행자 수도 많아지면서 예전에 비해서는 그 고즈넉하고 한가한 매력이 점점 낮아져간다고 느껴지는 게 개인적인 느낌인지라... 실제로 거주하고 계시는 또는 다른 시각을 가지신 분들의 느낌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