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골에서 은둔하며 지내보기 - 치앙마이주의 팡 Fang
사실 태국 시골에서 지내보는 건 대다수의 여행자들에게는 아무런 흥미를 못끌 일일겁니다.
애써 시간 만들고 비싼 비행기 요금내고 태국까지와서, 적적한 시골에 뭘 기대하며 가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저희같이 여행기간이 장기인 분들 중에 혹여 여기에서 머물러 보신 분들 계신가 싶어서 궁금하기도 하고요, 또 그분들이 지내보았던 다른 태국시골마을은 어떠한 가 호기심이 돋기도 해서요. 태국 시골마을... 사실 별거 없긴한데 그 특유의 좀 편안한 느낌이 때론 힐링이 톡톡히 되거든요.
이 팡Fang이라는 곳의 지명은 대부분 생경하게 들리실텐데
일단 위치는요, 지도에서 치앙마이를 찾으셨나요? 그럼 거기서 시선을 북쪽으로 찬찬히 옮기다보면 매림, 매땡을 지나고 치앙다오가 나옵니다. 별들의 도시라는 멋진 뜻의 치앙다오를 지나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이 Fang 입니다.
일단 치앙마이에서는 해자 북쪽의 창푸악 터미널에서 일반 완행버스가 팡까지 연결을 합니다. 아주그냥 가다서다 오르고내리고를 반복하다보면 약 160km 남짓한 이 구간을 통과하는데 거의 3시간 반이 걸려요. 요금은 80밧이구요.
치앙마이 아케이드에서도 그린버스가 하루에 한대 치앙마이와 팡을 연결하더군요. 이건 안타봤는데 그린버스니까 분명히 쾌적할 거에요. 좁은 직각의자에다가 창문을 열어놓고 달리는 완행버스는 지역주민들과 부대끼며 오는 동안 근육에 마비가 와서 종점에 내릴 때 어기적거리고 내리게 되고, 마비된 근육을 풀어주는 맛사지값 또는 파스값이 더들게 생겼어요. 좀 고생스럽습니다.
젊은분들은 괜찮을거에요. 전 이제 뼈가 삭을라고 그래서.... -_-;;
그리고 이 구간에는 꼬불꼬불한 길이 약간 있어서 저 같은 경우는 멀미가 좀 생기기도...
하지만 좋은점도 있습니다. 진짜 로컬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어요.
팡은 주변에 고산족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버스를 타고 치앙마이를 향하다보면 어설프게 멋을 낸 고산족 아가씨도 타고 미얀마 가족도 타고, 힘들어도 울지 않으려고 눈물이 그렁거려도 입은 앙다문 귀엽고 안스러운 꼬마도 타고 그래요.
치앙라이에서도 팡으로 연결이 됩니다. 치앙라이-팡 구간은 쾌적한 그린버스로 갔는데 1인당 요금 92밧에 2시간 반정도 걸리더라구요.
얼핏 보니 새로 만든 팡 버스터미널 안에 롯뚜가 몇 대 서있는 것으로 보아 치앙마이로 롯뚜도 운행하나 본데 확실치는 않네요.
하여튼 사설이 길었는데 일단 치앙마이까지 자력으로 오실 수 있는 여행자라면 이 작은 마을을 혼자 찾아가는데도 별 어려울 게 없습니다.
팡은 큰 대로변을 두고 양 옆으로 시장과 주택들이 나란히 있는 작은마을인데, 한가지 특별한건 이 대로변에 은행이 정말 많아요. 마치 은행특화 마을인 것 처럼요.
아마도 주변 산지지방 중에서는 그래도 중심이 되는 마을이라 그런 것 같네요.
팡 구글지도 : http://goo.gl/f3zpeO
터미널 구실을 하고 있는 깔라야 시장에서 나와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다보면 나름 이 마을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까씨꼰은행 사거리가 나오고 시장 남쪽 방향에는 테스코로터스가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생필품구입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우리가 묵은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게시판에 있는 쏨루디 게스트하우스인데 따로 글을 올렸으니 참고하세요.
쏨루디 게스트하우스 :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bed_gh&wr_id=21953
사실 팡 마을안의 자체 볼거리와 할거리는 거의 없는거 같고요, 주변 볼거리는 한때 아편재배지로 명성?이 있었던 도이 앙캉이라는 산 과 태국에서 2번째로 높은 산이라는 도이 파홈뽁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높은 곳은 도이 인타논이구요.
도이 파홈뽁 국립공원 사진 : http://goo.gl/94Xztd
도이 앙캉은 아편재배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산족들을 교화하고자 태국왕실에서 진행한 왕실 프로젝트가 시행되어져 지금은 각종 채소와 원예 작물 등을 재배하는 곳으로 건강하게 탈바꿈했다는 히스토리가 있는 곳이라네요.
도이 앙캉 왕실 프로젝트 사진 : http://goo.gl/qvpCxv
팡이 여행자가 아주 없는 마을은 아니에요. 그런데 대부분의 여행자는 치앙마이에서 출발한것이 분명해보이는 백인 단체 관광단인데 이 분들은 대부분 마을에서 가장 큰 호텔인 ‘푸마니 홈 호텔’로 직행해서 대부분 거기서 스케줄에 따라 여행을 하더라구요.
이 푸마니 홈 호텔은 꽤나 번듯하고 큰 규모의 호텔인데 고산족인 라후족이 운영합니다.
돈을 많이 벌었는지 주인일가족으로 보이는 라후족 아주머니가 전통복장을 하고는 SUV를 몰고 다니더라구요. ^^ 장터의 라후족 아주머니들 보다가 이 분 보니까 좀 색달라 보였어요.
저희는 여행 막바지라서 기력이 다한지라 근교 산의 볼거리는 패스를 했습니다만, 그냥 고즈넉하게 며칠 머물기에는 팡도 괜찮아요. 나름 현지인들이 즐기는 술집도 있고 대형마트인 로터스도 있고요.
로터스에는 MK수끼도 있는데 왠지 재료수급이 잘 안되는지 도시에서 먹는 것에 비해 재료가 좀 기대에 못 미치는 단점은 있습니다.
타똔 가는 노란색 썽태우. 타똔에서 매쌀롱 가는 썽태우를 탈 수 있다.
시골 소도시라 뚝뚝 대신 쌈러가 있다.
시내 복쪽 거리 풍경
운이 좋게도 저희가 머무른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일요일 오후가 되면 팡 군청 앞 촛따나 거리에 큰 장이 열립니다. 지역주민과 고산족들이 각장 특화된 먹거리를 가지고 장을 벌이는데 이것도 꽤 좋은 감흥을 줍니다. 주로 먹거리가 대부분이긴 한데 그 외 다른 살거리들도 있어요. 가격은 아주 싼 수준이에요. 간단한 의류라던가 태국맥주 시그니처 유리컵이라던가 (이건 사오고 싶었는데 도무지 운반이 문제인지라...) 그리고 맛이 없긴해도 고산지대라 그런지 딸기도 장에 많이 나오고요. 이런 저런 먹거리들로 소소하고 건강한 먹거리들로 이 작은 마을이 풍성해집니다.
일요 저녁시장에서 이것저것 주워먹고 과일도 사서 숙소로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소낙비가 들이 붓듯이 오는 바람에 ‘아우~ 다행이다.’ 싶다가, 그 길에 상인들 생각하니까 아주 안스럽더라구요. 나름 기타도 두둥기며 노래 부르는 사람도 있고 했는데...-_-;;
우기때는 도대체 어떻게 운영이 될지 모르겠군요.
태국 북부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 마을주민들도 나긋나긋하니 분위기가 우호적이고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틀 있는 동안 숙소주인 식당 시장상인들과 그냥 스치듯 지나가서 표면적인 것 이긴 하지요.
이곳도 한때 국민당의 거점 중에 하나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마을주민들이 좀 중국계로 보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얗고 곱게 생겼습니다. 긴 여행으로 새까맣게 건조되어버린 몰골의 저야말로 산에서 지내다가 장보러 팡에 내려온 사람같더라구요.
태국북부인데다가 이 도시자체가 좀 고산지대라 그런지 3월 혹서기의 시작인 시기에도 날씨가 상당히 선선해서 아침저녁으로는 긴팔이 필수로 느껴지던데 겨울시즌에는 정말 솜파카 껴입고 다니는 지역주민도 있을 거에요. 3월에도 있더라구요. 사실 좀 오버로 보이긴 했지만 추위를 느끼는 감도가 우리랑은 다르겠죠.
딱히 볼거리는 느끼지 못했지만 도시에서의 긴장감을 리프레시 할 수있는 작은 피난처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게하는 마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