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돈타니 근교 유네스코 문화유산 반치앙
요왕은 이 반치앙 마을을 십수년 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 정말 볼품없는 유적지 마을이라고 하더군요. 그냥 허허벌판 같은 곳에 건물하나 지어놓고 몇몇 유적들을 전시해놨었는데 오고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영 실망스러워서 그저 그랬었다고 합니다. 유적지가 발견된 건 1960년대라는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 1990년대 초반쯤 된답니다.
요왕이 방문했던 그 시기에는 문화유산으로 지정 된지 얼마 안 되어서 뭔가 자리를 잡기 전이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요즘은 그때와는 아주 다르게 말끔히 재정비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우던타니도 왔겠다 다시한번 출바알~ 하게 되는데요...
사실 태국인들은 이 유적지에 대해서 자부심이 꽤 높아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기 유물 유적지라고 선전을 하던데 제가 이런쪽에 조예가 없어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잘 믿기지는 않아요. -_-;;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기유적이라면 당연히 4대문명 유적지 근처에서 발견되어야 뭔가 앞뒤가 맞을 것 같은데... 생뚱맞게 태국 북부지방에서라니... 흠흠
요왕이 옆에서 거드는 데, 반치앙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이란 수식어는 태국에서 주장하는 것이고 베트남, 이라크, 중국 등에서 서로 자기가 제일 오래되었다고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가 먼저냐가 그닥 중요한건 아닌 것 같아요. 과학자들이 추측하는 시기가 완벽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이라크의 청동기를 이싼 반치앙 마을 주민들이 얻어온 것도 아니겠고 이라크 사람들이 갖다 준 것도 아니겠고 그냥 각자 마을의 똑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발견, 발명한거니 모두 인정해 주면 되겠지요.
우돈타니에서 반치앙으로 가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센트럴 쇼핑몰 남쪽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갑니다. 우리는 숙소가 이 근처라서 걸어서 쉽게 갔어요. 버스터미널에서 반치앙 간다고 물어보면 17번 플랫폼의 싸꼰나컨행 에어컨 완행버스를 타라고해요. 외국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전부다 지역주민들입니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동쪽으로 느릿느릿 달리는데 요금은 1인당 45밧이고 표 끊을 때 반치앙 간다고 그러면 내릴 곳을 안내양이 알려주는데, 아무래도 안내양만 믿고 있을 건 아니고 가끔 물어보면 좋아요. 한 시간 조금 넘어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반치앙 근처 도로에 내리게 되면 유적지가 있는 박물관까지 가는 게 관건인데 길 입구 정자 앞에 세발오토바이 뚝뚝이가 ‘어서와 여긴 처음이지?’ 하는 포스를 풍기며 딱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 명이서 편도에 100밧을 줬어요. 나올 때는 무슨 수가 있겠지 싶어서 따로 기사에게 언질을 안주고 내렸는데 박물관 다 보고 나오니 출구에서 이 뚝뚝이 아저씨가 우리를 집어갈려고 딱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하긴 나올 구멍이 거기 밖에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은 왕복에 200밧입니다. 거리감은 꽤 되는 편이어서 비싸다는 느낌은 안 들더군요.
대부분의 박물관이 그러하듯 월요일에는 휴관이고 입장료는 이런 시골구석도 태국인은 몇십밧, 외국인은 150밧입니다.
이곳에서 출토된 줄무늬 토기를 본 따 만든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과 몇몇 식당 들이 박물관 정문 근처에 꽤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파는 기념품들이야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여기서는 발굴했을 때 출토된 특징적인 유물을 본따서 만든 제품들이 있어서 짐을 계속 이고지고 다니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 사고 싶은게 있긴 하더군요. 갈 길이 먼 우리는 그냥 밥만 사먹었지만 말입니다.
뚝뚝타고 박물관 가는 중
박물관 앞 상점
반치앙 유적은 세게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박물관 내부는 각종 출토품들과 발굴당시의 사진과 출토당시의 상황을 재현해놓은 모형 등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도 왕가의 손길이 닿았는지 국왕이 이곳에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과 설명들이 꽤 정성스럽게 전시되어져 있었어요. 하긴 태국에서는 왕가의 입김이 닿고 안 닿고에 따라서 시설관리 면에서 차이가 엄청 나니까요.
비교적 전시품 사진촬영을 자유롭게 허용을 하더군요. 우리가 갔을 때는 박물관을 관람하는 외국인은 없고, 다 태국인들이었어요. 태국여자랑 같이 온 외국인 할아버지가 있긴 했는 데, 관람은 태국인만 하게하고 할아버지는 밖에서 그냥 쉬더군요. 아마도 이곳 장기 거주자인지도...
저처럼 휘리릭 둘러보면 한 40분정도 걸릴테고 요왕처럼 꼼꼼하게 보면 한 시간이 좀 더 넘게 걸리네요.
반치앙 유적지에서 그릇 장신구 등등 꽤 많은 것들이 출토되었다는데, 줄무늬를 그려 넣은 항아리가 제일 유명세를 타는 바 반치앙 유적을 설명하는 대부분의 안내 책자나 사이트에는 이게 올라가 있습니다. ‘반치앙=줄무늬 그려 넣은 토기’의 공식처럼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청동기 유적이라니까 꼭 이걸 보고야말겠다는 고고학적 열정이 끓어오르는 분이라면, 방콕에서 우던타니까지 비행기 타고 가뿐하게 와서 버스로 왕복하면 되겠네요. 하지만 저 같으면 오직 이것만 보러 여기오는 건 좀 그렇고 라오스를 가기위해 우던타니를 거치는 넉넉한 일정의 여행자라면 이왕 근처까지 온 김에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꽤 의미가 있으리라 느껴집니다
우던타니로 돌아올 때는 버스에서 내렸던 곳 바로 길 건너의 작은 원두막 같은 버스정류소에서 기다리면 에어컨버스가 와서 우리를 싣고 갑니다. 그냥 역순으로 하면 되니까요.
뚝뚝 아저씨가 알아서 방향을 가르쳐 줄 거에요. 명색이 에어컨버스지만 엄청 자주 서는지라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
참... 우리나라 유적지도 아직 안 가본 곳이 많은데 태국에서는 별별곳을 다 돌아댕깁니다. 조만간 공주나 부여 한번 다녀와야 겠습니다.
반치앙 토기
박물관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1972년 국왕이 방문하여 했던 말씀과 사진 등이 전시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