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르게 다가오는 국경도시 우돈타니 시내풍경
요왕의 말에 의하면 제가 우돈타니에 온 적이 분명히 있다는데 제 기억을 암만 되살려봐도 우던타니의 전경이 잘 기억이 안나요.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십여년전 즈음에 라오스의 위앙짠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국경을 넘어 우던타니까지 왔다는군요. 대략 우던타니에는 낮시간에 도착해서, 시내 안에서 호수 근처를 빙빙 돌며 시간을 보내다가 바로 당일 저녁에 치앙마이로 가는 냉동야간버스를 타고 미련없이 떴다니까 아마 이곳에서는 대여섯시간 정도 지루한 시간을 죽이며 머무른 모양이에요. 그러나 저러나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다시피하니 실제적으로는 이번이 첫방문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우던타니는 이싼 지방에서는 그나마 여행자들에게 좀 인지도를 갖고 있는 곳인데, 나름 규모 있는 대도시 인데다가, 이곳이 농카이를 거쳐 라오스로 가는 태국 내 전진기지 역할을 하니까 그런듯하고요, 또 우던타니 근교 볼거리 중에 반치앙이라는 청동기 유적지가 있는데 이것도 태국 내에서는 꽤 의미를 가지는 볼거리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여행자라면 반치앙만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올 일은 그닥 없어 보이지만서도, 어쩌다가 여정이 우던타니까지 왔다면... 그리고 이런류의 선사시대 유적에 흥미가 있다면 한번쯤 와보는 것은 의미가 있지요. 태국인들은 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역사유적지니까요. 좀 신경을 써서 꾸며놓기도 했더라구요.
가지고 계신 가이드북을 참고로 하거나 아니면 udonmap.com 사이트(업데이트는 1년 이상 안 되고 있긴 합니다.)를 참고해서 방향을 잡자면... 여행자 입장에서 볼 때 도시를 크게 양분해서 보자면 서쪽의 프라짝 호수구역과 동쪽의 기차역 중심의 쇼핑가구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수가 있는 서쪽 구역은 시청과 박물관, 몇몇 불교사원, 그리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시청근처에 길을 막고 야시장도 열리고 뭐랄까 좀 오래되고 유서있는? 전통시가지의 느낌을 풍긴다고 느껴집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야시장이 열리면 차량통제를 하므로 시청근처는 교통정체가 꽤 생기더군요.
사실 도시 동쪽에 비해서 서쪽이 비교적 그렇다는 것이지 우던타니 자체가 사실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닌 것 같아요. 치앙마이나 치앙라이 같은 북부의 관광도시들은 대개 옛 왕국의 수도였으니 당연히 그 히스토리에 걸 맞는 사원과 왕권의 흔적이 있는데 여긴 그냥 급조된 큰 도시 같은 느낌? 사실 이 도시는 다른 이싼 지방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전 당시 미군 기지가 주둔하면서 발전한 도시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도시가 상당히 소비적인 색채가 강하네요. 또 대도시이면서 국경에서 멀지 않아 유동인구에 따른 활기가 돋는 그런 느낌입니다.
저희는 아무래도 버스터미널과 쇼핑센터와 숙소들이 밀집해있는 기차역 구역이 여행자가 머무르기에는 훨씬 편안하다고 느껴졌는데 이건 좀 개인차가 있을테지요. 우던타니를 여행해보신 분들 계신가요? 여러분들의 숙소는 어디쯤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장기적으로 묵는 게 아니라 하루나 이틀정도 스쳐지나가는 여행자라면 쇼핑센터, 여행자거리, 버스터미널, 기차역 등 편의시설이 밀집한 동쪽구역에 묵는 게 좀 더 좋다고 보여져요.
센트럴 플라자
우던타니 기차역
기차역 앞의 번화가
센트럴 플라자 앞의 버스 터미널
에어아시아를 타고 저녁 늦게 도착한 우던타니에서 원래는 하루 정도만 머무르고 다음 목적지로 가려고 했는데 밤에 나와서 느껴본 도시의 느낌이 정말 북적북적 역동적?이어서 하루만 있기에는 너무 아쉽다고 느껴져 이틀을 묵게됩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주말이어서 더 그랬을지도요.
우리 숙소는 센트럴쇼핑몰과 기차역 사이의 골목에 위치한 ‘탑맨션’이었는데 에어컨 더블룸에 450밧 정도로 가격대비해서 깔끔하고 묵을만했어요. 우리 숙소 바로 근처의 판나라이 호텔에서는 외부인들에게도 아침뷔페를 제공하던데 한번 먹어볼까말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이 골목에서는 제일 반짝반짝하는 곳이더라구요. 비싸기도 하구요.
탑맨션, 판나라이호텔, 아이리시 클락, 앳홈 등 유명 여행자 업소가 다 한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쏘이 쌈판타밋’ 또는 ‘쏘이 파랑(외국인 골목)’이라고 불리는 이 길의 성격이 좀 특이합니다.
태국은 어디에서나 유흥을 즐기는 무드가 존재하니까 홍등가가 존재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지만, 마치 파타야의 한 장면을 그대로 떼다 붙인 것처럼 홀로 된(온) 서양 노인들이 혼자서 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예상치 못한 그림이었습니다. 물론 이들 옆에는 태국여성들이 함께 하고 있고요.
여행자가 그다지 방문하지 않는 이싼지방의 우던타니에, 이 노년의 서양거주자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흘러와 둥지를 틀게 된 건지 말입니다. 참전 군인들일까요?
붉은빛의 조명아래에서 하얀 얼굴의 노인네가 까무잡잡한 태국 젊은여성과 시시덕거리며 있는 풍경은 참 여러가지를 느끼게 하는데, 어쨌거나 뭔가 그들이 이곳에 장기거주를 할만큼의 메리트가 있겠지요.
파타야의 노인들에 비하자면 훨씬 건강상태도 좋아보이고 그만큼 연령대도 좀 낮아보이긴 하더군요. 국경도시라서 비자런 하기에 적당해서 일까요. 아니면 이싼지방이라서 물가가 다소 저렴해서 일수도 있겠고 활기 돋는 쇼핑몰과 공항 병원 등이 있어서 장단기거주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 느꼈을 수도...
쌈판타밋 골목의 바 간판
사실 기대하지 않은 것에 비해 이러한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좀 의외라는 것이지, 파타야나 치앙마이 뭐 이런 곳에 비하면 그렇게 사람 많고 큰 도시는 아닙니다. 태국 기준에서 주변 다른 도시보다 크다는 거지요.
숙소에서 나와 기차역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다보면 유디타운UD Town이라는 쇼핑가가 나옵니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있는 노천쇼핑가인데 북쪽은 좀 촌스럽고 로컬적인 느낌이 나고 남쪽방향으로는 좀 세련된 느낌이 들던데 로터스를 비롯해 유명프랜차이즈점도 있고 더 반짝거리고 그렇습니다.
우리가 방문한때가 주말이라서 그런건지 사람들로 아주 바글바글한던데 각종 먹거리 옷가지 그 외 생필품과 패션소품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곳에서 파는 제품의 질은 그냥 태국 서민층이 구매할 정도의 수준이어서 막 사고싶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활기찬 쇼핑몰을 보는것만 해도 기운이 돋네요.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도 많고 꽤 규모가 있는 식당들도 많고, 유디타운 남쪽구역에는 대규모의 비어가든+푸드코트도 있어요. 유디타운의 남쪽 구역에는 테스코로터스도 있고 몇몇 유명한 일식계 체인점도 있습니다.
푸드코트에서는 일단 메인요리를 시켜 먹을 식당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문을 하고, 그 외의 소소한 것들은 이 가게 저 가게에서 주문 해와서 한상 차려놓고 먹으면 되는 시스템이지요. 앉아 있으면 음료와 맥주 주문도 받으러 오고 그럽니다.
하지만 이곳까지 왔다면 다른도시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살짝 제쳐놓고, 이싼지방의 지역색 강렬한 각종 이싼음식이나 민물생선 소금구이를 먹어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쏨땀이 이싼지방의 음식이란건 다들 아실텐데, 이곳 우던타니에서 먹어보니 가장 마일드하다고 알려진 쏨땀타이 조차도 아주 강렬하고 진한 젓갈의 냄새가 나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는 아주 맛있었는데 이런 강렬한 젓갈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요왕은 좀 진하다고 그래요. 저야 뭐 그저 신날뿐입니다. 무료 기본 반찬도 한접시 갖다 주는 것도 좋구요...
태국의 다른지방에 비해 음식량도 아주 넉넉하고 맛이 있어서 이런부분은 꽤 맘에 드는 도시였습니다. 프라짝 호수 부근 이번에는 굳이 보지 않았는데, 예전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근래 갔다오신분 계시면 그 구역의 풍경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밤늦게 도착해서 겨우 두 밤 자고 오전 일찍 떠난 일정이어서 뭘 깊이 있게 말할 주제는 아니지만 태국에서 북적북적 활기돋는 현지인들 생활 속에 한발짝 더 들어가서 지내고 싶고, 쇼핑몰 의료시설 유흥 그외 교통 등등의 편의시설도 어느 정도 누리고 싶은 분들이라면 우던타니가 대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