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근교 나들이 - 파처협곡, 다랑이논, 폭포, 그리고 태국 최고봉 도이인타논 돌아보기
몇 년 전에 알아 봤을 때 태국의 국립공원 수가 130여개 였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150개에 육박하네요? 와우~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이 22개인데, 땅 크기 차이(남한의 5배)를 감안하더라도 꽤 많은 수죠.
태국의 국립공원을 다녀보면 정말이지 “오오~ 멋있네!” 할 만한 것도 있고, “에게~ 이게 다임?”하는 것도 있었어요.
국립공원 입장료는 외국인 기준 100/200/300/400밧으로 등급이 나뉘어 있습니다.
1인당 300, 400밧은 사실 좀 부담이 되는 액수이긴 한데... 남의 나라 정책에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겠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요. ^^
도이 인타논. 태국 최고 높이(2,565m)의 위용을 자랑하는 산. 그리고 왕(라마9세)과 왕비를 위한 탑이 있는 신성한(?)산...
치앙마이 시내에서 차로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치앙마이에 왔다면 이곳에는 가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높이와 의미 때문에라도요.
근데 저도 아주 예전에 인타논을 투어로 방문했었는데, 세상의 모든 투어가 그러하듯이, 좀 전형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긴 합니다.
사실 막 익사이팅하고 그렇진 않아요. 산 정상까지도 차로 쑤욱~ 올라가고요.
아침에 손님들 픽업하고 끝난 후 숙소로 보내주는 것까지 다 포함되어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약간 지루함이 느껴지긴 하는데... 그래도 태국 최고봉에 올랐다는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일단 저희가 예전에 했던 투어랑 지금 현재의 투어가 얼마나 변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 당시 투어 프로그램은
와치라탄 폭포 - 최정상 가서 인타논 왕의 묘 보고 앙카 트레일 걷기 - 왕과 왕비의 트윈 파고다 방문 후 점심 식사 - 로얄프로젝트 농산물 파는 시장 구경 - 씨린탄 폭포 - 마지막으로 화이트 카렌족 마을 방문.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로얄 프로젝트와 화이트 카렌족 마을에서는 구매를 조금 유도하는 면도 있고요.
요즘 인타논을 투어로 다녀오신 분이 계실텐데, 저 예전의 프로그램과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
이번에 우리는 렌트카를 빌려서 가 보았어요.
치앙마이 근교가 경사진 산악지대가 많은지라 우리가 빌린 소형차는 능선을 오르고 내리느라 우리에게 아주 육골을 제대로 뽑아 먹히고 있습니다.
근데 출발하는 날 아침 비가 꽤나 와서 기분이 나질 않는 거에요. 흑흑. 그래도 빌린 차를 놀릴 수는 없겠죠. 출바알~~
아... 근데 우리는 치앙마이에서 바로 인타논으로 가지는 않을거에요. 중간에 ‘매왕 국립공원’이라고 국립공원이 또 있는데, 그 공원 안에 있는 ‘파처 협곡’을 보고 갈 거에요.
파처 협곡
위치 https://goo.gl/maps/W1Z3CDnHUC85pRZ26
파처 협곡은 뭐 대부분의 협곡들이 그러하듯 계곡의 격한 흐름이 지표면을 긁어서 절벽과 첨탑을 자연스레 조각해놓은 형상이에요.
치앙마이 근교에 ‘그랜드캐년 워터파크’라고 하나 있잖아요. 그곳이 예전에는 그냥 아는 사람들이나 알음알음 놀러가서 점핑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시설물을 갖춰놓고 입장료 받는 곳... 거긴 인공적으로 땅 파놓은 곳에 물이 고여서 젊은 여행자들에게 액티비티 장소로 알려진 곳이고, 여기는 자연이 조각해 놓은 계곡사이를 그냥 자박자박 걸어 보는 것... 대략 그런 차이입니다 .
이곳의 입장료는 외국인 100밧이고 차량은 30밧이 추가됩니다.
비가 와서 좀 기분은 저하되지만 폭우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게요.
차를 파처협곡 정상의 주차장에 대놓고 이 파처 협곡을 둘러보는 산책로를 걸어봅니다.
아주 천천히 걸으며 주변 사물을 다 본다면 왕복에 40~50분 가량 걸릴텐데 일반적으론 30분 안에도 왕복 가능한 아주 평탄한 길이었어요.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사실 아주 작다고 봐야겠어요.) 이곳의 특징은 협곡으로 내 몸이 소복하게 둘러 싸여진 느낌을 받는 달까요...
그러니까 미국의 그랜드캐년이 아이맥스영화처럼 내 시선이 가는 곳 전부를 둘러싸고 있다면, 이곳은 깎아지른 황토빛 절벽이 마치 외투처럼 나를 감싸고 있는...? 뭐 그런 감각의 차이가 있겠어요. (사실 그랜드캐년과 견주기엔 아주아주 소박한 규모이긴 합니다만...)
입장료도 저렴하고 저희는 차 빌린 김에 온 거니까 대략 만족 ^^ 했습니다.
파처 정상에서 내려다 본 보습
이제 차를 돌려나가서 도이 인타논 -오늘의 주 목적지-로 향하는데요, 워우 여기는 외국인 입장료가 300밧이에요. 8년 전에는 200밧이었는데 또 올렸어요. -_-; 설마 몇 년 후에 400 받지는 않겠죠.
두 명에 차량까지 630밧을 내고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와치라탄 폭포’입니다. 라마9세의 아들이자 현 국왕인 와치라롱껀의 이름을 딴 폭포입니다.
와치라탄 폭포
위치 https://goo.gl/maps/RdF13GzTFMwp194X9
예전에 왔을 때는 건기라서 수량이 적어 그냥저냥 봤던 기억이 있어요. 역시 우기 때의 폭포는 대단하네요. 게다가 폭포가 자리 잡은 지형지물도 뭔가 기가 쎈 기운이 느껴집니다.
날씨가 이래서 그런가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단체관광단이 와서 일렬로 차례를 기다려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합니다.
아무튼 장관 이었어요.
그 다음 방문한 곳은 라마9세의 둘째 공주 이름 ‘씨린톤’의 이름을 붙인 ‘씨린탄’ 폭포.
예전에 왔을 때는 사진도 찍기 싫어서 셔터도 안눌렀어요. 건기 때는 그 정도로 볼품이 없어서 그 때 찍은 사진도 없어요.
씨린탄이 와치라탄에 비해 더 소박한 규모라 그때는 그냥 물줄기 쫄쫄이었는데, 우기 때 와서 보니 이 폭포도 제법 볼만은 하구만요. 뭔가 굽이굽이 하얀 포말의 폭포수가 주륵주륵...
꼭 가봐야 한다라고 보긴 애매하지만 300!! 이나 내고 왔으니 빠짐없이 봐야죠. 와치라탄 폭포도 마찬가지지만 주차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요.
씨린탄 폭포
위치 https://goo.gl/maps/jsvRVELzK4gGDWzz8
이렇게 폭포 두 개를 보고 간 곳은 ‘매 끄랑 루앙’ 다랑이 논 마을이에요.
매 끄랑 루앙
위치 https://goo.gl/maps/AdcueRTy1UbFAf729
이곳은 예전에 우리가 했던 투어에 포함되지 않았던 곳이고, 요즘 투어에는 포함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요... 다랑이 논, 그러니까 계단식 논 마을입니다.
제가 성격상 뭐 서정적이고 여성여성한 감흥이 상당 없는 편인데요, 비오는 날의 연푸른빛의 다랑이 논은 정말 뭔가 마음을 뭉클하게하는 기분이 가득했어요. 이게 날이 촉촉하고 마침 논에는 어리고 푸른 벼가 몽실몽실 쿠션처럼 자라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희가 논 위의 대나무 다리 있는 곳을 시기를 달리해서 몇 번 방문한적이 있는데, 벼 있을때랑 추수 후 갈색의 맨땅 드러났을 때랑 감흥이 천양지차였습니다.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으니 전망 찻집 한 군데 골라 차세워 놓고 구경하시면 좋습니다.
반 매 끄랑 루앙 뷰 https://goo.gl/maps/qnMJkcumTUoEem8R6
이제 우리가 향하는 곳은 트윈 파고다, ‘왕과 왕비의 탑’입니다.
왕과왕비의 탑
위치 https://goo.gl/maps/EhGBkUgjMa7k4uhn6
이곳은 또 따로 입장료를 받아요. 1인당 40밧입니다. 흠흠...
왕의 탑, ‘프라마하탓 나파메타니돈’과 왕비의 탑, ‘프라마하탓 나파폰푸미씨리’인데... 발음이 어려우므로 그냥 ‘왕과 왕비’의 탑으로 부르자고요... 여기서 왕은 지금 왕이 아니고 전 왕인 라마9세 푸미폰 왕입니다.
근데 여기 도착하고보니 이게 뭐야... 온통 안개과 비바람으로 아무것도 안보여요. 정말 한 치 앞도 안보여서 눈앞의 파고다가 형체가 파악이 안 되고 이게 뭔가 싶습니다. 그래서 아래 사진은 예전에 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탑 안에도 신발 벗고 들어갈 수 있는데 경건한 기운이 상당히 느껴지네요.
탑으로 올라갈때는 실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데 내려 갈 때는 그냥 야외 계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때 마침 엄청난 강풍이 불었어요. 다른 여행자들은 우비 입고 걸음을 못 걸을 정도.
우비 입는 서양인 여행자들은 이 와중에 바람 맞으면서 우비를 활짝 펼쳐 인간 가오리 형상을 하고는 펄럭펄럭 거리며 “오마이갓~” 그러다가 ‘깔깔깔’ 웃으며 계단을 내려갑니다.
어디서나 즐겁고 유쾌한 기운의 서양인 여행자들....^^
예전에 갔을 때 찍은 것. 왕의 탑
내부
왕비의 탑
내부
요즘 도이 인타논 트레킹 중에서는 끼우 매판 트레일(대략 2시간 정도 소요)이 포함된 상품이 있다길래 우리도 걸어볼까 했는데... 이런 날씨에서는 대략 난감하죠. 그러니 패스하고요.
이제 파고다를 나와 차를 몰고 이 산의 정상으로 갑니다. 여기에는 인타논 왕(치앙마이를 지배 했던 란나의 마지막 왕)의 무덤과 앙카 트레일이라는 앙증맞은 산책로가 있어요.
예전에 투어로 왔을 때 이 트레일을 걸었는데 무척 쌀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날에는 아무도 없네요. 정상에 와 봤으니 발자국이나 찍어봅니다.
정상에는 기상관측소도 있고 그 입구에 현재온도 전광판이 있어 그걸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데 헐, 그것마저 고장이 나 있네요. -_-;
정상 위치 https://goo.gl/maps/NwtJFjF1Rq2JpD2F8
자... 이제는 방향을 돌려서 치앙마이로 가야하는데요, 아직 볼게 좀 더 남았어요.
하산하는 길 중간 국립공원 관리소 근처의 소박하게 줄지어서있는 몽족 시장에 들러서 농산물을 사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곳은 고지대 작물이 상시 나오는데 일반적인 태국의 재래시장에서 파는 품목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더 친숙한 여러 작물들도 종종 보여요.
예컨데 우리나라 단감 같은 걸 아주 커다란 봉지 채 팔더라고요. 물론 작은 수량으로도 팝니다. 저희는 사 볼까 하다가 날도 궂고 갈 길이 멀어서 안 샀는데 나중에 보니 치앙마이 와로롯 시장에도 단감이 꽤 나와 있었습니다.
몽족 시장을 통과해서 다음 목적지는 ‘왕실 계획 기지 Inthanon Royal Project Research Station’인데요, 예전에 투어로 갔던 로얄 프로젝트 농산물 파는 곳이랑은 다르게 정성스레 가꿔 놓은 수목원이네요.
왕실 계획 기지
위치 https://goo.gl/maps/61B6b5eLr7YLzsg16
이곳도 따로 입장료가 있는데 아주 소박하게 단돈 20밧입니다.
예쁜 작물들과 화초들로 가득합니다. 형형색색 열대지방의 큼직한 꽃들과 작은 호수, 그리고 그 호수 안에는 흑조와 백조가 살고 있습니다. 20밧의 입장료가 아주 간소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리고 이 수목원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다보면 ‘씨리품’이라고 폭포가 또 하나가 있는데... 이날은 날씨도 그렇고 이미 대형 폭포를 두 개나 본 터라, 굳이 폭포 앞까지는 안 갔어요.
그런데 나중에 차를 돌려 매왕 쪽(구글맵으로 보면 4016 도로) 방면으로 가다보니 이 폭포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산 벽면에 딱 붙어서 하얗게 흐르는 폼이 신부의 면사포 같았어요. 면사포 폭포....^^
씨리품 폭포 조망장소
위치 https://goo.gl/maps/iEec1q86QKCpJ9Kc7
대개의 경우라면 이 왕실 농업 기지를 보고 난 후에 왔던 길(1009번 도로)로 그대로 되돌아 나가 평탄하게 치앙마이로 귀환할텐데요...
여기서 요왕은 ‘이미 지나온 길 보다는 안 가봤던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다’병이 또 발동을 해서 4016 도로를 타고 ‘매왕’ 계곡길(1013번 도로) 거쳐서 치앙마이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길의 초입부분은 나름 좋았어요.
음... ‘인타논 복주머니 난 보호계획 식물원 Inthanon Lady's Slipper Orchid Under Initiative Conservation Project’이라는 곳도 잠깐 보고, 또 이 구역 계단식 밭에 고산지대 주민들이 재배하는 작물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엄청 자라고 있는걸 보는 것도 나름 로컬의 삶에 바짝 다가간 느낌이 들어서 흥미로웠습니다만...
그건 잠깐의 기쁨이고... 대략 전반적으로다가 길이 너무너무 꼬불꼬불해서 저는 멀미가 쏠리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_-; 치앙마이에서 빠이 갈 때 멀미 쏠리잖아요. 그런 거랑 비슷한 현상이... 시간도 더 오래 걸려서 구글지도에서 확인해보니 40분이나 더 걸리는 길이네요.
혹시나 호기심이 발동할지라도 그 마음 고이 접어서 간직해두시고 일반적인 길로 하산하시는 걸로요...
이 구역 어디에 있는 차밭도 가보겠다고 꼬불꼬불 길을 접어들었다가 나오고 하여튼 좀 해프닝이 있었어요. 하긴 이 길을 통과할 여행자도 아예 없지 싶습니다만 노파심에요.
혹시 통과한 여행자 분 계시면 너무 반가울 거 같으니 좀 알려주세요. ^^
차밭을 찾아 간 매촌루앙
날이 구진 오늘 하루 태국의 국립공원을 두군데 방문했고 그 덕에 차도 사람도 온통 빗물과 흙탕물에 젖어 조금 고생은 했지만, 의미 있는 하루였습니다.
치앙마이에 여행가신 여행자 분들... 날씨가 허락한다면 투어든지 자력으로든지 한번쯤은 여러분의 여행 이력에 도이인타논을 아로새겨 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