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매깜뻥(매캄퐁)으로 놀러오세요. 하루 투자해 담아갈게 많은 예쁜 산속 마을 ^^
치앙마이... 방콕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인데다가 주변이 온통 울창한 밀림 빽빽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이미지로는 마냥 초록초록하고 공기도 피톤치드 뿜뿜하니 엄청 좋을 것만 같고 그렇잖아요.
하지만 사실 치앙마이 시내만 보자면 그것과는 거리가 한참 있습니다. 이게 요즘 들어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20년 전에도 치앙마이 시내 공기는 그 다지 좋지가 않다는 평과 자료가 일반적이었어요.
왜나면 바다에서도 멀고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어서 공기가 정체가 되는 날이 많거든요. 그러니 그 시절에서부터 쭈욱 시내의 공기 상태는 그냥저냥이에요. 게다가 산간에서 화전을 하는 2, 3월에는 매캐한 연기, 누르스름한 미세먼지로 정말 고통스러울 지경이에요.
근데 우기 때는 바람도 자주 불고 간간히 비도 와서 공기 질이 훨씬 좋아요.
저는 이런 연유로 건기 때는 태국 남부의 해변이나 섬으로, 우기 때는 육지의 도시나 북부가 더 성향에 맞는데요.
비올 때 해변이나 섬은 진짜 기분 우울하게 하거든요. 왠지 더 무섭고 고립감이 느껴지고요... -_-;
날씨 얘기로 한참 말이 샜네요...
아무튼 혹시나 푸르른 치앙마이를 생각하고 왔는데 시내의 복잡함에 예상과는 기대가 살짝 어긋났다면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보세요. 멀지 않은 곳에 한적함과 푸르름을 채워줄 만한 곳이 꽤 있습니다.
그 중 치앙마이에서 동쪽으로 약 60킬로 정도 떨어진 매깜뻥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Mae Kampong이라고 표기 하여서 ‘매캄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แม่กำปอง 매깜뻥’이 맞습니다.
북부의 도시나 마을에 ‘매OO’이란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건 그동네에 흐르는 강, 개울이름입니다. 매깜뻥에 흐르는 개울 이름이 매깜뻥인거죠.
매림, 매땡, 매쨈, 매싸이, 매쌀롱 전부 마찬가지로 강이나 개울 이름입니다.
이 ‘매깜뻥’은 치앙마이 시내를 돌다보면 수없이 보이는 선전광고인 ‘플라이트 오브 기븐-짚라인’이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게 설치된 곳은 대개 나무가 울창한 경사림이므로 대략 이곳이 어떤 지형지물인지 감이 옵니다.
우리는 렌트카로 갔습니다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여행자라면 창프악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미니밴으로 왕복을 하시겠네요. 그게 싼깜팽 온천을 경유해서 간다니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은 그 자료를 검색해 보세요. ^^
치앙마이에서 이곳까지 가는 중간에 버쌍 우산마을, 싼깜팽 온천이 있어서 혹시 차량 일일대절이나 렌트를 한다면 하루 루트로 연계하여 다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날은 날이 흐리고 비가 간간히 떨어져서 출발할 때 “날씨운 지지리도 없도다!!”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쨍한 날에 비해서 촉촉함을 머금은 수풀의 서정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이니스프리 화장품 광고 배경으로 딱일 것 같은 녹색의 이슬 머금은 수풀들...
매깜뻥 구역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띤똑 로얄 프로젝트 센터 Teen Tok Royal Project Development Center’였어요.
위치 https://goo.gl/maps/2Q1LheqzDqf8MdZJ6
로얄 프로젝트라고 해서 뭐 대단한 걸 전시 해 놓은 건 아니고 여기서 재배되는 작물이랑 기념품을 파는 매장이 도로면에 붙어있고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서 운영하는 식당과 숙소가 있는데 들어앉은 자리가 아주 자연 그 자체더군요.
매깜뻥 구역의 초입인지라 오호~ 하면서 돌아다니면 사진 찍고 그랬어요.
작은 개울물 계곡이 흐르고 있고 그 안 쪽에는 숲속의 나무집이 있어요. 여기에서 하루를 보내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나라 자연휴양림에서의 느낌일까요. 사실 무척 심심하긴 할거에요.
이곳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매라이(이 마을에도 제법 숙소와 카페가 있다는데 우리의 목적지는 아니고요...) 오른쪽이 매깜뻥이야요.
길 양쪽으로 숙소과 기념품가게 그리고 찻집이 많은데 이걸 쭈욱 통과해서 마을 중간쯤에 있는 절로 향했습니다.
태국을 차로 여행 할 때 주차를 어디에 할지 모르겠다면 지도에서 절, 그러니까 Wat으로 시작 되는 포인트를 찾아서 찍고 가세요. 사원 앞이나 안 쪽에 주차할 공간이 있습니다. 불법 주차가 아니고 태국 현지인들도 이런 식으로 다녀요.
왓 칸타픅싸 Wat Khantha Phueksa
위치 https://goo.gl/maps/inixQaQsBBhtGngo6
여기 절 앞에 차를 세워 놓고 마을을 둘러 보시면 됩니다.
우선 이 절 자체가 볼거리입니다. 바위 계곡 한 중간에 사당이 놓여 있어요.
계곡 안이라 습하고 볕이 안들기 때문에 이끼가 많이 끼어 있어요.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미끄러우니 살살 내려가야 합니다.
우리는 계곡 위에 놓인 대나무 다리를 건너다가 그 벌어진 틈으로 미끄덩~ 하면서 종아리가 밑으로 쑥 빠졌는데, 다행히 다치지 않고 발을 뺄 수 있어서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몰라요.
만약 밑으로 미끄러지면서 튀어나온 못에 종아리가 쭈욱 긁혔으면 어쩔뻔!!! 으악 생각만해도 아프네요.
마을 초입에서 맨 위까지(대략 ‘플라이트 오브 더 기븐’부터 ‘라비앙 뷰 카페’까지)는 1km 남짓 됩니다만 경사가 꽤 있으므로 오르내리는데는 힘이 좀 드니 본인 체력에 맞게 적당히 구경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는 사원 구경하고 마을 중간쯤 전망 좋은 식당에서 카우써이 한 그릇 먹었습니다.
한 그릇에 60밧인데 그릇은 큰데 양이 작네요. 흥~ 국수면발은 정말 돈 얼마 안하는데 좀 많이 넣어주지. ^^
그래도 이 마을에서 유명하다니 일단 먹어보고요.
이곳은 카오쏘이만 하는게 아니라 쏨땀, 고기구이 외에 다른 태국 요리도 하고, 군고구마도 굽고 있어요.
2층 난간에 식탁이 놓여 있어 길을 잘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맞은편에 좀 특이한 외양의 가게가 있던데 그 건물 앞에서 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젊은 여성들 사진 엄청 찍더라고요.
카우써이 끌러이 짜이
위치 https://goo.gl/maps/ML4xKLrKG4kdoP528
국수 한 그릇 먹고 길 위쪽에 있는 끼우핀 전망대로 이동 했습니다.
가는 길에 급경사 구간이 한 곳 나오는데요, 빌린차가 소형차여서 진짜 1단에서 엑셀을 풀로 밟았는데도 사람 걷는 속도로 빌빌빌빌~ 올라갔어요.
하지만 기름을 태우면서 그 끝에 올라가보니 좋더라고요.
쭉 가다보면 길을 가로질러 차단기가 나오는 지점이 있습니다. 치앙마이-람빵이 주 경계 지점입니다.
차는 그곳에 주차 시키고 옆에 있는 좁은 산길로 100미터 정도 가면 ‘끼우핀’ 전망대가 나옵니다.
끼우핀
위치 https://goo.gl/maps/MuduhrG7hosEbisn6
이 곳 역시 치앙마이와 람빵의 경계선 위라 그걸 표시한 귀여운 발바닥도 있어요. 이 위에 한발씩 올리면 한발은 람빵에 한발은 치앙마이에 있는 거죠. 기념 사진 찍는 포인트~
고산지대에 부는 묘하게 이는 공기를 따라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뒤쪽으로는 뽀얀 운무가 가득한데 앞쪽으로는 쨍한 볕이 순간적으로 반짝 들어차서 안개 속에 희망의 빛을 찾아 떠도는 느낌이 살짝 들었어요. 이 세상 공기가 아닌 저 바깥 어느 세상의 비현실적인 분위기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올라오기 쉽지 않은 곳이에요. 승용차에 세 명 이상 타고 올 거라면 배기량 1500cc 이상으로 빌리세요. 아니면 그냥 사진으로 구경하시는 걸로요. ^^;
치앙마이-람빵 경계
이제 다시 내려가는 길. 중간에 폭포를 봅니다. 그다지 크게 볼 건 없어요.
우기여서 수량이 꽤 되긴 했는데 건기라면 더 볼 품 없었을지도...
길에서 몇 발 짝 안 걸으니까 여기까지 온 김에 보는 거죠 ^^
매깜뻥 폭포
위치 https://goo.gl/maps/jWdXEFwVCX8i4Fzz5
이번엔 매깜뻥 마을의 맨 꼭대기에 있는, 즉,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 들릅니다.
여기 카페가 두 개 있어요. ‘촘녹 촘마이’가 먼저 생겼고 더 유명하고 그래서 사람도 더 많습니다. 우리는 그 옆에 새로 생긴 ‘라비앙 뷰’로 갔습니다.
촘녹 촘마이보다 살짝 더 높고 좀 더 정면에서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라비앙은 태국말로 ‘베란다’를 말합니다.
여기서 보는 마을의 모습은 초록색 수풀 바구니 안에 회색슬레이트 지붕 가옥들이 알처럼 소복하게 담겨져 있는 형상입니다. 해를 품은 달이 아니라, 집을 품은 숲 뭐 그런 지형이에요. 주말이면 이곳도 사람들로 북적일거 같은데, 이날은 그저 한가함과 여유로움이 가득했었어요. 커피 값도 편안한 수준입니다.
여기 저기 다니면서 피톤치드 샤워를 맞아서 그런가 폐가 정화 되는 것 같았는데, 아마 촉촉한 날씨도 한 몫 한 것 같아요.
라비앙 뷰 카페
위치 https://goo.gl/maps/aSj2zEPk2hXdg2C7A
정상에서 람빵과 치앙마이에 한발씩 걸쳐보며 경계에도 서봤다가, 찬찬히 마을도 구경하고 절 보고, 계곡 보고, 폭포 보고, 차 마시고, 음식 먹고 하면 이곳에서 할 건 거의 다 한거에요. 여기도 홈스테이가 있는데 맘에 들었다면 하루 이틀 묵어보는 것도 좋을 듯.
우리는 내려가다 갈림길의 왼쪽의 매라이 마을도 상당 진입해 봤어요. 개울가 옆에 위치해 있다는 카페 앞까지는 가봤는데, 마침 폭우가 쏟아지고 이런 상황에선 별 신통한 걸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되돌아 나왔네요.
매깜뻥에서 치앙마이까지는 한 시간이 좀 넘게 걸렸고요, 대중교통으로 가신다면 이보다 훨씬 더 소요될거야요.
저희에게는 기분 좋은 하루 나들이로 남은 날이었습니다.
이곳을 가보신 다른 여행자분들께서는 어떤 느낌이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