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금요일 오전 이슬람 골목에서 열리는 이슬람-중국시장
치앙마이.
비교적 근래인 100여년 전까지 독자적인 국왕이 있는 ‘란나왕국’의 수도였다는 역사성, 그리고 구시가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사원들에 힘입어 ‘품위 있고 고풍스런 사원의 도시’로의 이미지가 잡힌 곳이었는데...
이제는 ‘시장의 도시’로 탈바꿈 했다는 생각마저 정도로 시장이 많습니다.
삥강 가에 있는 대형 전통시장 ‘와로롯’과 ‘똔람야이’는 무슨 말을 더 보태나 싶을 정도로 많이 언급되었죠. 오만 것 다 팔리는 전통시장 2개가 육교로 연결되어 있고 똔람야이 건물 서쪽 가장자리에서 파는 망고스틴이나 망고 또는 두리안이 바로 위쪽의 대형 청과물 시장인 ‘므엉마이’에 비해서도 가격경쟁력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을 정도더군요.
똔람야이의 동쪽, 그러니까 강가 마주한 구역에는 꽃가게들이 줄지어있는데 손바닥만한 크기의 좌판수준의 가게(이런곳은 태국식 미니 꽃걸이 정도만 판다)까지 다 합하면 대략 35곳이 넘는 점포가 운영되고 있었어요. 그야말로 매일 향기로운 꽃과 과일이 매대에 가득한 시장이죠...
해자 안팎을 연결하는 오대문 근처에 시장이 있고 요일마다 길을 막고 서는 대형 시장들도 있고요...
오랜만에 우리가 찾아간 시장은 나이트바자 구역, 이슬람 거리 옆에 금요일 오전에 서는 ‘이슬람 시장’입니다.
위치 https://goo.gl/maps/RW3DrmTAppqf2btdA
태국의 무슬림은 크게 남부의 말레이계와 북부의 중국계로 나뉩니다. 즉, 푸껫 같은 곳의 무슬림들은 말레이족이 대부분이고 치앙마이의 무슬림은 중국 쪽에서 내려온 회족이 많습니다. 얼굴 생김새도 다르고 복장도 약간 차이가 있어요. 남부 무슬림 여자들은 그냥 스카프 정도의 히잡(뚜동)만 쓰거나 아니면 아예 안쓰고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북부의 무슬림 사원 근처에 가보면 눈만 내놓은 새까만 부르카 입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네요. 종파가 달라서 그런가?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곳 이슬람 시장은 아주 예전에 한번 가보고 그 후로는 발길이 닿지 않았는데 이번엔 오랜만에 한번 가보자~ 하고 금요일 오전에 가보게 되었어요.
이 시장이 아주 예전에 왔을 때보다는 규모가 좀 더 커진게...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더라구요. 뭐 그래도 꼼꼼히 둘러봐도 30분 정도면 다 보는 수준이지만...^^
예쁜 시장이 많은 치앙마이에서 이곳은 뭐랄까요... 날것, 거친 것, 이국적인 이미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이다보니 그냥 오로지 이슬람 식재료라기보다는 중국 것이 많이 섞여 잇어요.
우리나라 김치랑 비슷한 중국 야채절임(시엔차이)이나 숯불에 구워 파는 중국식 흑미 전병, 노란색 국수나 묵 같은걸 고추양념에 버무려 먹는 량펀 등...
전병은 보기에 아주 맛있어 보여서 하나 사긴 했는데, 파는 아주머니가 돈 받고 숯 만지고 오만 잡다구리한거 만진 손으로 이 납작한 떡을 꼭꼭 눌러서 돌돌 말아주는걸 보니 식욕이 나도 모르게 하강해서 반밖에 못 먹었어요.
다 원효대사의 해골물이겠죠. 제가 먹은 것 중에는 이보다 더 더럽게 만든 것도 허다할텐데 몰라서 꿀떡꿀떡 먹었을뿐...ㅠㅠ
과일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요, 자두 같은 경우 똔람야이 보다 더 비싸게 붙어있어서 오잉? 했어요. 거기서 1킬로 50이면 여기는 70 인 느낌.
그래서 실제 구매한건 반만 먹게 된 호떡뿐이긴한데...
근데 이번에 진짜 그로테스크한걸 봤어요.
이슬람 시장이니까 냉장시설도 없는 곳에서 그냥 양고기를 척척 널어놓고 파는데...
목이 절단되고 가죽이 벗겨진 배 열린 양의 그 커다란 몸통 전체를 매달아 놓은 것 까지도 그래... 오케이. 고기만 따로 손질하여 파는 게 아닌 체형이 그대로 유지된 채 걸쇠에 걸려 대롱거리는걸 보니 정말 무섭긴하지만 한국에서도 큰 정육점에 가면 소나 돼지 매달려 있는거 볼때도 있으니 이것까지 이해가 되는데요...
그 아래에 절단된 양의 머리가 눈을 희미하게 뜬 채 대 여섯 개 줄지어 있는 거 보니까...
아... 이제 양고기 못 먹을 거 같아요. 흑흑... 이렇게 못 먹는 음식이 하나둘 생기는구나 싶네요.
뭐 크게 살만한 건 없지만, 저처럼 금요일 저녁 일찍 눈이 떠졌는데 어디 갈 곳 없으신 여행자 분들 살살 마실가는 느낌으로, 이국적인 풍경 볼 겸 한 바퀴 돌면 적당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