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산호섬 해변 물빛과 먹고 잔 이야기, 파타야 산달레이 숙박기
맑고 투명한 바닷물을 보기 위해서는 늘 남부로 향하곤 했는데 왠지 오랜만에 산호섬에서는 묵고 싶어져서 방콕에서 파타야로 향하게 됩니다. 이 섬에서 들어가는 방법과 전경 그 외 여러 정보는 요술왕자님, 필리핀님의 작년 글을 참고하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하고요, 저는 그냥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이나 남기는 의미로다가 끄적여 봅니다.
방콕 프럼퐁에서의 복잡다단한 시간을 보낸 후, 볼트로 부른 큼지막한 차를 타고 쑤쿰윗 33번 골목에서 에까마이 터미널까지 80밧에 갑니다.
에까마이 터미널에 도착하니 수많은 자유 여행자들이 팟타야 행 큰 버스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있는데 우리도 보통의 경우에는 그 줄에 합류해요. 롯뚜로 불리는 미니밴은 승차감이 형편이 없거든요. 자리 운이 없으면 맨 뒤쪽에 배정되기도 하는데 짐들과 나란히 실려 있는 모습이 마침 내가 사람이 아니라 화물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다만 미니밴은 꼬란 들어가는 선착장 앞까지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번에는 갈아타는 수고와 맞바꿉니다.
발리하이 선착장 행 롯뚜를 1인 160에 사서 올라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리운이 없군요. 맨 뒷자리 당첨입니다. ^^ 다행히 우리 옆에 짐이 아닌 젊은 청년이 타고 있네요.
롯뚜는 중간에 크게 지체하는 경우 없이 붕붕 달려 발리하이에 우리를 떨궈줍니다. 파타야에 다가갈수록 중간에 내리는 태국인들이 있어서 잠시 지체되기는 하는데 이번엔 크게 돌아가거나 하지 않고 그냥 경로상에서 잠깐 주정차 할 뿐이었어요.
롯뚜는 종점인 발리하이에서 남은 사람들을 모두 내려줬습니다. 우리는 지체없이 선착장으로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2시 출발 나반 가는 배를 탔는데 이날은 바다가 정말 잔잔해서 도착까지 35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사람들을 거의 가득 채워 출발했는데 나반에 도착하니 섬에서 나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네요.
미리 예약한 숙소는 선착장에서 3분 정도 거리의 1박에 650밧짜리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주인도 손님도 안보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과 통화를 하더니 방을 내어줍니다. 2층 방인데 객실에 테이블도 없고 옷걸이도 없어서 좀 황당하게 만드는 곳이네요. 센스가 없도다!! 근데 오오~ 방의 시설은 볼품이 없지만 베란다에서 보이는 전경이 꽤나 괜찮은데요. 아주 저 멀리 보이긴 하지만 파타야 해안선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씨비치 꼬란 Sea Beach Koh Lan
https://goo.gl/maps/eFuf5NSgtbyPdrxo6
숙소 베란다에서 바라본 팟타야 시내 위로 해뜨는 모습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사원 앞 공터는 각 해변으로 출발하는 썽태우의 기착지이기도 하고 저녁이면 여러 가지 먹거리 가판대가 나오는데 오호~ 새우랑 오징어, 가리비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맛있어 보이긴 하는데 먹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우리는 ‘욕여’라는 해산물 식당으로 갑니다. 이곳의 농어 튀김이 단돈 250밧 밖에 안해서 너무 기대가 되었거든요. 요왕이 저번에 혼자와서 먹어보고는 맛있었다며 데리고 온 거 였어요. 듣던대로 농어 튀김과 쏨땀 다 맛이 있었는데 무양은 좀 기대 이하. 촉촉한 항정살을 원했는데 정작 나온 건 빨간색 식용색소를 덮어쓴 짜디짠 반찬용 돼지고기 구이가... 아오~ 이건 고기 한점에 찰밥 한수저면 딱이겠네요. 밥도둑용 돼지고기 구이구만~
욕여 꼬란
https://goo.gl/maps/wbKLkcgyPdM7Mmra9
무양 120밧이나 하고 맛도 없다.
삑까이양 1개 15밧
쏨땀타이 60밧
농어 튀김(빠 까퐁 텃 남빠) 250밧
사원 앞 시장
새우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 뒷편에 구워 주는 곳도 있음
시장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썽태우
나반 선착장의 저녁은 조용하기 짝이 없습니다. 수많은 여행자들은 오후 배를 타고 거의 다 빠져나가고 섬에 묵는 여행자들은 그다지 없는 편이거든요. 아~ 근데 주말이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우리는 평일에 들어가서 좀 다른 상황이었을 수도...^^ 현지인들이 많이 놀러오는 섬이고 러시아 사람들도 꽤 보입니다.
다음날 원래 일정대로라면 산호섬의 많은 해변들 중 하나를 정해서 썽태우를 타고 가서 물놀이를 할 참이었지만, 정작 그날 아침 일어나니 왠지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어요. 그런날이 있잖아요... 그래서 근처 식당에서 아침이나 챙겨먹고 숙소에서 원기회복이나 도모합니다. 원래 여행일정이 길어지면 어느 시점에 꼭 체력이 소진되고 몸살이 올랑말랑 할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오후에 걷기운동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져서 나반 선착장 마을에서 누안(누알) 해변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이 구간은 편도에 대략 40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이긴 한데, 경로의 중간즈음에 도달했을 때 난 정말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볕을 가릴 수 있는 얇은 긴 옷에 모자를 쓰긴 했지만 햇볕은 피부를 쪼일 듯이 건조시키고 있었고, 이 구간을 왕복하는 동안 나처럼 걷는 사람을 딱 1번 보았습니다. 이 햇볕에 웃통 벗고 조깅하는 덩치 좋은 백인 아저씨 ^^ 아이고. 수고가 많으세요. 체력과 의지가 대단하시네요.
하여튼 무의식 상태로 그냥 터벅터벅 걷다보니 누안 해변에 다다르게 되었어요. 다행히 이 길에는 개가 없어서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어요.
해변에는 선체어들이 빡빡하게 들어차서 성수기 바닷가 분위기 물씬 납니다. 나무에 그네도 매어져 있어서 정감 있는 분위기도 좀 나네요. 1월의 이 시기는 바람이 정말 잔잔한 때여서 그런지 파도도 거의 일지 않아 이 누안 해변가의 물빛이 정말 맑았어요. 이 정도의 맑기라면 푸켓의 몇몇 해변들보다 좀 더 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여기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 다시 나반으로 돌아갈 시간. 합승 썽태우를 탈까 아니면 또 걸을까 잠시 고민하다 또 걸었어요. 나중엔 이게 잘못된 선택인 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지 뭐에요. 이렇게 머리가 과열된 상태로 왕복으로 헉헉되면서 걸으니 갑자기 급 허기가 오고 정신이 좀 혼미해지는 거에요.
원래는 저녁 식사로 욕여로 다시 가서 어제처럼 농어나 또 한 마리 먹으려고 했는데 허기와 혼미함에 정신이 흐려져 마구마구 먹어보겠다는 의지로 그 근처 해물 바비큐 뷔페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아~ 근데 1인 299밧인 이 집은 굽기도 너무 힘들고 새우나 조개 껍질 까기도 너무 힘들고 뭐 다 힘들어요. 그리고 테이블에 화로가 2개나 올라오니까 그 열기로 정신이 더 없어집니다. 포부만큼 많이 먹어지지도 않더라고요. 게다가 이날 먹은 생굴이 조금 잘못되었는지 다음날 몸 상태가 이상해져서, 하루 종일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나중에 후기를 보니 이 식당에서 먹고 배탈이 난 사람들의 후기가 좀 있긴하군요.
숙소로 돌아와 대충 부른 배를 소화 시키고 다음날 떠난 게 이 섬에서의 액티비티의 전부에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파타야에 머무르면서 한나절을 보내기위해 올텐데 그 분들의 시간은 해변 물놀이와 여러 가지 해양액티비티로 가득하겠죠. ^^
누안해변 가는 길
고기+해물 뷔페
https://goo.gl/maps/1g25sRT1iMDJtmPb9
발리하이에 도착하니 선착장에서 나오자마자 합승 썽태우 아저씨가 호객을 합니다. 여기서 한참 걸어나가서 10밧 썽태우를 탈까 하다가 비치로드 쪽에 있는 우리숙소 이름을 대니 처음에는 50밧을 부르더군요. 싸이썽에서 내려 걸어들어 가겠다고 하니 30밧이라고 해서 그냥 탔습니다. 예전에도 선착장에서 싸이썽까지 30밧이었으니까요. 다만 변한 것은... 예전에는 선착장에 있는 썽태우들도 팟타야의 다른 썽태우처럼 모두 군청색이었는데 지금은 흰색 썽태우로 바뀌었네요. 선착장에서 영업을 하는 썽태우를 따로 구분을 두나 봅니다, 근데 배에서 내린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다 도보로 이곳을 빠져나가서 10밧 썽태우를 타는 분위기인지 배에서 내린 사람은 많은데 다들 어디로 갔는지 빨리 모객이 되질않네요.
나반 선착장의 팟타야행 큰 배
선착장 앞에 대기하고 있는 흰색 썽태우
샌달레 Sandalay
https://goo.gl/maps/XZEQeBj2Wbt2zBqm7
파타야에서 단 1박만 하느라 급히 잡은 숙소인 ‘샌달레(산달레이)Sandalay’. 샌드(Sand;모래)+탈레(Talay;바다)인 듯 한 이름의 이 숙소는 지어진지 엄청 오래된 내부의 시설이 좀 안습인 상태라는 평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런데 팬데믹 이전이던가 그 중이던가... 하여튼 최근에 약간의 리노베이션을 하긴 했습니다. 이번에 가보니 그 특유의 낡음을 어느 정도 면하긴 했더라고요.
저는 팟타야 중앙도로를 중심으로 봤을 때 남부지역보다는 북부지역이 그나마 낫고, 그리고 이 숙소가 해변에 바로 맞닿은 곳이어서 그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좀 낡긴 했어도 1월 성수기 시즌에 이 위치에 아침도 주고 내가 치른 가격이 불과 1,000밧인걸 감안하면 저로서는 괜찮았어요.
객실내부에는 일반적으로 호텔이 갖추어야하는 전기포트, 드라이기, 책상과 의자, 채널이 많이 나오는 티비 이런건 다 있었고, 작지만 베란다에는 빨래를 널 수 있는 거치대가 있어서 편하더군요. 그리고 그다지 크지 않지만 수영장도 있고요. 제가 있는 시기에는 수영장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서양인 가족 여행자 한 댁만 수영장에서 놀고 있었어요.
파타야에서 한 일이라고는 해변도로를 오고가면서 걸은 것 뿐인데요, 파타야 해변 모래사장이 이전에 봤을 때 보다 훨씬 넓어진 것 같더라고요. 뭔가 해안가 지형지물이 바뀌어진 느낌인데 한 동안 팟타야 해변이 자꾸 줄어 들어서 나라에서 모래를 갖다가 퍼부었는데 그때는 잘 복구가 안되었더근요... 근데 이제야 그 덕을 보게 된건지... 이유가 어찌됐든 해변이 넓어지니 훨씬 보기도 좋고 탁 트인 느낌이어서 시원합니다.
그리고 파타야가 차도며 인도며 곳곳의 도로가 정비중이에요. 싸이썽길은 하수관을 새로 놓는지 몇차로를 막고 파헤쳐져 있고요, 해변 길도 보도블럭을 까느라 뚝딱뚝딱 약간 공사판 분위기인데... 이 모든 것이 다 완료되면 훨씬 정돈된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하겠죠. ^^
다시 숙소 이야기로 돌아와서... 샌달레 숙박객들이 아침식사를 먹는 장소는 저녁에는 라이브 뮤직을 하는 레드 스텝이라는 해변가 식당인데요,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숙소에서 무슨 치즈나 콜드컷 같은 고퀄리티 음식을 기대할건 아니고 저는 아침으로 먹기에 크게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밥과 빵 같은 탄수화물에 달걀, 소시지, 닭고기 같은 단백질... 그리고 샐러드 있고 원두커피 기계랑 과일 있으면 방값을 본다면 충분하죠. 그리고 도로 너머 모래사장과 푸르른 바다를 비교적 가까이 바라보면서 먹는 느릿하고 따뜻한 공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침을 배 불리 챙겨먹고 볼트를 부르니 여기서 파타야-방콕 터미널까지 60밧에 데려다줍니다.
파타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