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쑤탓과 싸오칭차
만약 조선 태조 이성계의 아버지는 한족이고, 어머니는 만주족이라면, 조선 왕조는 한민족의 정통성을 가진 왕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굉장히 많은 논란이 있겠죠.
여기 태국이 그렇습니다. 초대왕인 라마1세 짜끄리의 아버지는 몬족입니다. 어머니는 중국계이죠. 그 이후의 왕도 몬족이나 무슬림 등을 왕비로 두고 있습니다.
아유타야 시대는 물론 그 이전부터 여러 민족들이 함께 살아 왔던 걸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무튼 이 타이족의 나라의 왕가에는 타이족의 피가 별로 섞이지 않았어요.
타이족이 남하하여 지금의 땅에 정착하면서 기존에 살고있던 크메르와 몬족의 제도와 관습을 많이 차용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왕실에서는 이미 크메르족이 인도로부터 들여 온 브라만교의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왕의 호칭에 신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현재 태국 왕조는 짜끄리왕조입니다. 짜끄리왕조의 왕들에게 신격을 부여하여 힌두신 '라마'로 칭합니다. 라마는 힌두교 3대신 중 하나인 '비슈누'의 7번째 화신이죠. 지금의 왕은 열번째의 라마인 라마 10세입니다.
거기에 국교이다시피한 소승불교는 스리랑카로부터 들여왔죠. 태국의 국교가 불교인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국교가 불교인 것은 아니며 신앙의 자유가 있습니다. 다만 많은 국민들이 불교를 믿고 있으며 왕은 반드시 불교도여야 한다는 법을 갖고 있습니다.
방콕 시청 아래에는 이러한 태국의 문화적 융합을 보여주는 곳이 있는데요, 싸오칭차와 왓 쑤탓입니다.
왓 쑤탓 정문 앞에 있는 싸오칭차는 커다란 그네 기둥으로 여기에서 그네를 타고 높이 올라가며 힌두교의 시바신에게 축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높이 올라간 나머지 자꾸 떨어져 죽는 바람에 1940년부터는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왓 쑤탓은 라마1세때 짓기 시작하여 라마3세때 완공된 절로 방콕에 있는 10개의 1급 왕실 사원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색채가 무척 많이 가미 되어있어요.
경내가 아름답고 깨끗합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돌아보기에 좋습니다.
카오산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고 MRT쌈엿역에서도 10분이면 다다를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100밧입니다.
https://goo.gl/maps/3AigQimrjSKCDPvo7
싸오 칭차
왓 쑤탓
쑤코타이에서 가져온 황금불
불당을 둘러싼 28개의 중국식 불탑. 각각 부처를 뜻합니다.
조각이 입고 있는 옷이 중국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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