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피피섬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아래 두 글이 쇼핑에 대한 글이라면 이번엔 피피섬에 대해 얘기입니다. 여행 다녀온 게 2주 전이니까 오래 전도 아니죠.
이번 여행은 참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동남아 여행 중에서 8박9일로 거의 최장기 여행이었는데다 말로 듣던 푸켓과 피피에 대한 기대도 컸거든요. 푸켓,피피... 왠지 어감만으로도 청량감을 안겨주는 이 이름들에서부터 환상이 시작됐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푸켓의 바닷가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파리 시체와 쓰레기가 나뒹구는 빠통 비치는 좀 실망스럽더군요. 바닷가의 길다란 집게게와 엄지손가락 마디만한 조개들을 주으면서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기도 했지만(포로놀이...--;) 물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는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요.
피피섬은 왕복 4시간 가까이 오가는 것도 좀 지치고 시간낭비 같았는데 막상 선착장에 도착해보니 더 힘이 빠지더군요. 섬을 둘러싼 보도블럭과 게스트하우스,상점들, 그리고 빽빽하게 선착장을 메운 배들!!! 선착장의 시꺼먼 물을 보고 질색하는 친구를 다독여 추천대로 피피 빌라 리조트를 찾아갔습니다만... 그 앞바다는 저녁이라 물이 빠져서인지 쓰레기와 거친 돌멩이들이 나뉭구는 가운데 배들이 '파킹'해있는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더군요. 한숨~ 하루에 두번씩 사먹던 길거리 상점의 '바나나 로띠'만이 피피섬에 실망한 우리에게 다소의 위로를 주더군요...
그래도 마야베이가 있는 피피 남섬은 좀 다르겠지 했는데 마지막 기대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스노클링 투어 배들이 10여척 빡빡하게 정박한 마야 베이는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이 북적이고 있었고 여기저기 목을 내밀고 있는 관광객들로 '목욕탕'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죠. 탄식~
게다가 물 밖의 북적임과 달리 물 속은 한적하기 그지없더군요. 예쁜 물고기도 적고 해양오염의 척도로 꼽히는 해파리들만 자주 눈에 띄더군요. 가끔씩 여기저기 해파리에게 쏘여서 상처도 따끔거리니 말 그대로 '공포감'이 엄습하는데 여기 가세한 건 징그러운 노랑 줄무늬 물고기! 떼를 지어다니며 롱테일보트를 쫓아다니고 사람들 몸에 부비부비거리는 이 녀석들은 정말 생선같더군요. 그리고 거의 '뭘봐' 식으로 째려보는 간 큰 녀석들 앞에선 제가 먼저 시선을 거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 것 같았거든요! --;;; 빵부스러기라도 한조각 던져보십쇼. 이 녀석들 피라니아처럼 몰려듭니다. 지금도 상상만으로 다리가 덜덜 떨린다는...--;
더 가슴 아팠던 건 죽어가는 산호였습니다. 백화현상이라 그러죠? 바다의 사막화. 산호가 많아야 물고기들 서식처가 되고 놀이터,식당이 되는데 이건... 텅 빈 운동장처럼 뻥뻥 하얗게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마야 베이건... 다른 스노클링 포인트건...
스노클링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대니 보일 감독에 대한 원망이 슬슬 싹트더군요. 그는 영화 '비치'를 통해 토착 문화를 죽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서구 배낭여행자들의 파괴적 여행 행태를 고발하는 데 성공한지 모르겠지만(평자들은 실패라고도 하더군요) 이 영화를 만듦으로써 그 자신도 피피섬이라는 열대의 보석을 깨부수고 만 셈이죠. 능력만 된다면 보일 감독에게 푸켓행 비행기표를 끊어 그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더군요. 환경복구 기금이라도 뜯어내야되지 않겠냐는...--;;
뭐... 그 수많은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의 코피피 파괴 행위에 동참한 저도 자괴감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유명세로 몸살 앓는 피피섬을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정복감'을 맛보고자 했냐는 자책이 때때로 듭니다. 사진 속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섬(사실 피피섬 근처 밤부 아일랜드처럼 정말 지저분한 해변과 바닷가도 사진을 찍어보면 환상으로 나오더군요... --)이 실제로 그렇게 피폐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걸 꽉 봐야했냐는... 그나마 비수기여서 좀 나았을텐데 푸켓과 피피의 방들이 꽉꽉 차는 성수기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하와이,멕시코,필리핀,태국 등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잠시 속세의 일을 잊어버리는 게 간간이 찾아오는 나름의 삶의 보상이었다고 생각해왔는데 여태까지의 스노클링 중 최악이었던 코피피에서의 경험은 이제 좀더 몸살앓는 유명 여행지의 환경적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푸켓과 피피행을 고려하시는 분들... 제가 감히 여행길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피의 아름다움만 담아오시지 말고 피피의 환경적 부담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고요...
현지 가이드업 하시는 분들이나 생업이 있으신 분들은 피피가 마치 못 올 데라도 되는 양 썼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이건 개인적인 여행 소감일 뿐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럼,즐거운 여행 하세요...
honolulu
이번 여행은 참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동남아 여행 중에서 8박9일로 거의 최장기 여행이었는데다 말로 듣던 푸켓과 피피에 대한 기대도 컸거든요. 푸켓,피피... 왠지 어감만으로도 청량감을 안겨주는 이 이름들에서부터 환상이 시작됐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푸켓의 바닷가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파리 시체와 쓰레기가 나뒹구는 빠통 비치는 좀 실망스럽더군요. 바닷가의 길다란 집게게와 엄지손가락 마디만한 조개들을 주으면서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기도 했지만(포로놀이...--;) 물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는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요.
피피섬은 왕복 4시간 가까이 오가는 것도 좀 지치고 시간낭비 같았는데 막상 선착장에 도착해보니 더 힘이 빠지더군요. 섬을 둘러싼 보도블럭과 게스트하우스,상점들, 그리고 빽빽하게 선착장을 메운 배들!!! 선착장의 시꺼먼 물을 보고 질색하는 친구를 다독여 추천대로 피피 빌라 리조트를 찾아갔습니다만... 그 앞바다는 저녁이라 물이 빠져서인지 쓰레기와 거친 돌멩이들이 나뉭구는 가운데 배들이 '파킹'해있는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더군요. 한숨~ 하루에 두번씩 사먹던 길거리 상점의 '바나나 로띠'만이 피피섬에 실망한 우리에게 다소의 위로를 주더군요...
그래도 마야베이가 있는 피피 남섬은 좀 다르겠지 했는데 마지막 기대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스노클링 투어 배들이 10여척 빡빡하게 정박한 마야 베이는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이 북적이고 있었고 여기저기 목을 내밀고 있는 관광객들로 '목욕탕'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죠. 탄식~
게다가 물 밖의 북적임과 달리 물 속은 한적하기 그지없더군요. 예쁜 물고기도 적고 해양오염의 척도로 꼽히는 해파리들만 자주 눈에 띄더군요. 가끔씩 여기저기 해파리에게 쏘여서 상처도 따끔거리니 말 그대로 '공포감'이 엄습하는데 여기 가세한 건 징그러운 노랑 줄무늬 물고기! 떼를 지어다니며 롱테일보트를 쫓아다니고 사람들 몸에 부비부비거리는 이 녀석들은 정말 생선같더군요. 그리고 거의 '뭘봐' 식으로 째려보는 간 큰 녀석들 앞에선 제가 먼저 시선을 거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 것 같았거든요! --;;; 빵부스러기라도 한조각 던져보십쇼. 이 녀석들 피라니아처럼 몰려듭니다. 지금도 상상만으로 다리가 덜덜 떨린다는...--;
더 가슴 아팠던 건 죽어가는 산호였습니다. 백화현상이라 그러죠? 바다의 사막화. 산호가 많아야 물고기들 서식처가 되고 놀이터,식당이 되는데 이건... 텅 빈 운동장처럼 뻥뻥 하얗게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마야 베이건... 다른 스노클링 포인트건...
스노클링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대니 보일 감독에 대한 원망이 슬슬 싹트더군요. 그는 영화 '비치'를 통해 토착 문화를 죽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서구 배낭여행자들의 파괴적 여행 행태를 고발하는 데 성공한지 모르겠지만(평자들은 실패라고도 하더군요) 이 영화를 만듦으로써 그 자신도 피피섬이라는 열대의 보석을 깨부수고 만 셈이죠. 능력만 된다면 보일 감독에게 푸켓행 비행기표를 끊어 그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더군요. 환경복구 기금이라도 뜯어내야되지 않겠냐는...--;;
뭐... 그 수많은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의 코피피 파괴 행위에 동참한 저도 자괴감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유명세로 몸살 앓는 피피섬을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정복감'을 맛보고자 했냐는 자책이 때때로 듭니다. 사진 속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섬(사실 피피섬 근처 밤부 아일랜드처럼 정말 지저분한 해변과 바닷가도 사진을 찍어보면 환상으로 나오더군요... --)이 실제로 그렇게 피폐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걸 꽉 봐야했냐는... 그나마 비수기여서 좀 나았을텐데 푸켓과 피피의 방들이 꽉꽉 차는 성수기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하와이,멕시코,필리핀,태국 등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잠시 속세의 일을 잊어버리는 게 간간이 찾아오는 나름의 삶의 보상이었다고 생각해왔는데 여태까지의 스노클링 중 최악이었던 코피피에서의 경험은 이제 좀더 몸살앓는 유명 여행지의 환경적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푸켓과 피피행을 고려하시는 분들... 제가 감히 여행길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피의 아름다움만 담아오시지 말고 피피의 환경적 부담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고요...
현지 가이드업 하시는 분들이나 생업이 있으신 분들은 피피가 마치 못 올 데라도 되는 양 썼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이건 개인적인 여행 소감일 뿐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럼,즐거운 여행 하세요...
honolu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