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푸껫 귀신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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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푸껫 귀신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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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 귀신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쓰나미 참사 현장에서 피어오르는 괴담의 실체를 찾아가다
떠나간 동료들과 재난의 공포를 잊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타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과 가장 붐비는 번화가를 가진 푸껫주 빠똥. 지난 7월10일 현란한 네온사인은 빠똥 시내의 밤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빠똥 해변 길가에는 100여대의 뚝뚝(동남아의 삼륜 택시, 푸껫에서는 소형트럭을 개조해 만든다)이 손님을 기다리고, 도로 안쪽 번화가에는 수많은 술집과 음식점에서 나온 ‘삐끼’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붙드는 모습도 예전 그대로였다.

불과 반년 전 쓰나미가 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난 현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다만 네온사인 물결을 드문드문 끊어놓은 어두운 호텔 공사장과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새 가구로 치장한 가게들이 그때의 참상을 조용히 웅변해줬다. 한 청년은 쓰나미 참상이 담긴 사진을 한장에 50바트(1500원)를 받고 팔았다.

‘뚝뚝’을 부르는 창백한 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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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똥 해변이 다 복구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아요. 이곳에는 귀신이 살고 있어요. 적어도 푸껫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어요.”

빠똥에 사는 따나돌 퐁칸캄(26)은 지난해 12월26일 쓰나미 참사 뒤로 귀신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일요일 이른 아침 타이 남부에서만 539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해일. 실제로 쓰나미가 할퀴고 간 푸껫주와 인근 팡아주 전역에서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도 귀신 때문에 한두번 소동을 겪은 터였다. 푸껫의 한 현지 교민은 조심스레 말했다.

“지난 2월께 한국 여행업체 직원들이 단체로 관광지 복구 상황을 보기 위해 푸껫에 왔어요. 그런데 한 여직원이 숙소인 까롱 해변의 ㄱ리조트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캬악’ 비명을 지르고 나왔어요.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의 상체가 침대 위에 놓여 있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모두 잠을 깨고 방을 바꾸느라 소동이 있었죠. 그 리조트가 한국인 한명이 죽은 곳이거든요.”

푸껫 주민들은 쓰나미의 원혼들이 바다 위를 떠돈다고 믿는다. 한밤중 귀신들이 바다 위를 날아다니듯 걸어다닌다는 이야기, ‘첨벙첨벙’ 물놀이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괴담 수준으로 떠돌긴 했지만, 귀신을 직접 만났다는 사람도 만나기는 어렵지 않았다.

“쓰나미가 덮친 뒤 2주 뒤쯤이었어요. 새벽 2시쯤 일을 마치고 친구와 위스키 한병을 사서 해변으로 갔죠. 모래밭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데, 옆에 검은 옷을 입은 서양인 남녀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이리 와서 같이 먹자고 말을 걸었는데, 아무 대답이 없었어요. 그러더니 도롯가에 있던 뚝뚝 운전사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거예요. 운전사가 바로 달려왔는데, 글쎄,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로 옆에 있었는데! 뚝뚝 운전사와 옆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라 도망쳤어요.”

타이 전통 마사지사인 쿵 차이토(28)는 “모두가 같이 봤다. 분명히 귀신이었다”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다음날 아침 빠똥에 있는 사원에 가 귀신들이 편안히 저승에 가달라고 빌었어요. 그 뒤론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도 무서워서 해변에는 나갈 수 없어요.”

푸껫 전역에서 가장 흔한 이야기는 ‘뚝뚝’ 괴담이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러 왔다가 졸지에 저승 신세를 지게 된 관광객들이 고향에 가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뚝뚝 괴담은 농담거리가 될 만큼 푸껫 사람들에게 일상화됐다. 하지만 귀신을 봤다는 뚝뚝 운전사 피삭 카야자이(29)는 지금도 한밤중에 손님 태우길 겁낸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닥쳐온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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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 사람들은 주검을 화장하거나, 그래도 안 되면 천도제를 열어줘야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다. 쓰나미 참사 뒤 주검을 수습하는 모습.

“쓰나미 1주 뒤쯤 밤 10시30분께 손님을 찾다가 지쳐, 푸껫타운에서 빠똥 해변으로 갔죠. 그런데 한 친구 운전사가 20~30대로 보이는 북유럽 남자 3명을 태우고 가더군요. 손님 셋 다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창백한 표정이었어요. 장사도 안 되던 터에 친구를 쫓아갔죠. ‘손님 태우고 공항에 가나보다’라고 생각하면서 가까이 붙어서 ‘어디 가냐?’라고 물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 대답이 ‘응, 집에 가’라고 하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어요.”

대다수 동료를 떠나보낸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공포가 덮쳐왔다. 피삭은 다음날 친구에게 ’네가 귀신을 태우고 갔다’고 말하지 못했다.

빠똥 해변의 뚝뚝 운전사들은 이미 빠똥을 떠났다. 쓰나미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밥벌이 수단인 고물 택시를 잃고 빠똥을 떠났다. 쓰나미의 가장 큰 희생자는 뚝뚝 운전사들이다. 쓰나미 당시, 해변을 따라 이어진 도로 500~600m에서 100여대의 뚝뚝 운전사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덮친 죽음의 물결은 부지런한 운전사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튼튼한 리조트에 묵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그나마 대피할 옥상이라도 있었지만, 이들은 무방비 상태였다. 지금 빠똥 해변의 뚝뚝은 모두 빨강색 신차다. 운전사들 대부분도 외지인이다.

푸껫주에서 북쪽으로 100여㎞ 떨어진 팡아주의 남켐 마을. 타이의 전형적인 어촌인 이곳은 폐허에 가까웠다. 집과 배의 잔해가 엉켜 나뒹구는 마을을 떠나 주민들은 모두 인근에 있는 8곳의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캐나다에서 건축업을 하다가 구호활동을 위해 달려온 강은수(39)씨는 “여기저기서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남켐 마을 건너편에는 코카오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남켐에서 페리로 5분 거리인 이 섬은 해발고도가 10m도 채 안 돼 쓰나미 한번으로 모두 씻겨내려갔다. 성시를 이루던 어항에는 서너척의 배만 남았다. 이곳 주민들의 귀신 이야기는 좀더 구체적이었다.

“모처럼 10명이 한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섬에 다다를 무렵, 사람 크기만 한 둥그런 빛이 쫓아오는 거예요. 하얀 빛을 내는 불덩이였어요.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섬으로 계속 도망쳤어요.”

도깨비불이었을까? 키오 라민(55)은 그 일이 있은 뒤 어부 한명이 열흘 동안 앓아누웠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바다 건너편 남켐 마을에서 밝힌 구조대의 불빛이라고 하지만, 나는 귀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사건도 소개했다.

관광산업 타격 받자 종교의식 금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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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전의 바닷물빛이 살아난 푸껫의 까따 해변. 바다를 즐기는 피서객들 뒤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사진/ 남종영 기자)

“20바트를 받고 남켐과 코카오 섬을 오가는 뱃사공이 있는데, 5분이면 갈 거리를 20분이 걸렸다는 거예요. 앞으로 가도 무엇인가가 끌어당겨 뒤로 가고, 다시 앞으로 가도 또 뒤로 밀려나고…. 그렇게 해서 20분이 걸렸죠.”

취재진은 뱃사공을 찾아가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국인 기자였기 때문인지,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귀신 이야기를 꺼내길 꺼렸다.

타이 정부는 현지에서 떠도는 귀신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 세입의 3%를 채워주는 푸껫에서 자칫 관광객을 내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타이 주민들은 귀신을 보면, 당시 현장이나 사원에 찾아가 귀신을 위로하는 제를 올린다. 무려 33명이 몰살된 빠똥 해변의 한 지하 슈퍼마켓은 손님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승려 50명을 초청해 제를 올렸다. 하지만 정부는 쓰나미 참사 100일 뒤인 지난 4월5일부터 해변 등 공공장소에서의 종교의식을 금지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사망 뒤 100일 전에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의식은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제사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서다.

빠똥 소완키리웡 사원의 크루 상카라트 승려는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차례 쓰나미 원혼을 위로하는 천도제를 올린다. 그는 “이전에는 빠똥 해변 등에서 거의 하루에 한번씩 쓰나미 원혼을 위로하는 제를 올렸지만, 지금은 주로 신자의 집을 방문해 제를 올린다”며 “너무 많은 종교의식 때문에 해변이 소란스러워질까 염려해 금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정부 방침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정부는 민간에서 떠도는 귀신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언론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 언론은 ‘쓰나미 귀신’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가장 큰 사건은 지난 2월 저명한 법의학자인 폰팁 로잔아쑤난(50)이 귀신 2명과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타이 최대 발행부수의 <타이라스>는 이 사진을 ‘과감히’ 1면에 실었다.

서방 언론의 비틀린 오리엔탈리즘도 ‘재난 귀신 증후군’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프라니 사쿨피빠따나 푸껫대 교수는 “가지각색의 영혼이 인간과 함께 산다고 믿는 타이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귀신을 서양의 유령으로 등치시키는 몰이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은 6월26일 북유럽 등 서양 관광객에 비해 한국 등 아시아 관광객이 좀처럼 찾아들지 않는 이유를 귀신 소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껫의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지 않는 이유는 큰 변을 당한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한국인의 정서 때문”이라며 “푸껫 귀신 이야기는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정부의 노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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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들이 푸겟의 저가 택시인 뚝뚝을 타고 공항으로 몰려든다는 괴담이 한참 동안 떠돌았다. (사진/ 남종영 기자)

사회병리학자들은 재난이 발생한 뒤 일정 시기까지 귀신 이야기가 동심원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겪는다고 말한다. 정부의 꾸준한 입단속과 계몽 때문인지, 쓰나미 귀신 출몰 소식이 꽤 줄어들었다.

7월7일 푸껫 라자바트대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쓰나미 직후 나타난 귀신은 공포스러웠지만, 지금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하얀 티셔츠에 검은 치마를 입은 학생들은 귀신 경험담을 말하며 까르르 웃었다.

주민들은 귀신을 보면서 쓰나미를 상기한다. 아니, 쓰나미를 잊지 못해 귀신을 보는지도 모른다. 쓰나미 이후 2만8천명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이들에게 쓰나미는 일상을 집어삼킨 공포 그 자체다.

‘호텔 르메르디앙 푸껫’에서 일하는 따나돌은 수입이 3분의 1로 줄었다. 다행히 실직을 면했지만, 호텔 영업이 중단돼 한달 1만바트에 이르던 봉사료 수입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자연재해가 가져다준 일상의 몰락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관광 가이드 등 돈이 될 만한 부업이라면 무엇이든 나서고 있다. 귀신을 보진 않았지만, 그 또한 귀신을 믿는다.

“지난 7월4일에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집의 가구가 흔들렸어요. 또 왔나 싶어 간담이 서늘했죠. 지금도 쓰나미 원혼들이 주변의 바닷가를 서성일 텐데, 또 한번의 쓰나미가 온다면….”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정부의 과도한 노파심 속에서 타이 사람들은 귀신을 만나고, 귀신을 위한 제를 올리고, 귀신을 저승으로 편안히 떠나보낸다. 공포를 대면하고 공포를 쫓아내길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푸껫 귀신을 보는 세가지 시각 1 ]

“먼저 타이 문화를 이해하라”

귀신 이야기의 위험성 지적하는 향토 사학자 프라니 사쿨피빠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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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 지역의 향토 사학자인 프라니 사쿨피빠따나(58·전 푸껫 라자바트대 문화센터 소장)는 지난 7월7일 인터뷰에서 “타이 종교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귀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쓰나미와 푸껫 주민들에게서 떠도는 귀신 이야기를 연결짓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푸껫에 쓰나미가 닥친 뒤 귀신 이야기가 떠돈다는데.
=원래부터 푸껫 주민들은 귀신을 믿는 사람이 많다. 귀신 이야기도 많다. 그런데 국내외 언론이 ‘쓰나미 귀신’에 대한 보도를 계속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푸껫 주민들은 쓰나미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자칫 타이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귀신 문제에 다가서면, 푸껫 주민을 두번 죽이는 꼴이 된다. 또다시 귀신 이야기가 부각된다면, 이제야 겨우 찾아드는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릴 위험이 있다.

귀신은 있는가.
=귀신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봤다고도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보진 않았지만 일상에서 인간과 함께 존재한다고 믿는다. 믿음의 문제일 뿐이다. 또한 교육받은 자와 교육받지 않은 자를 구분해야 한다.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은 종교와 일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믿는 경향이 있다.

타이 문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까닭은.
=타이의 모든 집 앞에는 ‘산프라품’이라는 영혼이 깃드는 사당이 있다. 심지어 큰 호텔이나 은행 같은 현대적인 건물에도 있다. 타이 사람들이 믿는 귀신들은 이 사당에 살기 때문에 주인 집에 들어가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귀신을 잡아두는 것이다. 타이 사람들은 아침마다 이곳에 음식을 차리고 짧은 제사를 지낸다. 이 행위를 ‘탐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귀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없다.

최근에 일부 외신이 귀신 때문에 한국 관광객이 줄고 있다는 보도를 했는데.
=자칫 귀신 문제를 확대하면 푸껫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를 곡해할 우려가 있다. 귀신 이야기는 떠돌고 있지만, 실제로 봤다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지 않나.

[푸껫 귀신을 보는 세가지 시각 2 ]

“영혼은 이미 저승에 갔다”

귀신의 존재 부정하는 피폽 누크만 다꾸와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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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폽 누크만 타꾸와파 시장은 “불교 교리상 100일 안에 영혼은 저승에 간다”며 “더 이상 해변에서 종교의식을 치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쓰나미 귀신을 본 시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팡아주 타꾸아파는 까오락 해변, 남켐 마을을 포함하고 있다. 쓰나미의 피해가 가장 컸던 곳으로 아직도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쓰나미로 인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나. 복구 상황은 어떤가.
=3800여명이 숨지고, 1200여명이 실종됐고, 4천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현지인과 외국인의 비율은 5:5 정도다. 팡아주의 인구가 4만5천명이다. 팡아주 인구의 10분의 1을 쓰나미가 데려간 것이다. 파괴된 2500세대 가운데 1200세대의 집은 거의 완성됐다. 집을 한채 짓는 데 순수 건축비만 14만바트가 든다. 우리 손으론 힘들다. 여러 나라의 단체의 도움이 절실하다.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나 종교의식은 얼마나 진행됐나.
=정부 차원에서 준비해 불교와 이슬람교, 기독교가 함께 모여 2번의 합동 추모제를 지냈다. 중국인과 일본인들도 와서 추모제를 열었다.

타이 사람들도 한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쓰나미로 희생받은 영혼들을 위한 천도제를 지내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 의식을 금지했다는데, 관광 이미지를 훼손시키기 때문인가.
=쓰나미 참사 100일 뒤인 지난 4월 초부터 공공장소인 해변 등에서 종교의식을 금지했다. 타이 불교 교리상 100일 안에 영혼이 저승에 가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할 이유가 없다.

쓰나미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있고, 귀신 이야기가 떠돈다.
=나는 귀신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우리 시민들도 귀신을 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쓰나미 예보 시스템은 완비됐나.
=쓰나미 비상 경보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미국에서 정보를 받으면 방콕으로 가고 이것이 안다만의 각 해변으로 전달된다. 까오락 해변에는 쓰나미 위험을 알리는 16개 지점이 있다. 쓰나미 30분 전에 사이렌이 울린다. 또한 타이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등 5개 언어로 대피 안내 방송을 한다.

[푸껫 귀신을 보는 세가지 시각 3 ]

“해안가 주변에 꽉 차 있다”

천도제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속인 이효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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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관광청은 지난 3월22일 한국의 무속인 이효남씨를 초청해 천도제를 지냈다. 이씨는 7월4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빠똥 해변에 가보니 귀신들이 아주 많았다”며 “앞으로도 천도제를 계속 올려 영혼들을 편안히 저승으로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빠똥 해변에서 굿을 했다는데.
=쓰나미로 죽은 원혼들을 위해 천도제를 열었다. 재난이나 사고로 숨진 사람들은 사고현장 근처에서 귀신이 되어 머문다. 귀신들을 저승의 문턱까지 편안히 올려주는 의식이다. 흔히 49제를 하지 않나? 죽은 뒤 49일 안에 원혼들은 하늘로 올라간다. 일부에서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영혼들을 극락으로 보내는 건 아니다.

쓰나미 귀신들이 아직도 그곳에 있나. 얼마나 많이 있나.
=해안가 주변으로 아주 많다. 빠똥 해변에 들어서니 기가 느껴지더라. 정확한 수는 알 수 없다. 다만 귀신들이 많으면 꽉 찬 듯한 기가 느껴진다. 천도제를 여는데, 젊은 귀신들이 신혼여행 왔다가 변을 당했다고 하소연하더라.

지난번 천도제로 인해 귀신들이 얼마나 저승으로 올라갔나.
=5명이라도 올라갔다면 많이 올라간 것이다. 천도제는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삼풍 백화점 사고도 1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매년 천도제를 올리지 않나. 대형 참사 현장에서는 천도제를 자주 열어줘야 한다. 귀신들이 구천에서 떠돌면 현생의 삶도 편안치 않기 때문이다. 대형 참사 현장에서는 귀신들 때문에 각종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 가장 무서운 게 물귀신이다. 물에선 자기가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부여잡고 놔주질 않지 않나. 푸껫에서도 귀신들 때문에 사고가 이어질 것이다.

푸껫에서 귀신을 본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혼령과 사이클이 맞으면 볼 수 있다. 몸이 오싹할 때가 있지 않나? 귀신을 몸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고,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싼 값에 타이를 즐길 기회

복구는 완벽하지 않으나 돌아보는 데 무리 없고 리조트마다 각종 할인행사

지난해 12월 쓰나미로 피해를 본 지역은 타이의 남부 해안이다. 안다만에 접해 있는 이 해변들은 푸껫주, 팡아주, 끄라비주 등에 속해 있다.

푸껫주의 10여개 해변에는 각종 리조트와 숙박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중심지인 빠통 해변은 이미 정상을 되찾아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까롱·까타 해변은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아 둘러보기에 크게 무리가 없다. 푸껫의 돈주머니가 돼온 북유럽 관광객들은 이미 빠통의 번화가를 활보하고 있다. 타이 관광청 관계자는 “한국 여행객들도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신혼여행객들은 이곳을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다만 지역의 관문인 푸껫 국제공항 입국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한달 동안 유럽에서 온 여행객 수는 지난해에 견줘 28% 준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 온 여행객 수는 각각 71%와 73%가 줄었다. 유럽 관광객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동아시아 국가가 더딘 편이다. ‘부정 탄 곳에 괜히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마련인 한국인들의 심리를 볼 때, 타이 정부가 귀신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팡아주와 크라비주의 경우 일부 해변을 제외하고는 아직 휴가를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타이 정부는 ‘가난한 현지인 어촌 마을보다는 외국인 휴양지 복구에 더욱 힘을 쓴다’는 비아냥을 받으며 팡아주의 까오락 해변을 복구하는 데 힘썼지만, 이곳에 들이닥친 쓰나미는 시멘트 건물을 파괴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해 완전 복구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리조트들이 문을 열었지만, 인근 상가와 편의시설이 복구되지 않아 사람들이 좀처럼 모여들지 않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쓰나미는 각종 리조트와 노점상들이 내버린 오물들을 깨끗이 치워줬다. 안다만의 옥색 바다 빛깔은 한층 고와졌다. 타이 남부 해안이 개발되기 시작한 게 1980년대이니, 바다 환경을 20여년 전으로 되돌린 셈이다. 복구를 마치고 재개장한 리조트들도 손님을 잡기 위해 각종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싸게는 하루 1500~2천바트(4만~5만원)이면, 풀장과 전용 해변이 마련된 4성급 호텔에 묵을 수 있다.

타이 남부 해안은 귀신을 믿는 사람에겐 공포의 대상이지만, 귀신을 믿지 않는 이에겐 짜릿한 ‘유사공포’의 재미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갈수록 이곳 주민들은 빨리 일자리를 되찾고, 귀신으로 재현되는 쓰나미의 아픈 기억을 지울 수 있다. 이번 여름은 싼값에 깨끗한 인도양 바닷물에 몸을 담글 좋은 기회다. 문의 타이 관광청(www.tatsel.or.kr) 02-779-5417, 배낭여행자클럽 태사랑(www.thailove.net).



3 Comments
계리 2005.08.09 22:56  
  미리 이글을 읽고 푸켓에 갔었습니다. 오늘 도착했네요. 남편과 딸아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전 귀신을 볼 수 있을까 유난히 관심있게 보고 왔습니다. 혹 스산한 기운이라든가 괜히 오싹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서고 여행을 했었는데요. 밤 바닷가나 밤에 빠통지역, 새벽 호텔등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너무나 한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저 혼자 너무 신경 곤두서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단 사람들이 너무 없어 여기나 저기나 민망할 정도였네요. 많은 분들이 찾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Elly 2005.08.12 21:27  
  저는 지난 쓰나미에 한국인 피해가 가장 심했다던 피피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까지도 복구는 계속되고 있고 여러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피피는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정이 여의치 않아 글을 많이 읽지도 쓰지도 못했지만 이 글을 읽고 상당히 기분이 안 좋습니다..왜 이 글이 정보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구요. 전 쓰나미를 직접 겪었고 모든 상황을 눈으로 보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도 겪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고, 이 곳도 마찬가지 입니다. 짧은 휴가를 푸켓, 피피에서 보내신 분들이나, 앞으로 보내실 분 들을 위해 이 글을 정보라고 올리신 겁니까? 아니면 귀신 나오는 푸켓, 피피는 가지 말라고 올리신 겁니까?
정보란 것을 올리기 전에 무엇을 위한 정보인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쁜 미양 2005.08.17 13:05  
  며칠전에 푸켓 다녀왔지만..귀신은 없던데^^
정말 뚝뚝은 거의 새거였던걸루 기억해요~~
그리고 비치쪽 건물들 95%정도 영업하고...몇몇 레스토랑들만 리모델링 중이었구요...비치쪽을 제외한 곳은 100% 정상 영업이었구요...
가장 충격적이었던건..쓰나미 사진을 잡지와 디비디, 비디오 씨디로 제작하여 판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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