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남부 쑤린 섬 - 환호 혹은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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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남부 쑤린 섬 - 환호 혹은 실망

고구마 13 4786

얼마 전 11월 달에 쑤린 섬을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서 머무른 기간은 3박 4일 이었답니다. 이곳에 이르는 방법이나 여타 시설물들에 대한 설명은 이 게시판에서 쑤린으로 검색하시면 나오는 몇몇 개의 게시물에서 더없이 상세하게 안내되니 그 부분에 대해서 덧붙일 건 없습니다.
그중 요술왕자님과 필리핀님의 정보가 꽤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개인적인 관점이구요.

그런데도 제가 이렇게 사족을 덧붙여 주절거리는 건...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야말로 스노클링으로 보는 쑤린의 바닷 속은 아름답습니다. 그 부분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판타스틱 합니다. 니모 정도는 그냥 막 보이구, 거북이도 한번 봤는데 멋있더군요.
그런데 스노클링에 그다지 지대한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이 섬이 포커스에서 약간 빗나갈 수도 있겠어요.
이곳은 태국인들의 열광을 받는 곳! 푸껫, 피피, 사무이, 따오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로컬 여행자들이 여기 다 옵니다. 그래서 주말을 기준으로 방문하면, 고즈넉함 과 이 섬 자체가 주는 매력이 확~ 반감될 수 있다는 것.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을 갈 때는 빨간 날짜는 피해야 합니다. 피크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낮까지 더라구요. 섬 자체가 붐비는 것도 붐비는 거지만, 스노클링 포인트에 가면 정말 머리 부딪히고 핀에 채입니다.

그리고 텐트에서 자는 것이 생각처럼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란 것도 고려하심이 좋을 듯 해요. 제가 머무른 동안은 밤에 더워서 잠들기가 살짝 곤란할 정도였습니다. 첫날 자고 일어나니 , 정말 삭신이 쑤신다는 게 뭔지 온몸으로 실감할 정도였죠. 이건 나날이 좀 더 적응이 되어가니 중요한건 아니구요. 물론 음주로 정신을 잃는다면, 더위나 모기는 다 딴나라 이야기죠.

그리고 이곳은 10군데의 스노클링 포인트를 4개의 투어로 나누어 로테이션 시키기 때문에
연속해서 4번해야 진수를 다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바빠요. 이번에 간 일행 중 연속 4번 다 한 사람은 여자 중에 저 혼자였습니다. 이유는 몸이 안 피곤하면 밤에 잠이 안 올까 봐 두려워서요.

그리고 이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아오 청캇 쪽에 묵었는데... 훨씬 더 호평을 받고 있는 아오 마이 응암(마이 응암 해변)은 개장 전이었어요... 암튼 여자 화장실에서 독사 나왔습니다. 전 실제론 못 봤는데, 그 말을 전해 주는 사람 왈,
- 글쎄, 세면대 밑에서 독사 가 또아리를 틀고 세모난 대가리로 혀를 날름 거리는게 아니겠어!! 이렇게 말이야 -
하면서 실감나게 몸을 비비 꼬고 혀를 날름거리는 바람에 그 후 화장실 가는 게 약간 어드벤쳐틱 해졌습니다. 결국 그 독사 스텝들에게 두들겨 맞고 잘려서 최후를 맞이했답니다.
아... 마이 응암 쪽은 한창 보수 공사 중이어서 이번에 개장하면 더 반짝 거리는 무드가 될테지만... 여하튼 그냥 이런 일도 있다는 거....

그리고 여러 정보에서 이미 나왔듯이, 이곳은 다른 엔터테인먼트가 거의 없기에 기후가 나쁘면 모든 것이 다 나빠져요. 올 초에 여기 갔다 오신 여자 여행자 분들... 환상과 파라다이스에 대한 기대 안고 가셨는데, 그 시기에 마침 폭풍 비스무리 한 게 부니, 스노클링은 공포가 되고 텐트 안에서 섬에서 엑소더스 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네요.
다녀오셔서 말도 없고 음식도 잘 못 먹고 너무 안쓰러웠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가지는 많은 장점이 이런 특성을 가리긴 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내가 어떠한 성격의 여행자 인가 하는 걸 미리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만난 분들은 거의 열광하는 편에 가깝긴 했지만요...

13 Comments
아로미 2006.12.04 11:42  
  고구마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더 늙기 전에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달력을 쳐다보고있음돠~[[원츄]]
아직은 잠을 잘 못자 삭신이 셔도 멋진곳만 가믄 그리고 한잔의 술만있으믄 행복해지는나이 아닙니까??

빨랑 빨랑 다녀야 겠습니다~~[[윙크]]
필리핀 2006.12.04 11:46  
  음... 고구마님이 삭신이 쑤셨던 이유 중 한 가지는
메트리스를 하나만 빌려서 요왕님이 깔고 주무시고
고구마님은 맨바닥에 주무셔서 그렇대요... [[으힛]]
이 미나 2006.12.04 11:55  
  ㅋㅋㅋ.
정보성의 글도..이렇게 재미나고 맛깔스러울 수 있군요.
저도..공감하는 부분 중에..잠자리가..ㅋ
챠오썽 2006.12.05 09:41  
  저런! 요왕님 나쁘다앙...
요술왕자 2006.12.05 10:17  
  고구마가 자기는 바닥에서 잔다고 해서.... ㅠㅠ
다음날은 매트리스 하나 더 빌렸어요~
이 미나 2006.12.05 14:20  
  캬캬캬!!!
잘하셨네요~
살집이 읍는 사람은..음주만빵 절도취침해도..
담날 삭신이 쑤시고..모기물려 벅벅.긁어 대는데..
맨정신에..맨바닥..[[우오오]][[으에]][[그렁그렁]]
백언니 2006.12.05 16:28  
  요왕님이 올린 쑤린 사진을 본 날...쑤린의 바다가 눈 앞에 아삼삼하게 떠 올라 밤에 잠이 안 오더라구요...
이번에 태국 다녀오면 언제 다시 갈 지 알 수 없는데...
1월에 푸켓-피피로 코스를 잡은게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요...
쑤린을 가자니 출국 일정을 앞당겨서 항공권 날짜랑 숙소를 조정해야하는데.... 엄두가 안 나네요.
그냥 안 본걸로 할까봐요...ㅠㅠ
재석아빠 2006.12.05 21:00  
  백 언니~~

버스표 바꿔 드릴수 잇어요~~

참고 하세요~~[[으힛]]
백언니 2006.12.06 16:26  
  그러게요... 재석아빠님...
버스표 확 바꾸고 다녀올까요....?
이럴땐 우유부단한 제가 무척이나 미워요 ㅠㅠ
그리고...  고구마님의 독사 이야기도 섬찟하네요^^
"이번이 태국 마지막이닷! 정 떼고 와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태국에 다시 가야할 이유가 생겨 버렸네용~
재석아빠 2006.12.07 13:36  
  이 좋은곳을 놔두고 왜 정을 떼요~~

섬 자체가 자연적인 밀림 입니다.....

뱀은 카오산에서도 종종 나타 납니다~~[[으힛]]
entendu 2006.12.07 21:04  
  다른건 안무서운데요.. 독사라니.. ㅠ.ㅠ
파도소리 2006.12.08 09:27  
  아,, 음주후 텐트에 들어가 자면 열올라서 해먹에서 비맞으면서 잤네요,, 새벽에 술낌에 텐트들어가서 누우니 태국인여행자 텐트에 들어갔다가,,ㅎㅎ  술이 웬수입니다.
호텔체질이나 한식을 꼭먹어야하는분은 비추입니다. 그러나 자연에 뭍혀 평온을 즐기기엔 최고일겁니다.  해변나무 아래에서 책읽고 음악들으며,,, 
yangmal 2010.03.04 23:20  
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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