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란(파타야 산호섬)에서 하룻밤 머물렀던 느낌
방콕에서 팟타야(파타야)에 이르는 방법이나 또는 그 외는 숙소 정보들은 이미 요술왕자의 정보 또는 다른 분들의 후기에 자세히 나와 있어서 제가 더 덧붙일만한 여력은 없습니다.
정보라기보다는 약간의 소회를 곁들여서 첨언하자면, 이번에 꼬 란을 갔다 오면서 팟타야에 대해 가졌던 느낌들이 조금은 바뀌게 되었어요. ‘팟타야’라는 지명이 주는 이미지들, 핑크 비즈니스 로 가득한 골목골목들... 그리고 태국 전역에서 보게 되지만 특히나 이곳에서 많이 보게 되는 백인 여행자들과 태국 여성의 조화는 뭔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거든요. 특히 정말 생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노인과 가난에 내몰린 것이 분명해 보이는 어리디 어린 시골처녀 커플은...... 인생에서 피해 갈 수 없는 두려움들(쇠약해 지는 것과 가난) 의 상징적인 결합으로 보여서, 볼 때 마다 뭉클해지기도 하구요. 하긴 이건 그저 제3자의 시각에서겠지요. 그들은 나름의 행복과 필요를 만끽하고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하여튼 또 이야기가 딴 데로 샜는데...
특히나 나이트 라이프에 거의 관심이 없는 - 사실 관심이 없다기 보단, 나이트클럽에 데려다 놓으면 이 인고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속절없이 바라는 - 저로서는 팟타야의 쿵짝거리는 흥겨운 분위기도 거의 즐기지 못해서 언제나 여행지 리스트에서 멀찍이 제쳐 놓는 편이 였어요.
그런데 산호섬이라 일컬어지는 꼬 란을 갔다와보니, 이곳이 3박 5일 또는 4박 6일 티켓을 가진 단기간 여행자들에게는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공권 게시판에 연중 내내 나오다시피 하는 3, 4박짜리 땡처리 항공권을 이용해 태국을 방문할 경우, 먼 곳을 가기란 이미 시간상으로 힘들고 아무래도 짧은 시간동안 이국적인 향기를 흠뻑 맡아보려면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그 대안으로 꼬 란이 제격인 듯합니다.
패키지 관광단과 투어객들이 거의 상륙작전을 펼치다시피 하는 오전 9시의 따웬 비치는, 점심을 먹기 위해(또는 먹고 나서) 그들이 파타야로 급히 떠나가는 1시 즈음까지 내내 북적북적 와글와글 난리법석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하는 액티비티들, 제트 스키와 바나나 보트 등등으로 온통 해변은 신나 있구요...
하지만 단체 여행객들이 밀려나가는 오후 즈음에서는 바다는 갑자기 고즈넉해져 버립니다. 수많은 비치 체어들이 오히려 생뚱맞을 정도로요.
따웬 비치옆의 자그마한 비치는(선착장으로 향해 가다가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나오는) 마치 프라이빗 비치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곳의 느낌은 약간이긴 하지만 꼬 따오의 짠쏨 비치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물빛도 좋구요...
그리고 섬의 남서쪽에 위치한 싸매 비치는 바닷물이나 모래결등이 남부 해변 못지 않아서 적잖이 놀랐답니다.
그런데 이곳의 단점은 정작 해변 근처에는 적당한 숙소가 없다는 것이 될 수 있겠어요. 남부해변이나 다른 섬처럼, 해변에서 노닐다가 금방 숙소로 직행할 수 없다는 게 꽤나 크게 성가신 점 중의 하나긴 하지요.
방콕에서 쇼핑과 식도락을, 파타야에서 몇가지 볼거리와 문화적 충격을, 그리고 꼬 란에서 예상보다 맑은 물과 모래알들을 만나는 건, 3박짜리 단기 여행자들에게는 제격인 일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초성수기가 아닐 때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이 나오기도 하니까 비용면에서도 해볼 만 하구요.
그리고 짧은 일정상 방콕과 팟타야를 오고 가는 건 일행이 있다면, 대중교통 말고 택시를 대절해서 비용을 나누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 같더군요.
바다를 보고 나니, 혹시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하게 된다면 어떤 것들이 보이게 될까 ? 하는 궁금증도 일었습니다. 지도를 보니 꼬 란 주변에 서 너 개의 스노클링 포인트들도 있던데, 해보질 않아서 어떤 전경일지는 모르겠네요...
하여튼 조금 횡설수설 하는 듯한 글이 되버렸는데... 다음에 팟타야에 들리게 된다면, 이번방문에서처럼 청바지를 입고 해변을 돌아다니는 정신 나간 발걸음은 접어두고, 꼬 란의 해변에서 첨벙거려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