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준비했건만 똑같이 당하다니
2월초 방콕을 다녀왔습니다.
가기 전 이곳 태사랑에서 얻은 여러가지 정보덕에 대체로 무난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왕궁앞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네요.
태국으로 출발하기 전 왕궁앞에서 어처구니 없이 사기를 당한 사례를 몇가지 읽고서 나는 절대 그런 일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건만!!
경위는 이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9시반 경 택시를 타고 왕궁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중에 왕궁을 본 후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요왕님이 일러주신 운하투어를 할 게획이었습니다.
왕궁앞에 도착해서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왠 태국남자가 다가오더니 자기는 왕궁 공식 가이드인데 혹시 왕궁에 가려고 온 것이냐고 묻더군요. 지금 왕실에 상을 당해서 오전 중에는 현지인들만 참배를 위해 입장이 허락되고 관광객은 오후부터 입장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입구로 들어가는 수 많은 검은 옷 입은 현지인들으 가리키며 봐라! 하더군요. 저는 아무 생가없이 그럼 몇시부터 입장이 허용되느냐고 물으니 12시부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도를 꺼내 몇몇 곳의 사원을 가르키며 이곳에서 성태우를 타고 몇몇 사원을 돌아보면 대충 시간이 맞을테니 그렇게 하라는 겁니다. 요금은 40밧이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손짓을 해서 성태우를 하나 부르더군요. 자기가 표시해 놓은 지도를 보이며 이 손님을 표시해 놓은 사원으로 모시고 요금은 40밧만 받으라 하더군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성태우에 올랐고, 자칭 가이드라는 사람이 애기한 사원을 두개 돌아보았습니다. 이때까지는 속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지요.
두개의 사원을 돌아 본후 운전사가 좋은 상점이 있다며 거기 잠깐만 들렀다가 세번째 사원으로 가자고 하길래, 워낙 싼 값에 투어를 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보석상점인데 값이 너무 비싸서 살 생각은 못하고 그냥 10여분 들러본 후 나왔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보석상점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슬슬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지만 여기까지는 그냥 데려다 주는 대로 상점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언제 세번째 사원을 갈거냐고 물으니 한군데 상점만 더 보고 마지막 사원에 데려다주겠다길래 꾹 참고 "그래 이게 마지막이면 그렇게 하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상점에 또 다시 끌려 갔습니다. 그런데 세번째 상점에서도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왔더니, 아무것도 사지 않았냐면서, 사지 않는 것은 좋지만 상점 안에서 시간을 좀 오래 끌어주면 자기가 무슨 휘발유 보조금 같은 것을 받는다면서 저에게 사정을 하는 것입니다. 40밧에 몇시간 동안 자기가 휘발유 쓰면서 운전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라면서, 자기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세개의 상점을 더 가달라는 것입니다. 이미 세군데 상점을 두러보느라 시간이 거의 11시반이 넘었는데, 또 다시 세곳이 상점을 방문해 달라니 기막히더군요. 그제서야 태사랑에서 읽었던 비슷한 피해사레가 생각났습니다. 어이구, 출발하기 전에 그렇게 읽어놓고 절대 당하지 말자고 다짐으 ㄹ했거만, 어찌 이리 쉽게 당했단 말이냐,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그 운전사에게도 화가 나기도 하고, 눈이 마구 돌아가더군요.
오전에 왕궁을 보고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운하투어를 하기로 했던 계획이 모두 어긋난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화도 나서 그 운전사에게 마구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신이 요구하는대로 이미 세곳의 상점을 둘러봤는데, 또 다시 세곳의 상점을 들르라니, 내 계획을 이렇게 망쳐도 되느냐, 나는 못가겠다, 나를 왕궁으로 도로 데려가 달라,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제가 많이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그 운전자가 약간 주눅든 표정을 짓더니 그럼 자기 휘발유 값 보상으로 500밧을 달랍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다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400, 300 이렇게 낮아지더니 마지막에는 200밧만 주면 다시 왕궁에 데려다 주겠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기사아 있던 곳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다른 택시나 성태우를 탈 자신도 없어 결국은 200밧을 주고 왕궁으로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지만, 그 때는 정말 화가 나더군요. 결국 200밧에 두시간 반 동안 두개의 사원을 보고 세개의 상점을 들리고 싸우느라 20여분 소비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방콕가시는 분들, 저같은 우를 범하지 마시기를. 워낙 닳고 닳은 사람들이라 넘어가기 쉽겠더라구요.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