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꼬 쑤린] - 아쉬운 이별 또는 영광의 탈출
사람에 따라 이 쑤린 군도(무 꼬 쑤린)를 떠나는 것이 아쉬운 이별이 될 수도 있고, 영광의 탈출(엑소더스)~~ 지상으로 고고씽~~ 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쑤린의 아오 마이응암 (마이응암 만)에 있는 사무실 앞에 놓인 방명록에는 한글로 쓰인 글귀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요. 대부분은 아쉬움과 들뜬 감정 그리고 이곳에 대한 찬사와 친절한 스텝들에 대한 나긋나긋한 멘트들입니다.
우리는 끄라비 터미널에서 낮 12시발(이것이 막차입니다.) 라넝 행 에어컨 2등 버스로 타고 4시간 반을 붕붕 달려 마침내 쿠라부리에 도착합니다. 쿠라부리 시내의 숙소에서 1박을 한 후 다음날 오전 9시에 출발하는 큰 배를 타고 섬에 거의 다다라서 작은 롱테일 보트로 갈아탄 후 쑤린 섬에 내리면 시간은 오전 11시 반 정도가 되어 있어요.
쑤린 에 대한 정보는 지역정보 게시판에서 요술왕자님과 필리핀님 그리고 그 외 여러분이 써주신 정보에 빼곡히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딱히 달라진 것도 없습니다. 스노클링 투어비만 조금 올랐구요(80밧)...
방콕에서 내려오는 여행자와 달리, 푸껫이나 끄라비 또는 여타 다른 지역에서 출발하는 여행자라면 쿠라부리에서 1박을 해야 겠지요. 쿠라부리 시내 약도와 숙소 정보는 요왕이 상세하게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쿠라부리에도 세븐 일레븐이 있어서 섬으로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여기서 사도 되구요, 아니면 쑤린 들어가는 선착장 근처에도 가게가 있으니 거기서 먹거리나 생필품을 사도 됩니다. 저희 있을 때 들어온 한국 분들 세 팀은 각각 스티로폼으로 된 아이스박스에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쿠라부리에서 준비하여 갖고 들어오셨더라고요.
해적이 들고 다니는 보물상자 마냥, 먹을것들로 가득한 큼직한 스티로폼 박스는 정말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다이나믹 에너제틱 코리아입니다.
우리가 들어간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많은 태국인 여행자들로 배는 온통 꽉 차있고, 성수기답게 해변에 텐트도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치 이동용 군대 막사처럼요. 게다가 텐트 색깔도 딱 군대 무드입니다.
우리가 지냈던 3월 시즌에는 밤에 바람이 거의 불지를 않더라구요.
쿠라부리에서 큰 배 또는 스피드보트로 출발하여 섬에 도착하면
긴꼬리 배로 갈아타고 해변으로 간다
여차저차 하여 1박을 하고 난 후, 아침해가 어둠을 다 잡아먹기 전인 어스름한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 와서 다시 텐트로 들어오려고 안을 들여다보니 요왕의 모양새는... 더도 덜도 말고 저기 깐짜나부리 가면 전쟁 박물관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들의 모습을 실물모형 크기로 만들어 전시해 놓은 게 있거든요. 딱 그 모양입니다. 빨간 반바지 하나 입고 어깨는 연이은 해변 생활로 허물이 벗겨지고 입술은 부르튼데다가 더위와 딱딱한 바닥 덕분에 잠을 설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모습 이라니...
쑤린에서 잘 지내려면 일단 텐트 생활에 내가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요. 쑤린은 텐트가 비와 바람은 막아주지만 온도의 항상성은 잘 유지하지 못해요. 단기간 체중 감량하실 분, 낮에 텐트에 들어가면 1시간 안에 몇 백 그램은 금방 빠집니다. 근데 나올 때는 정신줄이 제대로 붙어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헛소리 외치며 그대로 바다로 돌진할 가능성 백프로입니다. 그리고 새벽에는 한기가 듭니다.
집에서도 실험해 볼 수 있습니다. 딱딱한 맨 바닥(베란다나 복도, 마당, 옥상 등에서 반복 연습)에 두께가 1센티에서 2센티 정도의 매트 또는 홑이불을 깝니다. 그 위에서 자보고 다음날 몸이 그만저만하면 합격이고 아이고 담 걸렸다 그러시면 약간 재고해보심도 좋을 듯 해요.
자 이제 스노클링의 시간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두 개의 큰 섬과 세 개의 부속섬, 그리고 암초들 주변에 모두 10개의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습니다. 반나절에 2개, 3개씩 끊어서 총 4개의 투어로 만든 후 오전, 오후 양 일간 로테이션 방식으로 계속 돌립니다.
이번에 갔을 때는 첫날 오전 포인트(아오 따오, 힌 껑, 아오 매 야이)는 환상이었습니다. 오후는 좀 덜 했구요. 둘째날 오전은 그럭저럭했지만 해파리에 좀 쏘였구요. 둘째날 오후의 포인트(아오 쑤텝, 아오 망껀, 아오 마이응암)는 4개의 투어 중 가장 못하다는 요왕의 조언에 따라 패스해버렸습니다.
태국의 다른 바다, 꼬 창, 꼬 따오, 그리고 꼬 피피와 끄라비 앞의 섬들 등에서 해 본 스노클링 투어와 견주어 바다 속은 정말 훌륭합니다. 동급 최강정도가 아니라, 체급 자체가 틀린 느낌이에요. 산호가 이렇게 색색깔을 유지하고 있다니... 게다가 첫날 오전 투어는 1년 반 전에 비해 더 좋아진 느낌도 들 정도였어요. 만족한 기색들이 역력합니다.
게다가 요왕은 이곳에서 상어와 거북이를 다른팀은 커다란 가오리를 보셨데요.
전 산호에 정신팔려 돌아다니느라 약간 깊은 물에서 볼수 있는 메인 3총사 상어,거북이, 가오리 중 하나도 못봤습니다.
이번 여행의 쑤린 스노클링 포인트 중
산호가 가장 많이 살아 있고 시야가 좋았던 아오 따오(Ao Tao)
그리고 식사... 태국인 여행자들로 들끓는 주말에는 식당이 단체 급식 체제로 돌입합니다. 단품 식사는 서 너 가지 정도의 반찬을 잔뜩 해놓은 다음에 여행자가 고르면 밥 위에 급하게 올려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요. 하긴 사람이 많을 때는 이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고 많이 기다리지 않아서 좋습니다. 다만 적어도 1시간 전에 주문을 해야 하는 세트 메뉴는 사람이 몰리는 날이라도 그대로 운영 됩니다.
이렇게 현지인들이 몰리는 특정일에는 식당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다른 사람들과 합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여행자들이 많이 빠지는 주중이 되면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메뉴판에 있는 단품 식사를 건건히 주문해 먹을 수 있어요.
식사 부분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늘 그 밥이 그 밥 같은지라 세트 메뉴를 시키지 않은 이상은 금방 물려 버렸습니다. 물론 볶음밥이나 덮밥의 경우 올라가는 주재료가 닭고기 돼지고기 해산물 등으로 다르긴 하지만, 같은 식당에 똑같은 양념이니 비슷할 수 밖에요. 다만 양은 무척이나 많이 줘서 볶음밥 하나 시키면 여자 분은 두 분이서 나눠 드실 수도 있을 정도에요.
아침 시간에는 뜨거운 물을 끓여 놓아서 커피나 차, 컵라면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음식이나 생활용품 등 매점과 식당을 이용하려면 쿠폰을 사야한다
스노클링 투어 할때도 스노클링 투어 쿠폰을 따로 사서 배 탈때 낸다
하여튼 사정이 이러하니 많은 여행자들이 먹을거리를 사들고 섬으로 들어오는데요, 한 가지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개미입니다. 개미는 요왕이 처음 이곳에 온 2005년도에만 해도 없었다는데, 이제는 쑤린섬의 적지 않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고즈넉한 해변에 싸롱을 깔고 그림처럼 누웠는데, 곧이어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놈들... 게다가 깨물기 까지 하고요. 결국 해변에 눕는 건 성가셔서 포기하고 남이 쳐놓은 해먹에 메뚜기처럼 옮겨 뛰기를 합니다. 섬에서 쓰고 버리고 올 요량으로 싸구려 해먹 하나 장만해 오는 것, 적극 강추입니다.
밀봉되지 않은 먹을 것을 두는 것은, 개미 군단님을 부르는 지름신 되시겠습니다. 얼마나 왕성하냐면, 비닐 봉지를 그냥 뚫어버립니다. 끄라비에서 사온 양념 조갯살을 비닐에 꽁꽁꽁 묶어 왔더니 입구로는 통과를 못하고 비닐 바닥 부분을 여기저기 뚫어놨어요. 다른 댁에서는 신라면 컵라면을 들고 왔는데 이 라면 용기를 뚫어버렸어요. 부푼 마음으로 신 컵의 포장을 열었더니 이미 그 안에서 포식하고 있는 개미들... 콱 뜨거운 물 부어 버릴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답니다.
어떤 여행자는 빨래비누를 텐트 옆 나무에 두었는데, 그걸 불개미(몸집이 흑개미보다 대 여섯 배는 더 뚱뚱한...) 군단의 먹이가 되었지 뭐에요.
어두운 밤 불개미가 득실거리는 그 덩어리를 보고 있자니, 공포영화에서 주인공이 불을 탁 켰는데 그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벌레 떼들 같습니다. 이 개미떼들이 도데체 어디로 향하는지 나무를 따라 후레시로 그 길을 따라가 비춰봤는데 거기에는 또 남자 엄지손가락 만한 바퀴벌레가 떡하니 버티고 앉아 개미를 텁텁 잡아먹고 있지 않겠어요. 마치 여름날 평상에 앉아 포도 한 알씩 뜯어 먹는 것 마냥 바퀴는 무표정하게 나무에 붙어 자기 발 밑으로 다니는 개미들을 한 마리, 한 마리 물어서 먹고 있더라고요. 이건 쑤린 버전 미니어쳐 스타쉽 트루퍼스다!!!!
사정이 이러하니 무엇을 사고 무엇을 사지 말아야 할지 결정할 때 개미떼의 습격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 그리고 누군가는 초콜렛을 사왔던데 왕창 다 녹아버려서 버려놓고 갔더라구요. 먹거리 품목도 잘 골라야 겠지요...
사람이 붐비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은 그다지 붐비지 않습니다. 다만 공동 화장실을 쓸 때는 어디나 그러하듯, 변기 안에서 보고 싶지 않은 걸 봤을 때 재빨리 돌아설 수 있는 반사력 필요합니다. 어쨌든 모켄족 아주머니들이 청소는 틈틈이 잘해주는 편이라 그런 어허~ 한 상태가 오래 가지는 않아요. 화장실은 절반은 좌변기, 절반은 쪼그려 앉아 일보기 구조의 변기로 되어있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좌변기는 잘 이용을 안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공동 화장실은 차라리 쪼그려 앉기 구조가 더 위생적일 거 같아요. 흠흠...
하지만 묘한 점이 있긴 합니다. 이래서 다시 안 오겠다, 이러는 게 아니라, 다음에 올 때는 담 걸리지 않게 에어매트를 가지고 오겠다, 또는 개미를 물리치기 위해 약품을 가지고 오겠다고 해요. 어쨌든 다시 올 마음이 있는게지요. 우리는 원래 3박만 할 작정이었고 나가는 날 아침에 체크 아웃하고 돈까지 다 냈음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바닷가 해먹에 누워있다 마음이 급변하여 1박을 더 했답니다.
어쨌든 4박을 하고 배가 육지로 향하는 그때, 아쉬운 감정이 살며시 고개를 드는 순간... 육지에서 먹을 수 있는 갖가지 소박한 음식들, 이를테면 닭튀김, 찹쌀밥, 국수, 그리고 세븐일레븐, 인터넷, 지긋지긋한 개미떼들아 안녕~ 새벽에 공동 화장실로 향할 때의 가슴 두근거림에서 해방, 에어컨 아니 선풍기 바람이라도 쐴 수 있는 폭신한 침대에 대한 열망이 아쉬움의 목덜미를 콱 물어버리는 바람에, 아주 즐겁게 육지로 고고싱~ 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쑤린에 대한 많은 찬사들에 비하면 그 힘이 아주 작은 투덜거림이니, 부디 관용으로 너그럽게 보아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