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리뻬] 정말 이곳이 그 꼬 리뻬? 정말?
아주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꼬 리뻬가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는, 그곳으로 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꼬 리뻬는 안다만 해 (태국의 서쪽 바다)의 가장 최남단의 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 배를 타고 조금만 남쪽으로 달리면 말레이시아 최북단의 섬 랑카위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어쩌다 여행자들은 이 작은 섬을 찾아내게 된 걸까요... 점점 더 거대하게 변해가는 푸켓과 피피섬을 아쉬워하며, 또는 파티 분위기에 너무나 물든 몇몇 섬들에 실망한 나머지, 섬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하다가 이곳을 발견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찾아내고 짐을 풀었겠지요.(물론 푸켓. 피피와 다른 파티 아일랜드들도 나름 매력 있지만요)
하여튼 그게 5년 전, 그러니까 2004년 봄의 이야기인데, 우리가 도착한 그 해 4월은 이 섬이 우기의 시작을 맞이하야 거의 폐장을 앞두고 있어서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는 숙소나 식당도 별로 없고, 섬은 그저 모래밭과 먼지 풀풀이는 비탈길뿐이었습니다. 이른바 개점 휴업상태... 성수기에 왔으면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텐데 문 닫기 바로 전에 왔더니, 안 그래도 조용한 섬이 더 쓸쓸하고 아무것도 없는 분위기였어요. 게다가 섬 주민들이 미쳐 치우지도 않고 그냥 훌쩍 떠나가 버린 탓에 온 해변에는 플라스틱류의 쓰레기들이 하얗게 깔려 이리 저리 딩굴고 있었구요.
그 때도 스노클링 투어를 나갔는데 운 나쁘게도 날씨가 흐리고 해파리가 있어서 그다지 좋을 것도 없었지요. 그때의 스노클링 투어를 생각해보니, 바닷 속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그 때 먹은 점심밥만 기억납니다. 갓 잡아올린 물고기를 직접 불에 구워주던 특이한 점심이었어요.
그때의 여행기를 보시려면...
http://naeilgo.net/bbs/zboard.php?id=travels&keyword=리뻬&no=61
http://naeilgo.net/bbs/zboard.php?id=travels&keyword=리뻬&no=62
이 섬에 이르는 방법은 출발지에 따라 또 지갑의 두께에 따라 아주 천차만별입니다만... 방콕을 기준으로.... 일단 카오산에서 파는 조인트 티켓을 사게 되면, 사뚠까지 버스로 이동(거의 14시간 남짓 걸린답니다). 사뚠에서 빡빠라 항구까지 미니버스로 약 한 시간 남짓 이동, 빡빠라 항구에서 보트로 이동 (이때 타는 보트가 슬로 보트인지 스피드 보트인지 모르겠군요)해서 바다를 달린 후 섬에 도착해서 바다 가운데서 긴 꼬리배로 갈아타고 섬에 도착...이 저렴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런 논스톱의 여정을 거쳐 꼬 리뻬에 당도하면, 아마 뼈와 살이 절로 분리될 정도의 피곤함이 엄습해올거에요.
돈에 좀 여유가 있다면 방콕에서 에어아시아로 핫야이로 날아와, 핫야이에서 빡빠라 항구까지 미니버스로 두 시간 정도 이동, 항구에서 스피드 보트에 올라탄 후 한시간 반 넘게 달려서 섬 근처에 다 와서 (선착장이 없는 작은 섬들이 다 그러하듯...)긴 꼬리 배로 갈아타고 한 3-4 분 달리면 꼬 리페의 가장 번화한 해변 핫 팟타야에 당도합니다. (예, 방콕 근교에 있는 팟타야와 이름이 같습니다. 참고로 ‘팟타야’는 우기때 부는 남동풍을 얘기합니다.)
자세한 행로와 요금은 나중에 요왕이 정리해서 올리겠지요. 우리는 뜨랑에서 출발했는데 지금 뜨랑에서는 타이거라인 페리 사무소에서 핫 프로모션이라면서 뜨랑-핫야오 항구까지 밴(약 40분 남짓) + 핫야오 항구에서 꼬 리뻬까지 스피트 보트(약 3시간 안되게 걸려요) 이렇게 650밧에 팝니다.
참!! 타이거라인 여행사에서 꼬 리뻬에서 다음 여행지로 가는 조인트 티켓도 자기네한테서 미리 예매를 하라고 막 호객하는데요, 섬으로 들어와서 사는 게 훨씬 가격도 저렴하고 선택의 폭도 열려 있으니 낚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저주받은 팔랑귀 때문에 비싸다고 주저하는 요왕을 뽐뿌질해서 덥석 낚여버린 탓에, 나중에 꼬 리뻬에 도착해서 요금의 실상을 알자마자 낙담을 했답니다. 숙소나 티켓이나 현지에서 구하는 게 이익입니다. 여정도 자유롭게 열어놓을 수 있구요. 아흑~~ 정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이놈의 팔랑귀에 콜크 마개를 끼우든가 해야지....
뜨랑에서 출발한 타이거라인 페리가 라오리앙 섬을 지나고 있다.
팟타야 해변
섬 동쪽 마을 앞에 있는 해변
꼬 아당을 마주보고 있는 북쪽 해변
우리가 이 섬에 발길을 디디기 바로 직전까지도.... - 세상만사 안 변하는게 없긴 하지만, 꼬 리뻬는 워낙 남쪽 끄트머리에 붙었으니 여행자가 온들 얼마나 오겠어... 변해도 뭐 얼마 변하지도 않았을거야...- 하고 반신반의했건만, 역시 사람의 발길과 돈의 힘은 무섭고도 강합니다. 예전에 쓸쓸하고 무서워 보이기까지 했던 해변은 지금 중,대형 숙소와 저렴한 숙소들, 바, 식당, 인터넷 가게, 그리고 다이브 샵. 여행사들로 심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불빛이 없어서 손전등에 의지하며 해변을 저벅저벅 걷던 5년전의 그 섬이 정말 이 섬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완전히 튜닝을 했네요.
그리고 팟타야 해변에서 섬 동쪽 마을(선라이즈 해변)으로 이르는 먼지 날리던 황토 길은 지금은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어 있고 그 양쪽으로 역시 상가들이 줄지어서 있구요. 주로 여행사와 식당들이네요. 숙소도 심심찮게 있어요. 인터넷 까페도 생기고, 꼬 리뻬에서 태국의 전역으로 여행자를 실어다주는 조인트 티켓 광고판도 수두룩 빽빽합니다.
인터넷은 1분에 3밧씩, 세탁은 1킬로에 60밧 정도로 좀 비싼데요. 인터넷은 정신건강상 안하는게 좋을듯 합니다. 위성 인터넷인데 속도가 아주 환상적으로 느려요.
(참고로 길거리의 여행사 가격판을 보면 핫야이 행 조인트 티켓은 빡빠라 행 스피트 보트 500(다소 느린 페리는 400). 빡빠라-핫야이 미니밴 150 총 650입니다. 핫야이 공항 행 조인트 티켓은 800입니다.)
게다가 지금도 팟타야 해변과 선라이즈 해변을 잇는 이길 중간에는, 중형 쇼핑 아케이드 같은 건물을 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군요. 이러한 속도로 변화된다면 곧이어 여행자들에게 돈을 토해내는 ATM 기계와 세븐일레븐도 생길 날이 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여행자들은 돈 걱정 없이 마음껏 더 돈을 뽑아 써제끼겠지요.
해변은 음악을 틀어놓고 한껏 히피 분위기를 자아내는 바 들이 심심찮게 보이구요. 마치 꼬 피피가 여행자들에게 막 인기를 얻을 당시의 모습과 흡사하다는군요.
백사장은 정말 파우더 같은 하얀 모래들이 쌓여있고 물빛도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는 말이 이 광경에 비하면 비루하게 들릴 정도로, 물은 투명하고 먼 바다는 토파즈 빛깔입니다. 정말 고운 모래와 묘하게 맑고 푸른 바다색을 보니, 다다르기에 먼거리 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이 이곳에 꼬이지 않을 수가 없었겠구나 싶어요. 해변 앞 바다에 긴 꼬리배가 좀 많이 떠 있는 게 약간 흠이랄까... 아침에 스노클링 투어 나가는 사람들도 많고, 계속 들고나는 큰 배에 손님을 실어주고 내려주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섬 안길 양쪽에는 여행자시설이 늘어서 있다
해변의 2층 바(핸디크래프트 바)
개성적인 디자인의 숙소
팟타야 해변 서쪽의 모래는 유난히 곱다
해변 바
꼬 리뻬에서 가장 비싼 숙소 시타 리조트
신축중인 상가 구역
어쨌든 이 멋진 풍광마저도, 꼬 리뻬 주변을 도는 스노클링 투어에서 보게 되는 경치에 비한다면 그저 전야제, 프롤로그, 프리뷰 정도였구나.... 하고 느끼게 될 만큼 꼬 리뻬 주변 섬들의 경치 역시 원더풀합니다. 섬 근처의 스노클링 포인트를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서 각각 550.650 밧을 받는 투어가 눈에 띄어서 하게 되었는데요, 이것 말고도 여러 샵에서 조금씩 차별화된 투어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가는 곳은 거의 엇비슷한 편입니다. 일행이 많다면 배 한 대를 하루 동안 빌리는 것도 좋을거같아요.
꼬 카이Koh Khai라는 다소 먼 곳까지 2,000~2,500밧(스노클링 장비 별도), 낚시 투어를 나가기 위한 배는 하루 3,000밧(낚시 장비 포함)을 부르네요.
가게도 있고 해변에서 간단하게 입기 좋은 비치웨어를 파는 곳도 있어서 딱히 육지에서부터 뭔가를 준비해오지는 않아도 좋지만, 슈퍼에서 파는 각종 물품의 가격이 육지에 비해 거의 2배정도로 비싼 편이라서 아침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사가지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흔한 경우는 아니겠지만, 우리 숙소 근처의 슈퍼에서 오이시 차를 사먹었는데 시큼한 맛에 놀라 유통기한을 보니 기한이 한참 지났더라구요. 아웅~ 아까워라...
이래저래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도둑도 생긴 모양입니다. 한 여행자가 ‘wanted’라고 여기저기에 붙인 것이 있는데 자기가 묵고 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많은 전자제품이랑 카메라를 도난당했답니다. 그런데 다른 건 포기해도 4개의 메모리스틱만은 제발제발 꼭 돌려달라고 애원했더군요. 현상금 15,000밧을 걸구요. 아~~ 정말 안타까워요. 돈 뿐만 아니라 추억마저 훔쳐간 나쁜 도둑.... 섬 전체 면적에 비해 사람들과 업소의 밀도는 꽤 되는 편인데, 앞으로는 더해지면 더해지지 덜하지는 않겠지요.
예전에는 우기에 거의 폐장하는 무드였는데, 이렇게 업소가 많아진 상황이라면 우기철에 방문해도 예전같지는 않을거 같습니다만 단정하기는 어렵네요.
지금 현재 딱 좋으니까 이제 여기서 스톱!! 이라고 외치고 싶은 꼬 리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