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재미있는 방콕 구시가 도보여행
도보여행은 우선 돈이 한 푼도 안듭니다. 그냥 양발에 의지해서 걸으니까 각종 탈거리들 버스, 택시, 뚝뚝 등을 이용할 때 느끼는 약간의 어려움이 없기도 하구요. 그리고 완급을 완전히 내 스스로 조절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중의 하나에요. 가고 싶으면 가고 서고 싶으면 서고요. 한 곳에 오래 있는다고 누가 재촉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필 받으면 그냥 나무 아래에서 거리의 정취를 느끼며 무한정 있어도 되지요.
하지만 단점도 있어요. 특히나 방콕의 도보여행을 할 때는 날씨가 너무 더운게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네요. 정말 햇볕이 강한 날은 정수리 근처가 뜨끈뜨끈해지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피부가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거 같기도 하구요.
괴로움에 허덕이면서 걷지 않으려면 수분 보충도 해가면서 모자도 하나 쓰고 나가는게 좋을 거 같아요. 요즘 같은 우기라면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서 여느 집 처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발이 묶여 있어야될 가능성도 있지요.
그런면에서 도보 여행은 체력과 날씨운이 좀 따라줘야 좋은거 같아요.
사실 방콕의 도로 전경들이 유럽처럼 막 이쁘다거나 그림 같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걷다보면 나오는 개천이나 도랑물도 거무튀튀하구요... 깔끔하거나 정돈된 맛은 덜한 편이지요. 그래도 도시의 작은 뒷골목을 탐험하는 것도 자유 여행의 백미중 하나이지요.
왼쪽의 운영자 게시판의 여행자료실에 들어가서 지도자료 섹션을 클릭한 후, 방콕 맵가이드 지도 플래쉬 버전- A4 프린트 가능 게시물을 보시면 도보여행 루트가 3가지가 있는데 얼마전 그 중 2를 해봤어요. 중간에 유서가 깊다는 식당에서 식사도 해보고 아이스크림도 먹어보고 하면서 걸으니 한 서 너 시간 정도가 소요 되더라구요. 지금 지도에는 로얄호텔 앞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곧 카오산 동쪽 끝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서민들의 벼룩시장->20세기 초 태국이 근대화 될 무렵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은 동네->불교 용품 가게들->사원 몇 개를 돌아보는 루트입니다.
카오산 동쪽 끝 버거킹 쪽으로 나가 큰길을 건너면 제2의 민주기념탑으로도 불리는 10월 14일 기념관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광주민주화운동때 처럼 1973년 10월 14일 대규모 민중 항쟁이 있었는데 앞 길인 랏차담넌 끄랑 거리에서 많은 시민과 학생이 군부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그때를 기리는 곳입니다.참고로 바로 옆에 있는 민주기념탑은 입헌 혁명을 기리는 것입니다.
10월 14일 기념관
태국의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 삔까오 다리 쪽으로 큰 길을 따라 걷다가 시내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거기에 왼쪽으로 골목이 나옵니다. 안으로 들어갑니다. 골목 입구에 흰색 미니버스(봉고)들이 서 있는데 깐짜나부리 가는 롯뚜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운하가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운하를 따라 갑니다.
이 골목 안으로 들어갑니다
운하 주변에 별의별 잡다한 물건들과 골동품들을 파는 벼룩시장 서 있더군요. 낡은 전자제품, 골동품, 인형, 카셋트테입 등등 낡고 오래된 물건들을 좌판을 깔고 팔고 있습니다.
살만한게 있을까나...?
큰 길이 나오고 운하 다리를 건너 세븐일레븐을 끼고 사원을 지나니 이번엔 군복과 경찰용품,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와 악기 가게 들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경찰용품 파는 곳에서는 심지어 경찰 배지도 팔던데 아무나 막 살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악기 파는 가게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게 기타던데 전 이런 악기에 조예가 없어서 좋은 건지 비싼 건지 알 수는 없었구요. 그냥 악기 가게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살짝 봤을 뿐입니다.
악기, 경찰용품 상가를 지나면 프랭나라Phraeng Nara 골목이 나옵니다. 바로 다음 골목인 프랭푸톤과 함께 옛 정취가 많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입구 모퉁이에 식당이 있는 곳이구요... 점심때면 주변 공무원들이 빼곡이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랭나라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딸라팟 쓱싸Talaphat Seuksa라는 사립 유치원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어떤 왕족의 극장이 었다는 군요. 이 근처에도 식당들이 꽤 있습니다.
프랭나라 골목 입구의 덮밥집
딸라팟 쓱사 유치원
근처에 정부 건물이 많아 제복을 입은 공무원이 많이 눈에 띈다
미제 쪼꼬렛 팔아요~
프랭나라를 되돌아 나와 가던길을 따라 한블럭 더 가면 프랭푸톤Phraeng Phuthon이란 마을이 나옵니다. 원래 어떤 왕족의 집이 있던 곳인데 라마5세가 사들여 건물들을 세운뒤 사람들을 살게 했다는 군요. 태사랑에 있는 방콕 맵가이드에서 [오래된 집들 많음] 이라고 표시된 구역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냥 주택가, 상가로 옛 자취는 건축물들의 모양 정도에서만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프랭푸톤 입구
도보여행이라고 무작정 내내 걷기만 한다면 정말 힘이 들 거에요. 도보여행이 곧 개고생 여행으로 연결되지 싶은데요, 그래서 중간에 식사를 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랭나라 골목 입구의 덮밥집, 프랭푸톤 골목의 어묵국수집 등 여러 식당 중에 마음에 드는 곳 아무 곳에서 먹어도 되구요,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는 무댕집도 좋습니다.
60년 전통의 무댕(겉을 빨갛게 조린 돼지고기) 집이라는데요. 각종 돼지고기 덮밥이랑 국수를 합니다. 국수는 맛이 좋은 편이었고, 밥은 좀 양이 적다고 느껴진 것 이외에는 맛이 괜찮았어요. 조리하는 곳이 밖에 있으니 그냥 손가락으로 ‘이거주세요’하면 됩니다.
카우 무댕 무껍. 조린 돼지 고기와 튀긴 돼지고기를 얹어 소스를 뿌린 덮밥이다
같은 집에서 파는 어묵 국수
식사를 한 후 옆에 있는 옛날 아이스크림(아이킴 보란)집에 가서 디저트로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는 것도 좋아요. 한 그릇에 20밧이구요, 찹쌀밥, 땅콩, 연밥, 고구마 등등 여러 가지 고명을 얹어 줍니다. 무슨 고명을 얹어줄까 물어보는데 그냥 ‘탕못(전부)’이라고 하니까 요모조모 알아서 얹어 주시더라구요. 우리가 갔을 때는 점심시간이라 그 근처 직장인들이 많이들 나와서 디저트 타임을 가지더군요.
코코넛 아이스크림
식사를 하고 디저트도 먹었다면 다시 다리에 힘을 내서 더운 거리로 나서야 되는데요.
본격적(?)인 볼거리는 이제 이어집니다. 불교용품 상가를 기지나면 브라만 유적인 붉은색 대형그네 ‘싸오칭차’가 나옵니다. 그 뒤편의 ‘왓 쑤탓’도 볼만한 사원입니다. 브라만 사원인 ‘테와싸탄’도 근처에 있습니다. 광장 너머에 있는 큰 건물은 방콕 시청입니다. 볼거리에 대한 설명은 다른 곳에 많이 나와 있으니 건너 뛰고요...
불교용품을 만드는 가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브라만 사원인 테와싸탄
싸오칭차와 왓 쑤탓
왓 쑤탓 내부
방콕 시청
시청 광장을 가로 질러 고풍스런 찻집과 팟타이로 유명한 ‘팁싸마이’를 지나게 됩니다. 팁싸마이는 저녁시간에만 하므로 만약 여기에서 팟타이를 드시겠다면 이 도보관광의 출발을 좀 느즈막히(사원을 본다면 3시, 안본다면 4시쯤) 하세요.
고풍스런 찻집. 식사도 된다
팟타이로 유명한 팁싸마이는 오후 5시반에야 문을 연다
팁싸마이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다 운하를 건너면 바로 왼쪽에 스님들 탁발할 때 쓰시는 그릇을 만드는 작은 공장이 있습니다. 이곳을 끼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목재소들이 줄지어 나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황금산탑 ‘푸카오텅’이 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가 아주 작으므로 골목의 오른쪽 담을 잘 보고 가세요. Golden Mount라는 간판이 붙은 곳입니다. 푸카오텅은 ‘왓 싸껫’이란 사원에 있는 부속탑인데 긴~ 계단을 따라 꼭대기로 올라가면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불공을 드리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탁발 그릇을 만든다
푸카오텅 꼭대기의 탑
방콕 시내를 전망하기 좋다
푸카오텅을 들어왔던 곳으로 나와 계속 진행하면 운하가 하나 또 나옵니다. 다리 아래는 방콕 시내로 이어지는 운하버스 선착장인 판파 선착장입니다. 만약 싸얌, 빠뚜남, 월텟 쪽으로 가고 싶으면 여기서 운하버스를 타면 됩니다. 싸얌은 후어창 선착장, 빠뚜남과 월텟은 빠뚜남 선착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운하버스의 시발점인 판파 선착장
운하 다리를 건너 큰 길로 나가서 왼쪽으로 가면 방람푸의 파쑤멘 요새와 함께 남아 있는 왕궁 외곽의 요새인 마하깐 요새가 있고요, 길 건녀편엔 라마 3세 공원(그냥 작은 공원이에요)이 있습니다. 공원 뒤쪽 사원에 있는 로하쁘라쌋도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라마 3세 공원을 지나 민주기념탑을 지나면 이제 도보 루트는 막바지에 이르러서 점점 카오산에 가까워져 갑니다.
판파 다리 근처에 있는 라마6세 박물관
마하깐 요새
라마3세 공원
로하쁘라쌋
로하쁘라쌋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라마3세 공원
민주기념탑
지도를 보고 찬찬히 걸어가면 쉽게 나오는 곳이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아마 도보여행 루트를 다 하고 나면 티셔츠는 땀으로 젖어있고 정수리는 뜨끈해져 있을 거에요. 그러니 걷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신다거나 더위를 많이 타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분들에게는 이 도보여행이 많이 괴로울수 있어요. 그러니 각자의 컨디션을 감안해서 해 보는 게 좋을듯합니다. 그리고 꼭 루트가 표시되어 있는 데로 따라서 걸을 필요는 없겠지요. 상황 봐가면서 중간에 조금 더 첨가해도 되고 건너뛰어도 되구, 내맘 대로 첨삭할수 있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다 돌아보고 나면, 재빨리 세븐일레븐으로 뛰어 들어가서 M-150(우리나라 박카스 종류)을 한 병 들이키든지 아니면 방으로 가서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