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의 특별한 볼거리 - 매파루앙 정원과 도이뚱 궁전
요즘은 감각 있고 스타일 있는 여행을 즐기는 것이 대세인지라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나 인기도가 십 수 년 전과는 많이 바뀌건 같아요. 전통적으로 젊은 배낭여행자들의 북부 여행루트가 ‘치앙마이-치앙라이’로 이어지는 게 대세였던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치앙마이-빠이’로 판도가 좀 기울어진 것 같더라구요. 하긴 빠이는 외국인 여행자뿐만 아니라 태국 현지 젊은이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는 하죠. 여로모로 아주 hot 한 여행지입니다. 반면에 치앙라이는 젊은 여행자들이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골프를 즐기러 오는 한국인 중장년층들이 간간히 보이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앙라이는 많은 매력을 가진 곳이에요. 저는 태국에서 장기 체류를 하게 된다면 치앙마이도 좋지만, 치앙라이도 그 강력한 후보에 놓고 싶어요. 일단 덜 번잡하고 작은 도시 규모가 편안한 느낌을 주고요, 태국의 가장 북부에 위치한 주라서 그런지 중국적인 분위기가 도시 전반에 꽤 나는 편입니다.
매쌀롱이나 치앙라이에 있는 중국인들을 보자면 왠지 그들도 이방인 나도 이방인이라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져요. 하긴 저만 느끼는 동질감일테지요. 그들은 이미 태국에 동화된데다가 경제적으로도 부유한 부류라 자신들이 더 이상 태국에서 이방인이라고 느끼지 못할지도...
음식도 중국 영향이 강해서 좀 더 맛있게 느껴지구요, 기후도 남부에 비해서 서늘한 편이어서 지내기에 좀 나아요. 태국 남부쪽으로 가면 이슬람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아무래도 우리 한국인에게는 중국계 문화가 이질감이 훨씬 덜하더라구요. 그리고 물가도 꽤 저렴한 편이에요.
하여튼 사설이 길었는데 이 태국 최북부의 치앙라이 주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바, 바로 매파루앙 정원과 도이뚱 궁전입니다.
위치는 치앙라이와 태국 최북단의 도시 매싸이 사이에 있는데, 두 도시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건 아니에요. 위치로 보면 거의 7:3 정도로 매싸이 쪽에 가깝게 치우쳐져 있습니다.
매 파 루앙Mae Fah Luang - 사전적으로는 '하늘이 내리신 왕실의 어머니‘를 뜻합니다. 모후, 즉, 지금의 왕의 어머니인 ’씨나카린 대비‘는 태국 북부 소수민족 사회의 개발과 발전을 위해 많이 노력을 했는데 이 소수민족들은 그녀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매파루앙‘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돌아가신 건 1995년인데 요왕의 말에 의하면 상을 1년 동안 치렀는데 전국 곳곳에 빈소를 차려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1년 내내 조문을 드렸다고 하네요.
아무튼 씨나카린 대비는 생전에 오랜 기간 동안 스위스에서 생활하였는데 태국으로 돌아와서 스위스와 비슷한 분위기의 지역에 스위스 양식을 가미하여 만든 것이 바로 ‘도이뚱 궁전’입니다.
현재 태국에서 국왕을 위시해서 왕실 가족이 가지는 위상을 생각해볼 때 (입헌 군주제에서의 왕실의 강력한 영향력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서두요...) 이 매파루앙 정원과 그 안에 위치해 있는 도이뚱 궁전이 태국인들에게 얼마나 크고 신성한 의미를 가지는 지는 가히 짐작이 되실거에요.
그리하여 위치상으로 시골 깡촌 산속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살핌을 받는 지라 굉장히 관리가 잘 되고 있습니다. 모후가 머물렀던 도이뚱 궁을 관리하는 직원들 이하 여러 가지 체제가 태국 기준으로 상당히 격이 있는 편이에요.
일단 가는 방법은 매싸이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매싸이에서 시외에 있는 버스 터미널로 가요. 썽태우 타면 요금은 15밧 정도군요. 시내와 시외버스 터미널이 그다지 멀지는 않습니다. 거기서 치앙라이 가는 버스를 타고 ‘훼이크라이’로 갑니다. 오래 걸리진 않아요. 지금 기억으로 한 20-25분 정도 걸렸나 해요. 차장한테 꼭 내릴 곳을 말해두세요. ‘도이뚱’을 간다고 하면 훼이크라이 마을을 좀 지나 도이뚱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내려 줍니다. 요금은 20밧 정도였어요. 차가 휑휑 달리는 도로를 건너 가서 도이 뚱까지 데려다 줄 썽태우를 잡아타고 올라가야해요.
치앙라이에서 출발하신다면 치앙라이 시내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매싸이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역시 ‘도이뚱’ 간다고 하면 되겠지요. 이 경우의 요금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구간의 시외 버스 요금이 비싸진 않아요.
일단 훼이크라이의 삼거리까지 왔다면,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요, 저희가 아침에 좀 늦게 훼이크라이에 도착해서 그런지 도이뚱으로 향하는 정규 썽태우가 벌써 사라지고 없는거에요. 이런~ 단 한 대 남아있는 썽태우 기사가 왕복 대절하는 비용으로 500밧을 불렀는데, 400밧으로 흥정했습니다.
그런데 위치가 시골인데다가 개별적으로 오는 외국인들이 흔치 않아서 소통은 요왕이 태국어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 이 점이 대부분의 여행자들에게는 좀 상당한 난코스가 될 수도 있는데, 이래저래 바디랭귀지로 하면 통하긴 할 거에요. 왕복 대절이긴 하지만 좀 비싸게 지불한 것 같긴 한데, 다른 수단이 없었으니 할 수 없지요. 오토바이 택시로 간다면 편도 70밧입니다. 혹시 대중교통으로 여기를 다녀와 보신 분들 계신가요?
우리가 대절한 썽태우 타고 도이뚱에 올라가보니 길가와 주차장에 썽태우가 그득하더라구요. 아침 일찍 출발했나봐요. 우리도 일찍 서둘렀으면 저걸 탈 수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현지인들이 타고 온 자가용도 많고 서양인들을 태운 봉고 투어 차량도 보이고요.
기사와 만날 시간과 장소를 대충 맞춰놓고, 이제 이곳을 둘러봐야겠지요. 입장권이 있는데 세 곳을 모두 볼 수 있는 통합 입장권이 160밧입니다. 바로 왕의 어머니와 딸(현 국왕의 누나인 ‘깐야니 왓따나 공주’)이 생전에 머물렀던 도이뚱 궁전, 매파 루앙 정원, 그리고 왕가의 인물들(주로 왕과 어머니 위주)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기념관 이렇게 3곳이에요.
고산족 시장
썽태우 주차장
매표소
위치는 표지판이 잘 되어 있으니 찾기에 어렵지는 않습니다. 좀 두리번거리다 보면 그리고 사람들 따라가다 보면 찾게 되는 그 정도 난이도에요. 길옆으로는 고산족이 운영하는 작은 시장도 있는데 특색 있지는 않아요. 자금자금한 기념품이라든지 먹거리를 파는 데 잠시 시간을 내서 둘러봐도 되고 건너 뛰어도 되구요.
일단 먼저 도이뚱 궁전으로 향합니다.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었다면 입구에서 나눠주는 청바지 비스무리한 꽤 스타일 떨어지는 헐렁한 바지를 덧입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런거 싫어하신다면 미리 긴 옷을 준비하세요.
진입로를 다라 쭉 들어가면 넓은 정원 안에 품격 있는 갈색의 목조 가옥이 나오는데요, 오래지 않은 과거에 이곳에서 모후가 실제로 사셨다니 왠지 감흥이 남 다르더라구요. 신발은 벗어 비닐봉지에 넣어 들고 들어가야 되고 안내원이 실내에 같이 다니면서 설명을 해주기도 합니다. 건물 내부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만 공개, 일부는 비공개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요.
정원이 무척 잘 꾸며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색색가지 종류가 다른 화초들을 이렇게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얼마나 보이지 않는 손길이 많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왕실이 꽤 신경을 써서 관리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궁전이 잘 꾸며져 있어서 사는데 불편한 점도 없어 보이고 수행하는 사람들도 어지간히 극진히 모시긴 했을테지만, 수도를 떠나 방콕에서 머나먼 이곳에서 살면서 고산족들의 자립을 돕는 많은 사업을 하셨다니... 그 당시 이미 노년에 접어 들었을텐데 참으로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나 봅니다.
도이뚱 궁전
이 궁을 돌아보고 나와 매파루앙 정원으로 갑니다. 그야말로 화려한 꽃의 정원 그 자체인데요, 아무래도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꽃의 색감과 크기가 꽤 화려하고 진한 느낌이에요. 더운 날씨에 그늘 없이 장시간 걸어다녀야 되니까 수분 보충 잘 하시고 찬찬히 보시면 되요. 넓은 부지에 상당히 잘 꾸며놨는데 꽃과 화초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면 지루하실 수도 있으려나요...
매파루앙 정원 매표소 앞에는 식당도 있어서 식사를 해결 할 수도 있습니다. 간단한 음료수도 팔구요. 기념품점도 있는데 가격이 좀 후덜덜입니다. 거의 사는 사람도 없더라구요. 이곳의 특산품인 도이뚱 커피도 팔던데 커피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는 좀 어필하려나요.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Hall of Inspiration란 곳인데 지금 국왕과 대비의 일생을 사진과 글로 꾸며놓은 기념관입니다. 상당히 감각적으로 치장해놨어요. 태국 시골 박물관이나 전시관들에서 보게 되는 우중충한 분위기가 아니라, 매우 현대적인 시설에 컨셉을 몽환적으로 잡아 놓은 곳이었답니다. 설명은 영어로 되어 있어서 영어 잘하시는 분들은 상당히 흥미롭게 보실 수 있겠네요. 전 주로 사진 위주로 봤다는....-_-;;
흔하게 볼 수 없는 왕가의 가족적인 사진과 편지 그리고 역사들이 전시되어져 있어서 요왕의 흥미를 제일 많이 잡아끈 곳이었어요. 지금은 망자가 되었거나 호호백발 노인이 된 분들의 귀여운 어린 시절과 청순한 젊은 시절 사진을 보는 것은 참 아릿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왕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러브레터 들을 보는 것은 상당히 묵직하고도 로맨틱한 감흥을 느끼게 되는걸요.
하지만 역시나 태국 왕가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으시다면 이 역시 그냥 짧은 시간만 할애해서 후다닥~ 지나쳐서 봐도 무방할테지요.
매파루앙 정원
훼이크라이에서 매싸이 국경 가는 썽태우
이런~ 이곳을 충분히 보지 못했는데 아쉽게도 썽태우 기사와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지 말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원에서의 시간을 줄이는 건데...
하여튼 대기하고 있는 기사를 만나 다시 훼이크라이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썽태우 기사는 우리를 마을 중심가에 출발하는 썽태우 타는 곳에 내려 줬는데 이 썽태우는 매싸이 시내 안쪽까지 들어가 국경 앞에서 내려 줍니다.
다른 서양인 여행자들을 보니 거의 여행사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온거 같더라구요. 그렇게 보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개별적으로 가자면 아무래도 교통편이 상당히 애매하거든요.
갈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냐? 하고 물으신다면... 여정이 치앙라이까지 이르셨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래요. 꽤나 특별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요. 굳이 개인적으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현지의 하루짜리 투어로 다녀와도 괜찮아요.
이곳을 다녀와 보신 분들 계신가요? 다른들은 여기를 어떻게 느끼셨을까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