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성공의 신 가네샤, 차청싸오의 가네샤 사원 세 곳
태국을 여행하다 보면 불교국가인데도 불구하고 힌두신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원래 이 땅에는 인도 힌두 문화를 바탕으로 한 크메르족의 국가가 먼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타이족이 수백년에 걸쳐 중국 남부로 부터 이주해 와 피지배 민족으로 살게 되죠. 크메르족의 힘이 약해지면서 타이족의 왕국(쑤코타이)이 생겨났지만 제도와 문화는 크메르의 것을 많은 부분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소승불교를 국교로 삼게 된 것은 쑤코타이 왕조가 시작되고도 몇십년 지난 후의 일이죠.
현재도 태국 왕실의 의례는 힌두교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현 왕조의 왕은 힌두교 비슈누 신의 인간 아바타인 '라마'로 부르고 있죠.
태국의 집집마다 집과 가정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령과 신을 모시는 작은 사당 '싼프라품'을 두는데, 큰 건물에는 큰 사당을 만들어 힌두신을 모시기도 합니다.
센트럴월드 앞에 있는 힌두신 가네샤를 모신 사당 '싼 프라 피카넷'
가네샤는 브라흐마(프라프롬)신과 함께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힌두신입니다.
흔히들 코끼리 신으로 알고 있는데 코끼리 머리와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신이죠. 태국 말로는 보통 '피카넷พิฆเนศ'이라고 부릅니다.
가네샤는 힌두의 파괴의 신 시바와 그의 아내 파르바티의 아들입니다. 시바가 수도를 하러 멀리 떠났을때 파르바티는 진흙을 빚어 자신을 지켜줄 아들 가네샤를 만들었고 가네샤는 그 일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어느날 시바가 돌아왔는데 그가 누군지 모른 가네샤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로 막아섰습니다. 화가 난 시바는 삼지창으로 목을 베어 버렸습니다. 그것을 본 파르바티는 가네샤를 살려내지 않으면 세계를 파괴해 버리겠다고 했고 그러자 시바는 때마침 지나가던 코끼리의 목을 잘라 가네샤에게 붙여 살려냈다고 합니다.
가네샤가 인기있는 이유는 인간들이 가장 좋아 할 능력들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네샤는 '재물'의 신이자 '성공'의 신이고 '번영'의 신이며 '지혜'의 신입니다.
가네샤가 갖고 있는 힘은 '장애물의 제거'입니다. 사람들이 무슨일을 할때 생기는 온갖 물질적 비물질적인 장애물(어려움, 사고, 분쟁 등등)을 가네샤 신이 없애준다고 합니다.
가네샤는 네개의 팔을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손에는 도끼(장애물을 쳐서 물리침), 밧줄(집착이나 악을 사로 잡아 묶음), 달콤한 간식(성공적 결과)을 들고 있고 펼쳐진 손바닥은 축복을 나타냅니다. 또한 코끼리 머리는 지혜와 인내, 힘을 뜻하며 큰 귀는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냅니다. 큰 배는 포용력과 번영을 상징합니다.
가네샤의 이러한 속성 때문에 그의 사당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특히 뭔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러 많이 온다고 하네요.
위 가네샤 그림의 아래쪽을 보면 쥐가 한마리 있지요? 가네샤가 타고 다니는 쥐 '무쉬카'입니다.
힌두신들은 각각 타고 다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바신은 소, 브라흐마신은 백조, 비슈누신은 가루다죠.
가네샤 처럼 큰 신이 동물 중에서도 가장 작은 축에 드는 쥐를 타고 다니는 것이 꽤 흥미로운데요, 여기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쥐는 작은 틈새도 잘 통과하고 물건을 갉아서 제거하기도 하죠, 장애물의 제거자인 가네샤에게 딱 맞는 보조자이지요. 또한 크고 위대한 신이 미물인 쥐를 탈것으로 삼은 것은 겸손과 포용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방콕의 동쪽에 위치한 차청싸오 지방에는 유명한 가네샤 사원이 세 곳 있습니다.
모두 커다란 가네샤 신상을 모시고 있는데요. 앉은 모습, 누운 모습, 서있는 모습으로 각 사원이 다릅니다.
왓 프롱 아깟
https://maps.app.goo.gl/8mqPguwQw4kPpqE89
앉아 있는 가네샤가 있습니다.
차로 가네샤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어 새 차를 산 뒤 축복을 빌러 오는 사람들이 들르기도 합니다.
다른 두곳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습니다.
현지인이 차와 함께 가네샤 신을 찍고 있네요.
가운데 있는 황금탑에는 부처의 사리가 있고 양쪽의 두 탑에는 이곳에서 수도를 한 고승의 사리가 있다고 합니다.
분홍색 알비노 물소에게 먹이를 사서 주며 공양을 드릴 수 있습니다.
왓 싸만 랏따나람
https://maps.app.goo.gl/wEgdk8nMSdb7qRoH7
외국인 들에게도 잘 알려진 가네샤 사원입니다.
라마5세 때 이 지역의 부유한 가문인 '싸만 찐쁘라차' 일가의 기부로 방빠꽁 강변에 지은 사원입니다.
온갖 유명한 숭배 대상들을 크게 만들어 놓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가네샤가 인기 있습니다. 누워 있는 가네샤가 있고 그 앞에는 쥐 '무쉬카'가 있는데 무쉬카의 귀에 남몰래 소원을 얘기를 하면 이루어 진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한 여자분이 무쉬카의 귀에 소원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쥐에게 소원을 말하러 줄을 선 사람들
가네샤 외에도 유명한 분들이 많이 있어요. 관음보살
브라흐마
나가
중국식 사당
일식, 월식을 일으키는 신 '라후'
에라완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도라에몽에 나오는 캐틱터들이 기부금함을 들고 있습니다.
초사이어인
아라레
미얀마 짜익띠요의 황금바위 모형
수도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다보니 사원 앞쪽에는 큰 상설시장도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합니다.
크렁 크언 국제 가네샤 정원
(우타얀 프라 피카넷 옹이은)
https://maps.app.goo.gl/DxLxq1x9Eq2xnhGT7
2012년 완공 된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 가네샤 동상입니다. 높이 30미터에 청동 40톤, 철근 100톤 등 무게가 총 200톤이 넘는 다고 하네요.
특이하게도 네 손에는 바나나, 사탕수수, 망고, 잭푸릇을 들고 있습니다. 이는 차청싸오를 대표하는 농작물로 번영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세 사원 중 인기가 가장 많아서 매일매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많이 막히기 때문에 주변 주민들은 개인 땅에 주차료를 받고 차를 세우게 한 다음 오토바이로 사원까지 데려다 줍니다.
멀리서도 보이는 청동 가네샤
가네샤의 부모인 시바와 파르바티
무쉬카에게 소원을 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