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을 기다려 온 엇갈린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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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을 기다려 온 엇갈린 인연...

박성인 10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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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을 기다려 온 엇갈린 인연...
 


어느분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역시 인터넷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분이 겪으신 한 여인과의 애뜻한(?) 사연을 말씀하시더군요...
 

자신은 인터넷 같은데에는
한번도 글을 올려본 적이 없다고 하시며
대신 한번 올려보라고 하시더군요..




이곳 태국에서 어느정도 살아보셨고
여러가지 이 태국에서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겪어 보셨거나 공감이 가는 내용인것 같아서
저도 수락하고 그분의 얘기를 자세하게 귀기울였던것을
최대한 그대로 올려봅니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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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다
 
몇년간 잊고 살고 있었지만...
또랑또랑한 그 목소리는 그대로여서
쉽게 누군지 곧바로 알수 있었다
 
 
그냥 생각이 나서 잘 있느냐고 물어보려고 전화를 한것이라고 했다

실제로는 보고 싶었나보다...

근무시간에 전화가 와서 회사일 끝나고 보러 가겠다고 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회사일이 끝나고 곧장 차를 몰고 1시간여를 냅다 달렸다
 

이거 괜한 짓을 하는게 아닐까..
별것 아니라고 생각은 해도
머릿속 한쪽에서는 뭔가가 자꾸 콕콕 찔렀다...
 

오랫만에 만난 그녀는 예전의 모습이 아닌 살이 엄청 불어 있는 모습이였다
그래도 또렷또렷한 이목구비는 여전히 그대로 불어난 살 가운데로 모여 또렷이 보였다
 

정말 몇년만에 얼굴을 보는 상황이였다
 

2~3년전 결혼을 해서 아내와 같이 살기 시작한 무렵
밤11시가 다되어 자고 있는데 전화가 온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전화로 " 나 이제 부인이 있다.. "고 명확하게 그녀에게 말했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또 몇년간 아무 연락도 하지 않더니 이번에 오랫만에 다시 전화가 온것이다
 

처음 그녀를 보았던 것은 그녀가 한 상업전문학교에서 실습을 나와 일하던 때였고
그 당시 혼자사는 솔로였던 나는 잠시 지방의 지점을 개설하는 상황으로 파견이 되었고
옆에 있는 태국회사 사무실에서 수습학생으로 일하는 한창 이쁠때의 그녀에게 컵라면도
끓여 달라는등의 방법으로 가까워지며 찝적거렸었던 것 같다
 

외국인이 그래도 어렴풋이 태국어가 되니 어느정도 말도 통하는지라
그녀도 심한 거부감은 없었던지 이내 얼굴을 트게 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쪽에서 일하는 것을 마치게 되면서
원래 있던 방콕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이 태국으로 들어왔고
어려운 생활을 시작했던 어려웠던 초기 시절
전형적인 태국인들 스타일처럼(!) 혼자는 못오고(?)
아는 언니와 함께 내가 살고 있던 태국서민들이 살던,
외국인이 살기에는 좀 초라한 아파트에도 한번 와봤던 이후
( 그건 잊고 있었으나 그녀와 만나 대화를 하면서
  어렴풋이 기억나게 된 것으로 그녀가 기억을 되살려줌 )
또 몇년간 연락을 단절됐었다
 

그리고 그 이후 또 한 2년정도가 지났을때였던가...
다시한번 또 그녀의 전화가 왔었고 나도 역시 그녀가 보고 싶었던지 
난 어느날 밤 무작정 차를 타고 무작정 달려 그녀의 집에 찾아가 한밤중에 도착했다
 
 
이모와 살고 있던 그녀의 작은 방에서 난 쭈구려 눈을 붙이고
다음날 아침 다시 방콕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그날 밤 나를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그녀의 도저히 뻔뻔스럽지 못한 스타일 상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못했었나보다...
 

그 날 난 명확하게 말했다

"  난 지금 아무것도 준비된게 없어서 나에게 오면 잘 보살피지 못해 내가 싫다고...  "
 

그땐 사실이였고
그것은 한국남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고개념이 아니였던가...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벌써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고
그녀는 이제 그 많던 남자들의 찝쩍댐을 받았던 시기를 지나
이미 30대초입으로 진입할 준비가 다 된 것이다...


이곳에 사는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태국여자들의 나이 20대 후반이나 30대는
그야말로 " 깨래우 -늙었다 " 가 아닌가...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것으로
그녀도 나도 이젠 훌쩍 강산이 변한다고 할 만큼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늙어버린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혼자서 살고 있다...


혹시 텀이라도 사귀는건 아니겠지...
 
그녀의 집에 도착하여 밖으로 같이 나와 저녁을 같이 먹었다
차안에서 나는 차안에 꽂아둔 아내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  한국에 있어?  "
 

"  응.. 아니 방콕에 살고 있어 태국사람이거든..  "
 
부모가 중국계라 쌍꺼풀이 없어선지라 한국사람으로 봤나보다..
 
 
그녀는 한동안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서로 아무말 없이 먹었다
 
 
그런 분위기가 자기가 봐도 서먹스러웠던지..
그녀는 갑자기 쓰잘떼기 없이 우리가 처음 만났었던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일하고 있는 곳의
내가 알았던 사람들 얘기를 꺼냈다
 

그녀의 회사는 태국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업체가 모기업이라서
절대로 망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월급이 9,000받대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그녀가 벌써 8년이 넘도록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였다
 

그렇게 부자회사인데 8년동안 일해오고 있는데 월급9,000받대면 너무 짜군...
 

물론 한 직장에서 8년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10년대가 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그리고 대화가 어느정도 호응도가 있자 좀 더 확대가 되며
자연스레 그 당시 개설했던 지점의 한국사람들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괜히 한국사람들에 대한 얘기하다보면 안좋은 소리 나올까봐 싫어서
그녀의 말을 다른 관심사로 끊어 버리며 음식을 다먹은 것 같아서
서둘러 계산을 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 주었고
그녀의 집에는 조카 한명과 그녀의 이모가 있었다
이미 나를 어느정도 오래전부터 몇번 봐왔고
지속적으로 얘기를 했었던지 이내 나를 알아보고 반겨 주었다
 

가다가 산 KFC 세트를 그녀의 조카에게 건네주고
그녀의 이모와 거실의 쇼파에 앉아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예전에 살던 곳보다는 건물도 깨끗하고 거실도 침실과 따로 있는 방이였다
 
 
그녀의 이모와 우린 지금 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가족사진도 보여주면서 웃으며 얘기들을 나눴다
 
 
그리고 그 옛날 있었던 나와 그녀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도 나왔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옛날얘기들에 대해 솔직히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마도 그녀에겐 아주 소중하고 중요했었던 시간 하나하나였겠으나
그와 반대로 나에게는 먹고 사느라,  아니면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거나
또는 새로운 삶들을 맞으면서 모조리 잊어 버렸었는지...
 
 
얘기를 하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녀에겐 모든 것이 기억나지만
나에게서는 잘 모르겠다는 말만 나오는 난처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런 그녀의 여러가지 나와 있었던 일들에 대한 말들과
전화통화때 내가 했다는 말들등 그런 모든것이
나에게는 전혀 기억에 나지 않는 소리였다...
 

그녀가 일어나서 나에게 진열장 제일 윗층 가장 중앙에 앉혀 놓은
그리 작지 않은 중간 사이즈의 털복숭이 강아지 한마리를 가리켰다


저거 기억나냐고...
 
 
웬 강아지 인형 한마리를 난데없이 가리키며 아느냐고 하길래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길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녀는 자꾸만 생각나냐고 물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몰라
있는 그대로 그냥 계속 모르겠다고 답했다
 

옆에 앉아 지켜보고 있던 이모는 슬며시 웃으며(웃는건지 애석한건지 모르겠지만) 한마디 했다

 
" 누구한테는 중요하지만 누구는 그냥 평범한 지나가는 일이였을뿐인게지...  "


그녀는 그 강아지 인형이 내가 방콕으로 가고 난 후
2년정도 지나 그녀가 아는 언니와 함께 방콕으로 놀러 왔을때
라차다에 살고 있던 아파트방에 들렸다가 방에 있던 그 인형을
꼭 껴안고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갈때 내가 준것이라고 했다...
 
 
그걸 거의 7~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열장의 제일 높은 층 한중간에 앉혀두고 있으니...


그 말은 듣고도 난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니, 난 아예 그녀가 아는 언니와 내가 방콕에 살고 있을때
내가 살고 있었던 방에까지 들렸었다는 것 조차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가 그 소리를 듣고도 여전히 가물가물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인형을 벌써 7~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녀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하나하나
나와 있었던 일들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였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  나보고 지금은 여러모로 준비가 안되어 너를 받아줄수가 없다고 했는데
   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을 돌봐주며 살고 있다고...  "
 

   그날 밤 전화한 날 내가 " 나 이제 부인이 있다 "고 한마디만 한것이
   정말로 기나긴 그 오랜 시간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더이상 전화를 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 같아서
   그 후로 한동안 힘들었다고...
 


할말이 없었다...
 
 
시간도 늦어지고 또 방콕까지 한참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을수 없었다...
 
 
어쨌든 태국스타일로 다시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난 집으로 출발했다
 
 
차안에서 돌아오는 동안 한국노래들중에서
이런 뭐라고 말로 표현할수 없는 구슬픈 심정에 맞는
노래 한곡을  일부러 계속 반복해서 들으며
그 옛날들을 기억해보려고 애썼지만 여전히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한국사람이라면 다들 그러하듯
나 역시 유독히 정에 약한 한 사람으로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녀에게 참 모질고 힘들게 한 것이 아닌가...
너무 쓰잘떼기 없는 인연을 만들어 버린것이 아닌지...

지금까지 손 한번 안잡아보고
그냥 마음만으로만 서로를 알아온 것 뿐인데
왜이리도 가슴이 저리고 아파오는 것일까...
 
 
왜 바보같이, 당장 스스로도 다음달 방세도 내는 것이 불투명한 어려운 상황에 있고
아무런 도움도 되주지 못하던 나 같은 능력없는 외국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니 멍청한것 같아 화가 나기도 했다...
 
 
차라리 그녀와 단 한번이라도 잠이라도 잤었다면
가벼운 남자의 심리상 도망이라도 쳤을수도 있을텐데...
그런 일반적인 관계도 없었던 사이인지라 더욱 더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순수한 마음으로 여전히 나를 잊지않고 모든것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기때문에...
 

그런 그녀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가슴 아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난 아무 감정도 없는 짐승같은 인간인것 같아 일부러 애를 써봤지만 아픈 가슴에도
눈물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적어도 그런 안타까운 상황으로 인해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
느껴지는것으로 보아 다행히 난 짐승까지는 아닌가보다...
 
 
하지만 집가까이 가면 갈수록 자꾸만 아내와 아이의 얼굴보는 것에 설레이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집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왜였을까...
 

아마도 지금 현재의 나는 바로 우리 가정의 가장이요
한 아이의 아빠에 그 아이 엄마의 남편이라는 현실이
나를 헛잠에서 깨어나라고 알려주는 것이고
또한 현재의 나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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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어느정도 태국에 살아 본 사람들이라면
결코 적지않은 사람들이 겪어봤을 법 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비슷할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간사회 속에 있는
이 태국에도 아직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보다 더 많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여자들이 많이 있으며
 

그 순수한 영혼들을 지닌 여자들에게 이땅의 주인인 태국남자들은 물론
우리같은 뜨네기 외국인들이 호기심과 쾌락을 위해 장난을 치거나 꿈을 부풀려 버리며
결국엔 그들의 순수한 영혼에 아픈 상처를 입히는 상황이 적지 않은듯 싶다...
 
 
유흥지의 여자들을 상대하게 되는 많은 상황속에
우리들은 가끔씩 생각하고 하는 것이 있다면,
 
 
"  에이씨~ 돈까지 들여가면서 이게 뭐야!!!
   차라리 마음 편하게 유흥쪽 여자가 아닌
   순수한 여자나 하나 만날수 있도록 해야지~  "
 

그러나 그것도 결코 말처럼 쉽지 않지요...
오히려 순수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쩌면 더 가슴 아픈 상황들을 겪을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그분도 그때 내가 난 지금은 준비가 안되었다고 말했을뿐,
절대로 내가 준비될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그분의 마음이 무겁게 짓눌러 왔는지...
 

지극히 평범한 감정을 지닌 사람이라면 다 이해할수 있을것입니다...




10 Comments
낑까 2011.06.15 19:07  
잘 읽고 갑니다^^
뭐라고 끄적거릴 엄두가 나질 않네요..
스테파노 2011.06.16 15:42  
오래간만에 애뜻한 사랑이야기에 감동하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desert10 2011.06.16 21:11  
참 지기님은 사람이 가질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슴속에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감동할줄 아는 분 같습니다.
시무 2011.06.18 10:23  
눈시울이...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잊고 있었던 그 옛날이 떠오르네요.. 이제는 잊은줄 알았엇는데.. 가슴 한켠에 자리를 했었나 보네요..  문뜩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지네요.. ㅠㅠ
박성인 2011.06.18 11:18  
그또한 인생의 한 자리가 아닐까 합니다
그걸 잊지 못하기에 우리는 또한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중의 하나이고요...
어찌 우리가 특별히 지내왔던 한 사람과의 사람의 관계를
그야말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말짱 다 잊어버릴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너무 지나친 감성은 자칫 또다른 아픔을 유발할수도 있겠지요~
태국좋아욤 2011.06.18 19:14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감사해요
현석 2011.06.20 20:58  
아고 긴 이야기이네요..겨우  다 읽었어여..
앙마오까네 2011.06.22 03:40  
글 한자 한자 여운이 남네요 그마음으로 살아 가는 사람들 주위에 많습니다
촌놈포차 2011.06.24 21:10  
멋진 (?)러브스토리네요.아름답습니다.마치 18살 소년같은 꿈과 낭만이 느껴지네요.좋아보여요...
Aeki 2011.11.19 03:45  
눈물이 ㅠ.ㅠ 흑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