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주재원으로 산다는 건 Part2.
이제 한 주만 더 지나가면, 제가 태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한 지도 3개월이 됩니다.
한국에서 경력직원이 이직을 하면 평균적으로(태국말로 도이 차리아 라고 하던데요^^)
3개월은 적응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새 일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3개월 룰을 저에게도 적용한다면 "과연 제 적응 점수는 몇점일까?" 요즘 밤마다 자문해 봅니다..
지난 3개월의 시간은 제가 앞으로도 태국땅에서 셀러리 맨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인지에 대한 냉정한 자평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난 3개월 여 시간동안
좋은 점이라면, 저희 회사 내부에서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합류하기 전에는 대부분의 업무지시나 경영진의 철학이 영어로(한국 경영진과
태국 동료들 모두에게 모국어가 아닌 단지 제2 외국어인) 상호간에 전달되었더랍니다.
==> 물론 지금은 태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시는 한국분이 합류하셔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그 분이 오시기 전에는 정말 영어의 천국이었다네요..
상상이 되시지 않으시나요? --;
그러니 영어를 구사할 때 가장 간단한 표현인 "yes" 한 마디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한국인과 태국인이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yes에 대한 뉘앙스 차이로 1차적인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생기고, 급기야 "끄랭짜이"까지 양념으로 가미된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양산되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한국 경영진과 태국 동료들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태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제가 태국말을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지와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싸왓디 크랍"과 "컵쿤 크랍" 밖에 모른던 제가 수첩에 적어서 제일 처음 외운 문장이
무엇일까요?
" 폼 떵깐 리얀 파사 타이 막막 프로 폼 떵깐 스산 깝 프언 루암 응안 티 버리삭 컹 라오"
이 문장의 의미는 대충 요렇답니다.
(태국어 고수님들 혹시 이 문장이 틀렸으면 저를 바로잡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저는 태국말을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전 우리 회사 동료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싶어서요." --;
처음에 제가 이 표현을 외워서 말하니(소위 하는 말로 씨부리니) 처음에는 "제 뭐야?"
하는 표정들만을 무수히 보았지만, 회수가 반복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저희 태국 동료분들도
"저 넘이 진짜 태국말을 배울 놈인가 보네."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시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한국말을 배우시는(한국분들께 직접 물어보시거나 책 등을 사서 자습도 하시고..)
태국 동료분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답니다.
일예로 얼마 전 저희 회사 대표이사님께서 한국 모 정부부처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셨는데
수상 직후 저희 태국 동료분들이 자발적으로 주머니를 털어 모은 돈으로 사신 꽃다발을 전달하며,
"사장님, 축하드립니다.(물론 어설픈 발음의 한국말로)"
라는 인사를 드렸을때 저는 아주 행복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의 시그널이 제가 말하는 동전의 양면 중 좋은 점입니다.
반대로 나쁜 점도 있습니다..끊임없이 절 지치게 하는 "3S" - 싸바이싸바이, 싸눅싸난, 싸두억..
우리말로 하면 아마도 "욕심없이 편하게, 즐기면서 내 한몸만 편하면 장땡.."
저희 회사에는 40대 중반 태국인 팀장님들(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한국이나 제가 근무했던 미국과 중국 등 외국의 경우에도 "팀장"의 역할은
1. 팀원의 사기진작을 통한 업무 효율성 극대화
2. 팀장으로써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를 위한 소양 배양(영어 등등) 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몇몇 팀장님들은 너무 피동적입니다. 내 위에 누군가가(아마도 주인) 지시를 내려주고
난 그걸 하면 되는 거다... 이런 생각들.. 철옹성 같이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고정관념들..
사람이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 자기 영역과 권력 그리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바라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정통으로 어퍼컷이 날라 오더군요~
다운 후 못 일어날 정도로... 글을 쓰는 지금도 그로키 상태입니다.. 그 충격땜시....
제가 아직 3개월 밖에 안되서 이해 못하는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넘 심각한 문제들..
오늘도 전 아침일찍 일어나 욕조에 몸을 담구며 이 세가지를 또다시 결심합니다.(매일 합니다.)
1. 화내거나 내 생각만을 강요하지 말자.
2. 오늘도 태국어를 최대한 열심히 배우자.(아직도 한글로 적고 외웁니다.--;)
3. 마지막으로 난 지금 태국에서 일하고 있고 밥빌어 먹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아침마다 새기지만 가끔은 울컥하는 그래도 표디 못내는 생활
이런 것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절 바꾸어 가는 것이 바로 태국에서의 주재원 생활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