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창작 코믹 꽁트 - 케익하나에 담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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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창작 코믹 꽁트 - 케익하나에 담긴 진실

옙타이 5 341

어느 강가의 판잣집에는 이쁘장한 소녀 하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게을러 빠진 엄마랑 아빠랑 살아요. 얼마전 까진 같이 살긴 했는데, 지금은 집나가서 뭘하고 사는지 얼굴 보기 힘든 언니도 있긴했어요.

소녀는 이제 겨우 7살이고 아직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라요. 학교를 안다니기 때문인가봐요. 얼굴은 이쁘장한데 게으른 엄마는 계모도 아니면서 머리도 빗겨주지 않나봐요. 머리가 완전 떡지고 얼굴은 꽤재재 해요.

그애가 할 수 있는 일은 딸랏 끌렁떠이 옆의 도로가에서 맨발로 뽈뽈뽈 쫏아 댕기며
지나가는 차의 유리창을 닦아 주는 거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니 참. 눈은 안와요.

비가오나, 뙤약볓이 내리쬐나 그애는 열심히 뽈뽈뽈~~


비를 홀딱 맞으면서도, 유리창문을 닦아 주다 보면 시커먼 유리창문이 열리고 이십바트 지폐가 나오기도 해요.

맘 착한 파랑 아저씨들은 백바트도 줘요.

그런데, 비를 홀딱 맞고 돈을 벌어도 다 소용 없어요. 길거리를 장악한 비쩍 마른 괴팍한 아저씨가 한번 스윽 돌고 지나가는 날엔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을 모조리 다 뺏기고 말거든요.

어린 그애가 안 준다고 버티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게 할 걸요.

그애의 사진이 조그만 소식지 하나에 실렸어요.

[내일은 행복한 생일]이라는 제목으로 글과 함께 실렸죠.

프랑스에서 건너온지 일주일도 채 안된 어떤 파랑 아저씨는 그애가 가여웠어요. 그래서 생각을 했지요.

그애의 다가오는 생일에 뭘 해주면 제일 행복해 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죠.

그래서 케익을 하나사서 보내주고 편지도 쓰고 그애의 엄마 아빠와 식사라도 할 수 있게 돈을 만바트 넣어서 보내기로 했어요.

프랑스 파랑 아저씨도 한달 월급이 8만바트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집세내고 자동차 쓰는 값도 내고 이것저것 나갈게 많아 골치 아픈 아저씨래요.

나중에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그땐 진짜로 돕기로 하고 이번 생일엔 그냥 케익하나만으로라도 행복해 주길 바랬어요.

스쿰빗으로 나가 빵집에서 케익을 주문했죠.

아이의 이름도 쓰고요. 생일 축하 한다고 말도 썼어요.

하지만, 케익 가격이 엄청나요 1,500바트래요. 바가지 쓰는 거 같았지만, 좋은 일 하는데 돈아껴서 뭘 하겠나 싶어서 그냥 다 지불했어요.
그리고 케익과 함께 전해줄 편지와 10,000바트가 들어 있는 봉투도 함께 맡겼어요.

뿌듯한 마음에, 길거리에서 맨발로 열심히 유리를 닦고 있는 소녀를 보기위해 딸랏 끌렁떠이 부근으로 택시를 타고 갔어요.

그런데, 그 파랑 아저씨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소식지에서 본 내용대로 그리고 실린 사진대로 생긴애를 찾아보려 했는데...

길거리엔 똑 닮은 듯한 여자애만 6명이 넘는 거에요.

그렇다고 누가 그애냐고 아이들 한테 이름을 물어보기도 뭣하고 난처했고 아이들이 하나같이 이쁘장해서 미워할 수가 없는 애들이었거든요.

6명에게 모두 생일을 챙겨주긴 힘들거 같고, 얼른 얼른 내가 부자가 되어야지 이를 악물고 그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죠.

한편, 주문을 받은 빵집주인아줌마는 난리가 났어요.

300바트면 주문이 되는 케익을 1500바트나 받았는데다가, 10,000바트가 든 봉투까지 받았어요. 편지는 문제가 안되요. 다시쓰면 되죠. 금액을 5,000바트로 고쳐썼어요.
완전 마귀할멈 같아요. 진짜 못됐죠? 완전 뷁이네요.

그래서 완성된 케익과 함께 5,000바트가 든 편지봉투를 심부름회사에 전화걸어 가져가게 했어요.

또 난리가 났어요.

심부름 배달 회사 주인아저씨는 길거리 애 한테 전해주라는 주문에 궁금해서 봉투를 열어 보았고, 길거리의 거지 애 한테 5,000바트라는 거금을 전해주고 거기다가 맛난 케익까지...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먹어보니 군침이 더 돌아요.

그래서 칼로 예리하게 잘라 한조각을 베어내고서 깜쪽같이 다시 케익을 오므렸어요.


어때요 깜쪽 같나요?


치.


깜쪽 같기는 커녕. 이쁘장하던 케익이 못생겨 졌어요. 게다가 생일 축하한다는 케익 위에 쓰여진 글씨는 엉망이 되어 버렸죠.
그리고 돈이 든 봉투는 아예 없던 걸로 해 버렸어요. 완전 나빠요. 지가 닦아 넣은 거죠. 먹고 떨어져라!!. 죽으면 길거리 개로 태어나라~~

그리고선 배달 직원에게 못생겨져 버린 케익이 전해 졌어요.

도착지 딸랏 끌롱떠이의 도롯가...

배달 직원은 화가 났어요. 날도 더운데 어른도 아닌 어린애를 찾아서 케익을 주라니까요.

게다가 보아하니 거지 애 인게 분명한데요.

주나 안주나 그게 그거다 싶었던지 회사에서 받아 나온 케익 상자를 열고선 또 한 조각을 떼어 먹었어요.

어쩌죠? 이젠 오므릴수도 없잖아요.

오무리고 오무려 보다가 오히려 모양만 망가뜨리고...

그냥 포기했데요. 엉망이 된 케익 상자를 들고 클렁떠이 시장으로 갔어요.

도로가에 서있는 왠 아저씨 한사람에게 물었어요.

이런 이름을 가진 어린 여자애가 여기 길바닥에서 구걸하고 있냐고요.

그 아저씨는 맞대요.

그래서, 대신 좀 전해 달라고 맡기고 돌아갔어요.

케익을 받아 든 비쩍 마른 괴팍한 아저씨는 배도 고프던 차에 잘 됐다 싶어서 그만, 케익을 거의 다 먹고 말았어요.
도로를 뛰어 다니며 유리창문을 닦다가 신호가 떨어지면서 차가 달리면
도롯가로 뛰어 나오는 그 애들이 옆에 쪼르륵 몰려와 구경하는데도 좀 주지도 않고 혼자 다 먹어요.

먹다 보니 너무 배가 부르고 입이 달아서 다 못 먹겠어요. 남의 케익을 주둥이에 허옇게 묻어 나게 신나게 먹고선....


[에이 맛이 별로네] 이래요.

[옛다 니들이나 먹어라.]

하고 겨우 한조각 어치도 안 남은 케익을 애들에게 줬어요.

아이들은 신이나서 우르르 몰려들어 마구 손을 찔러 넣느라 케익은 그나마 박살이 나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아이들 각자 손에만 묻힌채...사라져 버렸어요.


한 아이는 흔적만 남은 케익 받침을 혀로 핥고 난리가 났어요.



[너 오늘 생일이냐?]

아저씨는 손가락에 묻은 하얀 생크림을 핥고 있는 그 주인공인 여자애에게 물었어요.

영문을 모른채 좋아라고 웃었어요.

그리고 한달 뒤. 싸움이 났어요.


프랑스의 대사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하나에 지난번 그 프랑스 파랑아저씨가 기고한 글이 실렸고, 10,000바트라는 내용이 있었거든요. 그아저씨는 좋은 빵집이라고 소개 한답시고 실은 것인데, 그 소식지의 기사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을 통해, 10,000바트가 여자아이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빵집 아저씨와 배달업체 아저씨는 입을 싹 닦고 모른척 하고. 도롯가의 깡패같은 아저씨와 배달해준 아저씨 둘이는 멱살을 잡고 심하게 싸움이 난 거에요. 서로 도둑놈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거죠.


에이씨!! 탁신 물러가라!! 사막 물러가라!! 어흑!!

어흑. 그런소리 하면 경찰에 잡혀 간다고요? 아니요... 그냥 화나서 해본 소리에요. 탁신 좋은 사람 사막 좋은 사람. 아헤헤~~

5 Comments
jackimmo 2008.09.17 19:29  
  정작가님, 몸부터 돌보시지 않고 다시 창작활동 하시나봐요... 즐거운 글이네요.ㅎㅎㅎ
나마스테지 2008.09.17 20:55  
  옙타이 뭐 잘못 드셨어?? 헤헤 재밌따
참새하루 2008.09.18 01:38  
  꽁트라고 보기엔 넘 리얼합니다

태국의 현실을 꽁트로 살짝 포장해서

내놓으셨네요
태한사람 2008.09.18 16:04  
  사실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들 정도네요...^^
 잼나게 잘읽었읍니당...^^
큰바위사랑 2008.09.20 00:47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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