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집 가세
살 날이 몇일이라고...
에고 에고 얼른 죽어야지.
몸성치 않은 노모는
밤새 잠도 띄엄 띄엄...
어스름한 뜨락엔 새벽도 아직 먼발치에 꾸물 꾸물..
삐끄덕
창호지 다 헤어진 방문을 여시고
앉은뱅이 걸음으로
요단강 건너시듯 어렵사리 문지방을 꾸물적 나서시며
푸성귀 처럼 산발한 허연 머리를 손으로 대충 줏어담아 쓸어 올리시는 노모는....
거칠게 가래기침을 하신다.
쿨룩 쿨룩
쌀쌀한 바람이 밤새 지쳐버린 감나무의 성근 열매들을 훑고선
뜨락으로 노모의 인기척을 쪼로록 반겨온다.
세월은 변해 새벽밥을 짓는 이웃들이 사라진지 오래건만
보일러 놓을 돈으로 손주 녀석들 참고서 하나 더 사주라시며
이른 새벽마다 여전히 아궁이 불을 지피시는 노모는
오늘도 그렇게
쓸쓸한 새벽바람의 인사에 무심하게 대꾸 하신다.
에고 에고...
쿨룩 쿨룩...
파란 프라스틱 신발 덜그럭 덜그럭 끄시며
부엌 문지방을 넘으신다.
세월이 다르게 늘어져 버린 몸빼 바지
어느새 땅에 질질 끌려 걸리적 기린다...
젖가슴 아래 까지 끌어 올려 다시 질끈 동여매시느라 구부정한 허리 한번 펴시고...
아침밥 지으시랴 십년도 더 된 전기밥솥에 쌀 앉히시고선
노오랗게 손 때 묻은 취사 버튼을 누르신다.
또깍
새벽녁에 내릴 이슬 찬 기운에
아랫목에 웅크리고 잠자는 늙은 남편 등 따시게 아궁이에 장작불 지피신다.
낼 모레면 보름이네.
송편 쌀도 너댓되 곱게 곱게 불려 놨다가 읍내로 들고 나가 방앗간에 맡겨두고
파전이랑 나물반찬 거리도 사고, 고기 몇 점도 끊어 와야 허네...
못난 남편 막걸리에
추석에 쓸 정종도 사와야 허나??
올해도 둘쨋 놈이 커다란 정종에 파랗고 빨간 병의 서양 술을 잔뜩 가져 오겄지?
발그레하게 타닥 타닥 타들어가는 아궁이에 대고 혼잣말을 하신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이미 누렇게 변한 눈을 뜨시고
머엉하니 ....
보신다.
아니..
아니 보신다.
에휴....
어느새 훌쩍 커버려서 중학생이 다 되어 찾아오는 손주들에겐
용돈도 천원짜리 줬다간
냄새나는 할매라고 놀리기나 하겄지...
세월만큼이나 덕지덕지 내려 앉아 버린 눈꺼풀 아래
쾡하고 누런 눈자위로 그렁 그렁 눈물이 맺히시고..
에고 에고... 나무가 젖었나.
왜이리 매그랍노
하신다.
몸에 좋다니.
마늘 몇쪽 아궁이 불에 던져 구우시고
한 알은 날걸로 그냥 한 입 베어 무신다.
살 날이 몇일이라고...
에고 에고 얼른 죽어야지.
아궁이 불을 지피던 부지갱이 던지시며
담 넘던 도둑고양이에게 화를 버럭 내신다.
에이 잡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