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와 피 빨리는 동거
커플들끼리 여행을 떠났다 교통사고가 나서 한 여학생이 남자친구를 사고로 잃은 채, 산속 으슥한 숙소에서 슬픔을 달래고 있는데 피투성이가 된 남자친구 귀신이 나타나
대문 밖에서 얼른 나오라고 손짓하고, 안에 같이 있던 친구들은 귀신에게 홀리면 안된다고 나가지 말라고 난리다. 육체와 영혼보다 사랑이 먼저라며 피투성이 남자 친구 귀신에게로 달려 나가는 여학생.
여학생의 손을 잡고 냅다 멀리 달아나서는, 오늘자 신문을 보여주는데,
교통사고로 두명의 남녀커플 외 전원 사망 이라나..
그럼 그 여학생은 이제껏 귀신들과 숙소에서?? 머여? 씨방!! 이런 황당 시츄에이션은?
뭐 이런 얘기가 모 연예인의 입을 통해 회자 되면서 기나긴 지루한 여름밤을 식혀주고 있다는데..
온몸이 끈적거릴 정도의 불쾌지수 만땅인 오후
그저 그렇게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루가 다르게 지쳐만 가고..청춘도 막바지다. 단물 다 빠지고 인생도 다 씹어버린 껌처럼 딱딱하기 그지 없다.
천년 만년 살고지고 또 뜨는 저놈의 태양은 오늘도 여전히 이글이글 타올라
하는일 마다 만사가 꼬이는 이놈의 세상사 더욱 후덥지근 갑갑하게 맹근다.
산다는게 뭔지? 하루에도 열댓번, 이렇게 무료하고 지리하고 남루하게 살아가느니 청춘을 도려내고 싶다고 주절댄다.
그냥 옥상에 올라가 사뿐하니 폴짝 뛰어 내려 볼까나?
실탄 착용한 경찰을 살살 놀려서, [현지 경찰이 깝작대는 까올리 권총사살하다] 방콕 포스트 헤드라인 뉴스에 등재나 되어 볼까나?
사는게 무료하고 지리한 것 보다, 이 세상에 더 재미 없는 것이 또 있을려나?..
그래도 어쩌겠나? 짜증나도록 후덥지근한 대낮이 그나마 마음 한 구석에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으려니...
내가 방콕으로 이주와서 살면서 부터, 밤이면 밤마다 출몰하는 뱀파이어들 때문에, 이젠 내 목숨부지하기조차 살 떨린다.
암울하고 잔인한 살육의 밤 보다야. 그나마 무료한 대낮의 후덥지근함이 나으려니...
이놈들도 방콕의 대낮 더위엔 맥을 못 추는 것인지? 역시나, 흡혈귀의 천성대로 밝은 태양을 기피하고 어둡고 음습하고 냄새나고 더러운 곳만 활동하려는 것인지... 밤이면 밤마다 지속되는 피비린내 나는 현실...
내가 이곳 라차다로 이사 오면서 부터 유난히 흡혈귀들이 더욱 출몰하는 듯 하다.
서푼짜리 어설프고 천박한 애증이 폭우전 개미새끼들 마냥 바글 바글 대는 라차다에선 유난히 피가 들끓는 탓인가?
이년전, 옥상에 떨어져 거의 죽기 직전에 내 몰린 한 남자를 긴급구제반에 연락해 구해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사람이, 죽음의 요단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허우적 거리는 모습이 그리 생경스럽지만은 않건만, 그래도 라차다의 음습함은 밤잠을 설치기에 충분하다.
자살을 많이 해서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든지, 지나가던 스님이 [저기 아파트에 귀신들이 더덕 더덕 붙어 있다]라 했다라든지..
우리집에 함께 동거하고 있는 일본 아줌마 귀신과 아들 귀신, 일명 [주온 모자]와 나의 관계는 지극히 평범한 한지붕 두가족이 된지 오래다. [주온모자] 나는 그들을 그렇게 부르며 그들과 대화한다. 남들이 보면 혼자 중얼거리는 메친놈 취급당해서 모자에게 자주 주의를 준다. 남들 있을땐 말걸거나 삐치지 말라고.
그런 나 이지만서도, 최근들어 유난히 출몰이 심해진 새로운 흡혈귀의 등장은
재미도 없고 볼것도 없던 티비 드라마에 새롭게 등장한 성가시고 짜증나는 악역같은 존재다.
안그래도 무미건조하고 짜증나고 지루한 내 삶에 이젠 혐오스런 흡혈귀의 동거라...
이놈의 흡혈귀들은 라차다에 다 몰려 있지 싶다.
지저분하고 더러운 길거리 개들이나 다 물어 죽여 주면 좋으련만, 말짱하고 달콤한 꽃총각인 나만 집중적으로 호리고 밤이면 밤마다 물어 제끼는 것 보면,,,
아마도...음...
흡혈귀는 호모닷!!
더러운 변태새퀴!!
하고 많은 이쁜녀들도 많은데 왜 자꾸 나의 밤이불을 들춰 가며 은밀한 곳으로 접근해 오다가 피를 빠는 것이야? 영화 같은데 보면, 순정파 흡혈귀가 이쁜 된장녀에게 넋이 나가서
자신의 영원생명 마져 끊어버리고 사랑에 빠져 죽고 말던데, 호옥시 이놈은......
전기세 한 푼 아껴 보겠다고 에어콘을 끄고 선풍기만 틀어 놓은 채 홀딱 벗고 쌍방울 딸랑 딸랑. 발라당 나자빠져 잠들어 있다 보면,
어느샌가 슬금 슬금 다가오는 잔인한 살육의 그림자... 그리고 시뻘건 피....곱디 고운 피부조직은 흉물스레 스멀 스멀 변해가고...
그렇게 막바지 청춘의 내 인생이 누더기 마냥 남루하게 서서히 침몰해 가고 있다.
하루가 더할 수록 늘어만 가는 흡혈귀에게 빨린 흉터 는, 내 청춘의 끝자락에 때 아닌 주홍글씨가 되어 버렸다.
즐겨가던 클럽에도 긴팔 긴다리 옷으로 다가리고 나가야 한다.
나시티에 반바지로 멋을 한껏 내고 다니려다, 오히려, 흡혈귀에게 피를 뺏긴 인간인게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테니까.
왕따는 따논 당삼!
흡혈귀와 무슨 철천지 웬수를 진 것인지?
참말로 변퉤세퀴 흡혈귀라서 꼿총각에게 찰싹 달라 붙은 건지...
내나이 마흔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온몸이 성감대인 나 인데도 불구하고, 그 초능력에 가까운 흡혈귀 놈의 출현은 내가 피부로 느낄 새도 없이 스멀 스멀 다가와 어느새 날카롭고 예리한 그것으로
내 피를 빨아 들이고 있다.
오늘도 주기도문은 열번은 외고, 새벽 자시에 받아 놓은 수돗물로 정결하게 목욕재개 한 후, 정안수 떠다 놓고 삼천배를 올린 뒤 흡혈귀 제거 전문 이라는 이놈에게 불을 지핀다.
역시 과학의 힘이다.
이놈이 그나마 하루 하루 내가 좀비가 되어 가는 것을 딜레이시켜 주고 안심을 시켜 준다.
ps : 요놈들은 수컷은 안 물고 암컷만 문다는 사실... 철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