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2)- 새해를 맞는 친구의 술집에서
영롱한 모든 것들이 빛나기 시작할 그 때에...
뺍 능
이미 한해가 지나가 버렸다 하는 절망감에도...
다가오는 한해에 기대 보려는 희망에도...
부디 뺍 능
하나 둘.
사소하고 초라한 그들이 빛나기 시작할 그 때에....
부디
뺍능
세상이 어쩌다 보니...
돈이 있어야 거룩하고
돈이 없어서 초라하더라도...
잠시만 잠시만....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이하며
달뜬 희망에 발그레한 저들에게.....
더욱 빛을 발하게.....
뺍능
지금 바로 이순간의 저들의 행복에 멈춰다오!!
왜 사람들은 시각을 약속하고
장소를 약속하고...
그 약속의 흐름에 아파하는가 말이다...
정해 놓은 모든 것들아...
부디 ....
뺍능
흐르지 말고.... 지금 이순간의 저들의 희망에 멈춰 다오
아니!! 내가 모르는 사이
친구의 술집이 오픈한지 벌써 두달
공연히...
코앞에 두고도 몰랐던 나는,
내가 먼저 오픈해야 하는데...
하는 시기심에 속상하고
내가 열어 봐야
망해나갈 거 뻔하니
더 속상하고
사랑하고도
외롭고
그런 모든 이들로 가득하고 넘치도록
너의 가게엔 차고 넘치거라.
돈 많이 벌어라.
그저께 만났던 저녀석에게도 양주 한 병
저쪽 테이블의 과거의 인연에게도 양주 한 병
그러고 보니 도데체 내가 여기저기 깔아 논 양주가 몇병인가.
개안아. 개안아.
여긴 방콕이잖아. 그래봐야 겨우 돈 십만원 더 할라고.
그러니....세월아...
부디 내게도 뺍능
내가.....
더 많은 이들에게 조그만 정성이라도 배풀 수 있을 때.....
잠시만.....
내게 시간을 허락해 준다면......
그저....
조그만 한 줌의 시간 만이라도 내게 허락해 준다면...
뺍능 뺍능!!!
그때에.....
나의 어리숙한 사랑이라도 얹어 주련만....
부디..부디 뺍능.....
저들의 조그만 사소한 희망이 한껏 부풀어 있을 그 때에....
잠시만......
아프지 않게. 아프지 않게.....
나의 어리숙한 사랑이라도 얹어 주련만....
착하고....여리고...어리숙한
모든 이들의
또다른 기대와 희망의 한해의 시작에서....
뺍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