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찦은 게이 (3) - 지미 치앙마이에서 얼 빠지다.
사주팔자(생년월일시의 8글자)로 인생을 푸는 역학에는
다양한 "살"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일반인들이 많이 알고 있는 "살"이 "역마살"이나
"도화살"인데요.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살"을 가진 사주팔자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게 변했습니다.
만약 조선시대에 도화살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난봉꾼이나
기생정도에 그치는 운명이었겠지만 현대에는 연예인이란
모두가 되고싶어하는 직업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역마살도 마찬가지인데요.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녀야 하는 방랑자의 인생이 현대에는
외교관으로 변할 수도 있지요.
사주팔자라는 말이 나오면 눈살을 찌푸리시는 분도, 고개를 끄떡거리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저는 일종의 통계학내지는 해석학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수의 교포분들이 역마살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물론 역마살이 다분하며 더불어 도화살도 가지고 있습니다.. 흑흑...
그래서 이곳저곳을 혼자 떠돌아 다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역마살을 가지신 분들이 편한 인생을 살려면
일단 아무 음식이나 잘먹고 아무데서나 잘자야 합니다.
그리고 언변이나 넉살도 좋아야 하구요. 낯선 환경에서 단시간내에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내성적이어서는 곤란하겠지요.
저는 그런면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까요.
김치없이 단 하루도 못 버티는 분들이 많으신데 전 비위가 좋아서인지
어느나라 음식이라도 잘 먹고 지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태국음식과 베트남 음식입니다.
중국음식에 비해 단백한 음식들이 많고 신선한 야채와 생선을 사용한
음식들이 많아서 입니다.
태국음식을 좋아하시는 한국분들도 "팍치"가 들어가면
못드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전 "팍치" 생각이 나서 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합니다.
못드시는 분들께는 좀 얄밉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
저는 전생에 아마 태국사람이 아니었을까요?.... 흠... 쩝....
북미에서는 일본음식점과 더불어 고급식당의 하나로써 태국음식점을
꼽기도 합니다. 요리하나에 100불짜리들도 많거든요.
제가 치앙마이에 와서 가장 기뻤던 점은 정말 싼값에 제가 좋아하는
태국음식들을 매일 먹을 수 있어서 입니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등 여러곳을 다녀보아도
치앙마이처럼 음식값이 싼 곳이 별로 없더군요.
이렇게 싼음식은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에서처럼 남이 먹던 음식을 대충 정리해서 다시 내놓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못 본 것 같습니다.
또 중국처럼 음식에 이상한 짓을 하는 것 같지도 않구요.
그래서 저는 매일 태국서민처럼 10~20밧(300원~600원)내의 음식으로 끼니를 채웁니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는 슈퍼마켓에서 막장쯤에 떨이로 사서 먹구요.
음식양이 적어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ㅋㅋㅋ
이렇게 좋아하는 태국음식을 싼값에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행복에 취해있던
태국정착 초창기 저는 태국사람들이 의외로 시선처리가 서양인과
같다는 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한번은 무려 2시간 정도 무지막지한 시선의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마치 레이저빔과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 였습니다.
태국인의 시선은 2가지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쩡따"와 "멍따"....
태국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부산친구와 이 시선에 관해 서로 이야기해보기도
했지만 아직도 확실한 차이는 잘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태국인들도 그냥 섞어쓰는 것 같기도 하구.... 흠... 죄송...
제가 한국식으로 이해하기는
"쩡따"는 "정면으로 작심하고 보는 것"이고 "멍따"는 "멍하게 보는 것"입니다.
헉.... 태국어를 한국어 단어처럼 설명하다니....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외우기가 쉬워져서리..
이런 태국어 단어중에 "찝"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저는 "찝"을 한국단어처럼 "찝쩍거린다"라고 외웠습니다.
"찝"이란 남녀간에 호감이 생긴 상대에게 수작을 거는 것을 말하는데요.
즉 사실 찝쩍거리는 거지요.
"찝완"이라고 하면 말빨로 홀리는 것입니다.
"완"이란 "달콤한"이란 뜻인데 달콤한 말로 찝쩍거리는 거지요.
보통 남자가 여자를 "찝"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자도 남자를 "찝" 할 수 있습니다.
하여튼 쩡따든 멍따든 이 초식에 걸리면
왠만한 한국분들은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내공이 약해서리...
(저만의 생각인가요? -,- )
캐나다와 미국에서 내공을 쌓은 저도
태국처자들의 무시무시한 공력앞에서는 거의 무장해제가 되곤 했었습니다.
요즘은 나름대로 선제공격을 하기도 하지만.... 흐흐흐....
태국인들은 몇가지 면에서 서양인들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찦"을 만나기 전
받은 2번째 충격은 태국사람들의 테이블매너였습니다.
제가 캐나다에서 고치려고 노력했던 2번째 습관.
"음식먹으면서 소리안내기."
아~~~ 정말 힘들더군요.
"입술을 붙이고 음식을 씹어야 한다는 것"은.....
식당에서 다른 테이블에 소리가 안들리게 대화를 나누는 동양사람은
대개 일본인들입니다.
한국사람들일 경우 귀만 약간 쫑긋 세우면 대충 그 집 개가 몇마리인지
개가 똥을 집안에 싸는지 집밖에 싸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사람들과 가까운 테이블에 앉을 경우
라이브 콘서트장에서 밥을 먹는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 이 3국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음식을 씹으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기본음인 "쩝쩝" 으로부터 시작해서
"후르륵" 소리에 이르기까지 서양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테이블매너의 주인공들이지요.
한국사람끼리 먹을 때는 전혀 의식 못했던 그 습관때문에
전 캐나다에서 무지 고생해야만 했습니다.
매일 점심을 직장동료들과 같이 먹었는데
흠.... 소화가 안되더군요....
그런데 이제는 한국분들과 식사를 같이하면
참 많이 신경이 쓰입니다.
아... 이제 지미는 완전히 변했답니다.
당연히 저는 태국사람들도 동양인이므로
소리에 관대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
젓가락대신 포크를 사용하는 태국사람들은
수저와 포크가 접시에 긁히는 소리까지
민감하게 받아들이더군요.
제가 당한 태국인들의 2번째 초절정 초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