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빈둥거리기] 현장스케치 - 쏭끄란 축제2.
치앙마이의 물싸움은 오늘도 계속됐다. 차가 다니는 대부분의 도로는 이미 물에 젖었다. 축제가 사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시민군들은 전혀 지친기색이 없이 도로 곳곳에서 온종일 전투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오늘은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 타페지구쪽으로 향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역시 불안한 방수커버를 카메라에 씌운채로 콘도문을 나서자 어린 꼬마녀석이 냅따 옷을 적셔준다. '싸왓디 삐마이나 캅 피~'. 센탄지구에서 해자똥물지구를 거쳐 타페까지 가는길이 만만치가 않다. 픽업차량을 동원한 시민군들이 도로를 완전 점거한 상태라 보행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낼 엄두가 안난다.
카메라를 향해 한껏 포즈를 취하는 시민군들은 그러나 셔터를 누르고 카메라를 눈에서 떼기 무섭게 바가지의 물
을 끼얹는 비인도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으나 이를 사전에 예상, 신속하게 카메라를 뒤로 감춰 봉면은 면했다.
해자똥물지구를 벗어나 비교적 한산한 길로 벗어나자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침마다 엄숙하게 탁발을 다니는 어린 승려들이 시민군과 어울려 한바탕 전투를 벌이고 있다. 역시 시국이 불안하거나 혹은 기쁜일이 있을때 종교인들이 그저 좌시만 하고 있다면 종교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오늘같은 날 엄숙주의는 잠시 접어두자.
아주 간혹이지만, 물을 뿌리거나 말거나 축제와는 전혀 관련없는 듯한 표정의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물세례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무관심한척 연막작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 물은 맞아야 한다.
타페쪽도 이미 시민군들로 만원이다. 전투는 여느지역과 다를바 없이 치열하다. 환호와 열기에 젖은 옷도 금방 말라버릴 것 같다. 평소에도 관광객이 특히 많은 지역이라 외국인 게릴라들도 모두 오늘 전투의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생소한 나라에 놀러 온 만큼 축제 옷차림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해변씬을 연상시키는 여성들이 종종 있다.
전통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의 행렬이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시민군들은 전투를 벌이다 말고 이들의 행렬을 지켜보며 즐거워한다.
전투가 드디어 갈때까지 갔다. 시민군들이 탈취한 것으로 보이는 소방차가 위풍당당하게 타페문을 뚫고 행진하고 있다. 소방차 주변의 시민군들은 소방차의 등장에 열렬히 환호한다. 차량 위에 올라탄 이들은 시민군들의 물세례와 환호에 화답한다.
긴급상황 발생이다. 소방호수가 물을 뿜어댈줄은 몰랐다. 엄청난 양의 물줄기가 허공을 덮어 숨을 곳이 없다. 사방에서 물총 공격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 사태로 인해 여러 종군기자들의 카메라가 곤경에 처하게 됐다. 본인의 카메라도 물벼락을 맞아 잠시동안 전원이 지멋대로 나갔다 들어오고 셔터가 안눌러지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준력이 뛰어난 사수들 앞에 피할 곳은 없다. 쏭끄란의 전투는 적군에게 물세례를 맞고 나서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법이다. 시민군들은 이미 물세례를 즐겁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태국의 새로운 해는 이처럼 나와 이웃의 축복을 비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