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전수상을 생각함

홈 > 커뮤니티 > 태국에서 살기
태국에서 살기

- 태국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해주세요.


탁신 전수상을 생각함

메콩강 6 1010

태국에 살면서 습득한 내용들을 토대로 자세한 글을 적고도 싶었으나

왕실과 군부에 관한 글은 금기시되므로 간단한 요지만 남길 수 밖에 없다.

탁신이 다이락타이당을 창당하고 정권을 잡았던 초기에 다음과 같은

선거공약등으로 태국의 서민들의 표를 모을 수가 있었다.


① 부실 채권 정리를 위한 자산 관리 공사의 설립
② 태국 전역 77,000개의 마을마다 1백만바트의 마을 기금조성
③ 농가 부채 3년간 지불 유예
④ 빈곤층 대상 특별 저리 대출 프로그램
⑤ 30바트 의료 보장
⑥ 1개 마을 1개 품목 프로그램


위의 공약중에 상당 부문은 현실화되었거나 진행중에 있었고 과거의

집권자들과 비교한다면 매우 획기적인 정책들을 실행한 셈이다.

이런 외면적인 정책 말고도 탁신 수상은 개인적인 소신을 가지고

과거의 태국정부와는 다른 은밀한 정책들도 구상하고 집행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태국 민족자본의 구축'인데 이런 발상은 탁신 수상이

기업가이고 경제전문가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태국의 자본은 일본과 화교에 의해서 거의 장악되어있다.

화교 출신 탁신은 일본의 자본에 대해서 많은 경계를 표했는데, 그래서

그가 시도한 것이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즉 싱가폴 자본의 유입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탁신은 이 싱가폴의 자본을 태국에만 투자한 것이

아니라 인근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등에 태국 명의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남의 돈 빌려다가 다른 나라에 투자하며 생색을 낸 꼴인데, 이런 탁신의

구상은 이들 국가에 투자해서 발생한 이익금을 완전한 태국 자본으로

전환시킨다는 목적과 인근 3 개국에 대한 태국의 주도적 위치를 견지한다는

정치적인 목적을 동시에 이루려는 속셈으로 해석된다.


태국의 경제를 들여다보면, 태국민이 일해서 창출한 이익금의 80 %를

호족, 재벌, 군부나 관료등의 약 10 %에 해당하는 기득권층이 독식하고

그외 나머지 20 %를 태국민 90 %가 쪼개서 나누어쓰는 꼴이다.

탁신이 집권하면서 공약하고 집행한 위의 정책들은 기존의 이와 같은

태국 경제적 배분 구조에 상당히 배치되는 것이엇음을 주목해야 한다.

먹을 빵의 크기는 정해진 제로섬 게임에서 빈곤층에게 유리한 정책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정착이 되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쪽은 어디일까.


이번에 개항한 쑤안나품 신공항의 총공사비 중에서 약 40 %는 공사비

외적인 곳으로 새어나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태국의 특성상 그것이 관행이라 하더라도 탁신 정부가 관리부실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만, 바꾸어 말하면 다른 누가 집권했더라도 그것은 투명하게

처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탁신 일가의 재산이 약 30 억불 이상이라고 추정되고 약 절반 이상은

미국, 스위스, 룩셈부르그등으로 이미 반출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번 친 그룹의 주식 매각행위나 일국의 총리로서 재산 해외반출등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이번과 같은 쿠테타에서 보듯이

태국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꿰뚫고있는 탁신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을런지도 모른다. 만일 그의 재산의 전부를 태국에 두었다면 이런

쿠테타 같은 경우에는 모조리 압수당하고 알거지로 내몰렸을 것이 아닌가.


현재 세계 금융가에서 파악하고 있는 태국 왕실의 재산은 약 110 억불이다.

물론 왕실의 위치상 처분할 수 없는 부동산등이 많기 때문에 그저 통계에

불과하지만 상당 부분은 동산등이며 현금화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태국 서열 4 번째 재벌이라는 탁신의 재산은 새발의 피다.


지도자도 사람이라서 완벽할 수 없으므로 탁신의 단점만 따지자면 그는

태국의 총리로서 미흡함이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국가의 지도자나 '공과 과'가 공존하는 법이다.

과거 반세기의 태국 현대사를 돌아보고 비교할 때, 태국은 창의적이고

또 도전적인 지도자 한 사람을 '팽'한 것 같아서 유감스럽다.


6 Comments
20세기소년 2006.10.05 12:34  
  제 생각하고 똑같으신 분을 여기서 뵙네요
작은로마 2006.10.05 15:02  
  태국산 박정희 라는 느낌이예요.. ^^
slbm00 2006.10.05 18:1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더불어 "왕실과 군부에 관한 글은  금기" 라고 하셨는데,이 금기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태국에서는 금기이겠지만,한국게시판에 쓰는것도 "금기"인가요.님의 좋은글들 많이 보고 싶습니다.자기검열은 좋은글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sun123 2006.10.06 01:48  
  동의합니다..
entendu 2006.10.06 16:08  
  탁신은 앞으로도 태국의 박정희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사견입니다.
스팀이 2006.10.06 20:10  
  탁신의  평가는  후에 하겠지만
작금의  태국상황은  좁은 소견으로  보았을때
약10년은  후퇴하는것으로 여겨집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