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연재 - 해바라기(가제) - 1회
# 37 실롬의 팟퐁 거리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도롯가에 툭툭이나 택시를 세워 놓고 손님을 잡으려는 아저씨들, 퍽킹쇼! 핑퐁쇼! 섹스쇼! 듣기에도 거북한 말을 하며 노골적으로 면전에다 대 놓고 구경시켜 준답시고 홍보하는 이빨이 듬성 듬성난 시정잡배 같은 태국 아저씨들, 새파랗게 어려 보이는 놈들 둘이서는 "디비디 섹" 이라며 명함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마분지에 글자를 적어서 손바닥으로 가린 채 보여준다. 몇명 관광객들은 비를 홀딱 맞으면서도 어디로 갈까 갈팡질팡인 채 촉촉해 지는 어깨의 빗물을 손바닥으로 연신 닦아 낸다. 어수선한 난장판 속에서 한국말도 들려온다.
관광객1 : 비온다 야!. 다른 데로 가자.
관광객2 : 이정도는 괜찮아 곧 그쳐! 여기 구경하거 많아 좀 구경하자.
관광객1 : 차라리 수완룸나잇바자 가자 거긴 비도 피할 수 있잖아.
관광객2 : 거기 또 가? 그냥 여기 좀 보자.
안으로 조금 들어서면, 팟퐁의 초입부터 두부 같이 허연 살을 거의 다 노출한 서양 녀들과 꺽다리 같은 서양 남들이 가게마다 진열된 물건들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다. 그네들이 받쳐 든 우산에서 진열된 상품쪽으로 빗물이 떨어져 내릴까 안달이 난 가게 주인은 신경이 곤두선 채 우산을 저리 빼라고 자꾸 손짓한다. 차도르를 두른 채 쇼핑을 하는 인도여자들 서너명이. 죽 늘어선 잡다한 상가들 사이로 사뿐 사뿐 걸음마를 하며 시장을 구경하며 지나다닌다.
한 악세사리 가게 옆에선 옷가게 주인이 쪼그려 앉아 역한 냄새를 풍기는 태국 밥을 먹고 있고, 그 옆으론 밥먹는 사람을 힐끗 힐끗 보면서 인상을 찡그린 채, 코를 연신 만져가며 악세사리를 구경하는 서양커플.
상인: (커플인 듯한 서양 손님들이 자신이 진열해 놓은 악세사리 들을 만지작 거리자)베리 굿! 굿!굿! 삼판 밧 오케이
서양녀: 오우! 노우! 익스펜시브. 하우 캔 디스 프라이스
서양녀남친: 캄온 체크 어나더!! 낫 굳 퀄리티
서양녀: 아이돈 띵 쏘. 트라이 투 디스카운트 플리즈 가이.
상인 : (눈치를 챈듯 미소를 머금으며) 하우머치. 하우머치. (무식할 정도로 커다란 계산기를 들이 민다)
서양녀 : (잠간 생각하더니 계산기에 원하는 금액을 찍어 보여준다.)
상인 : 오우! 노우! 디스!! 오케이(1500 바트가 찍혀 있다) 유! 하로이! 미! 하로이! 세임! 세임! 오케이?
서양녀, 서양남 : (둘이서 한참 옥신 각신 하기 시작한다)
# 38 아고고바 안
촌스럽기 그지없는 마네킹이 세워진 아고고바. 몸매가 덜 착한 아가씨들만 모아 놓았는지 별반 눈 두고 싶을 데가 없는 클럽 안에는 환하지도 않고 어정쩡한 분위기에 메케한 먼지 냄새까지 난다. 오래되고 낡은 실내 구조에 딱딱하고 여기저기 뜯어진 쇼파 몇개와 썰렁한 테이블이 서너 개 놓여 있고, 손님도 겨우 대여섯명 뿐이다. 차라리 호스티스 인듯한 나름대로 멋을 부리고 치장한 아가씨들이 오히려 더 바글바글 거린다. 호랑이 우리도 아니고 어슬프게 봉을 몇개 세워 놓은 쇼 스테이지 위에선 훌러덩 벗어 재낀 아가씨 한 명이 봉 을 한 손으로 잡고선 가랑이를 오므렸다 벌렸다 하며 무언가 기발한 퍼포먼스 중이다. 차라리 훌러덩 다 벗어재끼던가 하지. 너덜하고 때까지 꼬장꼬장한 세일러문 복장 같은 상의만 어설프게 걸치고 있다. 손님으로 온 서양남자들은 별반 재미없는 듯 시쿤둥한 채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깨작댄다. 그들중, 넉살 좋게 생긴 대머리에 수염난 뚱보 서양남자는, 자신의 옆에 찰싹 붙어 서비스 하는 아가씨들 가슴만 주물럭댄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상훈과 태국인 아가씨들이 있다.
스테이지에선, 봉을 잡고 퍼포먼스를 하던 아가씨가 반 벌거숭이 인 채로 다리 사이 음부에 탁구공을 넣어서 상훈 테이블 쪽으로 쏘아 댄다. 손님 중 몇 명은 웃기다고 큰소리로 하하하 하고 웃으며 박수를 친다.
상훈 : (다리를 꼬고 앉아,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후) 이건 뭐 기도 안차는 군, 이런 것도 쇼라고 하는 건가? (허탈해 하며 한숨을 쉰다.)
아가씨 1 : (상훈의 꼰 다리 가랑이 사이로 빨간 메니큐어가 촌스럽게 칠해진 손을 은근 슬쩍 갖다 넣으며 교태를 부린다)어디서 왔어요? 일본?
상훈 : (성가신듯 일부러 다리를 더욱 옥죄어 꼬며 시니컬하게)나? 어딜까?
아가씨 2: 일본이야 일본.
상훈 : (아가씨의 얼굴에서 싸구려 분칠 냄새까지 나자, 얼굴을 애써 피하며 농을 건넨다)곤니찌와 와다시와 니혼진데쓰네
아가씨 2: (호들갑스레) 거봐 일본이래잖아.
아가씨 3: (더욱 앵겨 붙으며) 워아이니! 워아이니!
상훈 : 잉 그게 머야? 그건 중국어잖아 중국어. 일본말은. 에 머였더라. 그래. 아이시떼루지 바보
아가씨 3: (아가씨1이 가랑이 사이로 손을 찔러 넣기가 여의치 않은 것을 보고선, 반대편쪽에 붙어 허벅지를 살짝 주므르며)아이시떼루 아이시떼루
상훈 : (손을 떼내며) 으이구. 노쌩큐. 난 뚱녀는 사절인데요.
아가씨 2: (아가씨3이 지나치게 손님에게 앵겨붙자 질투의 눈빛을 하며 상훈에게 꼰질른다.) 쟤는 남자야 남자.
상훈 : (눈섭을 찌뿌리며) 엉? 남자? 뭔소리..?? 아!! 아!! 그거 야?
아가씨 1: 그래! 남자야 남자. 저기 만져봐 있어. 지지배!!
상훈 : (진짜로 거기를 만져 보자 물컹한다) 뭐야.. 으이구 징그러 .
아가씨 3: (토라진다) 탐아아이~. 내년에 커트할거야. 아이시떼루~ 아이시떼루~
상훈 : (빤히 얼굴을 쳐다보되 혼잣말하듯) 이구. 너도 참 한심한 놈이다. 그 덩치에 그것만 떼 내면 여자가 된데? 떡대는 어떻할 건데. 큰바위 얼굴은 어떻할 건데..으이구...
섹시쇼는 언제해? 지루해서 시체 되겠어 아주.
아가씨 1 : 하잖아 지금. 봐봐!!. 두 다이 !! 두 다이!! 재미없어??
상훈 : 뭐야 이게. 이게 쇼야? 으이구 재미난 쇼 안 해? 좀 재미난 쇼 없냐고 돈헤브 판타스틱 쇼 투나잇? 이게 전부 다야??
아가씨 1: 괜찮아. 내가 대신 재미난 쇼해줄게 여기서 천바트만 내봐.
아가씨 2,3 : 나도 나도.
상훈 : 뭐야 이거 장난쳐. 에이씨. 저리가 징그러. 여기 딴 아가씨들 없어? 물이 왜이래?
짜증을 부리고 있는데 짝달막하고 땡땡한 태국 아줌마 하나가 다가와 쪼가리를 내민다.
상훈 : 이게 뭡니까?
마담 : 계산서.
상훈 : 엉? 지금 내야 되는 거야? 미리.? 나갈 때 내는 거 아닌가?
마담 : 계산 부터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훈 : 그래 보자.. 얼만가? 엉? 이게 뭐야. 왠 이천바트?
마담 : 네 송판 밧. 투 싸우전 밧.
상훈 : 아니 도데체 이게 말이되. 이천바트라니 무슨 개수작이야
마담 : (한국말로 떠들지만 대충 감을 잡은듯 대꾸를 한다)쇼 원 싸우전바트. 드링크 원싸우전 밧. 탕못 송판 밧 카.
상훈 : 왠 술값이 천바트야. 난 겨우 싱아비어 한 병 마셨잖아. 아이 드링 온리 원 싱아.
마담 : 네. 그리고 여기 여자 친구들 네명 언더락 네잔있네요.
상훈 : 뭔 소리야 지들이 마신 건데 왜 내가 내??. 내가 사 준 것도 아닌데
마담 : 얘들아 너희들 이거 여기 사장님께서 사주신거 맞지?(일부러 확인을 받으려는듯 아가씨들에게 묻는 시늉을 한다.)
떡대 같은 남자 둘이서 곁으로 다가 온다.
상훈 : 아이씨 쪽팔리게 뭐야 이게(혹시나 자신의 꼴볼견 현장을 남들이 구경하는 건 아닌가 공연히 걱정되 건너편의 서양남자들을 훑어본다) 난 사준적 없어. 지들이 술잔 들고 옆에 와서 마신거지.
마담 : (신경질 적으로 응한다) 마이차이! 씨께우 언더락!
상훈 : 성가셔 죽겠구만 옆에 와서 엥겨붙고 수다 떨어 오히려 귀찮아. 그리고 쇼값 천바트는 또 뭐냐고. 저게 쇼야. 탁구공 팅팅 ~ 더러워 죽겠네 아주 그냥.
마담 : (거의 협박조다. 돈을 안주면 안 물러 나겠다는 태세로 눈을 부라린다)송판 바트!!
테이블에 꼽사리 끼어 있던 아가씨들 눈치를 슬슬 살피기 시작한다.
상훈 : 오케이!! 오케이!! 됐고. 경찰 부르자고. 자자. 기다려 봐. 경찰 전화번호가 몇 번이더라. 콜 폴리스! 콜 폴리스!!
마담 : (포기한 듯 얼굴색을 바꾸며)오케이 !! 오케이!! 됐어 됐어!!. 얼마나 낼수 있는데? 얼마 낼건데??
상훈 : 얼마긴 얼마야 싱아 한병 마셨으니까. 250바트지
마담 : 오케이!! 주고 얼른 나가!!.
상훈 : (지갑에서 오백바트 짜리를 꺼내서 건네주며)나가라고? 내가 드러워서!! 다신 여긴 안 온다. 장사를 이따우로 하니 손님도 없지. 이게 무슨 이천바트 짜리야.
마담 : (고개를 살래 살래) 오십바트짜리가 없는데. 그냥 이백바트만 받지 오케이(약아빠진 마담은 그나마 50바트도 남겨 먹으려는듯)
상훈 : (어의 없다는 듯, 거스름 돈 200바트만 받아서 지갑에 챙기고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그래! 그래 !! 먹고 떨어져라
#39 팟퐁 거리
클럽에서 실갱이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 상훈 앞으로 헐레벌떡 달아나는 태국 청년과 부닥쳐 떠밀린다. 철퍼덕 하고 자빠지는 상훈, 그 청년은 비좁은 팟퐁 상가 사이를 귀신처럼 날래게 쌩하니 달아나고, 자빠져 있는 상훈 앞으로, 뒤이어 경찰 두 사람이 상훈을 훌쩍 뛰어 넘으며 쫏아가고, 상훈은 엉겁결에 팔뚝을 들어 올려 피하려는 시늉을 하고 사람들 시선이 일제히 우르르 몰린다.
상훈 : (떠밀려 주저 앉았다 일어나 젖어 버린 엉덩이를 털며) 에이참! 이러니 어메이징 타일랜드라지. 나참. 완전 난장판 이구만. 도대체 왜 이런 팟퐁이 유명한거야. 더럽지. 도둑놈들 천지지... 여러분은 아세요? 도대체 왜 여길 와야 되냐고요?. 차라리 조용히 식구들이랑 티브이에 재미난 드라마나 보는 게 훨씬 났다니까요.. (옷 매무시를 가다듬으며)아!.. 저요? 제가 누구냐고요? 음.. 뭐랄까. 잘나가는 방송피디? (시니컬하게 누군가와 하찮은 대화를 하기라도 하듯) 아니! 아니!! 스타피디라고 해 두죠. 사실 , 지금도 월화 드라마 제작하고 있을 땐데, 회사엔 좀 뻥치고 휴가를 즐기고 있는거죠. 근데 이게 뭐냐고요? (공연히 타이복싱 반바지 옷가게의 옷을 하나 집어들어 펼친다) 완전 개수작에.. 이것 보세요. 얼마나 허접스러워요. 제봉솜씨하며 천 재질하며. 이런 걸 관광상품이라고 바가지 씌워 판다니...나참!! (뚱하니 쳐다보는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값을 묻는다)타오라이 캅?
상점 주인 : 능판 밧. 원싸우전
상훈 : 이봐요. 이게 무슨.....삼만원... 택도 없는 소리. (상점주인을 등지고 정면을 향해 눈을 뎅그랗게 뜨고 질문하듯)이거 삼만원 이라는데 사시겠어요? 천원해도 안사겠다 나참.
상점 주인 : (어설프게 한국말을 한다) 안 팔아요. 가요
상훈 : 아! 아! 쏘리 쏘리!!.. 커텁캅. 타오라이 캅?
상점 주인 : (눈치를 챈듯, 또 어설프게 한국말을 한다) 안팔아요 가요. 재수 노!!.
화가 난 상점 주인은 옆가게 주인과 함께 까올리 어쩌고 하면서 궁시렁 거리며 상훈을 손가락질 하고 상훈은 게의치 않고 밍기적 밍기적 걸으며 다른 상점의 물건들을 구경하며 지나간다.
#40 서울 기획2과 사무실.
넓은 사무실 안에는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엘리베이터 쪽 입구 문 옆에선 직원여자 하나가 팩스기를 붙잡고 씨름하며 투덜대고있다.
직원 1: 야야!!. 미세스리. 니 남편 맹키로 좀 제대로 뚜드리 패야 안 되나?. 백찌 그래가 그기 뿌사지나?
미세스리 : 어머! 어머! 왜이러셔? 남편을 두들기는지 보살피는지 봤냐고. 나참. 이거나 좀 봐줘봐. 계속 삑삑거려. 지금 용산역 스페이스 나인에서 팩스 달라는데..미치겠네. 이멜로 주겠다는데 꾸역꾸역 팩스로 넣으래. 으이구. 무슨 전자상가가 저 모양 이냐고.
직원 1: (팩스 기계 쪽으로 바짝 붙어 조그만 디지털 액정판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어디 봐?. 와카노? (잠간 보더니)뭐꼬 이기??. 차근차근 좀 해라. 미세스 리. 이봐라!!. 스캔 펑션에서 팩스로 안바깠구마는. 이 버튼만 눌리뿌마 될거를. 봐봐. 레디라 안카나. 버튼을 살포시 눌라뿌마 될꺼를 기양 뿌술라 카이 되나? 암튼 한국 아줌마들 몬쓴데이. 어데가가 뚜드리 팰라꼬만 덤비재. 나긋 나긋 한맛이 없다카이.
여직원1(미세스리): 호호호.. 그러네.. 아유. 썅큐베리
원탁 테이블 주변으로 남녀가 여러명 모여서서 웅성 거린다.
윤석: 과장님 우리 제비뽑기합시다요.
종필 :(침까지 튀겨 가며 화를 버럭 낸다) 뭐야!!.. 누구야?.. 정신나간 소리 한 놈!. 이게 장난이야!. 그냥 가기 싫음 싫다고 해. 제비뽑기라니.. 회사가 애들 소꿉장난이야. 누구야 김대리야? 오오 그래. 현진라이프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오나 보지? 그래 잘 가. 그동안 고생했어. 사표는 지금 컴퓨터에 저장해 놨다고? 알았어 내가 셀프 프린트해서 서류철해주지. 안녕히 가세요. 네네
윤석 : (굽신거리며 과장님 팔에 살짝 기댄다) 아이 과장님 유머가 과하시다. 왜 이러십니까?. 아헤헤..
종필 : 왜이러셔?? 나 호모 아냐. 앵겨 붙지마.. 처자식이 딸린 몸이야.
옆을 지나던 기획 1팀 김대리가 이 광경을 구경하고는 키득 거리면서 지나간다. 팩스를 완료 했는지 미세스리도 서류철을 들고 제자리로 가 앉으며 키득 거리며 김대리와 숙덕인다.
종필 : 뭐야? 이거? 구경났어. 니들 일이나 열심히 해 이사람들아.
미세스리와 김대리는 더욱 키득 거린다.
종필 : 그래. 모두 싫다 이거지. 이거 도대체 애사심이 이렇게 없어. 방콕가면 누가 죽이기라도 한데? (화를 내다가 안되겠다 싶은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일장 연설을 한다)아니! 아니! 잘 생각해들을 해보라고, 여러분이 한국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 한 탓에 이참에 몇일 해외여행도 하고 좋잖아. 대기업 직원이란게 뭐야? 이럴때 해외 출장도 시켜주고 그런거 아니겠냐고? 남들은 비행기 타고 싶어 안달인 사람이 줄섰는데. 이건 뭐 모두 배 불렀군.
직원 일동 : 머리를 긁적거리는 사람, 공연히 딴청피우는 사람...
영진 : (웅성거리던 사람들 속에서 혼자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가)얘 내가 한번 지원해 볼까?
미희 : (귓속말로)어머? 너 뭐니? 왠 살신성인? 너 거기 몰라.
영진 : 왜? 태국 관광도 하고 좋지 왜?
미희 : 지난번 홍보부스 인테리어 계약 협상 때. 디자인기획부 박과장이 된통 당했대잖아. 너 모르는 구나 박과장의 굴욕. 알만한 사람들 다 알아 얘
영진 : 그 박과장. 순돌이 아빠?
미희 : 그래 얘. 킹파워 한국인 마켓팅 매니져가 있는데, 마녀로 유명해. 계약은 지들 이익되는 대로 이미 다 끝내놓고선 시치미 떼고 단물 쓴물 다 빼먹는 대잖아. 뭐래더라 한국 연예인의 친언니래던가 . 하도 유명해서 텔레비전 까지 나올 정도인데, 너 그사람 몰라?
영진 : (잠시 생각하는가 하더니 결심한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머금고선)구미가 더 댕기는데. 호호.
미희 : 어머 얘는 너 왜이래? 뭐 할려고? 면세점에 핸드폰 판매라는게 말이되. 누가 공항에서 핸드폰을 구매하겠냐고. 공연히 총대 매고선 패잔병 돼서 공항에서부터 굴욕당하지 말라고 이년아.
종필 : (모인 사원들을 향해 연신 연설아닌 연설을 하다가, 속닥거리는 영진과 미희를 가르키며) 어이 거기 아가씨들 좀 조용히 하고. 제2의 IMF라고 다들 난린데, 이럴겨? 정녕 애사심이 없는거야?
영진 : 과장님. 저요! 제가 지원 하겠습니다!
종필 : 이야! 우리의 호프 미쓰최. 역시 짱이다 짱!! 진짜지? 진짜지?
영진 : 네. 업무지시만 내려 주시면 해 보겠습니다.
종필 : 그래 그래 미쓰최라면 믿어. 오케이. 모두들 미쓰최좀 본받으라고!! 그래그래. 이번 건만 성사 잘 되면 인사고가에 반영토록 적극추천하지. 아니! 아니! 성사 안 되도 좋아. 다녀만 와. 시간만 떼우다 와도 오케바리!!. 비행기 자리는 대한항공 비즈니스에 호텔은 사톤의 반얀트리로 잡아 줄게. 거기 알지? 비즈니스 출장용 호텔로는 완전 여왕 대접해 주는데 라는 거. 아방궁이 울며 폐업했다지 아마.
영진 : 네 감사합니다.
종필 : 일단 내방으로 와. 출장비 청구도 팍팍 밀어 줄테니 같이 짜 보자고. 실컫 놀다 오라고.
미희 : 어머나! 영진이 호강하네. 내가 간다고 할 걸 그랬나.
종필 : 어! 그래 미쓰박이 가겠다고. 그럴거야? 리얼리? 프랭클리 스피킹?? 맞는 거재? 그래 주까?
미희 : 어머머 .. 아니에요.. 저. 이번 주 안에 핸드폰 디자인 B03호 컨설팅 완료해야 되요. 시간 없어요. (말도 덜 마치고 후다닥 자리를 뜬다. 다른 사람들도 종종 걸음마를 치며 제자리들로 돌아간다.)
종필 : 에이! 저렇다니까. 사내 자슥들이나 기집년 들이나 모두들 애사심이 없어. 모두 해산해!!. 이런 오합지졸을 끌고 어떻게 내가 개선장군이 되냐고.. 으이구.. (갑자기 얼굴빛을 완전히 귀엽게 바꾸어 딴 사람이 된 양 영진 쪽을 돌아보며) 그래 우리 이쁜 미스최. 영진씨. 영진씨 아니면 우리회사가 어떻게 굴러갈까 걱정이다 그치?. 자! 우리 화기애애하게 회사 돈 거덜 한번 내볼까나? 자자!!
영진 : 그래 보죠 뭐. 그런데 몇일 일정이죠?
종필 : 잡기 나름이지 뭐. 한 몇일 더 딜레이 될 거 같으면 내가 휴가 까지 얹어 줄테니. 이참에 아주 신혼여행 갖다와.
영진 : 어머머. 왠 신혼여행요. 그럼 신랑도 옵션으로 구해다 주시는 건가요?
종필 : (사원들이 모두 각자의 테이블로 돌아가고, 테이블위에 마구 던져졌던 몇 개의 서류 쪼가리를 챙겨 들고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며) 못할 거 없지. 자자!!. 우리 재미나게 둘이서 작당한번 해 보자고. 가서 허니문 베이비도 만들어 와서 노처녀에서 효녀심청으로 환골 탈퇴 한번 해 보라고
영진 : (과장실로 들어가는 김과장의 뒤를 따르며) 네네!! 과장님 최고! 호호호! 까짓거 심청 한번 하죠 뭐. 그런데 진짜로 옵션으로 신랑감 붙여 주시는 건가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