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태국 학생비자 받기
올 2월에 태국 대학에 입학하고 오늘에야 비로소 그 망할
놈의 학생 비자를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은 황당한 일들은 태국에 오면서 가지게 된
태국이란 나라에 대한 호의를 악의로 바꾸기에 충분했습
니다
평소 태국 사람들이 내 생각에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할
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곤 했는데 비자를 받으
며 경험한 시간적, 물질적, 정신적 피해로 인해 이번 경우
는 두고두고 납득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태국의 비자 정책에 관한 정보 부족 때문에 생
긴 일이었고, 점차 증가하는 태국과의 교류 상황에 비추어
저와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생길 소지도 충분하기 때문에
넋두리 겸 다른 분들이 참고 삼길 바라며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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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잘 들 아시겠지만 태국 이민국
은 씰롬 인근에 있는 싸톤따이 로드 쑤언팔라 쏘이에 있는
데 외국인이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접근하기는 거의 불가
능한 위치입니다. 택시를 타고 “쌈낙응안 뜨루엇 콘 카오
므엉(약칭해서 ‘써떠머’ 라고도 합니다.)” 가자고 하면 대
부분 알아 듣습니다.
입학 허가는 2월에 받았지만 5월말 정식으로 등록할 때까
지는 비자 신청을 할 수 없다고 하여 3월에 캄보디아를 한
번 다녀왔습니다
학교에서 비자 관련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이민국을 처음
방문한 것이 6월말 체류 기한이 만료하기 11일전 이었습니
다. 근데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 게 비자가 만료 되기 최
소 12일 전에는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3
기한 연장을 하고 오랍니다. 어찌 어찌해서 1층 7번 카운터
에서 1,900밧을 주고 1주일을 연장하고 다시 3층에 가니 12
일 이후에 여권을 찾으러 오라고 합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어쨌든 비자를 받게 되었으니 그다지 불
편한 감정은 들지 않았습니다
12
찍히고, 90일 이후인 9.10일까지 다시 이민국엘 오라고 기
재되어 있고 그때 비자를 연장하라는 겁니다
좀 당황스러웠지요. 제가 알기론 비자라는 건 일정 목적을
수행하는 동안 그 나라에 자유로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
해 주는 거였는데 90일 후 또 방문해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
니 잘 이해가 안 된 거죠
이민국 직원 절대로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그냥 이
날까지 오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뭔가 찝찝함이 남긴 했
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고, 이후 나날이 힘들어
지는 수업 따라가기에도 벅차 비자 같은 것엔 신경 쓸 여유
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비자 연장 마감일인 9.10일은 하필이면 시험기간
중이었습니다. 시험 준비하랴 정신없는 와중에도 불법체
류는 안 된다는 일념하에 다시 이민국을 방문했더니 안내
데스크에서 이번에는 1층 1번 카운터로 가라 하더군요.
(
전광판에 자기 번호가 뜨면 해당 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시
스템입니다
1번 카운터는 비자 연장을 전담하는 창구입니다. 창구 직
원에게 신청서와 여권을 내밀자 학교측의 증빙서류가 필
요한데 왜 안 가져 왔냐며 돌아가랍니다. 역시 밑도 끝도
없이 안 된다 고만 합니다
당황스러웠지만 별 수 없이 바로 학교로 가서 학과장에게
서 재학 증명서를 받아서는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때 서류를 내밀면서 제 나름대로 재빠른 대응에 뿌듯함
을 느꼈습니다. 근데 한참을 서류를 보던 여직원 뒷자리에
있는 팀장(?)에게 갔다 오더니 이 서류가 아니라고, “차이
마이 다이” 라고 하네요
이때부터 제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
슨 소리냐? 여기 학과장이 서명한 재학 증명서도 있지 않
느냐?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잘 안 되는
영어에 손짓발짓하며 항의를 하는데 여직원은 자기도 잘
이해가 안 간다며(I cannot understand, also.) 팀장과 직
접 이야기 하라네요
팀장이라는 사람은 약간 마른 전형적인 태국의 중년 여성
스타일입니다. 의사 소통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역시 태국
공무원답게 시종일관합니다. “안 된다. 학장의 서명이 들
어간 문서여야만 효력이 있다.” 순간, 학생 비자를 포기하
고 90일마다 외국엘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씀
드렸다시피 당시는 시험기간이었습니다
서로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늘어 놓은 언쟁 끝에(당시 창
구가 조금 시끄러웠습니다…-_-;;) 일단 1,900밧 주고 1주
일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학교에서 정식 문서를 발급받아
다시 신청하는 수 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다시 안내 창구로 가서 7번 창구(체류기한 연장) 번호표를
달라고 하는데, 이번엔 부팀장 자리에 있던 조금 젊은 여직
원이 오더니 제 체류 기한이 적힌 스탬프에 직접 서명을 해
주고 갑니다. 안내 창구에 있던 직원 왈 “You already finin
shed (the process).
이 통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더군요.
하지만, 이번엔 학교에서 정식 서류를 받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1주일로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무려 12일이 걸렸
습니다. 학장이 자리에 없어서 사인을 받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서류를 재촉하는 과정에서 괜히 학과 스탭들과 골만 생기
는데다 상황을 어찌해 볼 수단도 없고 더 이상 뭘 어찌해
볼 의욕도 없이 그냥 불법체류 1일, 2일, … , 6일까지 세
고 났더니 서류가 발급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게 오늘이었죠. 드디어 기나긴 여정이 끝나는구나 했는
데 역시 태국 이민국 저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서류를 제
출했더니 창구 여직원이 오버스테이 12일, 하루 500밧씩
벌금 6,000천, 비자 fee 1,900밧 도합 7,800밧을 내라고 합
니다. 아니 왜 오버스테이 6일이 아니고 12일이냐? 여권에
있는 이 서명은 저기에 있는 부팀장이 한 건데 도대체 뭐
를 의미하느냐고 물어보는데 여직원은 부팀장을 부르고
는 자기는 슬그머니 자리를 떠납니다
그 부팀장이 창구로 와서 대답하기를 그때 내가 1,900밧을
안 냈기 때문에 유효한 스탬프가 찍히지 않았고, 12일을 오
버스테이 한 게 맞다는 겁니다. 어이가 없긴 했지만 뭐 태
국 공무원(대학 교직원도 공무원입니다)에 대해 어느 정
도 면역이 생긴 상태이기 때문에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
았습니다. 솔직이 오늘 이민국에 가기 전에 혹시 모르겠다
싶어서 돈도 충분히 준비해 갔었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받은 게 제대로 된 비자가 맞더군
요. 졸업할 때까지 더 이상 돈을 들여가며 연장할 필요도
없고, 3개월마다 한번씩 이민국에 와서 거주지 신고만 하
면 되고(!!), 더 이상 학교의 증빙서류도 제출할 필요도 없
다네요. 이번엔 그 부팀장이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역시
돈을 펑펑 썼더니 대우가 달라집니다. (태국내 대학졸업
생 평균 월급이 15,000밧입니다..ㅠ.ㅠ)
이상이 제 서글픈 태국에서 학생 비자 받기 경험담입니다.
결산해 봤더니 비자를 받기 위해이민국에 총 5번을 다녀
왔고, 비용은 1,900(1주일 연장)+1,900(90일 연장)+6,000
(
이 들었네요. 보통 한번 이민국엘 가면 반나절씩 소요되는
데 그에 대한 기회비용 까지 고려하면 비용이 몇 배가 될까
요? Amazing Thailand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