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를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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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를 회상하며

옙타이 5 502
바보처럼 거기에 앉아 보던 때가 있어.
아니 아니.. 거짓말..
그자리 그렇게 앉아.
그사람이 그렇게 찾아 내고선 역겨워 했을지도 모를...
살짝 맛 보는

죽음 같은 뜨끈한 삶 한잔...

그건 아마도
허름한 다방에서 허연 분칠한 아줌마가 타 주던
싸아한 쌍화차에 띄운 닝닝한 날계란 처럼 니글 니글 거릴지도 모르지.

아니 아니.. 거짓말..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자리..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사람..
1989년 3월 7일
내 나이 겨우 열아홉
세상이 온통
생크림 처럼 부풀고 달콤하기만
하던 그때에..

세상을 불지르고 달아난 그 사람...

2002년,
변강쇠를 상영했다는 둥.. 엉뚱한 말장난마져 난무해져 버린
그 극장도
그해 2002년에 세상에서 달아나고..

이제 남은 것은 사람도 극장도...없을 뿐이다.
제대로
진짜로
제대로 읽어 보기나 했었나?
기형도... 그 사람 알기나 했었나?
사람들은 이제 그 극장도 모르지 뭐...
나도 모르잖아...


아직 종로에....
남 보다 먼저 훔쳐 본 삶을
역겨워 하던 시퍼렇게 멍든 시인들의  영혼이
바람 처럼 떠 돌까?
피처럼 아름다울까?
....
거짓 영원을 품고 흐르는 시간처럼....
아직도 ....

라차다 소이8을 흐느적 거리다 보면
문득 문득...
잘 알지도 못하는 생각이 떠돈다.

라차다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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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1.jpg




5 Comments
SunnySunny 2009.09.10 12:29  
기집애들이 빤쓰만 입고 뭐하는 짓이래요 영화 GAMER 보는거 같네.. 쯧쯧
나마스테지 2009.09.10 17:28  
아줌마---> '다방 레지'라 해주셔~

반쓰 안입을라면 모계사회가 돌아와야 할까요?

라차다 소이 8.

옙타이님 지도 슬프네요.......아하

두얼굴의 천사, 깡패같은......
잘살기를 2009.09.10 23:41  
대학도서관 3층 한줌만한 햇살받으며 문학과지성사 시집들을 읽던 그시절이 문득 떠올랐네요
기형도님의 시집중 -입속의 검은잎 - 이 특히 생각이 나는군요
옙타이님은 책을 정말 많이 읽으신거 같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옙타이 2009.09.11 22:26  
아.. 저는 절대로 책을 많이 읽지 않았어요. 이십대로 접어들면서 그때 다독을 했을 뿐이고 삼십대 이후엔 거의 읽은 책이 없는 거 같아요. 지금 거실에도 태사랑 분들이 갖다 준 서적 몇개가 있긴 한데 집에오는 손님들이나 읽지 나는 표지도 안 열어 보고 있네요.

이십대 이전엔 성경책만 아마 5독은 한거 같고. 그리고 잡다하게 인기 서적이라는 베스트 셀러류만 보았던 거죠.  청년이여 어쩌고.. 낭만 어쩌고... 이성 어쩌고... 존재 어쩌고... 이런 류들 말이죠.


게다가 십대에는 가정형편이 썩 좋지 않은데다 도서관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지역이라. 돈없어 못봤다. 할 정도랄까 ^^

그냥 감성적 글쓰기 일 뿐. 책을 많이 읽은 박식함은 전혀 나와는 거리가 먼 말일겁니다.
대화해 보면 금방 다 탄로 나요 ^^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은.

암호화된 코드로 읽으면 완전 또 다른 시가 되어 버린답니다. 아마 4천만의 대한민국 사람이 읽으면 4천만 가지로 해석될 터이고.. 인류 전체가 읽으면 또 그만큼...많은 경우의 수로...

하지만 기형도가 사망한 그 극장 그 자리에 앉아서 그의 시들을 읊을 정도 쯤 되면....

진짜로 시퍼렇게 멍든 시인들의 영혼을 만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일입니다. 이젠 그 극장이 없어졌으니 불가능한 전설처럼 들리겠지만 말이요.

그런데 기형도 라는 시인의 얼굴이 이렇게 선한 얼굴일 줄은 인터넷을 뒤져 보고 새삼 알게 되었네요.

병약하고 여린 넘어지면 모두 부서질 것 같은... ^^
동쪽마녀 2009.09.11 23:20  
옙타이님의 기형도 글에,
그 때 그 시절이 떠오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쓰인 시어가 좋아서
그의 "비가"를 제일 좋아했었는데.
자연의 비유가 무책임하다는
11월 쇳내 나는 그의 시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옙타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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