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살기
옙타이
9
2758
2011.01.04 04:38
1.
1999년 12월 31일
자정을 향해 내달리는
지하철 안에는
살썩는 냄새로 진동을 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면
빗장처럼 채워진 겨울 냉기마져
사람의 온기로 녹일줄 알았다면
그건
동화 같은 얘기였다.
잠시 짧은 숨이라도 내쉴라 치면
그 역겨운 냄새가...
으으...
그렇게 내달려 사람들은
종로에 집결했다.
여전히 떼지 않고 너덜거리는
종말론 어쩌고
밀레니엄 어쩌고 하는
거무틱틱한 영화 포스터들이 겨울밤 찬바람을 머금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종각에서는 치는 타종과 함께
폭죽과 불꽃을 터트렸다.
2.
1011년 하고도
어느새
1월 4일
세월은 어느틈엔가
나를 이곳에
이렇게
발가 벗겨 놓고서
붙잡을 수 없을 만큼 저어만치 달아나고 있다.
거짓말 처럼
아니...
영화처럼
삽시간에 엄청난 시간을 내 앞에 접어 버렸고
접혀진 10년의 시간 사이에
이런 저런 잡다한 기억들만이
남겨졌을 뿐...
접혀져 버린 시간에
덩그라니 발가벗겨 놓고
나를 버린 시간을 향해
눈물 흘린다
시간은 이미 내가 잡을 수 없다.
3.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작은 소망이
꼭 있다.
2000년을 맞이하던 나는
세상을 그제야 볼줄 아는 눈을 가졌다며
20대를 미련없이 훌렁 벗어 버렸고
눈오는 날 누렁이 마냥
기쁨을 맞으며 폴짝거렸었다.
이젠 아무리 다른 나라
개수작을 갖다 붙인다 해도
내 나이는
40대에서 도저히 뺄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하고 많은 사람은 여전히
나이는 커녕
거울속의 미소마져 제대로 거들떠 볼 겨를 없이
먹고 사는 문제에 바쁠테지만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나는
섣불리 맞이해 버린 40대를 푸념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어리다면..
더 건강하다면...
할일은 많고 욕심도 많고...
4.
사람들은 모른다.
으슬 으슬 춥고 허기지는 태국의 겨울을
여전히 사람들은
나시티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더위에 헉헉대는 관광객들로
도심가에 넘쳐 나지만
그 저쪽 한귀퉁이에서
추위에 벌벌떨고
가죽점퍼를 꼭꼭 여미는
내 행색에 키득 댄다.
태국에서 사는 나는
여전히 춥다.
자고 일어나면
아랫목까지 냉기가 나고
찢어진 문풍지 사이로 밀고 들어온 찬바람에
냉수 사발마져 얼리던
그때의 그 80년대 고향땅의
겨울이.....
그곳을 떠난지도 한참이고
그곳과 떠난지도 한참인데
춥다.
왜 태국에는 차가운 내 두손을 들이밀고
차가운 내 두발을 들이밀고
밤새
따듯할 그런 아랫목이 없는 걸까?
1999년 12월 31일
자정을 향해 내달리는
지하철 안에는
살썩는 냄새로 진동을 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면
빗장처럼 채워진 겨울 냉기마져
사람의 온기로 녹일줄 알았다면
그건
동화 같은 얘기였다.
잠시 짧은 숨이라도 내쉴라 치면
그 역겨운 냄새가...
으으...
그렇게 내달려 사람들은
종로에 집결했다.
여전히 떼지 않고 너덜거리는
종말론 어쩌고
밀레니엄 어쩌고 하는
거무틱틱한 영화 포스터들이 겨울밤 찬바람을 머금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종각에서는 치는 타종과 함께
폭죽과 불꽃을 터트렸다.
2.
1011년 하고도
어느새
1월 4일
세월은 어느틈엔가
나를 이곳에
이렇게
발가 벗겨 놓고서
붙잡을 수 없을 만큼 저어만치 달아나고 있다.
거짓말 처럼
아니...
영화처럼
삽시간에 엄청난 시간을 내 앞에 접어 버렸고
접혀진 10년의 시간 사이에
이런 저런 잡다한 기억들만이
남겨졌을 뿐...
접혀져 버린 시간에
덩그라니 발가벗겨 놓고
나를 버린 시간을 향해
눈물 흘린다
시간은 이미 내가 잡을 수 없다.
3.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작은 소망이
꼭 있다.
2000년을 맞이하던 나는
세상을 그제야 볼줄 아는 눈을 가졌다며
20대를 미련없이 훌렁 벗어 버렸고
눈오는 날 누렁이 마냥
기쁨을 맞으며 폴짝거렸었다.
이젠 아무리 다른 나라
개수작을 갖다 붙인다 해도
내 나이는
40대에서 도저히 뺄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하고 많은 사람은 여전히
나이는 커녕
거울속의 미소마져 제대로 거들떠 볼 겨를 없이
먹고 사는 문제에 바쁠테지만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나는
섣불리 맞이해 버린 40대를 푸념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어리다면..
더 건강하다면...
할일은 많고 욕심도 많고...
4.
사람들은 모른다.
으슬 으슬 춥고 허기지는 태국의 겨울을
여전히 사람들은
나시티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더위에 헉헉대는 관광객들로
도심가에 넘쳐 나지만
그 저쪽 한귀퉁이에서
추위에 벌벌떨고
가죽점퍼를 꼭꼭 여미는
내 행색에 키득 댄다.
태국에서 사는 나는
여전히 춥다.
자고 일어나면
아랫목까지 냉기가 나고
찢어진 문풍지 사이로 밀고 들어온 찬바람에
냉수 사발마져 얼리던
그때의 그 80년대 고향땅의
겨울이.....
그곳을 떠난지도 한참이고
그곳과 떠난지도 한참인데
춥다.
왜 태국에는 차가운 내 두손을 들이밀고
차가운 내 두발을 들이밀고
밤새
따듯할 그런 아랫목이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