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주재원으로 산다는 건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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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주재원으로 산다는 건 Part2.

얼론 17 2329

 이제 한 주만 더 지나가면, 제가 태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한 지도 3개월이 됩니다.

 
한국에서 경력직원이 이직을 하면 평균적으로(태국말로 도이 차리아 라고 하던데요^^)
3
개월은 적응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새 일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3개월 룰을 저에게도 적용한다면 "과연 제 적응 점수는 몇점일까?" 요즘 밤마다 자문해 봅니다..

 지난 3개월의 시간은 제가 앞으로도 태국땅에서 셀러리 맨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인지에 대한 냉정한 자평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난 3개월 여 시간동안

 좋은 점이라면, 저희 회사 내부에서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합류하기 전에는 대부분의 업무지시나 경영진의 철학이 영어로(한국 경영진과
태국 동료들 모두에게 모국어가 아닌 단지 제2 외국어인상호간에 전달되었더랍니다.
  ==>
물론 지금은 태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시는 한국분이 합류하셔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그 분이 오시기 전에는 정말 영어의 천국이었다네요..
     
상상이 되시지 않으시나요? --;

 그러니 영어를 구사할 때 가장 간단한 표현인 "yes" 한 마디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한국인과 태국인이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yes에 대한 뉘앙스 차이로 1차적인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생기고, 급기야 "끄랭짜이"까지 양념으로 가미된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양산되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한국 경영진과 태국 동료들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태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제가 태국말을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지와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싸왓디 크랍"과 "컵쿤 크랍" 밖에 모른던 제가 수첩에 적어서 제일 처음 외운 문장이
무엇일까요
 
"
폼 떵깐 리얀 파사 타이 막막 프로 폼 떵깐 스산 깝 프언 루암 응안 티 버리삭 컹 라오"

 
이 문장의 의미는 대충 요렇답니다.
  (
태국어 고수님들 혹시 이 문장이 틀렸으면 저를 바로잡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저는 태국말을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왜냐고요?
 
전 우리 회사 동료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싶어서요." --;

 
처음에 제가 이 표현을 외워서 말하니(소위 하는 말로 씨부리니) 처음에는 "제 뭐야?"
하는 표정들만을 무수히 보았지만, 회수가 반복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저희 태국 동료분들도
"
저 넘이 진짜 태국말을 배울 놈인가 보네."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시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한국말을 배우시는(한국분들께 직접 물어보시거나 책 등을 사서 자습도 하시고..)
태국 동료분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답니다.

 
일예로  얼마 전 저희 회사 대표이사님께서 한국 모 정부부처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셨는데
수상 직후 저희 태국 동료분들이 자발적으로 주머니를 털어 모은 돈으로 사신 꽃다발을 전달하며,
"
사장님, 축하드립니다.(물론 어설픈 발음의 한국말로)"
 
라는 인사를 드렸을때 저는 아주 행복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의 시그널이 제가 말하는 동전의 양면 중 좋은 점입니다.

 반대로 나쁜 점도 있습니다..끊임없이 절 지치게 하는 "3S" - 싸바이싸바이, 싸눅싸난, 싸두억..
우리말로 하면 아마도 "욕심없이 편하게, 즐기면서 내 한몸만 편하면 장땡.."

 저희 회사에는 40대 중반 태국인 팀장님들(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한국이나 제가 근무했던 미국과 중국 등 외국의 경우에도 "팀장"의 역할은
1.
팀원의 사기진작을 통한 업무 효율성 극대화
2. 팀장으로써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를 위한 소양 배양(영어 등등) 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몇몇 팀장님들은 너무 피동적입니다. 내 위에 누군가가(아마도 주인) 지시를 내려주고
난 그걸 하면 되는 거다... 이런 생각들.. 철옹성 같이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고정관념들..

 사람이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 자기 영역과 권력 그리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바라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정통으로 어퍼컷이 날라 오더군요~

 다운 후 못 일어날 정도로... 글을 쓰는 지금도 그로키 상태입니다.. 그 충격땜시....

 제가 아직 3개월 밖에 안되서 이해 못하는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넘 심각한 문제들..

 오늘도 전 아침일찍 일어나 욕조에 몸을 담구며 이 세가지를 또다시 결심합니다.(매일 합니다.)

1. 화내거나 내 생각만을 강요하지 말자.
2. 오늘도 태국어를 최대한 열심히 배우자.(아직도 한글로 적고 외웁니다.--;)
3. 마지막으로 난 지금 태국에서 일하고 있고 밥빌어 먹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아침마다 새기지만 가끔은 울컥하는 그래도 표디 못내는 생활
이런 것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절 바꾸어 가는 것이  바로 태국에서의 주재원 생활이 아닐까요?--;

17 Comments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1.24 04:47  
화이팅 하세요~!

앞으로 6개월째 1년째 2년째 3년째 5년째 흘러가면..

어찌 될까~~~~~~용?
얼론 2010.01.24 11:44  
안녕하세요? "전설속의(중략)닭"님.. 500원짜리 동전을 던졌을때 동전이 설 확률은
현실적으로 별로 크지 않으니 학이냐 숫자 500이냐의 싸움이겠죠^^

 제 바램대로 된다면 2년 후쯤에는 태국말과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회사로
탈바꿈 할테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2년 후에는 제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첫빠 댓글에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얼론 배상
옌과제리 2010.01.24 10:03  
그래도 한량으로지내는 저보다는 멋진생활을 하고계시니까요.
태국어공부...나를 미치게한답니다..
좋은 추억 많이 간직하세요...쑤^^쑤.
얼론 2010.01.24 11:48  
감사합니다. 앤과제리님!!
매일 매일 욕조속에 몸을 담그며 제 자신에게 쑤쑤를 외치지만...

깜랑짜이를 갖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두껍고 단단하다는 못왕이 들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계속 달려가렵니다.^^

그리고 님 말씀대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앤과 제리님!! "뺀 깜랑짜이 하이 쿤 수떠빠이 나캅" 입니다.^^
kapu 2010.01.24 13:04  
걍 태국에 있다 왠지 여기 정착하고 싶은느낌.
많이 조언들 해주신다 살기엔 좋지않다고 심지어는 미소가 가짜라고
나는 이제 한달쯤 되어 갑니다.
나는 아직 나쁜거 모르겠다 역시 나는 지금 즐기고 있으니까?!?
나도 여기서 일터를 잡게 되면 다른 분들처럼 느끼겠지요?
아직은 걍  좋네요
의사소통안되서 저녁을 2번씩 먹게 하는 이웃친구들 ㅋㅋ
태국어 사전사서 단어 하나씩 사용해보지만 흠...어렵네요
그 흔한 간판 읽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아직은 좋다
나는 태국 살아서 좋다란 글 함 봤음 좋겠네요
어쩌면 내가 나중에 이런 글을 쓸수 있겠지요 아마도
얼론 2010.01.25 00:42  
kapu님!! 안녕하세요? 사실 저는 태국을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위에 있는 글은 제 넋두리나 푸념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고요^^

저도 한국에서 10년 넘게 직장생활 했는데 한국에서라고 100% 좋은 것만 있었겠습니까?^^

여하튼 kapu님은 아직도 행복하기만 하시다니 저도 기분 좋아지네요..
저같은 글 올리시는 그날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얼론 배상
미쾀쑥 2010.01.25 02:14  
얼른님 글을 읽으며 가장 공감하는게 아침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묵상하는 심정으로, '오늘은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얼굴 붉히지 말자'고 다짐하던, 태국어로 대화 안통하던 날들의 제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 심정이 짐작이 갑니다.  태국 글자 외웠다 세번 까먹고 네번째에 외웠습니다.  성조가 있는 언어를 발음한다는 게 왠지 경박하고 질 낮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이상한 선입견인데 그랬습니다. 서두르시면 건강이 상합니다. 곧 더워질텐데...천천히 여유있게 가시길... 그래야 오래 버팁니다! 여기선 건강이 최고입니다. 날씨가 진기를 빼놓기 때문에 오래 버티며 승부를 내셔야 합니다!
태무역 2010.01.25 04:05  
20년전에 태국에 발령받고 ,
태국어 '태' 자도 모르고, 영어는
기본단어만 아는 시절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직항이 없을때라 ,
김포공항앞에 여관에서 하루자고(남자 15명정도)

대한항공,아시아나는 운항을 안하던 시절 타이항공타고
돈무엉공항에 도착, 지하주차장의 덥덥한공기...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촌부리도착 .(그때는 고속도로가 없는시절입니다.)

공장이 완공되지않은 상태에서 1진으로 왔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많이있어 태국어공부를 열심히 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파견직원 30명에 외대 태국어과 출신 3명이나
통역으로 왔지만,
항상 통역이 바빠서 나이가 어린 제부서에는 통역이 잘와주질 않더라구요 .

그때 살기위해서 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독하게한 기억이 납니다.

제경험담입니다.

우선 저희부서 여직원이 15명정도되는데 그중에 오른팔격인 (제일 똑똑한 친구)에게
태국중학교 영어 1,000 단어를 ,
영어발음 한번, 태국어발음 2번으로 육성녹음테이프를 만들어 ,(매일 만나는 여직원이니까
성조를 잘 기억나더라구요)

잠잘때나, 놀러다닐때나, 일할때나 이어폰을 꼽고 들으니 귀가 뚫리더라고요.

6개월뒤
 한국부서장, 태국부서장 동시통역을 제가 하면서 업무회의를 주재한경험이 있습니다.

태국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태국어 엄청 중요합니다.

열심히하여  듣고, 말하기라도 통달하십시오 !
kapu 2010.01.26 03:03  
태무역님 존경!!
얼론 2010.01.26 03:19  
안녕하세요? 태무역님!!
태국에서 생활할 후배를 위한 장문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년 동안이나 태국에 거주하시면서 업무를 수행하셨으면,
태무역님의 태국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는 거의 신의 경지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태무역님 본 받아서 더욱더 열심히 태국어 학습에 정진하겠습니다.

올해는 태무역님께 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얼론 배상
시큰둥 2010.01.25 17:53  
얼른님 글 잘 읽었습니다. 40대 중반 여성팀장들이 많은것으로 보아 혹시 보험사에 근무하시는것이 아닌가 유추해 봤습니다. ^^
얼론 2010.01.26 02:56  
시큰둥님!! 보험회사는 아니고 금융기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국와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여성분들의 고학력자
비중이 높고, 업무 스킬도 뛰어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큰둥님!! 새로운 한 주 멋지게 시작하시길 기원합니다. 얼론 배상
젠트리 2010.01.26 16:52  
일단 제목부터가 부럽습니다.

제가 비슷한 글을 쓸려면 아마 '태국에서 하릴없이 산다는 건'.. 같은 제목을 달아야 하지 않을까..ㅡㅡ"

이곳저곳 사업체가 있긴 하지만 여기 태국에선 누가 봐도 한량이니...

아무튼 얼론님 같이 열심히 일하는 정상적인(?) 분, 아직 초심을 잃지않은 열정적인 분들이 부러워요..^^;
얼론 2010.01.26 22:45  
젠트리님!! 어찌 이런 황송한 그리고 너무 겸손한 댓글을 달아주셨습니까?^^

항상 젠트리님 글을 보면서 방콕에서의 첫 클러빙을 어디서 할까 고민하는 중인데요.

이곳저곳 사업체가 있으시다니 부럽기만 합니다.
전 사업체가 하나도 없어서 월급쟁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답니다.

저도 젠트리님의 멋진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얼론 배상
젠트리 2010.01.26 23:18  
에고 얼론님, 황송한 댓글에 제가 다 황송해요..ㅡㅡ"

그리고 부러워하실 필요없어요. 죄 다 돈 안되는 가게랑 회사 뿐이니까요..흑 ㅠ
자다부시시 2010.02.07 14:00  
얼론님 글 보면 정말 뼈저리도록 사무칩니다.
어찌그리 저하고 환경이 유사한지...
저도 12월 9일 태국들어와서 한달만에 공장장으로 재발령 받아, 이제 6개월이 아닌 6년이될지 모르는 삶을 삽니다.
정말 한번 만나뵙고 밤세워 이야기해 하고 싶네요...
Pole™ 2010.02.18 03:04  
근데 영어는 제2외국어가 아니고 제1외국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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