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업소를 관리하면서.. 느끼는 점들..

홈 > 커뮤니티 > 태국에서 살기
태국에서 살기

- 태국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해주세요.


한인업소를 관리하면서.. 느끼는 점들..

Dan 13 1842


가끔씩 글 쓰곤 하는 푸켓 교민입니다.. 저 다이빙 강사입니다. 여기 좀 있었
다고 모 업소 매니저랍시고 업소 관리도 합니다. (업소관리라고 말 해놓고 보
니까 꼭 무슨 술집 영업상무같군요.. 하하하)

오늘 태사랑의 이런 저런 글을 읽다보니까 한인업소에 관련된 게시판이 하
나 있더군요. 13페이지.. 대충 4년정도 쓰여진 글이 있더군요. 하나하나 읽어
보았습니다. 모 업소가 어떻다.. 서로 비방하고 욕하고, 유언비어에 사과에 사
이버수사대 고소까지..

다행인건 아에 저희 업소는 좋은 이야기도 나쁜 이야기도 없더군요. 차라리
그런 게시판에 저희 이름 안올라가서 남의 입에 안 오르락거리는게 훨 낫다
고 생각하고 웃었습니다.

아까 본 글 중에서 어떤 분의 댓글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손님은 항상 옳다"

저희 사장님도 그런 이야길 자주 했는데.. 업소관리 조금 해봤다고 이제 그
말이 이해가 되고, 가슴에 와닫습니다.

언젠가 넋두리 같은 글을 올린적도 있었지만.. 참 손님들.. 정말 다양합니
다. 나쁜 이야기들도, 좋은 이야기들도.. 뒤통수 맞는 일들도 허다하지요.

이제는.. 조금은 손님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진상 손님들의 입장이 이
해가 가기 시작하네요.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있고, 서비스 없는 장사가 어디있겠습니
까... 신촌가면 서비스 안주 10가지가 넘는 술집들 많지 않습니까? 앉으면 무
조건 공짜로 뭐 하나 더준다.. 이런 데도 많고요.

비싼돈 주고 외국까지 비행기 타고 와서 비싼 교육 받는데 가격 흥정 함 해
볼 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안되면 어쩔 수 없는거고요.. :)

첨엔 많이 화도 났습니다. 얼마 안되는 돈.. 솔직히 여기 생활비도 안될 때가
많지요. 그런 돈 벌아가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고 있는데 그 자부심을 이상하게 받아주시는 분들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곰히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다들 다른거잖아요.
부유하고 가난하고, 교육받고 못받고, 자유롭고 억압받고.. 세상의 어떤 사람
이라도 똑 같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테니까요.

어떤 문제가 있어도.. '아.. 저 사람은 저런걸 원하는구나', '우리가 해 줄 수
가 없는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지', '대신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이런게 있으
니 이렇게 해줘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민분들.. 그리고 태국에 오시는 분들.. 다들 한 번씩은 경험했던 일일겁니
다. 태국 사람을 상대하면서 정말 부당한 일을 당해서 수없는 항의도 했고, 화
도 냈지만 그 사람들 "쏘리" 한 마디 안하고 버팁니다. 만약 화를 내거나 언성
을 높이거나 그 사람들이 위협적으로 느낄만한 행동을 한다면.. 그 다음은 아
시겠죠?

그때 느꼈던 내 억울한 감정이.. 손님들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들이 생각 할 때에는 당연한 일이었기에 우리에게 요구했던 것이겠죠.

이젠.. 좀 마음이 편해집니다.
태국 사람들처럼 변해가나봅니다.

그래도.. 가끔은 힘들다는건 어쩔 수 없겠죠? 후후..

최근에 받은 재미있는 문의글 하나 이야기 해드릴게요.
얼마전 저희 예약 게시판에 이런 문의가 있더군요.

코스비가 2만 6천바트정도 하는 코스가 있습니다. 두명이서 같이 할건데 이
걸 돈이 없으니까 4만바트로 깍아달랩니다. 코스비에 포함 안되는 공항픽업
이니 기타 등등 다 해달랍니다.

그리곤, 강사를 선택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누구 소개를 받아서 꼭 누구한테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줄 알았
습니다.. 알고보니 아니더군요.

그럼.. 우린 그 사람들 앞에 쭉 줄서서 '저 1번 누굽네다.' '2번 누굽네다'라
고 업소 아가씨들처럼 방긋 웃고 선택받기를 기다리길 원했던 것일까요? ^^

마지막 말이 걸작이더군요. 머리를 좀 깍는다고.. 허락하면 가위들고 온다더
군요..

하하하.. 만2천바트짜리 이발 한 번 해보면 어쩔까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다
른거 더 합치면 한 만 4천바트정도 되겠네요.

이래서.. 산다는게 재미있는가 봅니다.
그 손님 다른 어디로 컨택해서 갈 지 모르겠지만.. 거기서는 어떤 요구를 할
까 정말 궁금해집니다.. :)

다들.. 화이팅 합시다!! 화이팅!!

13 Comments
민장식 2007.07.02 15:05  
  Dan님 글 잘읽었습니다.
님 말대로 세상은 그런것 같네요.
언제 한번 푸켓가면 만나서 술한잔해요.
몸 건강히 행복하세요^^.
k개구리 2007.07.02 20:07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러네요.. 말씀하신대로...
그래도 열심히 삽시다..
작은생각 2007.07.02 20:20  
  잘읽었습니다.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네염...매일매일 좋은일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제이순 2007.07.03 14:20  
  "손님은 항상 옳다"
노드스트롬 백화점 근무수칙이네요.
근데요, 우리나라 호텔에선 고객 블랙리스트 관리하더군요. 그 사람들에겐 면세품도 안판답니다.
락짱 2007.07.03 14:22  
  맞습니다...

산도적놈 2007.07.03 16:48  
  허~ 모두가 좋을 순 없겠죠!
하기 싫은 일을해야 돈이 들어오죠..
미쾀쑥 2007.07.03 17:33  
  이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겸손한 열린 시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님에게 항상 행운이 있기를! 저도 배우고 갑니다!
어흥 2007.07.03 23:22  
  어~흥  ^^
경기랑 2007.07.04 01:25  
  배우고 갑니다!
감사드려유우~~~~~~~
레이디보이 2007.07.05 15:03  
  맘에 와 닿는 말씀이네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Dan 2007.07.05 18:05  
  흐미.. 몇일 출장 다녀온 사이에 댓글이 이렇게나 많이.. ㅡ.ㅡ;; 감사합니다.. :) 많은 힘이 되겠군요.. ^^

에피소드 하나.. 그 학생.. 저희한테 온다더군요. 하하.. 제가 직접 가려켜볼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친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길래요.. :)
아짠방 2007.07.07 18:25  
  Dan님 화이팅 하시구요... 좋은 인연으로 만남이 이루어지길 바랄께요... 저도 태국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 형성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지인들과의 관계, 태국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과의 관계, 한국에서 찾아오는 한국사람들과의 관계등등 어느것 하나 쉬운 것이 없더군요.. 한때는 사람을 만나면서 방어태세부터 취하는 저를 보고는 맘껏 웃곤 한답니다.  건강하시구요.. 사업번창하세요...
entendu 2007.07.09 12:54  
  ㅋㅋㅋ.
손님은 항상 옳다..
말은 쉽지만 .. 살면서 정말 힘든게 사람이더라구요.
저도 사람상대하는 직업인데..
일에 지칠때면.. 인간이 싫어질때가 많아요. 남들은 친구랑 수다떨면서 푼다는데.. 사람살이에 치이면..
방구석에 ㅊ박혀 잠자고 티비보며 풀거든요..
이러다 폐인되는거 아닌가 싶어요. ㅋㅋ
힘내세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