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역시 동포라는 이유로 이끌리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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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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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역시 동포라는 이유로 이끌리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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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국 현지 특정 가이더의 사기행각 처벌을 위한 게시글을 올리다 보니 정작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눈엣가시가 되고 엉뚱한 피해보시는 분들이 발생될까 우려가 되서 잠시 딴 얘기 좀 해 보겠습니다.

1999년경 일 겁니다. 제가 만드는 책의 기사를 작성할 겸 일본에서 약속된 작은 업무도 볼 겸해서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평범한 대한민국 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좀채로 주어지지 않는 기회였였으며, 꿈에도 꾸어 보지 못한 일이었던지라, 상당히 들떠 있었지요.

난생처음 해외여행인데, 좀 과하게 욕심을 부렸습니다.  실질적으로 일본에서 업무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방콕을 잠간 구경삼아 들러보고 오는 방식의 일본경유방콕행 항공권을 마련했습니다.

그 당시엔 아나항공사에서 일본경유 방콕행 스케쥴이 있었습니다. 아마 최근에는 그런 노선은 없을 듯 합니다.

아뭏든 그 노선을 선택한 이유는 공항대기 시간의 지루함만 좀 참아내고 나면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이란 것을, 그것도 두 나라를 동시에 여행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준비 했습니다.

난생 처음 태국이란 나라를 갈 기회가 생겼었지요.

급하게 없던 여권을 만들고 이리저리 준비하느라, 일정이 빡빡한 나머지 정작 일본은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서둘렀습니다.

하여.. 아시겠지만. 이후 두세 차례 무비자로 일본을 방문 하던 차에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일이 터진 때는  난생 처음 비행기 타고 일본을 가본 그때는 아니고, 아마 두번째인가 세번째 인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였을 겁니다.

일본 초보 여행객이 저지르는 첫번째 실수, 일본 지인의 연락처 와 일본 숙소명을 명확히 적지를 못하고 말았지요. 그건 반드시 적어 줘야 별 의심없이 심사대를 통과하는 것인데 말이죠.

이런 낭패.

입국부터 거부 당할뻔 했습니다. 아마. 저를 불법 취업자 쯤으로 의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콩글리쉬로 일본 거주 지인의 전화번호를 알려드렸고 그분과 충분히 통화 한뒤 입국심사대를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죽다가 살아 났습니다. 하늘이 다 노랬으니까요.

아뭏든  그일이 있고 난 뒤 네번째 이후, 일본 여행부터는 비자를 발급 받아서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입국심사대에 걸려서 난감해 하는 한국 사람들을 가끔 보면서 웃음이 나오긴 하더라고요.

 나도 전엔 저렇게 망신 당했는데 하면서 말이죠.


아뭏든 이토록 해외 여행에 대해선 완전 초보 였던 제가 난생 처음 해외를 나가게 되었으니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가 어디 한 두 가지 였겠습니까?

일본에서의 그런  ㄱㅐ망신은 차치하고 라도 이런 저런 실수담 늘어놓자면 얼굴들고 못 다닐 정도 일 것 같습니다. 낯 부끄러워서 말이지요.


난생 처음 해외여행이란 걸 하던 그 당시, 여차 저차 해서 일본의 일을 다 보고 방콕으로 넘어 왔습니다.

그땐 저도 왜 그런 무식한 용감으로 만용을 떨었던지. 가히 내 자신에 대해 코웃음이 날 정도 입니다.

항공권에 여행경비 10만원 달랑 들고 2박 3일의 일정으로 난생 처음 도착한 방콕.

멋 모르고 사람들 따라 줄줄이 이동해서 입국 심사대로 왔고 뭐라고 물어 보는 건지 도통 알아 먹기 힘든 ... 영어인지 태국어인지.. 이런 저런 질문에 내가 옳게 대답한 건지 도 모르고 얼렁뚱땅 대답했습니다....

아뭏든 5분 정도의 이런 저런 실갱이 아닌 실갱이를 뒤로하고 무사 안착...

짐을 찾고 나서....

난감했습니다.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 지금부터 어디를 가야 할지. 인터넷을 통해 줏어 들은 이런 저런 정보도 있었고 가보고 싶은 곳도 있었고 찾아 가는 방법도 있었고, 공항에는 친절하게 안내책자 들도 있었지만,,,,

구름처럼 붕 뜬 상태에서, 난생 처음 떨어진 이국땅을 밟고 선 저로서는 미아나 다름 없었습니다.

"애기야 울지 말고 아저씨랑 경찰서 가자"하고 누가 낚아 채기라도 하면 그냥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량한 미아가 된 신세....


그런데 역시 저에게는 제일 큰 도움이 되셨던 분이 바로 현지에서 활동하시는 태국 현지 한국인 가이더 업무를 보시던 분이셨습니다.

이메일 등을 통해 사전에 이러저런 부탁을 드렸었던 지라, 약속된 장소에서 그분을 만날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저에겐 상당한 도움이었습니다.

아. 역시.. 타향에선 동향의 사람이.. 타국에선 고국 사람이 서로 돕고 그러는 거구나...


호텔로 인도해 주시고 바우처 가격으로 예약해 주시고 길안내 까지 해주셨습니다.

물론 그분이 저에게 가이더 비용이라던가 자신의 유흥비등을 청구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분의 친절한 안내와 도움 덕택에 저는 목적지 까지 잘 도착했고 방문하고자 했던 특정 장소도 어렵긴 했지만 결국 찾아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첫 태국 여행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2박 3일의 일정이 다 끝나는 날 지갑에 들어있던 한화마져도 바트로 환전해 다 써 버리고 그야말로 지갑이 텅텅 비어 버린 것이지요.

물어 물어 버스를 타고 공항에 안전하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아뿔사! 공항에 왠 공항세를 만오천원이나 내야 한단 말 입니까? 이런 황당한 일이...

그때 제 나이 만으로 28세 이였는데 신용카드는 커녕 현금카드 하나 챙겨오지 않았던 저로서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 태국을 방문할 땐 외국에서도 몇백만원 출금이 가능한 비씨카드와 마스타 카드를 두장 꼭 지갑에 챙겨가지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뭏든 공항세를 못내서 비행기를 못 타게 된 저는 제일 먼저 생각 난 게 역시 그 가이더 분이셨습니다.

그나마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동전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사정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참 한심스러우셨을 텐데 그분은 시내 어디까지 나올수 있으면 그리로 와서 저에게 공항세정도를 빌려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구세주를 만난 셈이죠.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저의 첫 해외 여행에서의 경험....이후 제가 그분을 아마 3년 가까이 못 만났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지 거의 3년 동안 태국을 줄기차게 방문했습니다.
여권에 도장찍힌 수를 세어 보고서야 제가 3년 가까이 열댓번은 왕래한 사실을 인식할 정도로 자주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방콕 시내에서 누군가 제 등을 탁! 치더군요.

"어 누구신지? 한국 분 같으신데"

그분은 지난날 저에게 여행안내를 해 주셨고 저에게 돈도 빌려준 적이 있다고 웃으며 말씀 하시더군요.

이럴수가..

저는 그분 얼굴을 유심히 뜯어 보아도 도데체 그 일은 기억나는데 그분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겁니다. ... 아 .. 내가 기억력이 이렇게 나쁠 줄이야.

아뭏든 너무 반가운 나머지 이런 저런 인사를 하고 제가 차라도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었지만, 그분이 서양인 여행객 두분을 가이드 중이시라 다음에 만나자 하고 헤어졌습니다.

물론 저는 그때 빌렸던 돈 1천바트를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돌려 드렸지요.
안 받으시려 하시더군요. 만일 지금 못 돌려주면 평생 스토커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에 억지로 라도 주머니에 찔러 넣어 드렸습니다. ^^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다음날 그분에게 알려드렸던 저의 숙소로 다시 저를 찾아와 마당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당시에 이러저리 다니며 놀기에 바쁘던 저는 내심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분은 연세가 아마 40대 후반 정도시고 저는 이제 막 30대로 접어들었는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분은 그래도 고국에서 온 여행객이 옛날일을 어찌됐던 기억해 주고 빌려간 돈까지 갚아주니 기분이 좋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얘기를 저와 더 나눠 보고 싶으셨을 겁니다.

그당시 제가 하는 일이 또 전혀 무관한 일이 아니었던 지라 서로 피차간에 도움이 필요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저런 계산적인 것을 접어 두고라도. 나쁜 관계가 아닌 좋은 관계로 사람을 대하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일행 핑계를 대고 오랜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셨을 지도 모를 그분을 뒤로 한채 그 자리를 떴습니다.


그날 이후, 물론 저도 평범한 여행객의 입장에서, 혹은 여행관련 업무 진행과 연관되서 일을 해보려고 시도해 보았던 때의 반대의 입장에서 이런 저런 안좋은 경험들을 해보면서. 나름대로 태국에서 여행관련 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이 굳어 버린 사람들 무리 중에 속하게 되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난생 처음 태국에 와서 말도 안되는 어리석은 엉뚱한 짓을 벌인 한국 청년에게 선뜻 천바트라는 금액의 돈을 꿔 주실수 있는 ... 따듯한 정... 그리고 몇년 뒤에 받은 바 은혜를 뒤로하고 마치 남인양 모른척하고 지나가는 파렴치한 청년에게 따듯한 인사의 손을 내밀수 있는 후덕함.

그런 인간적인 정을 지닌 나라는 역시 한국 뿐이요. 한국사람 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이런 한국사람 특유의 정을 악이용해서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태국과 관련해서는 좀더 많은 한국분들이 타국민들에게서는 찾아 볼수 없는 한국 사람 특유의 서로 돕고 의지하는 모습....

좀더 많이 드러나길 기대해 봅니다.
1 Comments
pepeholy 2005.07.01 16:01  
  훈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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