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부딪히며, 살며...
어느 덧 방콕 생활 8개월이 넘어 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태사랑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고, 그만큼 수월히 이 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또 지난 8개월간 함께 머리 맞대어 고민하며 일 해왔습니다.
태사랑에 올려진 수많은 글들을 봐서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 '태국인'... 하지만 아직도 그네들은 제게 익숙치 않은 레파토리로 종종 말문을 막아버리곤 하네요.
특히 요즈음 함께 일하는 태국인 동료들을 보며 느끼는 점이 참 많습니다.
물론 지금 정도가 같이 뒹구는(?) 사람들의 장단점이 다 보이는 시기이겠지만, 아무래도 즐거운 느낌으로 남는 장점보다 날 힘들게 하는 그들의 단점이 더욱 뇌리에 남는가봅니다.
한국에서 치열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사회 생활을 하다 온 입장에서 보는 태국 동료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이 가끔 한숨짓게 하곤 하죠. 물론 그네들의 입장에서는 제가 항상 서둘고, 무리하게 일 추진하고, 피드백 없는 직장 동료들에게 컴플레인하는 모습들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란 격언.
태국에 와서 일하니 태국인들의 생활 패턴과 사고 방식을 이해하라는 뜻이겠죠. 하지만 반대로 제가 동료들에게 그 격언을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몸 담고 있는 회사가 '태국회사'가 아닌 '한태 합작회사'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태국 동료들이 기존의 근무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분위기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태국 동료들이 언젠가 술 한 잔 하며 얘기 나눌 때 농담식으로 저한테 물어보더군요.
"왜 그렇게 힘들게, 빡시게 사냐고..."
그냥 허허 웃어 넘기고 말았지만, 스스로 판단했을 때 전 결코 이곳에 놀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생활이나 근무 방식이 내 판단으론 결코 빡신게 아니었기에 웃음 뒷 맛이 씁쓸하더랬습니다.
새로운 사업 분야에 뛰어 들어 정말 뭔가 하나 이 나라에서 이뤄보고자 하는 욕심으로 이 땅에 왔을 때는 그만큼의 각오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하고 매일같이 부딪히고 때론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또 그 후에 다독거리고...하는 생활의 반복이 어느 순간엔가, 저를 무디게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죠.
다만 제가 이 친구들에게 어느 정도 동화가 되듯, 이 친구들도 조금은 저를 닮아 가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을 가져봅니다.
히유...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즈음에, 넋두리 할 곳도 없고 해서 끄적거린 비술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