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어 회화 이렇게 공부하면 빨리 는다.
이 글은 태국어 학습의 방법에 있어 '정석'과는 거리가 멉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대화에서 비교적 막힘없는 회화를 구사하기까지 불필요한 학습법을 과감히 생략했을 뿐입니다. 혹시라도 태국어 공부에 별로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면서 반면 빨리 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면 참고가 될지도 모를것 같네요. 고수분들은 그냥 웃고 넘어가 주세요.^^
여전히 어린아이 정도의 태국어를 겨우 할 줄 아는 나는 그래도 생활에서는 별 불편없이 태국 인들과 대화한다. 단지 '풋찻', 다시말해 발음이 비교적 좋다는 이유로 주변 태국사람인들에게는 태국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가끔 태국에 정착한지 별로 오래지 않은 한국인들이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태국어가 빨리 느는지를 묻곤한다. 오래되진 않았다고 하나 최소 6개월은 더 된 사람들이 태반인 이들의 특징은 간명하다. 즉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를 게을리 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태국어를 배우기에 여건이 썩 좋지 않은게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영어가 짧은 한국인들이 영어로 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꺼려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영어권 사람들과 비교해 치명적이다.
태국어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학원이 있다면, 단기간에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남자들의 경우 정착 초기에 가라오케와 같은 술집에서 말을 쉽게 배우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가리켜 '전투 태국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한국에서 영어 잘 하는 사람들에게 영어 학습법을 물었을때 '그냥 무식하게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된다'는 답변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태국어도 그와 같은 진리에서 멀리 있지는 않다고 본다. 즉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입이 술술 열리기를 바란다면, 그냥 가라오케에 머물며 전투태국어로 만족해야 한다.
1단계 - '통째로 외워라'
한국사람에게 제일 익숙한 학습법은 역시 '한국식 방법'이다. 무조건 외우라고 강요하는 풍토 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이 방식이 상대적으로 적합하다고 본다.
즉, 본인이 가장 쉽다고 생각되는 그러면서도 그리 두껍지 않은 교제 한권을 선정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태국어 속기 요령을 알려준다고 해놓고선 시작부터 너무 깝깝한 방법 아니냐고? 결코 그렇지 않다.
목표는 한달에서 두달이다. 그 사이에 책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보통은 읽고 쓰는것부터 배 우는 게 정석이긴 하지만, 대체로 태국어의 많은 자음과 모음 단계에서 지쳐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다. 지루해서 못해먹을 바에야 읽고 쓰는 첫과정을 과감히 생략해도 좋다.
얼마 안있으면 우기가 시작된다. 낮에 집에서 낮잠자기 딱 좋다. 반대로 빗소리 들으며 책을 보기에도 괜찮은 날씨다. 하루에 한두시간만 반복해서 읽고 말하다 보면, 두달이면 책에 등 장하는 약 절반 이상의 단어와 문장이 대략 머리에 들어올 것이다. 완벽하게 모두 외워버리면 좋겠지만 그정도 노력 기울일 사람 없다는 것 잘 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제에 포함된 카 세트 테잎을 될수 있는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병도교수가 쓴 '태국어 첫걸음(삼지)'을 추천하고 싶다.
2단계 - '꾸준히 만날 태국인 친구 한명을 곁에 두어라'
1단계만으로 태국말이 술술 나오면 좋겠지만, 그냥 식당이나 술집에서 음식 주문하기가 되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두번째 단계에서 태국어 회화가 비약적으로 늘 것이라 확신한다.
남자든 여자든 애인이건 단순한 친구건 태국인 한명을 꾸준히 만나서 그간 혼자 외우고 연습한 태국어를 써먹다 보면 그 친구가 당신의 어리버리 태국어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틀림없이 그 수준에 맞게 알아먹기 좋은 태국어를 알아서 구사해 준다. 즉, 본인의 능력과는 별개로 소통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친구에게 틀린 발음과 틀린 문장에 대해 지적해 달라고 부탁해 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몇번이고 흉내를 내어 보이면 나같으면 짜증날만 한데, 그 태국인 친구는 십중팔구 재미있어 하거나 귀엽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과정이 없이 자기식 '전투태국어'만 남발하는 어떤 한국인 한명은 '낀 카우 두어이깐'을 일년째 '카우 두어이 낀'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3단계 - '친구의 폭을 넓혀라'
2단계의 친구는 당신의 훌류한 선생이 되어줬을 테지만, 그 친구는 거기까지다. 한계를 갖고 있다. 즉, 어떻게든 소통이 되는 단계에 접어들면, 그 친구 역시 그 수준에 맞는 태국어만 구사하기 때문에 발전이 더디거나 거의 없다. 둘다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이 맨 거기서 거기다. 왜냐하면 서로 그런 수준의 대화 방식이 순간순간 편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친구를 하나씩 늘려나가야 한다. 새로운 친구들은 당신이 태국어를 제법 하는 줄 알고 무진장 빨리 말을 하거나, 잘 못들어 본 단어와 문장을 사용할 것이다. 여기서 좌절해 2단계의 친구 품으로 되돌아가 짱박혀 지낸다면, 당신의 태국어는 그냥 가라오케 여선수들에게만 호감을 얻는 정도로 끝나고 만다.
3단계의 과정을 좀 더 진지하게 맞딱드리겠다면,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틈나는대로 외우고 연습해 보는 게 좋다. 왜냐면 틀림없이 일반 교제에는 잘 등장하지 않거나 또는 이미 까맣게 잊어버린 단어들을 종종 사용할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3단계 과정이 전혀 없는 치앙마이의 어떤 교민 한명은 동거중인 태국인 애인과 있을때는 별 희안한 얘기도 잘 나누는데, 밖에 나가서는 '열심히 떠들었는데 멍청한 콘타이가 잘 못알아 먹는다'며 애꿎은 태국인에게 되려 화를 내고 다닌다.
4단계 - '언어를 상황속에서 받아들여라'
의사소통이란 반드시 상황에 걸맞는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물건을 살 경우 '이것, 가격, 얼마, 비싸다, 싸다, 깎다' 등의 어휘가 등장하지, 느닷없이 '정치, 경찰, 국가, 미래' 등 이런 말이 나올리가 없다. 즉 여러가지 상황을 다양하게 겪어볼수록 그만큼 단어와 어휘는 늘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북부지역은 수도 방콕과 달리 북부 고유의 사투리가 아직도 통용된다. 물론 사투리는 어느 교제에도 나온적이 없어 공부해본 적도 없다. 태국생활 초창기 한번은 시장에서 키로에 20밧인 망쿳(망고스틴)을 비닐봉투에 골라담고 있는데 나를 태국인으로 오인한 아주머니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르억 머다이짜우'
뭔 말인지 몰라 망쿳을 계속해서 고르고 있는데 그 말을 한번 더 반복했다. 반복했을땐 목소리 톤이 조금 강해졌다. 순간 들리는 단어는 '르억(고르다)' 뿐이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으나,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그 '시추에이션'이 뻔했기 때문이다. 답은 '고를 수 없당께유~'. 설마 그 상황에서 '많이 고르세요' 내지는 '고르면 감사해요' 라고 말할리는 없잖은가.
즉,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난 상황과 마주했을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의외로 훌륭한 태국어 교육현장이 될 수 있다.
이쯤되면 당신은 이제 태국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온갖 휘황찬란한 클럽의 '찝싸우' 현장에서 한류열풍을 등에 업고 단연 두각을 나타낼 '콘까올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황당한 상황 발생! 외국인이 태국어 너무 잘 구사하면 태국여자들은 십중팔구 '짜오추'로 간주한다. 즉, 태국애인에게 태국어를 배웠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이럼 정말 낭패. 보다 나은 '찝싸우' 성공률을 위해 열심히 태국어를 공부했건만, 도대체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뭐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