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찦은 게이 (4) - 지미 치앙마이에서 까다로워지다.
제가 살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선입견(선입관)을 갖는 것입니다.
선입견은 실제체험에 앞서 가지는 주관적 고정관념이기 때문에
일단 한번 가지게 되면 실제체험을 겪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태국에 와서 받은 2가지 충격은
(눈 마주치기, 음식먹을 때 소리내지 않기)
모두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동양인이라면 "당연히 나와 비슷할 것이다"라는 생각....
제 시각에서 태국사람들의 문화 2가지가 오히려
한국분들보다 서양인에 더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에
선입견이 깨지는 충격을 맛보았던 거지요.
1. 마이뺀라이 (괜찮아요)
2. 짜이옌 (진정해)
한국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태국말 2가지입니다.
1번 "마이뺀라이"는 한국분들 이외에 다른 외국인들도
대표적으로 싫어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2번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 "짜이옌"이란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외국인은 아마 한국사람들일 겁니다.
이 사실을 뒤집어 놓고 생각하면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사람들의 성격이 세계에서도 급하기로 따지면
상위급에 속한다고 봐야겠지요.
뭐든지 시작하면 빨리 끝을 봐야 속이 시원한 우리들 성격.
사실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요.
6. 25전쟁이후 군사문화와 고도성장시기의 시대상황하에서
만들어진 급한 성격. 사실 초고속경제성장의 숨은 공신이기도
합니다.
이 급한 성격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점심시간 식당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 직장동료들끼리 간다면
일단 식당측에 대한 배려도 있겠지만
구성원간에 주문을 최소한으로 통일시킵니다.
짜장이면 짜장, 짬뽕이면 짬뽕.
5명이 가서 한사람은 비빔밥, 한사람은 잡채밥,
한사람은 짜장면, 한사람은 짬뽕, 한사람은 우동을
시켜도 되지만 이럴 경우 시간이 걸립니다.
친한 사이라면 누군가 나서서 전부 통일시켜 버립니다.
짜장 5 !!!
주문과 동시에 짜장 5 그릇이 순식간에 나옵니다.
무슨 자판기에서 뽑는 것처럼 거의 실시간 대령입니다.
이 경우 만약 5명중에 한사람이
자기 짜장에서는 돼지비계를 빼달라고 주문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오이채 대신 당근채를 얹어달라고 주문할 수 있을까요?
뭐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순간 거의 미친사람
취급을 받겠지요. 시간 절약하려고 주문도 통일시키는
마당에 자기 취향에 맞는 주문은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동료들과 우르르 식당에 몰려가면
한참 바쁜 시간임에도 뭘 넣어달라 뭘 빼달라
까다로운 주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종업원은 일일이 수첩에 받아적고 주문한 대로
요리사에게 요구해서 음식을 받아오지요.
전 한번도 그런 주문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메뉴에 있는 그대로 먹습니다.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 체면이 있지요... 흠... 흑흑...
동료중에 젤 까탈스러운 사람이
전에 언급한 고양이눈 캐롤입니다.
얘는 채식주의자인데 계란은 먹거든요.
채식주의자도 종류가 많습니다.
제가 볼때 캐롤은 채식주의자라기 보다
고기를 안먹는 주의자 같더군요.
무슨 채식주의자가 그렇게 안먹는 야채가 많은지... 흠...
주로 빵과 감자 그리고 계란을 가장 많이 먹는데
샐러드가 나오면 저를 그냥 주곤 했습니다.
양파도 안먹고, 당근도 안먹고, 버섯도 안먹고, 피망도 안먹고.. 쩝
거의 먹는 채소가 양상치 정도....
그런데 얘랑 식당에 가면 그냥 한대 쥐어 박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였어요.
저는 배고파서 빨리 주문하고 먹어야겠는데
이 녀석은 종업원이랑 아예 회의를 하거든요.
여기에는 뭐가 들어갔느냐? 그건 내가 않먹으니 빼고
대신에 이걸 집어넣을 수 있겠느냐?
무슨 무슨 주의자라고 이름붙은 애들이랑
식당에 가면 밥먹기 전에 엄청 기다려야 합니다.
한국인 내 성격. 예비역 병장 폭발하지요....
걍 울화통이~~~~
한번은 식당 생각해서 대충 먹을 수 없냐고 했더니
얘네들 왈. 그럼 팁은 왜 주냐는 겁니다...
사실은 식당 생각보다 빨리 먹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쩝..
(그런데 메뉴대로 먹는 나는 왜 팁을 주어야 했을까? 헤헤)
하여튼 저는 이 점을 한국과 북미의
큰 차이점이라고 보았습니다.
태국에 왔더니
태국사람들 캐롤과 같더군요.
음식주문할때 넣고 빼는 것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오.... 여기가 과연 태국 맞나요?
저는 조미료 빼고, 설탕 빼고, 소금 조금 넣고,
대신에 고추 넣고, 어묵 빼고, 어묵 대신 진짜 고기를 선택하는 등
태국에서 입맛이 아주 까다로워 졌습니다.
태국에서 3번째로 받은 충격이 바로 이것이었어요.
"식당에서 자유롭게 주문을 할 수 있다"는 것.
태국인들이 한국인에게
"짜이옌옌" 이라고 말할때
정말 화가 나는 상황이 많기는 하지만
그만큼 과연 내가 성격이 급한 건 아닐까
한번쯤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싶은데....
태국에서 "짜이옌" 소리 한번도 듣지않고 지내는
한국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