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2007년의 마지막 날 치앙마이에서 '장정일의 공부'를 읽다.
지미의 생일 죠는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맥주바를 Future Net 옆에 자그마하게
열었답니다.
Fututre Group의 모든 직원들이
이틀동안의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간 빈자리에서
죠 혼자 피씨방도 보랴
맥주바도 챙기랴 분주합니다.
(피씨방, 게임방, 가라오케, 맥주방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못하는 죠녀석
Future를 Fututre 로 잘못 등록하고 말았습니다. 흑흑흑....
그냥 한 번 씨익 웃어주고 말았는데요....
아마 사업체명이 중복되는 경우는 결코 생기지 않을 듯.... ㅡ..ㅡ)
잠을 못자서 (피씨방은 24시간 영업을 합니다.)
눈이 시뻘개진 죠를
지미는 그냥 안쓰럽게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어떨 땐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자기가 현장에서 직접 뛰는 것 보다
더 힘들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보아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죠가 훌륭한 사업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는 것 자체가
지미 또한 사업가로 성장하는 길이
아닐까요?
맥주바에 손님이 없어서
침울해진 죠녀석을
조금 위로해주고
지미는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한국은 30분 뒤면 새해가 될거구요...
태국은 아직 2시간 30분 정도 남은 시점입니다.
30일 생일날 춤을 추다
발목을 조금 삔 지미는
2007년의 마지막 날을 하루종일
방안에서 보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12월로 접어들면서
빈번해진 술자리로
피곤해진 육체를 조금 추스리고
빈곤해진 정신도 보살펴 주기 위해
책 한권을 집어들었습니다.
나마스테지 누님이 선물해 주신
"장정일의 공부" 라는
책입니다.
("나마스테지"는
"안녕하세요"라는 인도의 인삿말로,
직역하면 '당신 안에 계신 신성께 경배드립니다'로
뜻이라고 합니다.
힌두교의 관점이어서
이슬람교도들에게 이렇게 인사하면 안된다고 하네요.
지미가 인도에 가본 적은 없기 때문에
나마스테지 누님의 설명을 인용하였습니다.
누님 고맙습니다....)
지미의 독서하는 방식은 좀 독특한데
일상의 짜투리 시간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서너권의 책을
동시에 읽기도 하는데
정식으로 자리를 잡고
읽는 적은 거의 없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
컴퓨터가 느려서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
또는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의 틈새시간이나
아니면 약속시간의 남는 시간등을 이용해서
책을 읽습니다.
따라서 밖으로 나갈 때는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기는 부담스러우므로
뒷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가볍고 얇은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구요
집안에서는 휴대가 불가능한
두껍고 커다란 책을 읽습니다.
따라서 동시에 여러권을 읽게 됩니다.
태국어는 주로 공설운동장에서
걷기 운동을 할 때 단어를 외우면서 공부하고 있지요.
오늘은 모처럼
발목을 접질린 것을 핑계삼아
점심 식사 이후에 컴퓨터를 켜기 전까지
장정일의 인문학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신년에 새롭게 시작할
인터넷 사업 구상을 하다
머리가 복잡해져
집어든 책이었습니다.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20 년전 읽었던 김용옥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 실린
"공부"에 대한 김용옥 선생의 소개가 생각났습니다.
김용옥 선생은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공부"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주었는데요... 지미의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공부(工夫)라는 단어는
중국에서는 "쿵푸 Kung Fu" 라고 발음합니다.
쿵푸는 한국인의 일반정서상 중국무술에 불과하지만
그 실제 뜻은 실력을 쌓아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무술 쿵푸 또한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지요.
(지미는 일본 만화를 좋아합니다.
특히 주인공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들은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진한 감동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원작의 제목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출판된 일본 쿵푸 만화 "권법소년"은
쿵푸를 통해서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만화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Study를 뜻하는 단어들을 서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勉强'이라고 쓰고 '벤쿄스루'라고 읽는
일본어 단어 '勉强'.
'念書'라고 쓰고 '니엔수'라고 읽는
중국어 단어 '念書'.
공부의 어원을 들여다보면
우리 선조의 공부에 대한 생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에게 공부한다는 것은
'勉强'도 아니고 '念書'도 아닌
정말 '工夫'여야 했습니다.
우리 선조의 공부는
실력을 쌓아 자신을 키워 나가는 것입니다.
무술 쿵푸처럼 자신을 단련시켜서 성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한국의 공부는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책의 내용을 생각하는데서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
라고 말씀해 주실때
이러한 뜻을 되새겨 주신다면
자녀들이 "공부"라는 말을
접할 때 색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지미의 기억만으로 적은 글이므로 김용옥 선생의 주장이
확실한지는 가물가물하네요.
틀린 내용이 있다면 읽는 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책의 제목
"장정일의 공부"를
처음 본 순간
지미는 김용옥 선생의
공부에 관한 해설을
떠올렸습니다.
그런 후 첫 서문에서 눈에 바로 들어온 구절들....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마흔 넘어 새삼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우선 내 무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내 무지의 근거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중략)
한때 내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이 도드라져 보인다.
시인은 단지 언어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최상급의 지식인으로 분류되어 턱없는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시인은 그저 시가 좋아 시를 쓰는 사람일 뿐으로,
열정적인 우표 수집가나 난이 좋아 난을 치는 사람과
별반 다를게 없다. 그들의 열정에는 경의를 표하는 바이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우표수집가나 난을 치는 사람을
지식인으로 존경할 수 없다."
서문에서 부터 이렇게 통렬하게 자신의 무지를 반성하고
지식인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식을 갖추기 위해서
치열하게 독서를 시작한 장정일.
그리고 그 장정일이 읽은 책들의 독후감이
바로 이 책 "장정일의 공부"의 내용입니다.
실력을 쌓아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뜻의
"공부"를 진지하게 시작하고 그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저자에 대한 호감으로
손에 잡은 책을 순식간에 읽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저녁 식사 때를 놓치긴 했지만
그 어느 순간보다 행복했었다고 고백해야 겠네요.
이국에서 읽은 한국인의 저작물중에서
이 책만큼 감동을 준 작품도 없었습니다.
우선 한국책들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지미에게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소개해 준 점에
대해서 저자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인문학이 실종되어 가고
인문학자들이 점차 우습게 여겨지고 있는
한국에서
힘든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장정일의 인문서적 독후감
"장정일의 공부"를
2007년을 보내며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중졸 학력의 저자가
박사학위 소지자보다
지미의 인생에 더 큰 느낌표를
찍어주셨네요.... *^^*
장정일님...
원기만땅충전 불끈불끈 지미
컴퓨터를 전공한 무식한 놈이지만
지식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교양을 쌓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고
늘 공부하며 살아가게
2007년의 마지막날에 자극을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또 한분의 Mentor 께 무한한 존경심을 표합니다.
지미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
너무너무 사랑하구요...
"싸왓디 삐마이 크랍"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
지미의 태국어 선생님
너무나 귀여운 농부아 입니다.
지미는 7살짜리 태국어 선생님에게
태국문자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답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배우려 노력하는
뻔뻔한 챵마이 지미....
여러분 모두가 지미의 스승님이십니다.
지미는 죽을 때까지 공부하며 살고 싶답니다.
지미가 모르는 것이 있어서
뵙게 되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많이 드릴 때
부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지미도 도움을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헤헤....
Zeno 형님의 불교에 대한 가르침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치앙마이에서 원하시는 바 이루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