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힘겹게 달리는 나와 같은 이들이여
30년만에 내렸다는 폭설은 아파트 단지 아래 수북히 쌓여
발목까지 움푹
세찬 돌개바람 휘돌아 솟구쳐 오르며
찢어진 잡지책 몇장을 삽시간에 하늘로 뺏어가 버리고...
그렇게 매섭게 살을 에며 목구멍 까지 밀치고 들어오는 찬바람에 숨이 차던 추위,
영하 삼십도라며 호들갑 떨던 날씨가 풀리자
성급한 산골 주민 몇이
노새에 달구지를 메달고 도시로 나왔다.
장백산이 달구지에 얹힌건가?
산더미 만한 짐짝에 세상 온갖 시름도 달구지에 실은 건가?
어린 노새의 찌든 표정이 나를 아프게 한다.
다행이 과일장수의 노새 한 마리는
수완좋은 장삿군 주인 탓에 달구지의 과일은 금새 바닥을 드러내고
오랜만에 길에 서서 휴식을 취한다.
이제 ....
나의 일년을 실었던 달구지도 바닥을 드러내고...
나 또한 길에 서서 기인 휴식을 취하려 한다.
휴우우~~
방콕에서 연변으로
연변에서 서울로
그리고 다시 방콕으로...
가난하고 찌든 삶은
이젠
맑은 영혼조차 혼탁하게 찌들리고...
매정한 추위와 무관심한 더위에 휘둘리며
살고자 버티는 하루 하루...
그렇게 더럽고 추하고도....
한해를 힘겹게 달려 온
나와 꼭 같은 이들이여
이젠 축복있으라.
연변의 허름한 어린 노새들에게도 ....